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현대물
은혈록
작가 : 실라인
작품등록일 : 2017.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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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레이크(2)
작성일 : 17-12-14     조회 : 35     추천 : 0     분량 : 66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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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놔.”

 자신을 따라 피곤한 몸을 이끌고 인적 없는 곳까지 걸어와야 했던 내 노고 따윈 안중에도 없는 듯 한소윤이 짧고 차갑게 말했다.

 “뭘?”

 살짝 날이 선 내가 짧게 반문하자 한소윤이 내 손을 가리켰다.

 “은장도. 내놔.”

 “은장도? 아!”

 나는 말하는 도중 한소윤의 목적을 깨닫고는 내 손바닥을 서로 맞부딪쳤다.

 어제 한소윤의 가슴팍에 꽂혀있던 작은 검 모양의 장신구.

 그걸 은장도라고 하는 건가?

 어쨌든 내 손바닥에 흡수되던 걸 까맣게 잊고 있었다.

 ‘중대한 사안인데 왜 잊고 있었던 거지?’

 그저 평범한 중금속 같은 이물질이 아니다.

 아니 평범한 중금속이여도 안 되지.

 어쨌든 예상하건데 이건 특수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녀석이다. 몸에 안 좋은 영향을 줄 수도 있고, 그게 아니더라도 찝찝했다.

 마침 원주인도 왔으니 돌려주는 게 좋다고 생각한 나는 은장도가 흡수된 오른손을 바라봤다.

 그리고 한 참을 멍하니 있다 한소윤에게 물었다.

 “이거 어떻게 꺼내?”

 손을 흔들며 말하는 나를 향해 한소윤이 눈썹한쪽을 치켜들었다.

 “아니. 그렇게 봐봤자. 모르는 건 어쩔 수 없잖아?”

 고개를 으쓱 거리는 나를 보며 한소윤이 고민하다 말했다.

 “그 팔. 갑옷을 입혀.”

 “여기서?”

 주위를 두리번거린 나는 한소윤에게 물었다.

 아무리 인적이 드문 구석지라 해도 이곳은 학교다. 인적이 전혀 없을 수도 없다.

 나는 어제 차에서 나눴던 이지인누나와의 대화를 떠올렸다.

 

 

 “그런데 차라리 대대적으로 알리는 게 낫지 않아요?”

 “네?”

 내 질문에 이지인누나가 바보 같은 얼굴로 반문했다.

 “위마들을요. 사람들에게 알리는 편이 추적하기 쉽지 않아요? 은에 약하다니까 오히려 사람이 많은 편이….”

 “아! 죄송해요. 정말 죄송해요. 모르는 게 당연한데 왜 그쪽과 연결시킨 건지. 민망해라.”

 이지인누나는 얼굴을 긁적이다 나를 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그건 안 돼요. 혹시 슈뢰딩거의 고양이라고 아세요?”

 “고양이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상자를 열어야 알 수 있다는 실험이요?”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는 유명한 사고 실험.

 나는 아는 대로 대충 대답했다.

 “맞아요. 정확히는 ‘고양이는 상자를 열어 관측하기 전에는 죽음과 생존의 특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가 맞겠네요. 제가 그쪽 전공이 아니라 잘 모르지만요. 어쨌든 위마 또한 그런 상태라고 해요. 그렇다고 양자역학이랑 관련 있는 건 아니고. 어디까지나 비유. 아시겠죠?”

 주위를 주는 것 같은 행동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한 연구자의 비유에 따르면 대다수의 위마는 존재와 비존재가 겹쳐있는 상태와 같다고 해요. 그런데 사람들이 위마나 그에 관련된 무언가를 인식하게 되면, 그것이 트리거가 되어 인식한 사람 수에 비례해 존재와 비존재가 겹쳐있던 위마들이 존재 상태로 결정지어진다 하죠.”

 “아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위마도 많아진다?”

 “네. 그게 바로 저희가 옛날부터 사람들에게서 위마와 관련된 것들을 의도적으로 은폐하고, 소수정예로 움직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요. 은 하나로 완벽하게 피해를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모든 사람이 은장도를 쓸 수 있다면 모를까 은혈 적성 문제도 있고. 거기다 은장도의 수도 한계가 있거든요.”

 나는 한 철학가의 말이 떠올랐다.

 ‘심연을 오래 들여다보면, 그 심연 또한 우리를 들여다볼 것이다.’

 이럴 때 쓰라고 한 말은 아니었겠지만, 왜인지 어울리는 문장이었다.

 “숨기는 건 어렵지 않아요?”

 정보의 바다에 살고 있다는 현대사회다.

 아무리 차단하고 막으려 해도 새어나가는 틈은 있을 텐데.

