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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펠리아를 위한 연가(戀歌)
작가 : 리체르카레
작품등록일 : 2017.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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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새로운 오솔길-4
작성일 : 17-12-16     조회 : 309     추천 : 0     분량 : 39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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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칭에 대한 사적인 이야기는 거기서 끊어졌다. 이후 나온 것은 공화주의자에 대한 자세한 동향에 관한 것들이었다. 나중에 신문으로 접해 알게 된 것보다 현재 상황은 더욱 심각한 상태였다.

 

 “신문을 자세히 읽다가 유심히 봐둔 것이 조금 있습니다.”

 

 나는 조금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어차피 미래에 그 일이 일어나게 된다면 미리 슬쩍 정보를 흘려도 그렇게 많은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사건 자체는 그렇게 큰 일이 아니었기도 하고.

 

 “그게 뭐지?”

 

 전하께서 바로 관심을 보이셨다. 나는 신문에서 읽었던 기억을 대충 되살려 그것들 중에서 가장 최초에 시작되었던 부분만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해밀턴 지방지에 짧게 언급된 기사였었는데 잠시 기억이 나서 말입니다.”

 

 “말해주게. 짧아도 상관없어.”

 

 그 당시 해밀턴에서 인턴 기자가 기사를 낸 것이 잠시 기억에 떠오른 나는 이 기자의 기사에 살짝 진실을 더 보태기로 마음먹었다. 뭐 이 정도는 상관이 없겠지?

 

 “린턴 소재의 대학 내에서 공화주의에 호의를 가진 학생들이 단체로 움직임을 보일 것 같다는 이야기 정도입니다. 뭐 아시다시피 대학이란 혈기왕성한 학생들의 집합이니까요.”

 

 “그렇군.”

 

 전하께서 무언가 생각을 하시는 듯 침묵하셨다. 린턴에 있는 유명한 대학은 세 곳이다. 황실에서 최초로 세워 이백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황립 린턴 대학교와 에스틴 제국의 유서 있는 귀족 가문 중 하나인 코렐 공작가에서 80년쯤 전에 자본을 투자하여 만든 코렐 대학교, 그리고 최근 사업으로 굉장한 부를 축적한 중상계급 출신의 캠브런이란 사업가가 최근 설립한 캠브런 대학교.

 

 세 개의 대학은 설립자가 다른 만큼 다양한 개성으로 이 나라의 인재를 배출하는 요람으로 자리 잡은 상태다. 고등학문의 발전은 문명의 발전이기도 하기에 황실에서는 이 세 대학에서 균등하게 인재가 나오기를 바라고 있다.

 

 “시위의 중심은 캠브런 대학교인가?”

 

 “다들 그렇게 생각을 하시던데 그건 아닙니다. 제가 알기로는 코렐 대학교에서 요즘 조짐이 이상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코렐 대학교? 아니 귀족 자제들이 많은 곳이 아니던가? 그런 곳에서 공화주의가 판을 치다니, 이해가 안 되는군. 중상계급 학생의 비율이 높은 캠브런 대학교라면 몰라도.”

 

 전하께서 가지시는 생각은 지극히 보편적인 생각이기도 했다. 나는 천천히 내가 아는 것과 나의 견해를 풀어 설명하기로 마음먹었다.

 

 “원래 하부에서 상부로 올라갈 수 있는 사다리가 튼튼한 나라일 경우, 하부 계급의 사람들은 상부 계급의 사람들을 더욱 닮고자 노력하는 것으로 압니다. 그들은 상부로 편입되고 싶으니 말입니다.”

 

 “그렇긴 하지.”

 

 “그렇기에 귀족 내부에서 공화주의가 퍼지는 것입니다. 귀족 계급에서는 올라갈 곳이 더 적으니까요. 중상계급에서 하급귀족의 작위를 받는 일은 어렵지 않습니다. 에스틴 제국에 공헌한 사람이라면 기사 작위 정도는 아주 쉽게 받을 수 있으니까요. 기사작위에서 남작으로 올라가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그래. 자네의 말이 맞아.”

 

 전하께서 내 말을 들으시며 고개를 끄덕이신다. 이런 전하의 태도에 나는 조금 열정적인 마음이 되어 내 견해를 본격적으로 펼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귀족 계급에 편입된 이후에 더 높은 곳으로 상승하기는 상당히 어려운 법입니다. 사다리가 높으면 높을수록 자리도 좁은데다가 위태로우니까요. 게다가 다른 귀족들의 견제도 시작됩니다.”

 

 “그렇군.”

 

 “이러한 실상을 잘 아는 귀족의 자제들이 현실에 회의감을 많이 가지는 걸로 압니다. 이런 회의감에 다른 체제에 눈을 돌리게 되고 그 체제의 장점만 열렬히 찬양하게 되는 겁니다. 인간이란 원래 그런 시야가 좁은 존재니까요.”

 

 대강의 견해를 설명한 나는 이후 일어날 일들 중에서 가장 사실적인 것만 골라서 황태자 전하께 말씀드렸다. 물론 주동자로 신문에 실릴 사람들에 관해서는 조금 빼고 나름 가정을 조금 섞어서 말이다. 내가 말해주는 것이 너무 사실이 되면 도리어 내가 의심을 받을 수도 있다. 지금의 나는 공화주의자 쪽에 끄나풀을 넣을 수 있는 실력과 인맥이 없는 열일곱이지 않는가.

 

 “그럴듯하군.”

 

 황태자전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고 고개를 끄덕이셨다. 사실과 가정을 섞었던 내 이야기가 마음에 드셨던 모양이다. 내 얼굴이 약간의 쑥스러움과 부끄러움으로 달아올랐다.

