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스도 자신이 읽고 말이 안되는지 피식 하고 비웃었다. 멸족했다고 하는 그 종족이 직접 글을 읽고 있는게 비웃을만 했다. 우물안의 개구리 같다고 생각 하고 있을때 어디선가 절대 잊을수 없는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안 에이스 입니다."
그가 이름을 말함에도 신관은 대충 이름을 듣고 넘어갔지만 나는 얼굴을 보고 한참동안 그를 쳐다 보았다. 갑자기 울것같은 기분에 몸이 떨려와도 한참동안 그의 얼굴을 확인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울어 버리지 않게 고개를 숙였다.
'그럴리가 없다. 하지만..'
그는 벌써 죽은 사람이였다. 이곳에 있을리도 없는 사람이였다.
"...."
고개를 숙이고 있음에도 너무 익숙한 중저음의 목소리와 너무 익숙한 얼굴, 표정에 나도 모르게 작게 이름을 불렀다.
"우....진아."
조금도 다르지 않는 표정으로 뒷쪽에서 책을 읽고 있음에 나도 모르게 그를 곁눈질로 자꾸 확인했다. 조금도 다르지 않고 기억에서 끄집어 낸것처럼 똑같은 사람이 다른 이름으로 옆에 서있다. 그것 만으로도 금방이라도 엉엉 울어버릴것 같은 기분에 휩쓸려 울지 않으려 입술을 깨물었다.
'우진이가 어째서..'
어째서 그와 똑같은 사람이 이곳에 있는것인지 이해할수가 없었다. 너무나도 똑같아 환생한게 아닐까 싶은 그는 꿋꿋하게 책을 다 읽고 자리에 앉았다.
"음, 뒤에 사람이 읽어볼까?"
교수의 말이 끝나자 곧바로 다음사람이 읽기 시작했지만 내용은 머리에 들어오지 않고 옆에있는 우진이와 똑 닮은, 환생일까 싶은 소년을 바라 보았다.
"...."
"루시리아님? 왜 그러십니까?"
그는 분명 21살때 죽었다. 나와 사귀었던 전 남친이나 사랑하던 같은 다른 말을 붙이지도 않고 아주 간단하게 표현하는 단어, 그는 그렇게 허무하게 내곁을 떠나갔었다. 사귀자는 말도 없이 빚을 열심히 갚던 일개미 임을 자처하다가 허무하게 내곁을 떠나갔다. 그렇게 내 첫사랑이던 그는 사라지고 그와 똑같은 사람이 내앞에 갑자기 나타났다.
'똑같은 목소리, 똑같은 키, 똑같은... 머리는 검푸른빛 인가.'
17살때의 그와 너무나도 똑같아 혹시 누군가가 그의 세포를 훔쳐 복제인간을 만들어 내앞에 떡하니 데려다 놓고 나를 괴롭히려고 하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와 똑같았다. 머리는 염색을 한다고 치면 완전히 그였다.
[나는 어느새 너를 보고 있었어.]
3년전에만, 아니 1년전에만 보았어도 금방이라도 넋놓고 그를 닮은 소년을 붙잡고 엉엉 울었었을것이 뻔했다. 머리로는 이해하더라도 가슴으로는 미친듯이 찾아다니던 그때가 생각나 한동안 머리가 아플정도로 수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혹시라도 다시 살아난건 아닐까?'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오직 그와 닮은 사람만 생각할때, 그와 닮은 소년은 나를 잠깐 바라보고 곧바로 수업에 집중하였다. 하나하나 다른점을 찾으려 해봐도 없는것 같아 눈물이 점차 앞을 가려 당황스러운 마음이 앞섰다.
"...루시리아님?"
내가 이상한 것을 곧바로 눈치챈 비하스는 책을 대신 들어 주는척 나를 가려 주었다. 비하스가 나를 가려주는 덕분에 소리를 죽이고 한참동안 내곁을 떠난 그가 생각나 울었다.
"쉬... 진정 하세요. 무슨일이 있으신 건지는 모르지만 진정이 되실때 까지 이렇게 있겠습니다."
진정하려 해도 진정되지 않는 마음에 수업이 끝나자 마자 곧바로 일어나 기숙사로 빠르게 걸어가 방으로 들어가자 마자 침대에 엎드려 펑펑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