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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화
작가 : SUN
작품등록일 : 2016.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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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소년과 선택(2)
작성일 : 16-08-23     조회 : 260     추천 : 0     분량 : 6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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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사귄 친구를 쉰 내나고 누리끼리한 제 방에 들여보내고 싶지는 않았다. 게다가 만난 지 하루도 안 된 놈이었기에, 그만한 신뢰를 쌓지 못한 것도 나름 신경 쓰이기도 했다. 그러나 방주인이 신경을 쓰든 말든, 방 밖 클라이드의 행동만 살피는 팀의 행동에 턱, 하고 맥이 빠졌다.

 

 “잠깐은 좀 쉬는 게 어때?”

 

  유진의 제안에도 팀은 고개를 저었다. 왜 그렇게 열심히 하냐며 유진이 묻자 팀은 답하기를 망설여했다. 잠깐의 정적이 그를 정확히 말하고 있었다.

 

 “…놈들의 정체를 몰라서 생각보다 위험한 놈들이라고 추정하고 있어.”

 

  그들은 로빈의 한계가 드러날 만큼 대단히 계획적으로 자신들을 숨겼다. 몇 년 전부터 고아원에 있는 아이들이 실종되기 시작했고 그 수가 파악된 것 만해도 대륙과 이 섬을 통틀어 수백에 달했다. 더 이상 두고 볼 일이 아님에도 정부에서는 아무런 대책이 없었고 결국 로빈이 독자적으로 정보를 수집해 그들을 보호하고 있었다.

 

 “그런 걸 나한테 말해줘도 되는 거야?”

 “그런 건 아니지만, -적어도 위험에 대비하란 뜻이야.”

 

  팀은 계속해서 클라이드를 주시하다가 그가 외출하는 것을 발견하곤 다시 유진을 불렀다. 꽤 중요한 이야기를 들었으니, 발을 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유진은 난감한 기색을 보이며 팀을 따라 밖으로 나갔다. 사실, 난 아직도 그가 로빈인지 아니면 망상가인지 의심스럽다.

 

 

 

  유진과 팀은 클라이드를 뒤쫓아 낡은 공원으로 향했다. 파릇파릇한 나무가 즐비어진 거리를 지나 한적한 공원 안에 들어간 클라이드를 따라 들어갔다. 팀은 옛날 탐정마냥 벤치에 앉아 신문을 펼치고는 중간에 구멍을 내어 그의 행동을 살폈다. 팀의 행동을 멍하니 지켜보던 유진은 풉, 그를 비웃으며 자리에 따라 앉았다.

  바로 들켜버릴 거라고 생각하며 옆에서 폰을 만지던 유진은 갑작스럽게 도망가는 팀에 또 뭐냐며 난감해하다가 고개를 돌렸다. 제 얼굴 위에 그늘이 졌고 꽤나 낯익은 얼굴이 자신을 가로막았다.

 

 “……클라이드?”

 “아까 도망간 사람 누구야?”

 

  순식간에 난처해진 유진은 어색하게 그에게 인사했지만 클라이드는 그것보단 도망간 놈의 정체를 궁금해 하는 것 같았다. 연신 웃기만 하며 그는 속으로 온갖 투정을 부렸다. 저를 두고 도망간 팀을 저주라도 하고 싶었다. 아는 사이란 거 다 알고 있으니 순순히 말하라는 표정의 그를 보며 유진은 이마를 짚었다. 이거 진짜 난감하다고. 유진이 입을 꾹 다물고 있자 클라이드는 벤치에 앉아, 들고 있던 축구공을 유진의 무릎에 올려두었다.

 

 “좋아, 그럼 나랑 축구 연습하자.”

 “뭐?”

 

  이건 또 뭔 신선한 개소리야. 유진은 축구부에 소속된 클라이드와 자신이 축구연습이 가능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체육도 못하는데다가 공을 무서워하는 자신에게 축구나 야구 같은 건 맞지 않았다. 유진이 안 된다고 도리질 쳤지만 클라이드는 꽤나 진심인 듯했다.

 

 “네 친구라는 거 알고 있어. 이거 안 해주면 너희 스토커라고…….”

 “-알았어! 할게, 축구.”

 

  하, 망했다. 유진은 울상이 되어 제 무릎위에 있는 공을 들고 긴장한 채로 운동장으로 향했다. 친구를 제대로 잘 못 사귀었다고 생각하며 축구공을 차 그에게 보냈다. 그러나 자신이 찬 축구공은 유진의 생각과는 다른, 엉뚱한 곳으로 보내졌고 클라이드는 그를 보며 웃었다.

