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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구주강호를 질주하다
작가 : 야운
작품등록일 : 20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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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돌아온 소가주(2)
작성일 : 16-04-21     조회 : 407     추천 : 0     분량 : 5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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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순수하게 근육만으로 달리던 운몽은 양화산으로 들어서자 내공을 운용해 달리는 속도를 높였다.

 바닥을 박차고 더 빨리 더 높이 몸을 날렸다.

 짐처럼 무겁기만 하던 육체가 의지대로 움직였다. 조금만 무리해도 숨이 턱턱 막혔던 육체가 아무 거리낌 없이 달려나간다. 오히려 더 빨리 달리라고 충동하는 듯 온몸에 힘이 넘쳐난다.

 시원한 바람이 전신을 어루만지며 지나갔다.

 초목은 초록의 융단이 되어 발밑을 들어 올렸다.

 먹물 같은 하늘은 어느 때보다 총총히 빛나는 별을 쏟아 부었다.

 가슴 벅찬 환희에 운몽은 달리고, 달리고 또 달렸다.

 시원하게만 느껴졌던 바람이 앞을 가로막는 벽이 될 정도로 속도를 올렸다. 공기의 저항까지 밀치고 파고들었다. 바람 소리가 천둥처럼 귓가를 울린다.

 달리다 달리다 운몽은 양팔을 들고 힘껏 날아올랐다.

 세상과 하늘이 온통 운몽을 감싸 안아주는 듯했다.

 살아있음을 가장 강하게 느끼는 순간이었다.

 운몽은 눈 안으로 빨려 들어오는 아름드리나무를 튕기며 위로 솟구쳤다.

 태양이 조금씩 머리를 내밀어 어두웠던 하늘과 구름이 붉은색으로 점점이 물들어 갔다. 붉은 운해였다.

 가는 나뭇가지에 올라선 운몽은 한동안 넋을 잃고 태양과 붉어져 가는 운해를 바라봤다.

 어느 순간, 운몽은 완전히 어둠을 몰아내지 못한 지금의 하늘이 자신이 익힌 무공의 진전과 흡사하다고 생각했다.

 태양이 하늘과 세상까지 완전히 제 몸으로 물들이는 것처럼 자신이 익힌 내공심법, 패력천양공(覇力天陽功)도 모든 혈도와 세맥을 뚫고 중단전에서 상단전까지 뚫기를 원했다.

 소망은 갈증이 되어 전신을 휘감았다.

 운몽은 다시 가는 나뭇가지를 퉁기며 몸을 날렸다.

 대성으로 상단전까지 뚫은 패력천양공은 바다와 같다 했다.

 아무리 쓰고 써도 마르지 않는 내공.

 운몽은 누군가를 이기기 위해 강해지기를 열망하는 것이 아니다.

 해야 할 일이 있다.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단지 강해지고 싶어서다. 약하기 그지없던 자신이 얼마나 강해질 수 있는지 알고 싶다. 강하다는 것이 대체 무언지 느끼고 싶다.

 운몽은 생각을 끊고 극성까지 내공을 끌어 올렸다.

 지금은 중단전을 뚫는 것에만 신경 쓰고 싶었다.

 패력천양공이 벽에 부딪힌 것처럼 진전이 없을 때마다 운몽은 더는 견디지 못할 정도까지 육체를 혹사했다. 그렇게 한 단계씩 넘어선 것이 지금은 오성까지 습득할 수 있었던 계기였다.

 운몽의 몸이 양화산을 다시 빠르게 휘저었다.

 바람은 돌풍이 되어 전신을 압박했다. 목이 타들어 간다. 심장은 뛰다 못해 터질 것 같이 괴로웠다. 그 모든 괴로움에도 운몽은 바람과 경쟁하는 경공(輕功)을 멈추지 않았다.

 경공에 붙여진 이름은 비류풍영(飛流風影)이었다.

 

 임 부인은 돌아온 운몽이 새벽부터 나갔다는 말에 안정을 취하지 못하고 서성였다. 말도 없이 나갈 애가 아니라는 것을 아는데도 한 번 잃었던 아들이라 다시 이대로 돌아오지 않는 것이 아닐까 싶어 불안감을 누를 수 없었다.

 “엄마! 일찍부터 왜 나와 있어요?”

 막내딸 단화몽(端華夢)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다가왔다.

 “일찍은 무슨. 새벽 공기 좀 마시려고 나온 거지.”

 “큰 오라버니 기다리는 건 아니고?”

 입술을 삐죽이며 말하는 단화란을 보며 임 부인은 고개를 흔들었다.

 “운몽이가 애니?”

 “애가 아니라는 건 아시네요. 아무튼, 우리 집 부모님은 첫째 오라버니에게만 유별나시지.”

 “쓸데없는 소리!”

 임 부인이 눈을 흘겼다.

 “소, 소가주!”

 “어디 아픈 겁니까?”

