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가치는 그 사람이 곁에 있을 때보다 없을 때 절실해지는 법이다. 특히 그 사람이 다시는 보지 못하는 곳으로 가버렸을 때, 그 무게감을 크게 실감하곤 한다.
영원한 상실 이후에 후회하는 것이 인간의 어리석음이다. 인간이 매번 자신의 소중한 것을 잃고난 후에야 후회를 거듭하는 것은 자신이 현재 가진 시간을 영원한 것으로 착각하기 때문일 터.
그 어리석은 인간의 반열에 부끄럽지만 나도 있었다. 젊은 나는 내 나이에 비해 상당히 빠른 출세를 한 편이라 자만심이 가득한 상태였다. 남들이 이제 견습 딱지를 때는 나이에 벌써 황궁의 하급 서기관으로 들어갔으니, 나의 자만감이 어떤 상태였을지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때의 나는 세상이 마치 나를 위해 돌아가는 것처럼 착각하고 있었다. 계획한 대로 뜻 먹은 대로 모든 게 이뤄지니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빠른 성공에 취한 상태였다. 어쩌면 내가 어리석은 인간 중에 한명에 불과하다는 것을 영영 모르고 지나갔을 수도 있었다.
-너의 오랜 친구 오펠리아가 죽었다.
고향에 계신 아버지께서 보낸 단 한 줄의 편지가 퇴근 후 한잔을 하고 숙소로 돌아온 나에게 도달하지 않았더라면 말이다. 그리고 그 편지가 나의 인생을 통째로 바꿔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