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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관의 주인
작가 : 연유라떼
작품등록일 : 2017.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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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화 첫 단추 (1)
작성일 : 17-12-12     조회 : 231     추천 : 0     분량 : 6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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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첫 단추 (1)

 

 명문대학교 심리학과에 새로운 바람이 불었다.

 

 이미 2년동안 자기들의 세상을 만들어 온 기존의 학생들에게 편입생이라는 신선한 바람.

 

 보통은 누가 편입을 하던 말던 자신들의 성에서 결코 문을 열어주지 않지만 이번은 달랐다.

 

 그 성에서 항상 난리 치던 일명 '꼰대'를 무찌르고 나타난 영웅이기에.

 

 세라에 대한 소문은 심리학과에 빠르게 퍼져갔다.

 

 세라의 앞에서 무릎을 꿇고 비는 형식의 사진이 단톡방에 올라왔고, 훼이스북 대나무숲에도 모자이크 처리를 한 사진이 올라갔다.

 

 댓글들은 극과 극으로 달렸다.

 

 - 도대체 무슨 잘못을 했길래

 

 라고 상황에 의문을 품는 이와

 

 - 이거 남자가 여자 때려서 고소한다고 하니까 그랬다던데

 

 그 의문에 답을 주는 사람

 

 - 아무리 그래도 저건 너무 심하지 않나.

 

 라며 남자를 옹호하는 이와

 

 - 저렇게 빌어도 모자랄 거 같은데

 

 라며 여자를 옹호하는 이.

 

 하지만 심리학과의 반응은 댓글 여론과는 전혀 상관 없었다. 그들은 길게는 6년동안 형식에 대해 알고 있는 이들이었다.

 

 - 야. 이형식 이번에 제대로 걸림

 

 형식의 동기 여자방에 올라간 사진은 졸업한 동기들 사이에서 굉장한 뉴스가 되었다.

 

 보통 남자들은 군대에 가면 그 기간동안 휴가때나 연락이 오지, 별 다른 사건이 없다.

 

 하지만 형식은 보통 남자가 아니었다. 휴가때는 물론이고 평소에도 수시로 전화를 하며 사진을 보내라는 둥, 남자친구인 행세를 하는 둥.

 

 처음에는 무시하던 동기들이 화를 내자 동기 남자들에게 연락해서 이상한 소문을 퍼트리고, 복학 한 후에는 후배들에게 똑같이 행동했다.

 

 그녀들이 겪었던 고통들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그에 반해 형식의 사진은 너무나 고소해서 사진으로 비빔밥의 참기름을 대신할 정도였다.

 

 그렇게 이 사진은 동창회때마다 두고두고 화제에 오를만큼 모두의 뇌리에 각인 됐다.

 

 -꼬시다

 

 후배들의 단톡방에도 마찬가지였다. 차마 선배라 화는 내지 못하고 속으로 삭히며 그들만의 뒷담으로 끝내던 것이 실전으로 다가온 것이다.

 

 한참을 상황을 물어보는 톡과 설명하는 톡이 이어지고는 드디어 모두가 궁금해 하는 질문이 나왔다.

 

 - 이 여자는 근데 누구야?

 

 아쉽게도 사진은 멀리서 찍은 데다가,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

 

 형식이라는 것도 설명없이는 아마 몰랐을 것이다.

 

 아니지, 형식이 자랑처럼 입고다니는 그 옷 때문에라도 - 그 옷을 빨기는 하는 건가에 대한 화제도 굉장히 뜨거운 적이 있다. - 형식은 알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세라의 얼굴은 잘 보이지도 않을 뿐더러 사진을 배포한 사람은 '월광그룹 문세라' 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었다.

 

 학과에서는 '소문의 그녀'를 찾기 위해 수소문 했다.

 

 등잔 밑이 어둡거늘, 그녀가 같은 학과 편입생일 거라고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자신이 아는 친구의 과에 물어보았다.

 

 - 도대체 이 사람은 누구지?

 

 **

 

 학과의 소문이 어떻게 났는 지 알리 없는 세라는 침대에 누워 훼이스북 대나무숲을 보고 있었다.

 

 며칠이 지나고 동영상을 찍어줬던 친구, 김윤주가 보내준 링크를 타고 들어갔을 때는 이미 수습하기에는 늦었다.

 

 처음부터 대나무숲에 사진이 올라간 걸 알았다면 빠르게 대처했겠지만, 미국에서 돌아 온 지 얼마 안되서 이런 계정이 존재한다는 것도 몰랐다.

 

 일이 터진 건 금요일. 지금은 일요일.

 

 '동영상을 올릴까'

 

 대나무숲에서는 서로 사귀다가 헤어지고 남자가 여자를 잡는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세라는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며 댓글을 읽다가 어느 한 댓글에서 멈췄다.

