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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이름
작가 : 홍단
작품등록일 : 2017.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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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 알레테아(1)
작성일 : 17-12-14     조회 : 464     추천 : 0     분량 : 6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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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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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년 만에 온 고향은 온통 붉은 빛으로 가득했다. 축일이라 집집마다 붉은 등불이 매달려 있었고 빨간 리본 장식이 푸르른 나뭇잎 위를 가득 뒤덮었다. 담벼락마다 축제를 기리는 글이 짜인 붉은 천이 늘어져 있었으며 사람들의 몸도 온통 붉은 색으로 잔뜩 칠해져 있었다.

 

  신을 모시는 축일에는 언제나 붉은 색으로 장식을 하고, 붉은 옷을 입으며 위대하신 신의 은혜에 감사하는 나날을 보내는 것이 관례였다. 알레테아는 이 도시를 떠나기 전, 그러니까 딱 열 살 먹었을 무렵 관례에 따라 온통 붉은 옷을 입고, 붉은 레이스가 달린 장식을 머리카락에 단 채 거리를 뛰어다니곤 했었던 것을 회상했다.

 

  이 도시를 다스리는 영주의 고명딸이었기 때문인지, 거리의 시민들은 알레테아에게 알록달록하게 장식된 사탕이나 맛있는 빵을 주고는 했다. 그것들을 한가득 손에 쥐고 이곳저곳을 쏘다니는 축일은 어린 알레테아에게 있어 1년 중 가장 즐거운 날이었다.

 

  그로부터 고작 이 년밖에 지나지 않은 지금도 도시는 으레 축일 때마다 그러하였듯이 붉은색 천지였다. 거리마다 붉은 색 장식. 붉은 리본. 붉은 옷.

 

  다른 점이 있다면, 사람들의 몸을 붉게 만든 것이 붉은 피와 꽃이라는 것뿐이었다. 거리를 가득 메운 수만 명의 시신 위로 붉은 피가 넘쳐흐르다 못해 진한 색으로 말라붙어 있었다.

 

  하지만 진정한 끔찍함은 다른 곳에 있었으니, 바로 상처가 벌어진 틈바구니마다 붉은 꽃들이 빽빽이 돋아나 있다는 점이었다. 마치 피를 잔뜩 머금고 피어난 것처럼, 새빨간 꽃들이 흐드러지게 사람의 시신 위를 덮고 있었다. 사람의 시체를 양분삼아 도시를 가득 메운 꽃밭이 알레테아의 눈앞에 끝도 없이 펼쳐져 있었다.

 

  그 참혹한 광경에 알레테아는 목이 터져라 비명을 질렀다. 겨우 열두 살밖에 먹지 않은 소녀의 목소리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한 비명 소리였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몸의 균형을 잃고 뒤로 우당탕 넘어져 굴렀다. 그 덕분에 꽤 큰 소리가 뻑적지근하게 시체의 꽃밭 위로 울려 퍼져나갔다.

 

  하지만 알레테아의 비명에 화답하는 이도, 넘어진 손을 잡아 일으켜 주는 이도 없었다. 모든 것은 적막한 고요 속에 파묻혀 있을 뿐. 새빨간 꽃잎 한 장 바람에 흔들리지 않았다. 알레테아는 그런 고요가 원망스럽다는 듯이 다시 한 번 비명을 내지르며 몸을 엎드리고 울었다.

 

  그렇게 울어 젖힌 지 얼마나 지났는지 모른다. 적막을 부수고 싶다는 듯 목이 쉬어라, 찢어져라 울고 있는 알레테아의 눈앞에, 어느 순간 수만의 시신 위로 아는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어린 시절 축일마다 빨간 사탕을 주던 상인, 한 때 짝사랑하던 남학생, 같이 들판에서 꽃을 따며 즐거워하던 친구. 그리고 이 도시를 다스리시던, 자랑스러운, 그녀의 아버지까지.

 

  모두들 형연할 수 없는 고통이 어린 표정을 띄운 채 온 몸에서 피를 흘리고, 피가 흘러나온 구멍마다 꽃을 피우며 죽어 있었다. 꽃은 아름다운 붉은 색을 탐욕스럽게도 잔뜩 피워 놓았다.

 

  그 고통스럽고 무시무시한 광경 앞에 알레테아는 또 다시 비명을 내지를 수밖에 없었다. 고통과 절망, 그리고 무시무시한 공포가 그녀를 덮쳤다. 비통한 눈물이 뺨을 따라 흘러내려 옷깃을 적셨지만, 도저히 멈춰지지 않았다.

