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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일 죽기로 했다
작가 : 육일육씨
작품등록일 : 2017.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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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 마지막
작성일 : 18-01-04     조회 : 300     추천 : 0     분량 :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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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안 늦었구나, 앉으렴.”

 

 “네”

 

 담임은 역시 내 사생활을 어제와 마찬가지로 내게 묻기 시작했고.

 

 나 역시 어제와 같은 답변의 연속이었다.

 

 “선생님 혹시 경찰서 가 보신 적 있으세요?”

 

 “경찰서? 선생님은 없지 왜 그러니?”

 

 “아니에요”

 

 역시 담임도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다.

 

 “저희 근데 어제도 상담하지 않았나요?”

 

 담임에게 이런 말 해봐야 데자 부니 기분탓이라거나 꿈일 거라 비웃을게 뻔했다.

 

 

 

 

 

 누군가 그랬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는댔던가.

 

 “글세, 가끔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선생님도 헷갈린단다.”

 

 “오늘은 그만하고 이만 집에 갈까?”

 

 “네?”

 

 “하루도 집에 가야지 늦었잖니”

 

 “아, 네. 먼저 가겠습니다.”

 

 “집에 아무도 없다고, 딴 길로 새면 안 된다.”

 

 변한 게 없다.

 나는 어제를 한 번 더 겪었다.

 

 민석이 무리는 어제와 같이 시끄러웠고.

 다른 수업도 뉴스도.

 

 어제 나오던 급식 메뉴까지 나를 속이려고 또 나올 리가 없다.

 

 내가 다른 대화를 해서일까, 왜 담임만 다를까.

 

 아무도 없이 내 가방만 책상에 걸린 채 나를 기다리는 반에 돌아오며 계속 생각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상담실에서 오늘은 안 늦었다고 하지 않았던가?

 

 이 거지같은 하루가 또 생겨나질 않길 바라며 교무실로 달려갔다.

 

 교무실에서 짐을 챙겨 나가는 담임을 하마터면 놓칠 뻔 했다.

 

 “선생님!”

 

 “응?”

 

 “집 같이 가실래요?”

 

 

 세상이 미쳤다고 생각하니까, 나까지 미친 게 아닐까.

 

 어제 같이 간다고 그렇게 욕하던 내가 오늘은 같이 가자고 먼저 제안을 했다.

 

 오늘은 숨이 막히지 않는다.

 

 하지만 오늘은 다른 의미로 가슴이 답답하다.

 

 묻고 싶은 게 너무 많다. 하지만 내가 말을 꺼내면 나를 미친놈 취급 할 까, 어디서부터 꺼내야 할지를 모르겠다.

 

 그러던 중 담임이 어제와 마찬가지로 담임이 먼저 입을 열어 정적을 깼다.

 

 “어제도 상담하지 않았냐고 했지?”

 

 “네?”

 

 “만약, 어제 일이 계속 반복된다면 어떨 것 같니?”

 

 담임의 이런 의미심장한 한 마디가 체념해있던 내 속을 뒤 흔들었다.

 

 “네?”

 

 “아니구나, 하루는 반대로 가지? 조심히 들어가렴.”

 

 정말 어느새 어제의 공원 앞에 서 있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담임에게 전화가 오지 않았다.

 

 집에 혼자 와 정적을 깨기 위해 아무 체널이나 켜 둔 티비에서는

 신호등 앞 공원에서 또 처참하게 죽은 개가 풀숲 사이에서 나왔다는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작가의 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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