 

 “뭐야, 너 축구 한 번도 안 해봤어?”

 

  학교에서 한 번도 축구한 적을 본 적이 없어서 이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클라이드는 크게 웃었다. 아아,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어. 유진은 고개를 푹 숙인 채 한숨을 푹 쉬었다. 도대체 친하지도 않는 애한테 왜 축구연습을 도와달라는 거야. 투덜거리던 유진에게 클라이드가 공을 뻥, 찼다. 그러나 공은 그의 예상과는 달리 그대로 휘어 유진을 피해갔다. 민망하게 몸을 움츠리고 눈을 질끈 감은 유진이 어안이 벙벙한 그를 바라보자 클라이드는 헛웃음을 터뜨렸다.

 

 “미안, 나도 축구 잘 못하거든.”

 “…뭐?”

 “축구부에 있기는 해도 항상 벤치에만 있었고, 한 번도 대회에 나가본 적은 없어. 뭐 이정도면 응원단에 가깝다고 봐야지.”

 

  씁쓸하게 웃으며 말하는 클라이드의 모습에서 왜인지 제 모습이 비춰보였다. 위축되고 자신 없는 초라한 모습. 유진은 공을 주워 몇 번 공을 만져보고는 클라이드에게 바라보았다. 낡고 헤진 공에 적힌 클라이드란 이름이 씁쓸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항상 외출했었던 거야?”

 “응, 맞아.”

 

  유진이 공을 차, 그에게 보내면 클라이드는 가끔씩 공을 제대로 차기도 했다. 그렇게 몇 분을 차다보니, 서로 헥헥 거리며 식수대 앞으로 쏜살같이 달려갔다. 클라이드가 먼저 한 모금 마시고는 자리를 비켰다.

 

 “목마르지?”

 

  유진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물을 크게 한 모금 마시자 클라이드가 유진의 배를 팔등으로 치며 장난을 쳤다. 입 밖으로 물이 나와 그의 팔에 튀었고 유진은 켈록 거리며 클라이드를 보며 인상을 썼다. 무슨 짓이냐고 말할 새도 없이 미안하다며 웃는 클라이드를 보자 유진은 표정을 굳혔다.

 

 “혹시, 내가 이상능력자라는 소문은 알고 있어?”

 “물론이지.”

 “…진짜라고 생각해?”

 

  진짜라고 생각한다면, 보통은 이런 장난은 위험하다고 생각하잖아.

  유진의 갑작스러운 질문으로 인해 잠시간 침묵이 일었다. 클라이드는 말없이 그의 눈을 바라보다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네가 이상능력자인 건 상관없어. 넌 사람을 헤칠 사람으로는 안 보이거든.”

 

  나를 위해 도와주고 있기도 하잖아? 클라이드의 대답에 유진은 그를 따라 미소를 지었다. 말은 그렇게 해도 혹시 이상능력자면 어쩌지, 하는 생각에 그는 제법 겁을 먹은 듯했다. 유진은 자신이 능력자인지 아닌지 말해주지 않은 채 다시 축구연습에 돌입했다.

  애매한 분위기는 유진의 첫 헛발질로 다시금 풀어지기 시작했다. 결국은 둘 다 헛발질이 더 많았지만 웃으면서 연습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본의 아니게 운동장을 쏘다닌 둘은 해가 지고 나서 집으로 발을 돌렸다. 서로 지쳐 헥헥 거리며 휘청거리는 다리를 겨우 움직였다.

 

 “오늘 축구 연습 도와줘서 고마워. -그리고 내가 도울 수 있는 게 없어서 미안해.”

 

  유진은 그의 말에 숨은 의미를 알고 있었다. 그는 힘없는 방관자라고 말하고 있었다. 유진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뿐 별 말은 하지 않았다. 오늘 클라이드와 있었던 건 정말 재미있었다고 생각했다. 또 팀과 함께 있었던 것도 좋았다고 생각했다. 아마 오늘이 지나면 클라이드와 다시 이런 시간을 가지는 일도 없을 것이다. 애초에 사는 세계가 달랐으니까, 진실을 말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유진은 피곤한 몸을 이끌었다.

  오늘은 푹 잘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잠에서 깬 유진은 알람시계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새벽 5시, 학교에 가기 위해 준비하기엔 너무 이른 시간이었다. 유진은 좀 더 버티고 잤어야했다며 겉옷을 걸치고 밖으로 나갔다. 바깥은 이른 아침이어서 꽤나 쌀쌀했다. 사람이 잘 돌아다니지 않는 시각, 유진은 멍하니 걸어 저번에 갔던 다리에 도착했다.