 “그러게 너무 무리한다 싶었습니다.”

 갑자기 들리는 말에 임 부인은 그때까지 한시도 가만있지 못하고 서성이던 발을 멈추고 정문을 바라봤다. 전신이 땀으로 흠뻑 젖은 운몽이 지치고 피곤한 얼굴로 들어왔다.

 임 부인은 아들이 또 어린 시절 때처럼 쓰러지는 것이 아닌가 싶어 가슴이 철렁했다. 당장에라도 달려가서 부축하고 싶었다. 하지만 자신이 걱정하는 모습에 더 죄스러워하는 운몽임을 안다. 임 부인은 아픈 마음을 숨기고 잠시 나갔다가 돌아온 아들을 맞이하듯 잔잔한 미소만을 흘렸다.

 고개를 흔들어 땀을 털어낸 운몽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왜 나와 계세요? 설마 제가 또 쓰러졌을까 봐서요?”

 “얘는!”

 “화몽이는 왜 또 나와 있어?”

 “누구 때문에 새벽부터 나와 있는 엄마가 걱정되어서 말이지.”

 “화몽아!”

 입술을 삐죽이며 툴툴거리는 단화몽에게 임 부인이 쓸데없는 말을 한다는 듯 소리쳤다.

 “뭐 내가 틀린 말 했나요?”

 “하하! 맞다. 내가 또 어머니를 걱정시킨 모양이다.”

 운몽이 시원스럽게 수긍하자 단화몽은 운몽을 쳐다보다 고개를 확 돌려버렸다.

 “어휴! 땀 냄새, 가서 씻어야겠어.”

 “어머니, 전 어머니보다 이제 화몽이가 더 무서워요. 아주 똑 부러지게 자랐네요.”

 “당연하지. 얼마 안 있으면 혼례를……!”

 말을 하던 임 부인의 안색이 갑자기 어두워졌고 단화몽도 덩달아 안색이 무거워졌다.

 운몽은 모녀의 표정으로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지만 모른 척하고 반가운 듯이 물었다.

 “화몽이가 벌써 혼례를 치를 나이가 되었나요?”

 운몽의 밝은 미소에 전염된 듯 임 부인도 옅은 미소를 보였다.

 “화몽이 나이 벌써 스물이잖니.”

 “그래도 전 섭섭한데요. 화몽이와 같이 있을 시간이 별로 없다는 말이잖아요.”

 “체! 언제부터 그리 챙겼다고.”

 “하하! 내가 너 기저귀 갈아준 거 모르는구나?”

 “오, 오라버니!”

 얼굴이 빨개진 단화몽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임 부인은 여러 걱정에도 운몽의 달라진 모습에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저 정도로 땀을 흘릴 정도라면 이미 누군가에게 업혀서 방에 들어갔을 것이고 의원을 부르라고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을 터다.

 그런데 지금의 운몽은 피곤함만 전해질뿐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아파 보이지는 않았다.

 왠지 대견하고 뿌듯해진 임 부인은 장난스럽게 코를 막았다.

 “어휴, 땀 냄새! 화몽이 말대로 정말 지독하구나. 당장 목욕물 준비시킬 테니 씻어라.”

 “네네.”

 운몽 역시 장난스럽게 답하고는 처소로 발을 옮겼다.

 운몽과 임 부인에게는 별 일없이 지나간 아침이었다.

 임 부인에게는 아들의 건강을 확인해서 기분이 좋았던 날이기도 했다.

 하지만 단씨가에 있는 무인들과 가솔들은 소가주에 대한 걱정이 커지기 시작했다. 팔 년이 지난 지금도 운몽이 세가를 이끌어 나가기에는 너무 병약하다고 생각했고 그 소문은 인근과 다른 지역으로까지 발 빠르게 퍼져 나갔다.

 

  ❀ ❀ ❀ ❀ ❀ ❀ ❀

 

 운몽은 여전히 뚱한 얼굴을 지우지 않는 동생 단천몽을 찾아갔다.

 “형이 웬일이야?”

 “차나 한 잔 주라.”

 몸에 좋다는 국화차는 어머니가 각 처소에 항시 떨어지지 않게끔 준비해 두는 차였다. 운몽이 무언가 할 얘기가 있어 찾아온 것을 알면서도 단천몽은 툴툴거렸다.

 “왜? 형 처소에 있는 국화차는 맛이 다르나? 혹시 모르지. 어머니가 내 국화차만 더 신경 써서 맛이 더 좋을지도.”

 부모님의 형에 대한 각별함을 단천몽은 비꼬고 있었다.

 마냥 착하기만 했던 동생이 이렇게 변한 것은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팔 년 동안 돌아오지 못한 자신 탓도 적지 않다는 것을 운몽도 알고 있었다.

 “그래! 나도 그 신경 쓴 차 좀 먹어보자.”

 “체!”

