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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피아게임
작가 : 맨온파이어
작품등록일 : 2017.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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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희생자
작성일 : 17-12-17     조회 : 246     추천 : 0     분량 : 5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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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장. 두 번째 희생자

 

 

 날 깨운 건 유희였다. 경찬은 옆에서 목을 돌리며 연신 하품을 해대고 있었다. 유희는 여전히 자고 있는 지수까지 모두 깨운 뒤에야 화장실로 향했다. 잠이 덜 깬 얼굴로 주변을 살피던 나는 본능적으로 시계를 보았다. 그 순간, 약속이라도 한 듯 뻐꾸기가 집 밖으로 나와 울어대기 시작했다.

 

 새벽 3시. 나는 약 40분간 곯아 떨어져 있었다. 그러나 머리는 썩 개운치 않았다. 뭔가 찝찝한 기분을 버리지 못하고 냉장고 안의 생수를 꺼내 마셨다. 그때, 쿵하고 위에서 뭔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는 제법 커서 1층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확실히 들을 수 있었다.

 

 "방금 무슨 소리야?"

 

 화장실에서 나오던 유희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모두에게 물었다. 그러나 모두가 위만 바라볼 뿐 어떤 대답도 하지 않았다.

 

 "2층이야!! 혜나가 있는 방!!!"

 

 나는 가장 빨리 2층으로 뛰어 올라갔다. 계단을 두 칸씩 뛰어 오르면서 제발 아무 일도 없기를 바라고 또 바랬다. 문 앞에 멈춰서 옆에 놓인 소화기를 들어 올리려는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문고리를 돌려보았다. 이럴 리가!! 잠금장치는 걸려 있지 않았다. 방문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스르르 열렸다. 방안의 어둠은 바깥세상의 빛을 먹으며 서서히 윤곽을 드러냈다.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살풍경은 시간을 포함한 세상의 모든 것들을 멈춰놓았다. 적어도 내 세계관은 꽁꽁 얼어붙어버렸다.

 

 "꺄악!!!"

 

 등 뒤에서 여럿의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러나 내 입에선 어떤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그저 멍하니 입만 벌린 채 더 이상 이 세상의 것이 아닌 아름다운 육체를 바라보고 있었다. 혜나는 벌거벗은 채로 바닥 카펫 위에 엎드려 있었다. 몸 이곳저곳에는 가느다란 줄을 감고 있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침대보를 빼서 혜나의 몸을 덮어주었다. 그러고 나서야 경동맥을 짚고는 모든 이에게 사망을 알렸다.

 

 "아직도 몸에 온기가 있는 걸 보면 죽은 지 30분도 채 되지 않았어. 한마디로 우리 모두가 잠에 빠졌을 때 범행이 일어났다는 얘기야."

 

 나는 애써 침착하게 설명하려 했지만 떨리는 목소리는 감출 수 없었다. 당장 내 앞에 죽어있는 혜나가 너무나 비현실적으로 느껴졌지만 이건 분명 꿈이 아니었다. 불과 30분 만에 벌어진 끔찍한 살인사건이었다.

 

 "그런데 이 줄들은 대체 정체가 뭐지? 양쪽 팔다리에 묶여있었어. 가만 보자. 이거 보통 줄이 아닌데?"

 

 경찬은 가느다란 줄을 조심스럽게 만져보았다. 그리고 바로 촉감을 눈치 챘다.

 

 "그래, 그건 고강도 낚시 줄이야. 어지간한 무게에도 절대 끊어지지 않지. 혜나는 낚시 줄에 몸을 의지한 채 공중에 떠 있었어. 불과 5분전까지만 해도 말이야. 그러나 저 브라켓이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떨어져 나갔겠지."

 

 나는 창문 밑쪽에 덩그러니 놓인 브라켓을 가리켰다.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듯 한쪽으로 심하게 구부러져 있었다. 그 옆으로 한쪽 구석까지 떨어져나간 또 하나의 브라켓도 비슷한 처지였다.

 

 "블라인드를 설치하는 두 개의 브라켓이 천장에 설치되어 있었어. 범인은 블라인드를 빼고는 혜나를 낚시 줄에 묶어 브라켓에 걸어 놓은 거야. 양쪽 팔다리를 세트로 묶어서 걸어 놓고는 브라켓을 고정시킨 피스를 살짝 풀어 놓았겠지.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 떨어지게끔 장치를 만든 거야."

 

 설명을 하는 내내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집중할 수 없었다. 머리가 시켜 말은 하고 있었지만 눈은 내내 혜나를 향하고 있었다. 내가 무슨 면목으로 이런 말을 하고 있는지 의문마저 들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강한 분노가 밀려왔다. 그건 범행의 잔혹성과 관련된 것이었다.

 

 "혜나가 꼭두각시처럼 공중에 매달려 있었다고? 범인은 왜 그런 짓까지 한 거야? 분명 사이코패스임에 틀림없어."