 

 “보잘 것 없는 재주를 칭찬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작은 단서를 토대로 더 많은 것을 추리해내는 것은 나의 특기이기도 했다. 그것을 위해 이제껏 묵묵히 다양한 계통의 지식을 배우고 교양을 쌓은 것이다. 전하께서 나를 보시며 고개를 저으셨다.

 

 “아니야. 정말 놀랐어. 보기보다 꽤 분석력도 있고. 도저히 열일곱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식견이야. 스무 살이라면 몰라도.”

 

 그 말씀을 듣는 순간 솔직히 뜨끔했다. 비록 몸이 열일곱으로 돌아갔다 해도 나의 정신은 이미 스무 살이었으니 말이다. 나는 조금 더 말을 붙이려다가 그만 멈추었다. 우리가 있는 응접실 문에 노크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똑똑똑!

 

 “네. 들어오세요.”

 

 내가 크게 말하자 바로 문이 열렸다. 옆방에서 계약이야기를 나누시던 백작님과 닥터 코닝, 그리고 부동산 중계업자가 함께 우리가 있던 응접실 안으로 들어섰다. 계약은 상당히 잘 끝난 모양인지 세 사람의 표정은 전부 좋은 편이었다. 우리는 전부 중계업자에게 인사를 한 뒤에 건물을 나섰다.

 

 

 *

 

 

 “아버지. 계약은 잘 되었나요?”

 

 밖으로 나가자 오펠리아가 바로 자신의 아버지 곁으로 바로 다가갔다. 그러자 백작님이 환하게 미소를 지으셨다. 그분의 시선이 잠시 내게 머물렀다가 다시 사랑하는 딸에게로 돌아갔다.

 

 “테오가 꽤 좋은 업자와 연결시켜줘서 일이 정말 잘 마무리 되었단다.”

 

 “아, 그렇군요.”

 

 “일단 남은 이야기는 나중 호텔에 가서 하자꾸나.”

 

 백작님의 얼굴에 미묘한 표정이 떠올랐다. 아마도 내 옆에 계신 황태자 전하를 의식하셔서일 것이다. 갑작스럽게 만난 황태자 전하와 어느 선까지 동행을 해야 하는가를 생각하고 계신 것이리라. 더 이상 동행을 하자고 권하기도 좀 그렇고 이제 여기서 각자의 길을 가자고 말하기도 좀 그렇다. 황태자 전하가 백작님의 얼굴표정을 슬쩍 살피시더니 먼저 입을 여셨다.

 

 “오늘은 여기서 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초면인데다가 다들 피곤하신 것 같으니.”

 

 “아, 네. 그러시겠습니까?”

 

 “이후에 다른 자리에서 격식 있는 만남을 다시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때 정식으로 인사를 드리지요.”

 

 “아닙니다. 인사는 제가 드려야 하는 것을요.”

 

 해밀턴 백작님이 주변의 시선을 슬쩍 살피고선 ‘전하’라는 호칭을 생략한 채로 모자를 벗었다. 자신보다 신분이 높은 상대에게 예를 표하면서도 그의 신분을 길에 지나는 사람들에게 노출시키지 않으려는 백작님다운 배려라 하겠다. 전하의 눈에 흐뭇함이 담겼다. 오늘 만난 우리들에게 좋은 감정을 품으신 것 같다.

 

 “테오.”

 

 그분의 시선이 바로 나를 향했다. 나는 약간 긴장하며 대답했다. 아까처럼 무의식적으로 그분의 신분을 노출시키는 일이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된다.

 

 “네.”

 

 “이후 이 옷을 돌려주고 싶은데……. 어느 호텔에 묵는지 알려줄 수 있겠어?”

 

 그분의 시선이 나를 지나 오펠리아 쪽으로 향한다. 아까 오펠리아가 자신의 이름을 허락했을 때 잠시 느꼈던 시선이 다시 느껴진다고 한다면 내가 너무 예민한 것일까. 나는 일단 마음속의 동요를 숨기며 대답했다.

 

 “저기, 그렇게 비싼 옷이 아니라 안 돌려주셔도…….”

 

 “그럴 수야 있나? 옷을 빌린 사례도 해야지.”

 

 “……린턴 그랜드 호텔에 숙박할 예정입니다. 저희들은 거기로 지금 바로 향할 것이니 언제든 오셔서 저의 이름을 대시면 되실 겁니다.”

 

 나대신 백작님이 친절한 태도로 전하께 우리가 묵을 호텔 이름을 이야기해 주셨다. 그러자 전하의 얼굴에 설렘과 비슷한 감정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래. 그럼 여기서 일단 헤어지도록 해. 또 봐, 친구.”

 

 황태자 전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고 미소로 인사를 하시곤 길을 떠나셨다. 그 어떤 호위도 없이 린턴 거리를 걸으시는 그분의 발걸음은 거침이 없으셨다. 내가 그분의 보좌관이 되기 2년 전에는 저런 식으로 암행을 자주 하셨던 모양이다. 나는 그분이 떠나신 뒤에도 한참동안이나 그분과 나눈 대화를 곱씹고 또 곱씹었다.

 

작가의 말
 

 여주가 소꿉동무와 황태자 사이에서 방황하는 글은 생각보다 많은 편입니다. 그래도 선택의 권리가 있는 여주의 편에서 보는 것과 선택을 받아야 하는 남주의 편에서 보는 것은 상당히 온도 차가 크지요. ㅇㅂㅇ

 

 저는 미래 스포를 안하는 성격이라 조마조마 보시면 되실 거에요. 어느 쪽을 선택해도 여주는 꽃길입니다. 네에 ㅇㅂ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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