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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견문록
작가 : 노쓰우드
작품등록일 : 2016.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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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 화
작성일 : 16-08-22     조회 : 702     추천 : 0     분량 : 7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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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도미니크

 

 

 

 “나가 시녀를 소환하겠어.”

 

 [나가 시녀는 나가 일꾼을 지휘합니다. 나가 시녀의 지휘로 나가 일꾼의 작업 효율이 대폭 상승합니다. 자원의 채집 효율이 상승합니다. 희귀 자원을 발견할 확률이 상승합니다.]

 

 눈앞에 떠오르는 메시지를 보며 김진우는 마뜩치 않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에는 당연하게도 미궁의 경비를 강화할 수 있게 나가 병사를 뽑으려 했다. 하지만 나가 병사는 나가 시녀나 일꾼과는 다르게 유지비가 필요했다.

 당장 수중에 다운 잼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터라 그는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나가 시녀를 뽑아야 했다.

 

 [한번 소환된 나가 시녀는 죽기 전에는 소환 해제가 불가능합니다. 그래도 나가 시녀를 소환하시겠습니까?]

 

 “그렇게 하겠어.”

 제단이 갑작스레 빛이 나기 시작했다. 금세 사라지겠지 하고 기다렸지만 어쩐 일인지 빛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 밝기도 나가 일꾼이 소환될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찬란한지라 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저의 신비가 작용합니다. 극도로 희박한 확률을 넘어 나가 시녀의 영웅이 소환되었습니다.]

 

 갑작스러운 메시지에 그가 눈을 동그랗게 뜨는데, 찬란하던 섬광이 가라앉았다.

 

 [나가 시녀 도미니크(영웅)가 소환되었습니다. 도미니크는 일반 나가 시녀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 그녀는 주인의 명예를 위해 헌신하는 진정한 조언자입니다.]

 

 거창한 메시지만큼이나 도미니크의 등장은 임팩트가 있었다.

 검은 머리는 마치 밤을 빚어놓은 듯했고 창백한 얼굴은 아름다웠다.

 나가 일꾼과는 다르게 묘하게 인간적인 모습을 한 도미니크는 하반신이 뱀이라는 것과 창백한 푸른빛 피부를 제외하면 인간 여성과 똑같았다.

 신비로운 보랏빛의 눈동자를 멍하니 바라보던 김진우는 순간적으로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출렁.

 도미니크가 보석처럼 빛나는 비늘을 번쩍이며 하반신을 꿈틀거릴 때마다 움직이는 두 개의 살덩이가 기이할 정도로 박력 있었다.

 하늘하늘한 천 너머로 보이는 그 아찔한 윤곽에 그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주인님.’

 그 순간 갑작스럽게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깜짝 놀란 그가 고개를 돌리니 입을 벙긋거리는 도미니크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가 입을 움직일 때마다 속삭이는 듯한 여인의 음성이 머릿속에서 울려 퍼졌다.

 ‘할 일을 정해주세요.’

 다소곳하게 자신을 올려다보며 입을 벙긋거리는 도미니크의 모습에 김진우의 심장이 뚝 하고 떨어졌다.

 

 ***

 

 영웅급 소환수라 하지만 도미니크는 어디까지나 나가 시녀였다. 그녀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미궁의 잡스러운 일들을 도맡아 지휘하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일을 알아서 하는 도미니크였지만 때때로 나타나 머릿속에 직접 말을 걸어오기도 해 그녀의 행동에 익숙해지는 데는 꽤나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이 주일이란 시간이 지난 지금, 나가의 미궁은 꽤나 많은 것이 변해 있었다. 가장 먼저 마구잡이로 쌓여 있던 창고의 자원이 정리되었다.

 먼지가 쌓여 있던 미궁이 제법 깨끗해졌으며 이상하게 분위기가 밝혀졌다.

 꼭 사내들만 사는 집에 여자가 들어온 듯한 기분이다.

 몰라볼 정도로 달라진 미궁의 모습도 대단했지만 도미니크의 가치는 정리정돈에 있지 않았다.

