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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피아게임
작가 : 맨온파이어
작품등록일 : 2017.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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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행의 재구성
작성일 : 17-12-17     조회 : 243     추천 : 0     분량 : 58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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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장. 범행의 재구성

 

 

 "맞아. 범인은 다락방에 숨어 있을지도 몰라. 그럼 다 같이 올라가서 확인해볼까?"

 

 나는 앞장서 다락방을 올랐다. 확신은 없었지만 알 수 없는 자신감이 온 몸을 지배하고 있었다. 지금부터는 유년시절로 돌아가 반짝이는 눈빛으로 보물찾기를 해야 할 시간이었다. 물론 사전설명을 통해 살아남은 동료들에게 협조를 구할 예정이었다.

 

 "일단 올라와보니 아무래도 범인은 없는 거 같지? 그렇다고 딱히 범인이 숨을만한 비밀공간도 없는 거 같고."

 

 나는 주위를 둘러보며 동의를 구했다. 뒤따라 올라온 이들 모두 휴대용 랜턴을 들고 주위를 샅샅이 뒤져보았지만 범인의 흔적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아까와 마찬가지로 눈에 보이는 건 전신거울과 휴대용 전축, 그리고 사다리 두개가 전부였다. 지수는 실망한 듯 길게 한숨을 내뱉었다.

 

 "그렇다고 실망하기는 아직 일러. 범인은 이곳에 숨어있진 않지만 아까 이곳을 들렀을 거야. 범인은 이곳을 통해서 혜나의 방으로 들어갔거든."

 

 나는 휴대용 랜턴의 방향을 밑으로 돌려 바닥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똑같은 크기의 나무틀이 퍼즐처럼 지그재그로 조립되어 있는 바닥 이곳저곳을 만져보았다. 나무틀과 나무틀이 맞닿는 부분에 약간의 틈이 있었다. 나는 그곳을 중점적으로 살피며 결정적 단서를 찾고 있었다.

 

 "대체 뭘 찾는 거야?"

 

 경찬은 어설프게 나를 따라하며 먼지 가득한 바닥을 손으로 쓸고 있었다. 유희와 지수 역시 지켜만 보고 있기 민망했는지 바닥에 손을 갖다 댔다. 그렇게 네 명이 흩어져 보물을 찾던 중 마침내 행운의 주인공이 나왔다. 그 주인공은 전신거울 밑에 깔려 있던 나무틀을 두드려보더니 뭔가 이상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주위에 있는 네다섯 개의 나무틀이 모두 똑같은 소리를 내고 있었다.

 

 나는 틈으로 손톱을 집어넣어 조심스럽게 나무틀을 들어보았다. 역시나 예상대로였다. 속이 텅 빈 나무틀은 교묘하게 페인트를 칠해 놓은 경량 스티로폼이었다. 가짜들을 모두 들어내고 나니 바닥에는 마법처럼 문이 생겨났다. 두 개의 경첩이 달려 있는 나무문이었다. 잠금장치를 들어 올리고 힘을 가해 밀자 문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문은 몇 개의 태엽과 연결되어 작동하는 듯 힘을 주어야만 조금씩 열리는 구조였다.

 

 "말도 안 돼. 정말로 비밀의 문이 존재하다니."

 

 뒤에서 지켜보던 지수는 무언가에 홀린 듯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경찬과 유희 역시 비슷한 표정으로 지켜만 보고 서있었다.

 

 "음, 이제 대충 알겠어. 이 문은 아랫방 실내 등과 연결되어 있어. 그래서 밑에서는 절대 찾을 수 없던 거야. 봐봐. 문과 실내 등이 야누스의 두 얼굴처럼 붙어있어."

 

 난 문을 여닫으며 구조를 설명해주었다. 문을 완전히 열어젖히자 아랫방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 다음에 범인은 사다리를 이용해 밑으로 내려갔으리라.

 

 "범인은 철제 사다리를 이용해 저 밑으로 내려갔을 거야. A자 사다리는 고정식이라 사용할 수 없었을 테고."

