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의 일에 대해 말하자면, 일단 길드에 있던 자들 중 선택받은 백성들만이 손가락을 잘렸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아무래도 선택받은 백성들의 경우 손가락이 잘리는 정도는 최대 몇 주에서 며칠 안에 회복하는 재생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런 짓을 한 것 같았다. 한 번 잘리면 끝인 일반인과는 달리 주기적으로 기부를 받을 수 있을 테니... 하는 오싹한 추측이었다.
그럼 나만 진짜로 죽이려 했던 건가? 하고 알레테아는 다시금 몸을 떨 수밖에 없었다. 아닌게 아니라 일반인 중 노려진 것은 자기뿐이었다. 거기다가 심장을 뽑아 간다고 했으니... 신의 백성이든, 혹은 모독자의 권속이든 심장을 뽑히고도 살아남는다는 건 불가능했다. 하물며 일반인인 자신이 심장이 뽑힌다면 말할 것도 없었다. 만약 잡히기라도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몸이 덜덜 떨렸다.
리이는 손가락 한 개를 더 다쳤고, 날개에도 큰 상해를 입었기에 한동안 고생 좀 하게 될 거라고 의사에게 진단을 받았다. 당연하겠지만 그 동안에는 길드 활동처럼 격렬한 활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 외에 다른 손가락 잘린 길드원들도 마찬가지로 손가락의 재생에 모든 기력을 쏟아야 하기에 길드 활동을 당분간 할 수 없을 거라는 판정을 받았다.
그 탓에 길드 활동에 한동안 제약이 걸리게 되리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었다. 평범한 사람들로만 팀을 꾸려 수색 및 포획 활동을 해야 하는 처지에 몰렸으니 말이다. 신께 선택받은 백성들도 목숨이 간당간당한 게 길드 생활인데, 평범한 사람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새로운 길드원을 모집하러 다른 도시로 떠났던 스카우터가 오늘 도시에 도착한다는 점이었다.
스카우터들은 타 도시의 신들에게 선택받은 백성들을 설득하고 회유하여 데려오는 역할을 담당하는 자들이다. 그들이 오늘 능력 출중한 신입 대원들을 데려온다면, 완전히 일반인으로만 구성된 길드를 한동안 운영해야 한다는 상황을 피할 수 있을 것이었다. 그럼 아주 잠시지만 한숨 돌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알레테아는 자신이 지금 되는 일이라곤 하나도 없다는 것을 망각하고 있었다. 어젯밤 동안만 해도 갖은 고생을 다 했다. 악몽을 꾸고, 죄 때문에 고뇌하고, 미친 길드원에게 쫓기고...
그런 기막힌 불운으로 점철되어 있었건만. 하루가 지나고 해가 새로 떴다는 것은 알레테아가 잠시나마 낙관적인 망상에 빠져 있게 하기 충분했다. 사실 해가 뜬다는 자연 현상 하나로 불운이 끝나고 행운이 도달할 리가 없다. 한숨 돌릴 수 있다는 행운이, 올 리가 없었다. 하루는 원래 어제의 연속이다.
그리고 역시나... 알레테아의 앞으로 찾아온 스카우터가 한 말은 처참하기 그지없었다.
스카우터는 자신 없이 비칠거리는 걸음으로 알레테아 앞에 걸어 나오더니,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뭔가 해명하기 시작했다.
“사실 저희가 길드장님과 만나기로 한 시간대보다 먼저 도착해서요...”
“언제 도착했는데요?”
“...어젯밤에요. 예상보다 마차가 빠르게 달리는 바람에 길드 건물에 일단 짐을 좀 풀고 나서 소개를 드리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만...”
스카우터가 말꼬리를 흐리며, 애써 알레테아의 시선을 회피했다.
그 말을 들은 순간 ‘망했구나.’ 이 생각밖에는 들지 않았다. 낙관이 분노와 허탈감으로 바뀌는 데는 몇 초도 필요하지 않았다.
“그럼 깨우든가 했어야죠!”
“깨, 깨우려고 했습니다! 일단 짐을 풀고 이야기해드리려 했습니다. 문제는 짐을 풀고 있는데 그 미친년이 갑자기 나타나서는...”