 

 - 그냥 좀 봐주지. 생긴 것도 걸레 같은데.

 

 "뭐야, 이자식은"

 

 -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말하는 거 아니지...

 

 세라는 댓글의 댓글을 쓰다가 한숨을 쉬고는 그냥 핸드폰을 던졌다.

 

 "내일부터 학교는 어떻게 가지."

 

 수강신청 정정에는 실패했다. 편입생이 들을 수 있는 수업은 한계가 있었다. 학점은 채워야겠고, 그 시간대에 가능한 전공 수업은 애초에 없었다.

 

 어쨌든 금요일까지는 시간이 남아 있으니 교수가 자신을 잊혀주길 바랄 뿐이었다.

 

 "그냥 미국에서 계속 다닐걸 그랬나."

 

 세라는 미국에서의 생활을 떠올렸다.

 

 과제에 치여 밤을 새던 날들.

 

 시험이 끝난 후의 파티들.

 

 지금의 자신의 방보다 작은 방이지만 오목조목 파스텔톤으로 꾸며져 있던 방.

 

 친구들과 함께 썼던 거실.

 

 주말이면 스포츠카를 타고 근교로 나가 달리던 친구들.

 

 한번은 아주 멀리 계획 없이 아무곳이나 달린 적도 있었다.

 

 기억은 마치 거미줄 처럼 연결 되어 한 곳에서 시작해도 결국은 그 가운데로 이어져 갔다.

 

 추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이 떠오르려고 하자, 세라는 머리를 헝클이며 소리를 질렀다.

 

 "아아악"

 

 미국에서의 상황보다는 지금이 훨씬 낫다.

 

 세라는 그렇게 결론 지었다.

 

 '그냥 학과 사람들에게만이라도 사실 그거 전데요, 하고 말하는 게 나을까?'

 

 세라는 잠시 생각해보더니 고개를 절레 절레 저었다.

 

 '일단 과 사람들 반응을 보자.'

 

 세라는 던졌던 핸드폰을 다시 쥐었다.

 

 "맙소사, 나 아는 사람 없잖아!"

 

 **

 

 점심시간이 되자 세라는 헝클어진 머리 그대로 식탁에 앉았다.

 

 소박한 음식.

 

 몇가지 나물과 따뜻한 된장국.

 

 월광그룹의 집메뉴 치고는 간단했지만 그걸 담은 접시는 매우 비쌌다.

 

 아주머니가 잡채를 접시에 담자, 세라는 자연스레 그 접시를 자신의 밥 바로 옆으로 땡겼다.

 

 "야, 너 지금 그거 혼자 먹으려고 한거냐?"

 

 때마침 세라의 맞은 편에 앉으려고 의자를 꺼낸 그녀의 오빠, 문세진이 말했다.

 

 세라는 오빠를 살짝 쳐다보더니 아주머니에게 말했다.

 

 "아주머니, 오빠꺼 따로 줘요."

 

 한 눈에 봐도 시무룩한 세라의 몸짓과 목소리. 마치 무슨 일인 지 물어봐달라고 느꼈는지, 문세진이 물었다.

 

 "뭔 일이야?"

 

 세라는 혼자 고민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 다는 걸 1시간 전부터 느꼈기에 문세진에게 부리나케 핸드폰을 들이 내밀었다.

 

 "오빠, 이거 좀 봐."

 

 김윤주가 보내준 동영상이었다.

 

 "엄마가 식탁위에서는 핸드폰 보지 말랬지."

 

 집에서도 붉은색의 우아한 잠옷을 입고 있던 어머니 김혜민. 겉모습에서 느껴지듯 집에서도 예의를 중시하는 혜민이 딱 잘라 말하며 자리에 앉았다.

 

 "엄마도 봐봐."

 

 "별 일 아닌거면 나중에 보자."

 

 "엄마. 별일이야."

 

 김혜민은 세라가 아무런 언질도 없이 한국에 무턱대고 들어왔을 때는 철이 없어도 너무 없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편입 수속을 혼자 다 밟고 만반의 준비 끝에 왔다는 걸 알았을 때에는 딸이 꽤나 성숙했다고 생각했다.

 

 그런 딸이, 자신이 원칙주의자라는 걸 아는 딸이, 별일이라고 한다면 무슨 일이었을까.

 

 문세진이 동영상 시작 버튼을 누르자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렸다. 문세진은 자신의 의자를 어머니에게 가까이 당기고는 핸드폰 화면을 내밀었다. 김혜민은 새촘한 표정으로 동영상을 함께 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손이 잡히는 장면.

 

 "이게 뭐니. 이 남자 누구니?"

 

 김혜민은 무례한 남자가 설마 세라의 남자친구일까 걱정했다.

 

 잠시 후 잘 들리지는 않지만 세라가 몇마디 하는 장면이 나온다.