 

 나는 다락방 구석에 있는 철제 사다리를 들어 비밀의 문 앞으로 끌고 왔다. 바닥을 긁는 소리가 다락방 내에 울려 퍼지자 유희와 지수는 귀를 막았다. 사다리는 비밀의 문을 통해 아랫방으로 내려졌다. 각도와 지지 점을 확인하고는 안전한지 흔들어 보았다.

 

 "이 정도면 내려갈 수 있겠는데? 다 같이 내려가 보자."

 

 나는 사다리를 잡고 한발씩 밑으로 내려갔다. 마치 실제 범인이라도 된 듯 주위를 살피며 불안요소를 체크했다. 이 정도 소음으로는 곯아떨어진 혜나를 깨울 수 없었다. 완전히 내려온 나는 낚시 줄을 주워들고 침대 위로 올라갔다. 이로써 범인의 동선은 완전히 파악이 된 셈이었다.

 

 "범인은 이 낚시 줄로 혜나의 목을 조른 뒤 공중에 매달아 놓았어. 그리고 다시 비밀의 문으로 올라가 사다리를 철수하면 완전범죄가 성립돼. 결정적으로 범인은 잠겨있던 방문을 일부로 열어 놓았어. 그래야만 밀실살인이라는 가능성을 처음부터 지울 수 있으니까. 이곳은 밀실이 아니라는 고정관념을 우리 머릿속에 심어 놓은 거야. 행여나 밀실트릭을 파헤치려고 덤벼들다 들통이라도 나면 낭패거든. 뭐 물론 결론적으로는 탄로가 났지만."

 

 "그랬던 거구나. 대단하다 오빠. 범인의 생각을 완전히 읽은 거자나."

 

 유희는 진심 감탄을 표하며 박수를 쳤다. 경찬 역시 괜히 추리소설 작가가 아니라며 추켜세우기 시작했다. 난 멋쩍은 듯 머리를 긁으며 딴청을 피웠지만 짧은 순간 경찬의 표정을 살폈다. 분명 그의 얼굴에는 낭패라는 두 글자가 적혀 있었다.

 

 "그럼 범인은 역시 이 안에 있는 사람 중 한명이란 거죠?"

 

 지수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애써 웃어 보였다. 그러나 이마와 관자놀이 쪽에는 식은땀이 묻어나오고 있었다.

 

 "지수야, 왜 그래. 추워? 어머 얘 몸 떠는 것 좀 봐."

 

 지수는 오한이 온 듯 몸을 떨기 시작했고 유희는 지수를 데리고 1층으로 내려갔다. 나와 경찬 역시 1층으로 내려와 지수의 상태를 살폈다. 유희는 아까 혜나가 덮고 있던 담요를 지수에게 덮어주고는 따뜻한 물을 갖다 주었다. 지수는 양손으로 머그잔을 움켜쥔 채 두 눈을 꼭 감고 있었다. 마치 누군가에게 기도라도 하는 듯한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지만 아름다웠다.

 

 "이제 다음은 제 차례겠죠?"

 

 지수는 이미 생의 의지를 잃은 듯한 눈빛으로 주위를 바라보았다. 마치 인생 마지막을 정리하는 시한부 환자처럼 공허한 눈빛으로 주변 사물을 하나씩 눈에 담고 있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다음이 너라니? 이제 더 이상 누구도 죽지 않아."

 

 유희는 가엾은 지수를 안아주며 머리에 입을 맞추었다. 어느 새 여자들의 눈시울은 잔뜩 붉어져 흘러내리기 직전이었다.

 

 "잊고 있었는데 아까 다락방에서 거울을 보고 다시 한 번 확인했어. ‘시민은 모두 죽는다.’ 가영 오빠와 혜나 언니가 죽었고 이제 남은 사람은 나 한명 뿐이야. 셋 중에 한명이 날 죽이겠지."

 

 지수는 떨리는 턱을 진정시키고자 머그잔을 입으로 갖고 갔으나 소용없었다. 머그잔과 이빨이 부딪히며 초조한 소리만 울려 퍼졌다.