 

  위대하신 신께 감사를 드리는 축제는 끔찍할 정도로 붉게 물들었으며, 자신과 조금이라도 친분이 있던 사람들조차 모조리 죽어 버리고 없었다. 심지어 이 도시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있었던, 그래서 결코 무너질 일이라곤 없을 것 같았던 아버지조차 예외가 아니었다. 어떻게 이런 사단이 날 수가 있단 말인가? 도저히 실감이 나지 않았다.

 

  실감이 나지 않는 건 이 도시에서 살아남아 숨 쉬는 사람이라곤 자신뿐이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알레테아가 도시를 벗어나 죽음을 피할 수 있었던 이유는 순전히 아버지께서 자신이 제국의 수도에 나가 교육을 받기를 바랐다는 것, 그뿐이었다.

 

  알레테아는 아버지의 말씀을 따라 제국의 수도로 나아가 교육을 받았고, 이 년 정도 머무르다가 축일도 즐길 겸 잠시 휴가를 내고 돌아왔다. 그리고 도시를 눈앞에서 발견하고야 말았던 것이었다. 자신이 도시에 부재했던 겨우 2년 사이에 새빨갛게 죽어 버린 고향 도시를 말이다.

 

  참극 중에서 함께 죽어버리는 게 나았을 것을, 어째서 자신만 남겨 두고 이렇게 끔찍한 몰골로 죽어 버릴 수가 있는 걸까... 남겨진 자에게는 지옥과도 같은 고통이요, 불행이었다.

 

  그렇게 지독한 감정의 바늘이 한 땀 한 땀 가슴을 후벼 파며 들어오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쓰러져 죽어 있던 아버지의 입이 벌어졌다. 시체의 초점 없는 눈이 그녀의 얼굴을 향하고, 썩어버린 혀가 천천히 굴러가기 시작했다. 썩어버린 피를 머금은 입에서 붉은 꽃잎이 하나 둘 떨어져 내렸다.

 

  알레테아는 눈물을 흘리다 못해 퉁퉁 불어버린 눈으로 그 말도 안 되는 광경을 지켜 볼 수밖에 없었다. 비명 섞인 울음이 멈추고, 다시금 적막이 죽은 도시와 알레테아 위를 덮었다.

 

  적막을 깬 것은 아버지의 입술에서 터져 나온 말이었다.

 

  “꼭, 만신전으로, 가는 것을, 도와드려라.”

 

  허파에 시체 썩은 물이 가득 찼는지 목소리는 그렁그렁했으며 소리 또한 쉬어 빠졌으나, 그럼에도 시신의 입은 단어 한 마디 한 마디를 힘겹게 토해 내듯이 외치고 있었다. 꼭 그 말을 들어야만 한다고 외치는 것만 같았다.

 

  “도대체 누구를 도와주란 말이에요? 대답을 해 주세요! 왜 이 꼴이 난 건가요, 왜!”

 

  알레테아는 결국 참지 못하고 하고 싶었던 말을 쏟아 부었다. 입술이 한 번 열리자 말이 튀어 나오는 것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알레테아는 괴로웠고, 궁금했으며, 미웠다. 자신만 남겨 두고 모든 것을 잃은 그가 미웠다.

 

  그렇게 울부짖으며 소리치고, 끝없이 묻는 알레테아의 앞으로 시체들이 하나 둘 입을 열기 시작했다. 시체들은 모두 그렁그렁한 목소리로 알레테아를 향하여 외쳤다.

 

  -꼭, 만신전으로, 가는 것을, 도와드려라.

  -꼭, 만신전으로, 가는 것을, 도와드려라.

 

 그 썩어버린 입들에서 터져 나온 단 하나의 문장은, 마디 하나하나가 비수가 되어 그녀의 심장에 메다 꽂혔다.

 

  알레테아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어째서 시체가 입을 연단 말인가. 저렇게도 많은 시체들이 입을 열어 무엇을 전하고자 하는 것이란 말인가. 알레테아는 귀를 틀어막고 온몸을 잔뜩 웅크렸다. 눈을 질끈 감고 울부짖었다. 이건 다 환상이야, 환상일 뿐이야. 그렇게 울면서 자기 자신에게 최면을 걸었다.

 

  그렇게 몇 번을 되뇌었는지 모른다. 어느새 주위가 조용해졌다. 시체를 먹은 붉은 꽃밭에 처음 당도하였을 때와 같은 그 적막이 다시금 알레테아의 주위를 감싸 돌고 있었다. 알레테아는 살며시 눈을 뜨고, 귀를 틀어막았던 손을 되돌렸다.