 “괜찮아요. 대다수의 위마는 존재가 확정지어지기 전에 ‘성지’에서 처리 하니까요. 혹여 관측하지 못 해 넘어온다 하더라도 정보은폐 하는 건 쉬운 일까진 아니어도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에요. 거기다 기술의 발달로 위마의 존재가 일반인들에게 쉽게 노출 되지만, 오히려 그 현대의 기술력 덕분에 노출된 위마의 사진이나 동영상을 합성 취급 하는 사람들이 대다수거든요.”

 이지인누나는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동영상 사이트를 켜서 내게 보여줬다.

 “유명한 영상인데 혹시 아세요?”

 스마트폰 안에는 포메라니안 강아지처럼 털이 복슬복슬한 둥근 생물체가 있었다.

 동영상이 반쯤 지났을까.

 팔다리는 없지만 눈이 크고 코가 반짝이는, 한 눈에 봐도 귀엽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되는 그 생물체가 갑자기 입을 자기 몸만큼 벌리더니 앞에 있던 자기만한 어린아이를 집어삼켰다.

 “네. 본 거 같네요.”

 몇 년 전이지? 한 2년 전인가?

 보고나서 영화 예고편인가. 그래픽 좋네. 같은 생각을 했었던 기억이 난다.

 “다행히 아이는 무사히 구출 되었지만, 영상이 퍼지는 건 막을 수 없었죠.”

 “이거 진짜였어요?!”

 소름이 돋았다. 위마도 위마지만, 아이의 생명이 허무하게 꺼질 뻔 했던 영상을 보고 느긋하게 품평이나 했었다니.

 내 표정을 읽은 이지인누나가 걱정 하지 말라는 듯 말했다.

 “괜찮아요. 오히려 학생처럼 가짜 같다며 넘어가주는 게 더 좋거든요. 사람들이 동영상이나 사진을 통해 위마를 봤을 때, 가짜라고 판단하면 그건 ‘인식’한 걸로 취급해주지 않기 때문이죠. 물론 실제를 보면 알짤 없지만.”

 

 

 

 

 하고, 이지인누나는 말했었다.

 내 힘이 비록 위마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겠지만 비밀유지는 중요한 법이거늘 한소윤은 그런 이지인누나의 노력은 상관없다는 듯 대놓고 행동하라고 명하고 있다.

 아무도 없으면 또 모를까 한소윤의 뒤를 쫒아 몰래 따라올 법한 애들이 몇 명인가 있을 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들키면 곤란한 거 아니었어?”

 “결계 쳤으니까 못 와. 빨리 입어.”

 한소윤은 쓸데없는 걱정이라는 듯 빠르게 말했다.

 결계라니….

 어제 싸울 때도 주변에 인적이 하나 없던 것도 결계 때문이었나?

 나는 배우면 편하겠다 따위의 기대를 하며 오른팔에 갑옷을 만들었다.

 뭔가 이상한데?

 갑옷을 만든 나는 어떤 위화감에 휩싸였다.

 “바뀌었어?”

 한소윤의 의문 그대로.

 은빛을 내뿜는 내 오른손은 어제와 다른 형상을 하고 있었다. 마치 건틀릿 위에 새로운 손목보호구를 착용 한 것 같은 모양새로 말이다.

 세련미 있는 장식들이 여기저기 달려있고, 한소윤이 들었던 검의 품멜과 같은 모양의 수레바퀴가 윗부분에 달려 있는 손목보호구.

 직관적으로 이 손목보호구가 한소윤의 검이라는 걸 알아챘지만 외관만 봤을 땐 도저히 손에서 분리해낼 수는 없을 거 같았다.

 “끙.”

 나는 왼팔도 건틀릿으로 바꿔 손목보호구를 뜯어내려 했다. 물론 내 예상처럼 팔 가죽이 뜯어지는 것 같은 아픔만 남을 뿐, 손목보호구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이거 어떻게 해?”

 “…….”

 한소윤은 침묵을 고집했다.

 피곤해 죽겠는데, 방법이 없으면 이제 돌아가도 되냐고 묻고 싶었다.

 하지만 소중한 물건을 뺏긴 아이처럼 전전긍긍하는 한소윤의 모습에 나는 조금 더 방법을 강구하기로 했다.

 “으차.”

 온 몸을 갑옷으로 변신시킨 나는 오른손을 하늘 높이 들었다. 동시에 건틀릿과 손목보호구 사이가 이격되며 틈이 벌어지더니, 그 안으로 빛이 침범하기도 전에 무언가가 적혀있는 칼날이 솟아났다.