 

 "싸웠니?"

 

 "하여간 문세라 성질 더러운 건 ..."

 

 이내 김혜민은 말을 잃었다.

 

 "뭐야 이 새끼?!"

 

 세진은 자신의 눈을 믿을 수가 없는 지 동영상을 다시 돌려보았다. 돌려보아도 마찬가지. 영상의 마지막엔 넘어진 세라가 있었다.

 

 "야, 얘 뭐하는 새끼야?"

 

 평소라면 김혜민이 세진에게 말투를 운운하며 훈계했겠지만, 딸이 맞아 쓰러진 걸 본 어머니는 그 아들보다 더 흥분했다.

 

 "쳐죽일거야... 감히 내 딸을 ..."

 

 세라는 갑자기 받은 이 과분한 반응에 어쩔줄 몰랐다.

 

 늘 원수같이 지냈던 한살터울 오빠도, 예의만 따지느라 때로는 불편했던 엄마도, 이 정도로 자신을 생각할 줄은 몰랐다. 특히 어느 상황에서나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던 엄마의 입에서 '쳐' 죽일거라니.

 

 세라는 일단 두 사람을 진정시켰다.

 

 "일단 경고도 주고 고소 한다고 했어."

 

 "고소만 할거라고?"

 

 김혜민의 말에 세라는 지난 금요일에 김윤주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문세라, 고소만 할거지?'

 

 이럴 때 보면 엄마 딸이 맞긴 한가보다라는 생각에 세라는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야, 넌 이게 웃기냐? 너 임마, 너 맞았다고. 집에서도 맞은 적 없는데. 이 새끼 누구야."

 

 세라는 문세진에게서 핸드폰을 냅다 뺏고는 훼이스북 대나무숲 사진을 보여주었다.

 

 "고소한다니까 이렇게 싹싹 빌더라고."

 

 "그래도 해야지. 남의 귀한 자식을 때리다니."

 

 김혜민은 단호했다.

 

 "나도 몰랐는 데 이게 우리 학교에서 유명한 계정인가봐."

 

 "그러네, 대나무숲에 올렸네. 누가 올린거야?"

 

 세라가 어깨를 으쓱했다. 김혜민은 두 사람의 말에 경청하며 물었다.

 

 "계정이 뭐니? 대나무숲은 또 뭐고?"

 

 "한마디로 얘네 학교에 이거 소문 다 났단 거야."

 

 평생을 언론과 함께 씨름해왔던 김혜민은 '소문' 이라는 한 단어에 세라의 별일이 뭔지 파악했다. 하지만 김혜민의 걱정과는 다르게 세라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저 남자가 학교 선배래. 나보고 번호 달라고 한 걸 무시했더니 저런거지."

 

 문세진은 세라의 말이 끝나자마자 입에 담고 있던 밥을 뿜어냈다.

 

 "네 번호를 따는 남자도 있냐?"

 

 세라가 세진을 째려보았다. 이럴 때 보면 철천지 원수가 틀림이 없다.

 

 "어쨌든, 한국에서는 좀 조용히 학교 다니려고 했는데 벌써 일이 생겼어."

 

 문세진은 어느새 대나무숲 댓글을 보고 있었다.

 

 "걷잡을 수 없긴 하네. 엄마, 올라온 건 이 사진 하나라서 사람들이 추측하고 난리났어. 헤어진 여친 잡으려는 남친이라는 소리도 있는데?"

 

 "남친? 얘, 세라야. 얘가 너 남자친구니?"

 

 세라가 기겁을 했다.

 

 "절대 아니지!"

 

 김혜민이 밥 한숟가락을 먼저 뜨며 말했다.

 

 "일단 밥 먹자. 식겠어."

 

 식사하는 동안 세 사람은 각각 세라의 일을 어떻게 헤쳐나가면 좋을 지 생각했다.

 

 김혜민은 밥먹자고 본인이 말한 지 1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숟가락을 놓으며 말했다.

 

 "정확한 사실을 아는 사람은 너랑 윤주랑 그때 거기 있던 사람들이라는 거지? 사실대로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 하면 되지 않아?"

 

 확실히 윤주의 동영상은 사진보다는 강한 자극이긴 하지만 그걸 어떻게 완벽하게 쓸 수 있을까.

 

 '진실이 무엇이었든 간에 처음의 자극보다 강하기는 힘들겠지.'

 

 윤주의 동영상을 효과있게 써야할 거라고 생각한 건 문세진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세진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영상에서 형식이 얼마나 잘못했던지 간에, 세라가 화 내는 영상도 함께 담겨있으면 일부에서는 '맞을 만 하네' 라는 식으로 언론플레이가 가능하다. 거기다 영상에서는 소리가 잘 안 들리기 때문에 얼마든지 그걸 가지고 새로운 소설을 쓰는 게 가능하고.