 

  매우 놀랍게도 알레테아가 웅크려 있던 장소는 어느 새 바뀌어 있었다. 더 이상 끔찍한 붉은 꽃밭, 시체가 한 목소리로 울부짖던 그 저주받은 장소가 아니었다. 알레테아가 웅크려 있던 장소는 - 다른 도시의 다른 거리였다.

 

  평소 어느 도시에 가던지 간에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 알레테아의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거리에는 사람들이 복작복작하고, 몇몇 사람들이 좌판을 벌이고 물건을 말고 있는, 그런 평범한 풍경. 몇몇 사람들은 가격을 흥정하고 있었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긴 했지만... 애초에 시체가 말을 했을 때부터 제정신으로 굴러 가는 상황은 아니었다. 알레테아는 멋쩍다는 듯이 웅크리고 있던 몸을 쭉 펴고 일어나 거리를 찬찬히 둘러보았다. 하지만 어디에도 시체는 없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그저 너무나도 평범한 거리일 뿐이었다.

 

  역시 아까 그 괴로운 광경은 환상이었던 것일까? 알레테아는 고개를 돌리며 꽃이 피어난 시체가 없는지 확인했다. 그딴 것은 없었으며, 평소대로의 평범한 거리만이 알레테아의 주변부로 펼쳐져 있었다.

 

  “어이쿠, 아가씨! 그렇게 멍하니 서 있으면 쓰나?”

 

  그렇게 여기저기를 바라보고 있던 와중 한 노인이 수레로 물건을 옮기다 말고 알레테아에게 말을 걸었다. 고작해야 열 두 살 밖에 먹지 않은 꼬맹이 숙녀에게 무슨 아가씨람, 하며 알레테아는 노인을 바라보았다.

 

  “근데 아가씨가 키가 참 크네그려. 홀홀...”

 

  그런데 이상하게도 알레테아는 노인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노인은 키가 작은 편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열두 살밖에 먹지 않은 소녀가 노인보다 키가 클 수 있단 말인가? 알레테아는 영문을 몰라 어쩔 줄 몰라 하며 그 자리에 다시 주저앉았다.

 

  “젊은 아가씨가 왜 저런댜?”

 

  옆의 좌판에서 흥정을 하고 있던 아주머니 한 분이 알레테아를 바라보며 혀를 끌끌 찼다. 하지만 알레테아는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그러면서 저도 모르게 자신의 얼굴을 매만졌다.

 

  그리고 그제야 지금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열두 살의 알레테아는, 적어도 이십 살은 된 어엿한 숙녀가 되어 거리에 서 있었던 것이었다.

 

  ‘뭐, 뭐야. 아직도 환상인 건가?’

 

  알레테아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다시금 괴로움을 느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던 탓이었다. 붉은 머리카락이 손가락 사이로 비어져 나오고, 뽑혀 나왔다.

 

  “아, 저 사람 혹시 ‘그 도시’의 마지막 영애 아냐? 완전 똑같이 생겼는데.”

 

  그리고 그 순간 한 줄기 냉정한 목소리가 알레테아의 귓전을 사납게 때렸다.

 

  “그 도시란 거, 10년 전쯤인가 망한 도시 말하는 거 맞지?”

 

  “맞아! 위대하신 신들을 배반해서 신벌을 받은 도시 있었잖아... 거기 이름이 뭐였더라?”

 

  “신벌 받아 망한 도시 이름 알아서 뭐 하게? 그나저나 진짠가? 그 도시 영주가 불타는 것 같은 머리색이어서 유명했는데, 똑같네그려.”

 

  그런 냉정한 목소리가 한 명, 한 명분씩 알레테아의 곁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알레테아는 부들부들 떨며 몸을 웅크리고, 다시 귀를 막았다. 고통스러운 환상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게 틀림없었다.

 

  하지만 알레테아가 귀를 틀어막든, 눈을 질끈 감든 간에 소용이 없었다. 팔이 아리다 못해 저릴 정도로 귀를 세게 틀어막았으나, 그래봤자 목소리들이 귓바퀴 속으로 꽂혀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신벌을 받은 이유가 뭐였죠?”

 

  “신을 배반하고 악마의 하수인이 된 자를 숨겨 주었다는 것 같던데.”

 

  “에구머니나! 그런 망측한 짓을!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가 있죠?”

 

  “그런 고얀 짓을 하니 황제께서 알아채시고 진노하셔서, 신께 부탁하여 도시를 벌하신 게지. 쓰레기 같은 놈들...”

 

  “모독자를 숨겨 주다니 그런 꼴을 당해도 싸지.”

 

  “저건 어떻게 살아남았대? 살아남은 게 수치 아닌가.”