마지막 단어를 내뱉을 즈음 스카우터의 표정은 완전히 일그러져 있었다. 죄송함과 자책감, 그리고 형연할 수 없는 두려움으로 가득 찬 표정이었다.
하지만 자책이든, 두려움이든 무슨 부정적인 감정이든 알레테아만 할 리가 없었다. 알레테아는 머리를 쥐어뜯을 뻔한 것을 어찌어찌 참아냈다. 하지만 얼굴이 빨개지다 못해 터지려 하는 것만큼은 도저히 주체하지 못했다.
뭔 운이 이렇게 더럽게 없는지!
그 자리에서 시원하게 비명을 질러대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평화의 신전 신관에, 도시 영주까지 있는 자리에서 차마 그럴 수는 없었고 그저 어떻게든 욱여넣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말 한 마디 한 마디마다 힘이 실려 나왔다.
“그래서, 설마 다들 당한 건가요?”
“죄송하게도 그렇습니다. 거기다 다들 겁을 먹어서요, 이런 곳에서 일 못하겠다고...”
뭐 자기 같아도 짐 풀고 있는데 무슨 백발귀신처럼 생긴 미친년이 나타나 기부를 받는답시고 손가락을 잘라 가는 곳에서 일하고 싶진 않을 것 같았다. 원래 모독자를 잡는 길드에 온다는 것 자체가 목숨 걸고 하는 일이라지만, 모독자와 전투하다가도 아니고 길드원이 미쳐 날뛰어서 손가락이 갈렸는데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그런 미친 길드에서 일하겠는가. 길드원 관리 하나 제대로 못하는 망한 길드라고 소문이나 이상하게 나지 않으면 다행인 수준이었다.
심기 불편해진 알레테아는 끄응 소리를 내며 머리를 싸잡았다. 그 서슬이 얼마나 무서운지 스카우터는 알레테아를 한동안 바라보지도 못하고 고개를 푹 수그리고 있어야 했다.
“그래서.”
“네, 네!”
“한 명도 안 남았어요?”
“네? 아, 아아...”
알레테아가 톡 쏘아붙이고 나서야 스카우터는 수그리고 있던 고개를 들어올렸다. 그 꼴이 너무나 형편없이 느껴졌다. 스카우터 잘못이랄 것까지는 없는 일이었다만, 자신 없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게 눈을 콕 찔러 주고 싶어졌다.
자신을 독기어린 눈으로 쏘아보는 알레테아의 눈빛에, 스카우터는 잠시 움찔거렸다. 하지만 더 이상 우물쭈물했다가는 한계일 거라고 여긴 건지, 슬슬 눈치를 보다가 우물우물 말을 흘렸다.
“다만 한 녀석만 남겠다고 하더군요. 다만 조금 이상한 녀석이라.”
“남는 사람이 있다고요? 누구죠?”
상황이 이따위니, 알레테아는 스카우터가 슬며시 흘리는 말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묘하게 저 흘리는 말투가 거슬렸지만, 신경을 쓸 때가 아니었다.
“저번에 누군가 라키샤를 붙잡아서, 길드장님께서 탈출하실 수 있으셨죠.”
“그걸 어떻게 아신 건가요?”
“바로 그 녀석이 지금 제가 말하는 신입입니다.”
“네? 아니, 그럼 생판 처음 본 사람을 위해 그렇게 한 거란 말인가요?”
어젯밤 구해주었던 바로 그 남자가 유일하게 남겠다고 한 신입이라니, 아주 믿기 어려운 이야기였다. 상황이 미쳐 돌아가던 통에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하긴 했지만 어쩐지 얼굴이 눈에 익지가 않더라니 그 이유에서였나 보다.
“도대체 뭐 하는 녀석이길래... 아니, 잠깐만요.”
생각해 보니 그 때 막아섰던 녀석이면 몸 하나 성할 리가 없었다. 라키샤가 그렇게 악을 쓰게 만든 데다 심장 뽑기 직전인 걸 방해해서 결국 실패하게 만들지 않았던가. 분명 열 손가락 다 뽑아 갔을지도 몰랐다. 더 미친 짓을 벌여 놓았을 지도 모르는 일이었고.