 

 "유희 말대로 이제 더 이상 희생자는 나오지 않을 거야. 다 같이 한 곳에 모여 남은 시간을 흘려보내면 돼."

 

 시간이란 단어를 녀석이 들은 걸까? 뻐꾸기의 외출 숫자가 네 번으로 늘었다. 새벽 4시. 제법 시간이 흘렀고 조금이나마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졸음과 관련해서도 큰 고비가 지나간 듯 아까만큼 졸리지 않았다. 다만 프로이드의 심리분석 이론 중 구강기에 속한 아이처럼 내 입은 아까부터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갈망하고 있었다.

 

 "남은 담배 있어?"

 

 결국 참지 못하고 경찬에게 SOS를 날렸다. 경찬은 담뱃갑을 뒤적이더니 밖으로 나가자는 신호를 보냈다.

 

 "내 담배도 모두 떨어졌지만 다행히 스페어 몇 가치를 구했지."

 

 비바람을 막으며 서로에게 불을 붙여준 뒤에 경찬은 씁쓸한 표정으로 니코틴을 빨아들였다.

 

 "아까 혜나 방에서 주운거야. 침대 한쪽에 놓인 구겨진 담뱃갑. 혹시나 해서 들여다봤는데 딱 세가치 남았더라. 비록 1미리라 맛이 좀 싱겁지만 이거라도 감사해야지."

 

 있는 힘껏 니코틴을 빨아들이다가 문득 담배필터로 눈이 갔다. 과연, 그녀의 취향은 이런 무미건조함이었다. 뭔가 씁쓸하면서도 머리가 띵해지는 느낌에 몇 번이나 입맛을 다셨다. 언젠가 나와 맞담배를 피며 혜나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처음에는 독해서 좋았는데 이제는 무덤덤해졌어. 그냥 습관처럼 찾을 뿐 그 이상, 이하도 아니야. 다들 이런 식으로 던힐의 노예가 되는 건가?"

 

 그녀는 골방에서 홀로 담배를 태웠을 것이다. 불안감과 초조함에 휩싸여 담배를 안주삼아 소주를 넘기다보니 의식을 잃은 것이다. 영원히.

 

 "남은 한 개는 네가 마저 피고 들어와. 혜나가 남긴 마지막 유품이니까."

 

 경찬은 담배를 인계하고는 비바람을 피해 집안으로 사라졌다. 그의 뒷모습을 보며 마지막 담배를 입에 문 나는 불을 붙이고는 입안 한가득 니코틴을 머금었다. ‘후’ 하고 불자 담배연기는 뭉게구름이 되어 좀 전의 기억을 스멀스멀 이끌어냈다.

 

 범인이 사용한 다락방 내 철제 사다리. 그걸 과연 여자의 힘으로 움직일 수 있었을까? 나조차 바닥을 끌며 운반해야했던 무게를 여자가 밑에 층으로 내렸다가 다시 올릴 수 있었을까? 굉장히 낮은 확률이다. 감히 말하자면 이번 살인의 용의자는 남자일 확률이 훨씬 높다. 아니, 남자밖에 할 수 없다. 그렇다면 확률은 동전의 앞뒤 중 하나로 줄어든다.

 

 나와 경찬. 둘 중 한명이 범인이다. 그런데 나는 범인이 아니다. 고로 경찬이 범인이다. 어설픈 삼단논법처럼 보이겠지만 추출된 결론은 참이었다. 범인은 경찬이다. 왜 미리 눈치 채지 못했을까? 마피아게임에서 사회자는 ‘신’으로 봐도 무방하다. 그는 마피아와 시민을 지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또한 게임도중 적절한 개입으로 어느 한쪽의 승리를 도울 수도 있다. 그는 가영과 혜나, 그리고 지수를 시민으로 지목했다. 벌써 시민 두 명이 죽었고 지수만 홀로 남았다. 그가 뽑은 사람이 죽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약 지수마저 죽는다면 그 즉시 어떤 조치를 취해야만 한다. 일단 지금부터는 그를 면밀히 관찰할 것이다.