 투덜거리면서도 단천몽은 운몽에게 차를 따라주고 자신이 마실 차도 준비해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

 “오랜만에 돌아와 보니 집안이 어찌 돌아가는지를 전혀 모르겠어. 하! 장자인 주제에 우습지?”

 운몽의 말에 집안의 여러 어려운 부분이 생각나 단천몽은 표정이 굳었다. 많은 일 중 무엇부터 말해 주어야 하나 잠시 고민했다.

 “휴우……! 사실 가장 시급한 일이 하나 있어.”

 운몽은 찻잔을 내려놓으며 어두워진 표정으로 얘기를 꺼내는 단천몽을 바라봤다.

 단천몽은 본가 세력 안에 있는 퐁토촌(豊土村)과 이웃한 죽림촌(竹林村)이 몇 달 전부터 다툼이 끊이지 않는다는 말부터 꺼내었다.

 단씨세가의 기반이 있는 풍덕(豊德)현은 대부분이 곤강(丨江)에서 물을 끌어다 농사를 짓는다. 그런데 죽림촌에서 물이 모자란다는 이유로 풍토촌으로 흘러들어오는 물을 상의도 없이 좁히고 자신들 쪽의 물줄기를 넓히는 공사를 한 것이다.

 죽림촌도 단씨세가의 세력 안이라면 아버지 단학이 중재하기가 쉬웠을 터다. 하지만 죽림촌은 단씨세가와 알게 모르게 이권 다툼이 있는 곽씨세가의 땅이었다. 풍토촌은 대부분 단씨 본가의 땅으로 주민이 단학에게 땅을 빌려 농사를 짓는다. 그와 같이 죽림촌의 대부분은 곽씨세가의 땅이었다.

 싸움이 격해지고 죽림촌의 장정들에게 맞아 부상자가 속출하자 풍토촌의 촌장과 대표들이 단씨 본가를 찾아와 해결해 달라고 청했다. 그러나 단학이 나서면 곽씨세가에서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 자명한 일이었다. 자칫 주민들 간의 싸움이 양 무림가의 싸움으로 번질까 우려가 되어 섣불리 나설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사연을 들은 운몽이 입을 열었다.

 “집안 어른들과는 의논해 본 거야?”

 “곽씨세가는 우문세가와 사돈지간이야. 우문세가는 대호(大湖)주 전체에서 손꼽히는 무림세가라고.”

 구주강호(九州江湖)에서 서북 쪽에 있는 곳이 대호였다. 강호 전체로 보면 대호는 아홉 주 중 한 부분에 불과했지만 수많은 현과 수많은 무림가가 있는 곳이 대호무림이었다.

 단씨세가는 대호의 수많은 현 중에서 한 곳인 풍덕현에서만 알아주는 세가이니 우문세가의 명성과 힘에 비교한다면 아주 작은 무림가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

 “무슨 말인지 알아? 우문세가와 껄끄러운 관계가 되는 것을 당숙들 쪽에서는 무조건 피하고 보자는 심사라는 거지. 풍토촌 일은 땅주인인 우리가 알아서 하라는 거야. 아버지는 이번에 열리는 대호무림회에 참가해 여러 가주를 두고 이 일에 대한 해결을 볼 참이야.”

 대호무림에서는 일 년에 한 번씩 무림가 간의 친목을 도모하고자 각 문파의 인물들이 모이는 행사가 있었다. ‘대호무림회’라 명칭을 정한 이 모임은 무림가 간의 크고 작은 분쟁과 알력을 해소하는 장소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당숙들이 뭐라고 하는 줄 알아? 단씨세가 식구들이 우르르 몰려갈 필요가 뭐 있겠냐는 거야. 그런 말을 하는 걸 보면 이번 대호무림회에는 얼굴도 안 내밀게 뻔하잖아.”

 단천몽은 당숙들에게 원망과 분노를 보이며 말을 이었다.

 “당숙들의 속내는 또 있어. 우리가 이번 일을 제대로 해결 못 하면 본가의 무능을 탓하며 사업의 주도권을 완전히 빼앗으려 달려들 거야. 흥! 누가 그 속을 모를 줄 알고?”

 운몽은 날카로운 인상에 언제나 번들거리는 눈빛을 보였던 첫째 당숙이 문득 떠올랐다.

 “어쨌든 이틀 후에 출발하기로 했어. 곽씨가와 사돈지간인 우문에서 열리는 모임이라 껄끄럽지만, 별수 없잖아. 양 가간의 충돌로 피 보는 일 없이 해결책을 찾아야 하니.”

 말을 끊은 단천몽이 운몽을 보며 물었다.

 “당연히 형도 가야겠지?”

 “하! 잘 됐네. 마치 집안에서만 있었더니 적적했던 참인데.”

 장난스러운 미소로 말하는 운몽을 보고 단천몽이 뚱한 소리를 내뱉었다.

 “형! 우리 놀러 가는 거 아니거든.”

 “하하하!”

 그저 웃음만 보이는 운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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