그런데 아무리 기억을 헤집어 보아도 부상자 목록 중에서 그 남자를 본 기억이 없었다. 한 명 한 명 다 살피며 돌아다니고, 미안하다고 사과하기까지 했는데, 그 녀석의 얼굴을 못 봤을 리가 없는데. 참으로 이상한 일이었다.
“다행히도 안 다친 것 같더라고요. 피는 잔뜩 묻어 있긴 하던데.”
의구심을 품고 있던 알레테아에게 스카우터는 전혀 뜻밖의 이야기를 전했다. 그 신입 녀석은 그 상황에서 다치지 않았다고 한다. 라키샤가 그렇게 악을 써 댔는데도 말이다.
거짓말쟁이의 심장을 뽑아간다는 무시무시한 소리를 지껄이던 녀석에게 상처를 안 입는다는 게 가당키나 한가? 약한 것도 아니고 모독자를 고깃덩이로 만들었던 실력자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알레테아는 의심이 고개를 크게 들이미는 것을 느끼며, 스카우터에게 캐물었다.
“아니, 그 상황에서 안 다칠 수가 있나요?”
“그러게 말입니다. 저도 손가락 열 개 다 뽑혔을 거라 생각했는데, 멀쩡하더라고요.”
“그 외 다친 곳은?”
“옷이 좀 찢어지기는 했는데 별다른 이상 없었습니다.”
“그거 참 이상... 아니 다행이네요.”
알레테아는 의문 가득한 눈길을 보내면서도 다행이라 생각하며 힘없이 웃어보였다. 사실 더 이상 추궁할 힘도 없었다.
밤 동안 끔찍한 일이 갑작스레 연이어 일어나 한 숨도 자지 못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밤새 긴장 상태로 뛰어다니며 생사를 넘나들었던 게 관절 마디마디마다 느껴졌다. 지금까지 열을 내고 성질을 부린 것이 신기할 지경일 정도로.
이런 상황에서 스카우터와 신경전을 벌여 보았자 몸만 더 노곤해지고 말 터였다. 알레테아는 일단 스카우터와의 신경전은 이쯤 하고 그 신입 녀석을 만나 보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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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테아가 그 녀석을 만난 것은 그 후 몇 시간도 채 되지 않아서의 일이었다. 길드원들과 앞으로의 계획 및 여러 사항을 의논한 이후, 알레테아는 스카우터에게 부탁하여 그가 쉬고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가 쉬고 있던 곳은 길드 건물 중 창고 바로 옆에 있는 방이었다. 알레테아가 어제 끔찍한 일을 겪을 뻔 했던 방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낡은 방으로, 평소에는 창고로 활용되곤 하는 방이기도 했다.
그 방의 중앙에 놓아 둔 낡은 의자에 가만히 앉은 채로 조용히 쉬고 있는 남자가 있었다.
보기 드문 거구에 새까만 머리카락을 가진 남성이었다. 어찌나 몸이 큰지 그가 앉아 있는 낡은 의자가 상당히 작게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뚱뚱해서 몸이 큰 것이 아니라, 키가 굉장히 크고 골격이 장대해서 크게 느껴진다고 보는 게 타당했다.
까만 망토를 걸치고 있었다만 그 안에 입은 검은 옷이 상당히 타이트한지, 표면에 굴곡이 그대로 드러났다. 알레테아도 보고 ‘우왓’하고 감탄할 정도로 조각 같은 근육이었다. 검은 망토로 가리고 있다는 게 아깝게 느껴지는 멋진 몸. 거기다가 그런 몸에 걸맞게도 이목구비가 뚜렷한 미남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는 알레테아의 시선을 전혀 느끼지 못한 건지 배식으로 받은 듯한 빵을 그의 짙은 호박색 눈동자로 멀거니 응시하고만 있었다.
그런 탓에 이목구비가 뚜렷한 미남임에도 방 전체에 뭔가 멍한 분위기를 풍기게 만들고 있었다. 그렇다고 바보 같다는 느낌은 아니었고, 뭔가 결여되어 있는 게 아닐까 생각게 만드는, 뭔가 신비로운 남자였다.