 

 만약 동영상을 잘못 올리면 세라의 신상만 밝혀지고 얻는 건 없을 수도 있었다.

 

 거기다 학과에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세라에게는 불리할 수 밖에 없는 상황. 이 남자가 이상하게 소문을 새로 퍼트렸다면 걷잡을 수 없을 것이다.

 

 문세진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세라를 질책했다.

 

 "넌 학과 친구 안 사귀고 뭐했냐."

 

 "오빠. 나 저 날 학교 처음 갔어."

 

 "아, 그랬지."

 

 세라의 단호한 말에 민망한지 문세진은 젓가락으로 애꿎은 김치만 찢었다.

 

 김혜민은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 지 코로 들어가는 지 모를만큼 이 문제에 골똘히 생각했다. 영화배우로써 숱한 소문에도 견딜 수 있는 건 자신의 진실함을 믿어주는 동료배우와 감독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결혼 하기 전 퍼졌던 섹스스캔들이 생각이 났다. 자신과 얼굴이 비슷한 여성의 영상은 일파천리로 퍼졌고 연예계 신문 1면을 장식했었다. 그 오해를 푼 건 다음 작품을 하며 한 인터뷰와 결혼에서 겨우 수습을 했지만, 그것도 2년이란 시간이 걸렸었다. 지금까지도 그 수습은 알 지 못하고 스캔들만 기억하는 대중이 있고.

 

 "심각하네"

 

 김혜민의 말에 모두가 침묵의 긍정으로 답했다.

 

 겨우 사진 한장.

 

 이 한장이 사회에, 한국에, 전 세계에 영향을 줄 리는 없다. 세라의 일상생활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 그녀에게 있어 학교는 그저 지나쳐가야하는 과정일뿐, 그녀에게는 이미 보장된 미래와 걸어야할 길이 있다. 하지만 가족들은 누구보다도 세라를 잘 알고 있었다.

 

 완벽주의자.

 

 뭐든 똑부러지게 해야하고 모두의 인정을 받아야하며 기준에 차지 않는 것에는 가차 없는 세라.

 

 게다가 문세진은 세라가 잘못 한 것을 뒤집어 써 본 게 한 두번이 아닌지라 김혜민이 모르는 악랄한 세라도 많이 보아왔다.

 

 가만히 두면 시한폭탄이 될 것이다.

 

 세라는 냉철하지만 정말 화가 나면 자신의 안위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자신을 다쳐가며 남의 목을 무는 사람이었다. 문세라는.

 

 세라는 핸드폰을 꺼내 친구를 수색하는 척 했다.

 

 "명문 대학교 다니는 애 없나?"

 

 없었다.

 

 미국에서 생활하는 동안 친구라고는 고등학교때 친구들 밖에 없었다. 그마저도 태권도 선수로 활약하는 윤주와 가업을 잇겠다며 경영수업을 듣는 친구들 정도뿐.

 

 명문대학교에 재학중이거나 인연이 깊은 친구들은 하나도 없었다. 그걸 알고 그곳으로 편입을 한 거니까 누구보다 세라가 잘 알았다.

 

 하지만 이 말은 방아쇠가 되어 문세진을 움직이게 했다.

 

 "잠시만. 누가 다닌다고 했던 거 같은데."

 

 세라의 말에 문세진은 친구 목록을 뒤지고 김혜민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녀가 지금 필요한 건 인맥이었다. 이상한 소문 따위 상관 없었다.

 

 '얼마든지 뒤집을 수 있어. 정보통만 있다면.'

 

 사태가 어떻게 흘러가는 지 파악할 수 있는 정보통, 자신의 학과생활을 편하게 해 줄 수 있는 인맥.

 

 세라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며 눈치채지 못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녀가 살아오는 방식. 그녀에게 있어서 인생은 마치 게임과 같았다.

 

 가지고 있는 말들을 이용해 전세를 역전시키고 원하는 방향으로 이끈다.

 

 말들은 서로 싸우며, 살아남기도 죽기도 한다.

 

 그 게임판 위에 있으면 그건 마치 큰일이어서 세상이 끝난 것과 같은 절망감과 희열이 오고간다.

 

 하지만 그 말에게 그런 행동을 할 수 있게 권한을 주는, 말들은 결코 알 수 없는 플레이어가 있다.

 

 '결국 이 모든걸 좌지우지 하는 건 나여야지.'

 

 새로운 말이 준비되는 동안 세라는 아주머니가 차려준 점심을 느긋하게 먹었다.

 

 "야, 내 친구 사촌 남자친구가 명문대 심리학과래."

 

 "엄마가 아는 사람이 이번에 명문대 총장이라네."

 

 세진은 오랜만에 세라의 악랄함을 감추려고 노력하는 미소를 보자 소름이 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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