 

 유희는 진정되지 않은 가슴에 손을 얹은 채 눈물을 머금었다. 대학 동기이자 절친한 친구였던 혜나의 죽음은 아까 가영의 것보다 훨씬 더 크게 다가왔으리라.

 

 "범인은 사이코패스라기보다는 치밀한 성격의 살인 전문가일 확률이 높아. 혜나를 공중에 매달아 놓았다가 떨어뜨린 이유는 우리로 하여금 확인하게끔 만들려는 의도였겠지. 쿵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면 아침까지 이 방에 들어올 일은 없었을 거야."

 

 과연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치던 경찬은 방바닥을 굴러다니는 소주병을 들어 보였다.

 

 "혼자서 소주 한 병을 다 비웠어. 그 전에도 충분히 많이 마셨는데 이것마저 몽땅 해치웠다면 완전히 필름이 끊겼을 거야. 범인은 그 틈을 노렸던 거고."

 

 나는 쭈그려 앉아 혜나의 머리를 한쪽으로 쓸어 넘기고는 목 쪽을 살펴보았다. 예상대로 뚜렷한 살인흔적이 발견되었다. 범인은 낚시 줄 하나로 손쉽게 그녀의 숨을 끊었다.

 

 "범인은 1차적으로 낚시 줄을 사용해 혜나의 목을 졸랐어. 그래. 교살이 먼저 일어나고 그 뒤에 블라인드를 떼어낸 뒤 브라켓에 혜나를 걸어 놓은 거야."

 

 범행의 순서는 명확히 드러났다. 범행수단 또한 너무나 간단히 파악되었다. 남은 문제는 역시나 ‘누구 짓인가’ 인데 경우의 수는 여전히 많았다. 또 한명이 죽음으로써 범인의 후보리스트는 한자리 사라졌지만 처음과 비교해서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우리는 여전히 범인의 발끝도 쫒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말하면 조금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이 범행을 여자 혼자서 실행할 수 있을까요? 목을 조르는 건 어찌어찌해서 된다고 쳐도 시체를 블라인드 대신 걸어놓는 건 불가능할 거 같은데........"

 

 지수는 나와 경찬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과연 그 말에도 일리는 있었으나 불가능이란 단어는 타당하지 않았다.

 

 "저 브라켓을 보면 피스를 박을 수 있는 구멍을 포함해서 몇 개의 구멍이 더 있어. 만약 범인이 저 구멍으로 낚시 줄을 넣어 도르래의 원리를 이용했다면 어떨까? 팔과 다리에 묶인 네 개의 줄이 각각 도르래의 도움을 받는다면 적당한 힘으로도 낚시 줄을 당겨 혜나를 공중에 띄울 수 있어. 여자라도 충분히 가능하단 얘기지."

 

 지수는 선뜻 인정하진 않았지만 어떤 대답도 하지 않음으로서 무언의 동의를 나타냈다. 결국 이곳에 모인 네 명 모두 범인이 될 수 있는 자격을 갖게 되었다.

 

 "그래도 범인이 우리를 제외한 다른 사람일 확률도 분명 있는 거지?"

 

 유희는 애원하듯 확률을 논했지만 승산 없는 싸움이었다.

 

 "범인이 외부에 있다면 대체 어디로 들어올 수 있었을까? 현관문을 비롯한 1층 창문은 모두 잠겨있고 이곳 2층 창문도 이렇게 잠겨 있는데. 만약 외부의 범인이 존재한다면 우리는 밀실트릭을 설명해야 해. 범인은 혜나를 죽이고 밖으로 나간 거니까. 더구나 태풍이 몰아치는 밤으로 자취를 감췄기에 흔적조차 찾을 수 없겠지. 범인이 아직 집 안에 숨어 있을 수도 있다고? 정말 그렇다고 생각해?"

 

 나는 유희가 아닌 모두에게 선전포고를 하고 있었다. 범인은 여기 남은 넷 중 한명이다. 이 중 누군가가 가영을 죽이고 혜나를 죽였다. 반드시 내 손으로 범인을 잡고야 말겠다. 그리고 그에 맞는 처벌을 내릴 것이다.

 

 "다만 범행과 관련해서 한 가지 걸리는 점이 있어."

 

 나는 주위를 한번 환기시키고자 창문을 조금 열었다. 창문을 때리던 빗줄기는 걸림돌이 없어지자 작정하고 실내로 들어왔다. 어느새 내 손은 빗물로 젖어들기 시작했다.

 

 "다들 기억하겠지만 아까 이 방에 들어오기 전 문은 잠겨 있지 않았어. 즉 범인은 범행을 저지른 뒤에 문을 잠그지 않고 그냥 나왔다는 얘기인데 이게 마음에 걸려. 범인은 왜 현장을 훼손시키고 나갔을까?"

 

 다들 서로만 바라볼 뿐 쉽사리 입을 열지 못했다. 오직 세차게 내리는 빗소리만 울려 퍼졌다. 나는 젖은 손으로 창문을 닫은 뒤에 방 문 쪽으로 걸어갔다.