그 신비로운 분위기에 홀리기라도 한 걸까. 알레테아는 저도 모르게 감상에 젖은 채 신입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지금까지 리이가 가장 잘생겼다고 생각했는데 리이 만큼이나 잘생긴 남자가 있다는 데 놀라서였는지도 모른다. 옆에 서 있던 스카우터가 괜찮으시냐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을 확인하지 못했다면 계속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알레테아는 스카우터의 당황(?)한 눈에 그제야 시선을 거두고 그에게 가볍게 인사를 했다. 뭔가 무례를 범한 느낌에 뭐라도 빨리 해야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그러다가 생각난 것이 바로 손가락이었다.
‘맞아, 손가락 확인하고, 그 외에도 이것저것 확인하러 왔던 거였지? 멍청하게 얼굴 뜯어먹느라 잊어버리고 있었네!’
알레테아는 곧바로 자리에 앉아 다친 곳이 없이 멀쩡한지 그의 손가락을 확인했다. 아무래도 스카우터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던 탓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날 밤 라키샤에게 손가락을 상납하지 않고 무사할 수 있었을 리가 없었다.
그런데 정말로 손가락 마디마디가 다 멀쩡했다. 손가락 한 마디 한 마디를 찬찬히 만져 보고, 관절이 제대로 붙어 있나, 가짜 손가락은 아닌가 확인해 봤지만 관절 마디마디 멀쩡하고 가짜 손가락도 아니었다. 분명 잘렸을 줄 알았는데, 어떻게 된, 아니 한 건지 궁금할 지경이었다.
사실 굳이 궁금한 것을 참을 이유가 없었다. 뭘 끙끙대. 물어 보면 되지! 알레테아는 어떻게 된 일이냐고 그 녀석에게 질문을 날렸다. 손가락 정말 안 잘린 건가요? 어떻게!
그러나 알레테아의 물음에도 그는 대답 없이 그저 알레테아를 뚫어지게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대답하기가 싫은 건지, 아니면 말귀를 못 알아듣는 건지. 그저 여전히 멍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을 뿐이었다. 먹지도 않는 빵을 손에 가득 쥐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답답한 마음에 도대체 어떻게 안 다쳤는지 채근을 해도 봐도 아무 응답이 없었다.
“뭐야, 이 녀석 왜 이래?”
“그래서 좀 이상하다고 말씀드렸던 거예요... 애가 좀 멍해요. 평소엔 말도 없고... 그런데 자기가 필요한 일이 있으면 죽자고 달려들더라고요. 저번에도 보셨잖아요?”
알레테아는 지난 밤 신입이 자신을 위해 몸을 날렸던 것을 회상했다. 그 때는 말도 정상적으로 했던 것 같은데. 목소리도 굵직하면서도 부드러운 게 멋지면 멋졌지 이렇게 멍한 사람의 입에서 튀어나오는 목소리라 감히 추측하기 어려웠다. 지금의 그와 어젯밤의 그. 아무리 봐도 다른 사람 같았다.
알레테아는 여전히 자신을 바라보고만 있는 그를 다시 한 번 찬찬히 바라보았다. 몸을 날려 자신의 구해 주었을 때의 그 절절한 모습을, 다시 한 번 엿볼 수 있을까 해서였다.
그러나 그 자리엔 지난 밤 몸을 날려 자신을 구해 주었다고는 전혀 생각되지 않는 멍한 표정의 남자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마치 두 개의 모습이 완전히 유리된 것처럼 느껴졌다. 밤중과는 인격이 완전히 달라진 것만 같은 남자는 알레테아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짙은 호박색 눈동자로 자신을 바라보고만 있을 따름이었다.
정말 고마운 자이자 생명의 은인인 자였다. 그가 몸을 날려 자신을 구해 주지 않았다면 지금쯤 심장이 뽑힌 채 널브러져 죽어 있었을 테니까. 하지만 그런 사실을 제쳐 두고 그의 상반되는 모습 차이는 알레테아를 매우 꺼림칙하게 만들었다.