 

  그만, 그만해... 알레테아는 뺨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리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그저 바들바들 떨리는 몸을 웅크리고 있을 따름이었다.

 

  하지만 저런 소리가 계속해서 이어지자, 결국 알레테아의 입에서 곡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낮게 깔리는 신음 소리 정도였다. 하지만 내적 고통이 극에 달해 가면서 알레테아의 입에서 더 큰 흐느낌이 흘러 나왔다.

 

  그 소리가 마치 시체들이 폐에 썩은 물이 차오른 목소리로 외쳤던 것과 흡사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주변에 알레테아와 알레테아의 아버지, 그리고 도시를 조롱하고 헐뜯는 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오히려 알레테아가 신음 소리를 흘릴수록 늘어만 가서, 나중에는 욕하는 소리와 고성 외의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게 되어 버렸다.

 

  사람들은 입에서 거품을 뿜으며 알레테아의 도시를 욕하고, 조롱했다. 모독자를 숨겨준 알레테아의 아버지를 피를 토하는 목소리로 저주했다. 누군가는 먹고 있던 음식을 입 밖으로 다 튀겨 가면서까지 알레테아가 살아남았다는 사실을 저주하고, 또 저주했다.

 

  끔찍한 소리의 벽이 알레테아를 뒤덮고 있었다. 그것도 도저히 빠져 나갈 길이라곤 보이지 않는 두꺼운 벽이. 알레테아는 결국 참지 못하고 미친 듯이 비명을 내질렀다. 시체의 밭에서는 적막을 파묻기 위해 비명을 질렀다면, 이번에는 저주스런 언어를 파묻기 위해 비명을 내지르는 것만 같았다. 알레테아는 아무도 알아들을 수 없는, 괴기한 목소리로 미친 듯이 비명을 질러 댔다.

 

  그리고 다시 눈을 뜬 순간, 눈앞에 펼쳐진 것은 칠흑 같은 어둠뿐이었다. 하지만 얼마지 않아 눈이 어둠에 적응하면서 앞에 무엇이 있는지 윤곽이 잡혔다. 천장이었다.

 

  ‘꿈이었어...’

 

  몸은 땀으로 절다 못해 샤워를 한 수준으로 젖어 있었고, 침대 시트까지 땀범벅이었다. 알레테아는 몸을 일으키려다 말고 콜록콜록 잔기침을 했다. 목이 따끔따끔한 게 자면서 얼마나 비명을 질러댔으면 이러나 싶었다. 더듬더듬 얼굴을 손으로 만져 보니 역시나 온통 눈물범벅이 되어 있었다.

 

  올해로 26세가 되는 알레테아는 그날도 악몽을 꾼 것이었다. 어찌나 자주 악몽을 꾸는지. 이제는 ‘악몽을 꾸었다는 것 자체로는’ 별로 놀랍지도 않을 정도였다.

 

  그러나 그렇다고 꿈을 꿀 때 괴롭지 않다는 말은 절대 아니었다. 과거의 고통스러웠던 나날들에 환상과 절망에 뒤섞인 그런 꿈을 꾼다는 것은 절대 적응이 될 일이 아니었으니. 알레테아는 똑같은 내용의 악몽을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꾸어 왔으나 한 번도 괴롭지 않았던 적이 없었다.

 

  알레테아는 아직도 떨리는 몸을 주체하지 못한 채 있다가 다시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고 누웠다. 내일은 새로운 길드원을 모집하러 간 스카우터가 돌아오는 날이었다. 잠을 자 두지 않는다면 필시 내일이 괴로우리라.

 

  하지만 으레 악몽을 꾼 날이면 그러했듯이 쉽사리 잠이 오지 않았다. 또다시 같은 꿈을 꾸게 될 까봐 무서웠고, 잠에 든다는 것 자체가 싫었다. 그 때 그 날들, 과거 끔찍했던 일들을 다시 기억하게 된다는 것 자체가 두려웠다.

 

  알레테아는 이불을 뒤집어 쓴 채 잠이 오기만을 신께 기도했다. 평화의 신이시여, 이 죄인에게 편안한 잠을 허락하여 주옵소서... 그러다가 문득 과거 생각이 들어 다시 한 번 기도했다.

 

  “폭력의 신이시여, 부디 저희의 죄를 용서하여 주옵소서.”

 

  십 년도 더 전, 고향 도시에 신벌을 내렸던 신에게 기도하며 알레테아는 다시금 잠을 청했다. 부디 부모와 도시의 죄가 사해지기만을, 그리고 자신이 이제 그만 과거에서 편안해 질 수 있게 되기만을 빌면서.

 

작가의 말
 

  재미있게 봐 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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