  아직 해가 뜨기 전인 그곳은 어두웠지만 푸르른 강과 고요하지만 강한 바람소리가 유진을 반기는 것만 같았다. 동이 트는 것만 보고 갈까? 유진은 왜인지 이 풍경이 그리워질 거라고 생각하며 선선한 바람에 눈을 감았다.

 

 “여기 또 있네?”

 

  유진은 익숙한 목소리에 재빠르게 고개를 돌렸다. 처음 만날 때처럼 해맑게 웃고 있는 앤드류를 보자마자 유진은 어쩔 줄 몰라 하다가 고개를 푹 숙여 사과했다.

 

 “저번 일은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감정적이었어요.”

 “…많이 힘들었지?”

 

  저번과 똑같이 제 옆에서 풍경을 바라보던 앤드류는 유진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힘들었지? -라고 단정 지으며 묻는 그에게 유진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울컥, 눈물이 두 볼을 따라 흘렀다. 네, 많이 힘들었어요. 목이 메여 유진의 말은 제대로 끝맺음을 짓지 못했다. 히끅거리며 울음을 참는 유진에게 앤드류는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었다.

 

 “괜찮아, 울어도 돼.”

 

  괜찮다는 그의 말이 기폭제가 되어 한 없이 울었다. 다리에 사람이 없던 시간이기에 망정이었지. 세상이 떠나가라 울부짖는 소리가 100M까지 들렸을 것이다.

  다 울고 난 후엔 눈이 엄청 붉어져 앤드류가 크게 웃었다. 비웃는 모습이 아니라 정말 즐거워서 웃는 것처럼 보였다. 사람이 우는 게 그리도 즐거운가, 하며 투덜거렸지만 한 편으로는 그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었다.

  갑작스러운 투정을 받아준 고마운 사람이었다.

 

 “그 땐 왜 갑자기 화를 낸 거야?”

 

  다 쏟아내고 미안하다고까지 하고나니 그의 물음에 답을 안 할 수는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그저 그에게 제 분풀이를 한 거나 다름없었고 이걸 그에게 말한다면 분명 싫어할 것이라 생각했다.

  자신의 투정을 처음으로 받아준 사람에게 미움 받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하지만 그에게 거짓을 말할 자신도 없었다.

 

 “…이해가 안 돼서 그랬어요.”

 

  앤드류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저 강만 멍하니 바라보다가 씁쓸하게 웃어보였다. 유진에겐 그렇게 보였다. 많이 실망한 걸까. 그가 말이 없자 유진은 마른 침을 삼키며 그의 눈치를 살폈다.

 

 “난, 아버지가 안 계셔. 어머니도 몇 년 전에 사라지셨지.”

 

  그가 겪어온 발자취는 자신과 비슷했다. 남들과 다르기 때문에 차별을 받았고 남들에겐 있는 것이 없었기 때문에 스스로 버텨내야만 했다.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의 망설임도 없었고 동요도 없었다. 말을 마친 앤드류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런데 내가 힘들었다고 해서 이 풍경을 놓치고 싶진 않더라고.”

 “…….”

 

  유진은 묵묵히 풍경을 바라보았다. 아름답지는 않지만 그리운 풍경일거라고 생각했다. 동이 트기 시작하는 것을 보다가 그에게 고맙다고 감사를 표했다. 꽤나 소중한 걸 깨달은 기분이었다. 앤드류의 힘내라는 말은 다른 이들의 말과는 달랐다.

  갑작스럽게 울리는 전화에 앤드류는 이를 받자마자 얼른 가봐야겠다며 유진에게 인사했다. 유진도 인사를 하며 그와 반대로 걸어갔다. 그 순간 등 뒤에서 강하게 부는 바람에 무언가 싶어 돌아본 곳에는 회색머리의 짙은 피부와 사람의 몸집만한 날개를 한 여인이 앤드류의 손을 잡아 도시로 날아가고 있었다.

 

 “…앤드류?”

 

  유진은 제법 행복해 보이는 그의 표정을 보다가 봐선 안 될 걸 본건가, 싶어 고개를 돌렸다. 빨리 가서 준비하지 않으면 필히 학교에 늦을 거라고 생각하자 절로 걸음이 빨라졌다. -조금, 질투가 났다.

 

 

 

  방에 도착해 문을 열자마자 다른 건물에서 클라이드가 나왔다. 서로 고갯짓으로 인사를 하고선 유진은 헐레벌떡 들어가 서둘러 옷을 갈아입었다. 항상 제 시각에 나오는 클라이드와 눈이 마주쳤다는 것은 지각할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뜻이었다. 그건 절대 안 돼. 유진은 단추를 채 잠그지도 않고 서둘러 방을 나섰다.