 나는 손을 천천히 내려 칼날을 바라봤다. 그리고 눈부실 정도로 아름다운 양날의 검을 손으로 잡고 뽑으려했다.

 “될 리가 없나.”

 검은 손목보호구와 건틀릿 사이서 접착제라도 발라놓은 듯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나는 조금 뒤로 물러나 검을 휘휘 휘둘렀다. 당연하지만 도중에 검이 툭 하고 떨어진다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그건 그렇고 쓰기 불편한데?

 검에는 문외한 나지만, 이렇게 손등에 붙어있는 검을 쓰느니 평범한 검을 잡아 사용하는 게 나을 거 같다고 생각했다.

 “안 되는 거 같은데?”

 “…….”

 한소윤은 조급해 보이는 기색을 내비치며 방법을 강구하는 듯 했다.

 나는 더 이상 여기 있어봤자 큰 소득은 없을 거 같기에 한소윤에게 제의했다.

 “일단 돌아가자. 수업 시작하겠다.”

 그 말에 한소윤도 다른 방법이 없다는 걸 느꼈는지 고개를 끄덕거렸다.

 휴.

 내가 드디어 해방되었다고 느낀 그 순간.

 ‘아 짜증.’

 정신이 드디어 잡고 있던 줄을 놓아버렸다.

 

 

 

 

 

 

 “으윽.”

 나는 직격하는 태양빛에 눈살을 찌푸리며 깨어나 피로가 덜 풀린 눈을 간신히 열어 천장을 바라봤다.

 창문 밖에서 들려오는 학생들이 떠드는 소리로 미루어볼 때 아마 양호실인 거 같았다.

 비슷한 상황이 벌써 세 번째네.

 한 달도 안 되었는데 그 사이에 세 번이나 기절하다니. 마가 낀 게 분명하다.

 부디 눈을 떠보니 낮선 천장이었다. 같은 상황이 두 번 다시 찾아오지 않길.

 그렇게 빌며 나는 똑바로 눕혀있는 몸을 돌려 옆으로 누었다.

 “으아 씨!”

 오늘 몇 번이나 데자뷰를 겪는 거야?

 나는 상반신을 일으키곤 깜짝 놀란 심장을 진정시키며 냉정한 눈으로 날 쳐다보고 있는 한소윤에게 말했다.

 “뭐야? 왜 여기 있어?”

 “기절했으니까 데리고 왔어.”

 “아니. …그래. 고맙다.”

 내 말의 의미는 그게 아니었지만, 나도 아까 괴상한 말을 했으니 피장파장이다.

 하지만 한소윤은 뭔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기에 나는 빠르게 화제를 돌렸다.

 “양호 선생님은?”

 “결계 유지 중이니까. 못 와.”

 “뭐? 왜 해제 안 했는데?”

 “널 옮기려면 힘을 써야 했으니까.”

 한소윤은 그렇게 말하며 은장도를 들어 내게 보여줬다.

 “뭐야. 빠졌어?”

 나는 놀라 오른손을 들여다봤지만 한소윤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 임시로 가지고 다니고 있는 거.”

 “아. 그래.”

 한소윤의 말을 듣고 보니 그 은장도는 내 손에 흡수된 은장도와 달리 칼날이 조금 더 얇고, 문양이 심플하다 못 해 심심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게 뭔 차이인지는 모르지만.

 그렇게 생각하며 눈을 돌리다 무심코 벽에 걸려있는 시계를 보니 시침이 10을 지나고 있었다는 걸 확인 할 수 있었다.

 “두 시간도 넘게 이러고 있었어? 왜?”

 옮겨놓고 그냥 교실로 올라가면 되는데, 결계를 유지해가면서 지켜봐야 할 이유가 있는 건가?

 “네 신체구조가 평범한 인간과 다름없다 해도 그대로 방치하면 혹시 모를 사고가 일어날 수 있으니까. 미연에 방지.”

 “아. 그렇네.”

 이초성은 나를 보고 돌연변이라고 했다.

 위마에 은혈귀라는 돌연변이가 나왔는데, 인간의 돌연변이가 나오지 말란 법은 없다면서.

 별로 좋지 않은 어감이지만, 그런 말을 들을 만큼 내 몸은 어디가 어디로 어떻게 튈지 한치 앞도 예상 할 수 없다.

 ‘피로가 쌓여 기절’이라는 작은 사고에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그 때문이겠지.

 만약의 만약이긴 해도, 혹여나 잠결에 은색 갑옷으로 변할 수도 있고 말이다.

 생각해보니 위험한데? 집에서도 방문 잠그고 자야 되나? …뭐 그건 그렇고.

 “내 신체구조가 평범하다는 건 어떻게 안 거야?”