‘자기 필요한 일에 죽자 하고 달려들었을 때의 모습이 어제 밤의 모습이란 거지. 평소에는 이렇게 멍하니 저 필요한 순간만 기다리고 있고.’
그 기분이 일전에 라키샤를 받아 들였을 때와 비슷하면서도 또 다른 느낌이어서 저도 모르게 진저리를 치고 말았다.
라키샤를 받아들일 때도 그 애는 정신이 어딘가 좀 불안정하고 뭔가 집착 성향이 있다는 것을 느꼈었다. 거기다 권속으로서 모독자에게서 받은 정체불명의 능력까지. 하지만 그 발군의 능력 탓에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고, 결국 녀석이 불안정한 정신을 이기지 못하고 폭주하면서 이 꼬락서니가 되고 말았다.
이 녀석은 그에 비하면 정말 좋은 조건이긴 했다. 어쨌든 자신을 구하려 달려들었고, 자신이 필요한 일이 있으면 죽자 하고 달려든다니까. 하지만 정신이 어딘가 불안정하고 집착 성향이 있다는 점에서 라키샤와 동질감이 느껴졌다. 라키샤는 라쉬미라는 있는 지도 모르겠는 동생에 집착하고, 이 녀석은 저 필요한 상황에 집작한다. 거기다 그 라키샤를 방해하고도 상처 하나 없는 기이한 능력까지... 상황상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까지 똑같아서, 뭔가 불길하게만 느껴졌다.
“어젯밤엔 고마웠어요. 앞으로도 저희 길드를 위해 힘써 주시길 바랄게요.”
그래도 일단 인사를 하고 보는 알레테아였다. 알레테아는 빙긋 웃어 주며 그에게 손을 건넸고, 그는 느릿느릿 손을 내밀어 알레테아와 악수를 했다. 어색하게나마 둘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알레테아는 그렇게 그를 받아들이면서도, 다시 실수를 반복하기는 싫었다. 그렇기에 그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일단’ 받아들이는 것일 뿐, 언제든지 쳐 낼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매우 비정한 짓거리라는 것을 알레테아도 잘 알고 있었다. 생명의 은인에 자신을 위해 뭐든 할 수 있는 자를 내칠 궁리부터 한다니 파렴치한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미 라키샤라는 선례가 비정하게도 그렇게 행동해야만 한다고 속삭이고 있었다. 라키샤도 처음 받아줄 때는 정신이 불안정하긴 해도 착하고, 말 잘 듣는 아이였으니. 저런 성향이 언제 어느 방향으로 갑자기 튀어나갈지 모른다.
거기다 자신이 죄인으로 계속 남는 이유가 정말로 라키샤라는 모독자의 권속을 이용한다는 ‘매우 껄끄러운 방법’으로 뜻을 이루었기 때문이라는, 한 달 내내 자신을 괴롭혀 온 추측도 알레테아가 그런 결심을 하도록 하는 데 한몫 했다.
‘저 녀석의 기이한 능력을 더 파악해 보고 뒷조사를 해 봐야겠지. 그리고 만약 그의 능력이 위대한 신에게 받은 능력이 아니라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자신이 갑자기 무척이나 추하게만 느껴져, 알레테아는 저도 모르게 자신의 뺨을 두 손바닥으로 짝 치고 말았다. 그가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고, 옆에 서 있던 스카우터도 뭐 하는 거지? 하는 표정으로 자신을 응시했다.
“아, 아무것도 아냐. 그러니까...”
아이고, 망했군. 자신을 향하는 시선에 알레테아는 황급히 다른 말 할 거리를 찾아댔다. 실수를 하고 말았는데 어디 적당한 변명거리 없나? 뭐라고 둘러대는 게 좋을까...
“맞아! 맞다! 그래.”
알레테아는 박수를 여러 번 짝 치며 주의를 한 번 대차게 환기시켰다. 그리고는 곧바로 자신을 구해 준, 정체불명의 신입에게 질문거리를 던졌다. 지금 상황에서 가장 화제 돌리기 편하다 여겨지는 질문을.
“통성명이나 좀 하죠. 이름이 뭔지 정도는 알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