  2분 늦은 시각, 혼날 줄 알았던 유진은 눈을 질끈 감고 교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선생님은 유진을 한 번 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유진은 멋쩍게 자리에 앉았고 팀이 그에게 인사했다. 어제 날 두고 도망친 놈. 유진은 팀을 가자미눈으로 쳐다보았지만 팀은 뻔뻔하게 웃는 상을 하며 유진에게 어제 꽤 재미있었겠다며 그에게 웃어보였다.

 

 “친해지니까, 어때?”

 “…친해진 거 아니야.”

 

  팀은 복잡해 보이는 유진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분명 둘이서 열심히 공놀이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아니었나? 원래 그러면서 친해지는 것 아니냐며 그에게 물어도 유진은 입을 꾹 다문 채 고개를 저었다. 아니라면 아닌 줄 알아.

  팀이 유진의 말의 의미를 알기까지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들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유진을 못 잡아먹어 안달이었고 클라이드는 그들 무리에 껴 그를 방관하고 있었다. 팀이 참다못해 그들에게 화를 내려는 것을 유진이 막아섰다. 그 치고 꽤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면 퍽이나 어른스러워 보이겠다며 팀이 유진을 한심하게 쳐다보았다.

  맥 빠진다며 자리를 피하는 놈들이나, 어깨를 으쓱이며 더러워진 교복이나 입고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행동하는 놈이나. 다 거기서 거기라며 팀은 혀를 찼다.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는 몰라도 저건 좀 아닌 것 같아.”

 

  팀의 말에 유진은 그저 어색하게 웃기만 할 뿐이었다.

 

 

 

  오늘도 팀은 유진을 부르며 하굣길에 나섰다. 얼른 따라오라는 팀의 협박 같은 권유에 유진이 그에게 걸음을 옮기려다 거대한 몸에 막혀 당황한 기색으로 그들을 쳐다보았다.

 

 “…채프먼?”

 “뭐야, 괴물이잖아?”

 

  그가 비웃는다.

  그의 친구들도 따라 유진을 보며 웃었다. 그들을 지나쳐 가려는 유진을 채프먼과 그의 친구들이 가로막아 그의 가슴께를 밀며 유진에게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그제도 욕을 실컷 하더니 오늘도 짜증나는 일이 있었나보다. 유진이 그만하자며 한숨을 쉬자 채프먼이 그의 멱살을 잡아 올렸다.

 

 “클라이드 쫓아다니지 마라. 스토커 자식아.”

 

  채프먼은 가만히 입을 꾹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유진을 보며 인상을 썼다.

  뭐야, 진짜냐? 어처구니없게 웃고는 유진의 멱살을 더 세게 잡아 한 번만 더 쫓아다니면 신고할 거라는 말을 남기고 손을 풀었다. 그의 친구들이 채프먼에게 뭐로 신고하냐는 물음에 채프먼은 입을 다물고 유진을 노려보고선 건물을 나섰다.

  그는 신고한다고 했으면서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나를 괴물 취급하고 있었다.

 

 

  팀은 먼저 간 건가. 유진은 깊게 한숨을 쉬며 옷을 정리하며 느릿한 걸음으로 건물을 나왔다.

  그리고 팀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요?”

 

  지금 여기, 공원인데. 클라이드가 잡혔어. 거센 숨소리와 작은 목소리, 그리고 그의 목소리 뒤로 얼른 나오라며 고래고래 소리치는 음성이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장난은 아니었다. 유진은 그의 말을 듣자마자 공원으로 냅다 달렸다. 유진은 앞에서 가고 있던 채프먼을 가로질러 공원으로 뛰어갔다. 그의 뒤로 채프먼의 욕설이 들려온 것도 같았다.

 

 

 

  헉헉거리며 공원에 도착한 유진은 한 남자의 밑에 쓰러져있는 팀을 발견했다. 팀은 심한 치명상을 입어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었다. 자칭 로빈의 사람이라던 그를 이정도로 심하게 대할 줄은 생각조차 못했다. 유진은 마른 침을 삼키며 한 남자를 바라보았다.

  왼쪽 이마에서부터 오른쪽 눈까지 깊게 베인 상처가 나있는 남자는 딱 보기에도 짙은 눈썹이 위로 올라가 매서운 인상이었다. 싸워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인정이라곤 보이지 않는 우람한 체형의 남자. 유진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라는 자체가 공포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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