 안심되는 말이긴 한데, 언제 조사했다고?

 “네가 입원했던 병원에서 차트를 넘겨받았어. 거긴 협회랑 연계되어있는 병원이니까.”

 나는 새삼 대위마 정화협회가 생각보다 큰 규모라는 걸 실감했다.

 세계적인 규모의 협회라고 들었을 때는 현실감이 없었는데, 동네 병원도 우리 거라는 말에 실감이 느껴지다니.

 “만약 큰 문제라고 판단됐으면 그쪽으로 갔을 거야.”

 이어 말하는 한소윤에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 알아서 잘 판단하겠지.

 옷매무새나 평소 행실을 봤을 때 똑 부러지는 성격이라 생각 되니까.

 “안 올라가 봐도 돼?”

 “교장선생님이랑 이야기가 되어있으니까 괜찮아.”

 “그래. 그분도 협회원이셨지.”

 정부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취업프로그램이라고 속일 수 있었던 것도, 한소윤이 학교를 자주 빠져도 큰 문제없이 다닐 수 있었던 것도 모두 교장선생님과 이 학교의 이사장님이 협회원이기 때문이라 한다.

 학교의 권력자라 할 수 있는 두 사람이 협회원인 만큼 학교와 협조하는 대에 아무런 문제도가 없었다.

 대략적인 상황판단이 끝나자 나는 그 말을 끝으로 입을 닫았다.

 한소윤은 주도적으로 말을 거는 스타일이 아닌지라, 우리 둘 사이에는 침묵만이 남게 됐다.

 ‘흠.’

 보통 양호실은 1층에 위치하고 있다.

 학생들이 다칠 확률은 교실에 있을 때보다 운동장에서 뛰어 놀 때 더 높으니 응급상황에 빠르게 대처하기 위해서이다.

 덕분에 창문이랑 붙어있던 나는 운동장에서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모습을 생생히 볼 수 있다.

 아니 저기서 패스를?

 와 저걸 쫓아가네.

 마음속으로 훈수를 두며 축구하는 애들을 구경하는 나.

 “미안해.”

 그런 내게 한소윤이 작은 목소리로 사과했다.

 잘못 들었나?

 한여름에도 서리를 맺힐 수 있을 정도로 냉정해보였던 한소윤이 지금 뭐라고?

 내가 바라보자 한소윤은 고개를 푹 숙이고 말을 이었다.

 “널 인간이라 믿어주지 못 해서. 미안해.”

 …음. 솔직히 당황스럽네. 뭐라 반응해야 되지.

 사실대로 말하자면 나는 어제 일에 대해 깊게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워낙 순간적으로 일어난 일이기도 해서 아직 현실감 없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고수입 일자리 하나 얻을지도 모르는 상황이니까.

 거기다 난 지치기만 했을 뿐 큰 손해가 없는 반면 한소윤은 옆구리가 뜯겨져 나갔고, 또 소중해 보이는 은장도도 빼앗긴 거나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먼저 사과를 할 줄이야.

 의외로 됨됨이가 좋은 녀석일지도 모르겠다.

 “괜찮아. 사고나 마찬가지잖아? 너도 명령 받은 걸 이행 했을 뿐이고. 오히려 내가 더 미안하지. 허리는 괜찮아?”

 “아직 아파.”

 “아 그래.”

 “농담이야. 다 낫지는 않았어도 아프진 않아.”

 살짝 미소 짓는 한소윤.

 아. 이거 위험하다.

 털썩.

 나는 본능적으로 몸을 눕혀 천장을 바라봤다.

 “아직 어지러워?”

 “농담이 재미없어서 기절할 뻔 했어.”

 한소윤의 표정이 다시 차가워졌기에 나는 재빨리 말을 돌렸다.

 “그런데 그리 다쳤는데 괜찮다고? 어떻게?”

 살점이 한 움큼이나 뜯겼는데.

 “너도 다치면 알게 될 거야.”

 한소윤은 무심한 표정으로 돌아와 무서운 대사를 아무렇지도 않게 읊었다.

 “그럼 걔도 괜찮고? 그 왜. 내가 손목…. 그렇게 한 애.”

 지금 생각하니 참 잘도 저질렀군.

 아무리 위급 상황이라지만 어린 여자애의 손목뼈를 으스러트려버리다니.

 “아직 치료 중.”

 “그래.”

 그럼 나중에 만나면 그때 사과해야지.

 “안정 되어 보이니까. 그만 올라가.”

 “넌? 같이 안 올라가고?”

 “나중에.”

 왜 굳이?

 묻고 싶었지만 개인적인 사정이 있을 거라 생각하며 나는 조용히 양호실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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