 

 "훼손보다는 변형이라는 표현이 맞겠구나. 처음부터 이 문은 잠겨 있었어. 분명 혜나가 방문을 잠그는 소리를 다들 들었을 거야. 그런데 범인은 어떤 방법을 써서 이 문을 열고 들어왔어. 그리고 범햄을 저지른 뒤에는 문을 잠그지 않고 그냥 나갔지. 과연 범인이 단순히 실수한 걸까? 이토록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한 범인이 마무리를 허투루 하진 않았을 텐데. 아무튼 지수야, 안에서 방문 좀 잠가볼래?"

 

 나는 밖으로 나가 방문을 닫고는 잠금장치를 걸어달라고 부탁했다. 걸쇠가 걸리는 소리가 들리자 손잡이를 이쪽저쪽으로 돌려 보았다. 문을 밀기도 해보고 적당한 힘을 가해보았지만 전혀 열리지 않았다. 모자챙으로 문틈을 쑤셔도 보았지만 어설픈 기술로는 어림없는 짓이었다. 결국 지수가 안에서 문을 열어주었다.

 

 "문을 부수지 않는 이상 이곳을 통과할 방법은 없어 보이네. 물론 혜나가 직접 문을 열어줬다면 간단하게 들어갈 수 있겠다만."

 

 누군가가 문밖에서 혜나의 이름을 부른다. 안심하고 문 좀 열어보라고 혜나를 잘 타이른다. 혜나는 고민 끝에 문을 열어주고 범인은 유유히 방 안으로 들어간다. 그녀가 가장 신뢰하는 인물. 그 사람이 범인이다.

 

 "이 부분에서도 예외는 없어. 누구든 범인이 될 수 있단 소리야. 남자든 여자든, 혹은 친하든 그렇지 않든 그런 건 별로 중요하지 않아. 누구나 그녀의 방문을 열 수 있는 결정적인 열쇠를 갖고 있거든."

 

 "김동훈."

 

 유희가 재빠르게 정답을 말했다.

 

 "그래. 맞아. 혜나는 극도로 예민해져 있었어. 그리고 머릿속은 온통 김동훈으로 가득 차 있었을 테지. 그 상황에서 누군가가 노크를 하며 김동훈과 관련된 이야기를 꺼냈다면? 예를 들면 김동훈의 실종과 관련된 비밀을 알고 있다든지."

 

 그녀는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뛰쳐나왔을 것이다.

 

 "그럼 선재오빠 말대로 범인은 그런 식으로 방문을 열고 범행을 저지른 뒤에 유유히 빠져나가는 동선을 그린 건데 굳이 왜 방문을 잠그지 않았는지가 문제가 되겠군요."

 

 지수는 손잡이의 잠금장치를 잠갔다 풀었다를 반복하며 그 이유를 되물었다.

 

 "우리가 발견하기 편하게끔 일부로 문을 열어둔 건 아닐까? 만약 범인의 시나리오 상에 우리가 시체를 발견해야 하는 시간의 범위가 지정되어 있다면? 예를 들면 사망추정시각을 우리가 잠든 시간으로 맞추기 위해서라든가. 우리가 더 늦게 발견한다면 사망추정시간에 우리는 모두 깨어있다는 알리바이가 성립되니까."

 

 경찬은 팔짱을 낀 채 모든 가능성을 동원해보았다. 그 말인 즉 범인은 또 다시 외부에 존재한다는 이론이 성립되었다. 나는 또 다시 현실성을 따져 볼 수밖에 없었다.

 

 "범인이 사망추정시각을 이용하기 위해 방문을 일부러 열어 놓았다. 분명 가능한 이야기야. 그런데 이 문을 부수는데 과연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까? 소화기로 손잡이를 때려 부수고 문을 밀치는데 걸리는 시간은 기껏해야 1분? 범인은 정말 이 1분을 확보하기 위해 문을 잠그지 않았을까? 더구나 아까부터 계속 제기되는 범인의 외부유입설은 타당성이 너무나 떨어져. 다시 한 번 정리해볼게. 이 날씨에 범인이 집밖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들락거리면서 범행을 저질렀다는 얘기는 누가 봐도 터무니없는 얘기야. 각종 시건장치를 무시하고 마치 ‘벽을 뚫는 남자’처럼 집 내부로 들어와 살인을 저질렀다? 불가능해. 또 하나, 범인이 집안에 숨어서 우릴 지켜보고 있다가 범행을 저지른다? 그렇다면 과연 범인은 어디에 숨었을까?"

 

 "굳이 한군데를 뽑으라면 다락방밖에 없어요. 처음부터 금지되어 있던 곳을 우리가 억지로 열고 들어갔으니까."

 

 지수는 손가락을 위로 가리키며 비밀의 방을 지목했다. 분명 지수의 손은 위를 가리키고 있었다. 아, 그럴 수도 있겠구나. 이제야 어떤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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