 

 비바람에 젖어버린 머리를 털면서 집안으로 들어가는데 분위기가 이상했다. 다수의 비명이 오갔고 울부짖는 소리가 이어졌다. 나는 중문을 열자마자 엄청난 불행을 직감했다. 지수는 탁자를 등진 채 식칼을 들고 서 있었다. 그녀는 충혈된 눈으로 주위를 경계하며 칼날을 올려 세웠다.

 

 "지수야. 대체 무슨 일이야? 왜 칼을 들고 서 있는 거야? 일단 그것부터 내려놓고 얘기하자."

 

 나는 두 손을 들어 항복의 의미를 전달하고는 천천히 지수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그러나 그녀는 막무가내였다. 칼날을 내 쪽으로 돌렸으나 걸음을 멈추지 않자 자신의 목 쪽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그와 동시에 내 걸음도 멈추었다.

 

 "더 이상 다가오면 그냥 죽어버릴 거야. 어차피 죽어야한다면 남의 손에 죽고 싶지 않아. 차라리 스스로 목숨을 끊겠어."

 

 그녀는 칼날을 목에 댄 채로 힘을 주었다. 곧 새하얀 목에서 장미보다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참다못한 경찬이 뛰쳐나왔지만 곧바로 제지했다. 그녀의 자연스런 죽음을 노리고 뛰쳐나가는 것으로 보였던 걸까. 이미 선입견이 쓰인 내 눈은 그를 범인으로 확신하고 있었다.

 

 "알았어. 우린 아무 짓도 하지 않고 소파 위에 앉아 있을 생각이야. 그러니까 일단 칼부터 목에서 치우는 게 좋겠어."

 

 나는 경찬을 데리고 소파로 와서 앉았다. 유희는 눈물을 머금은 채 안타까운 눈빛으로 지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일단 어쩌다 저 지경까지 가게 된 건지 설명부터 해봐."

 

 지수는 우리의 눈치를 보더니 탁자 옆 의자에 앉았지만 경계는 늦추지 않았다. 유희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억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오빠들이 담배를 태우러 나가고 우리는 커피를 한 잔 더 마시기로 했어. 또 졸음이 밀려오기 시작했거든. 부엌에서 커피를 마시고 지수는 홀 쪽으로 먼저 나갔어. 난 뒷정리를 하고 천천히 나가려는데 뭔가 이상한거야. 아니나 다를까, 지수는 지금처럼 식칼을 들고 날 노려보고 있었어."

 

 유희는 그 순간을 잊지 못하겠다는 듯 몸서리쳤다. 그녀는 지수가 덮고 있던 담요를 몸에 두르고는 크게 한숨을 쉬었다.

 

 "처음에는 날 죽이려고 하는 줄 알았어. 그래서 있는 힘껏 비명을 질러댔는데 뭔가 이상하더라고. 지수는 제자리에 서서 칼만 겨누고 있을 뿐 전혀 움직이지 않았어."

 

 지수는 아까처럼 다가오면 죽어버릴 거라고 소리만 칠뿐 조금의 공격성도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그때 경찬이 집안으로 들어왔고 제지해보려고 했지만 나와 마찬가지로 무산되고 만 것이다. 그녀는 저 멀리서 우리의 얘기를 듣고만 있을 뿐 어떤 반박도 펼치지 않았다.

 

 "아무래도 자신이 곧 죽을 거란 불안감이 너무 컸던 거 같아. 그게 상상 이상의 스트레스로 이어졌고 결국 이성마저 파괴한 거야."

 

 지난 몇 년간 봐오던 명랑하고 쾌활하던 지수는 사라지고 없었다. 증오와 불신만 남은 그녀는 칼을 든 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나는 다시 한 번 일어나 설득해 보려 했지만 그녀의 얼굴을 보고 포기하고 말았다.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그녀의 눈빛은 분명 나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있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묻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지금 상황에서 더 이상의 토론은 무의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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