 그녀는 김진우가 다운 잼에 집착하는 것을 보고는 나가 일꾼들의 자원 채집 장소를 아예 바꾸어 버렸다. 그 덕분에 이 주에 한 번 발견될까 말까 하던 다운 잼이 이 주일 동안 세 번이나 발견되었다.

 “수고했어.”

 따로 분류하여 가져온 녹색의 다운 잼을 받아 든 그가 칭찬의 말을 건네니 도미니크가 몸을 배배 꼬았다. 그 모습이 묘하게 색정적이라 그는 무의식중에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임프가 창고를 노리고 있어요. 창고와 미궁의 입구를 지킬 병사가 필요해요.’

 도미니크는 시키는 일만 묵묵히 하는 나가 일꾼과는 달랐다. 그녀는 이따금씩 미궁의 상황을 알려주며 조언을 해주기도 했다.

 “그렇지 않아도 수를 내려던 참이야.”

 그렇게 말한 그가 마치 연못에 돌을 던지듯 다운 잼을 제단 위로 던져 넣었다.

 “나가 병사 둘 소환할게.”

 

 [나가 병사는 용맹한 병사이자 노련한 사냥꾼입니다. 하지만 새로운 미궁에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신병이나 다름없습니다. 먹이 사육장을 개발하거나 나가 병사가 미궁 근처의 사냥터를 찾기 전까지는 미궁에 축적된 다운 잼으로 유지비를 대체합니다. 나가 병사 둘의 한 달 유지비로 최하급 다운 잼 1/8개가 소모됩니다. 그래도 나가 병사 둘을 소환하시겠습니까?]

 

 “그대로 해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제단에 빛이 어리고 그 속에서 2.5미터는 넘을 법한 나가 병사 둘이 튀어나왔다.

 나가 일꾼을 불려놓은 듯한 모습에 붉은 비늘로 감싸인 나가 병사들은 각기 창 하나씩을 꼬나 쥐고 있었다.

 혹시라도 도미니크의 경우처럼 영웅급 소환수가 나타나지 않을까 했지만 헛된 바람이었다.

 극도로 희박한 확률이라고 했으니 아마 그녀의 경우가 특별한 것이리라.

 아쉬움에 나가 병사들을 보며 입맛을 다신 그가 짧게 명령했다.

 “너희들은 앞으로 미궁의 입구를 지켜.”

 나가 병사들이 바닥을 쿵 하고 치더니 그대로 몸을 돌려 사라졌다.

 미궁이라고 해봐야 아직까지는 등급이 낮아 오너 룸 인근의 창고와 나가 일꾼의 둥지, 통로 몇 개에 불과한지라 당분간은 저 둘만으로 경비를 세우기에 충분할 것이다.

 한참 여름인 지상과는 다르게 기이할 정도로 서늘한 나가의 미궁이다. 한동안 이리저리 미궁을 쏘다니며 빈둥거린 그가 포탈을 열려는데, 눈앞이 뻘게지며 메시지가 번쩍거렸다.

 

 [나가 병사가 전투를 시작했습니다.]

 

 소환한지 얼마나 됐다고 바로 전투란 말인가. 상황을 파악할 여유도 없이 김진우는 황급히 오너 룸을 나섰다.

 

 [나가 병사의 몸에 동기화를 시도하시겠습니까? 동기화 이후에는 나가 병사와 시야를 공유합니다. 원하는 경우 나가 병사의 몸을 통제할 수도 있습니다. 동기화한 나가 병사가 전사할 경우 강제적으로 동기화가 해제됩니다.]

 

 호기심이 생겼지만 그는 이내 고개를 젓고 말았다. 지금은 호기심을 채울 때가 아니었다.

 아직 활성화되지 않은 지역이 대부분이라 얼마 가지 않아 그는 나가 병사가 전투를 하고 있는 곳에 도달했다.

 “칵칵!”

 대체 어떤 놈이 미궁에 침입했나 했더니 붉고 작은 몸뚱어리와 상대적으로 커다란 머리통이 눈에 익었다.

 “임프?”

 “카아아악!”

 어쩌다 나가 병사에게 발각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앞뒤로 나가 병사에게 둘러싸인 채 이리저리 몸을 굴리며 창을 피해내는 임프의 모습이 위태로웠다.

 그를 발견한 임프가 친하지도 않은데 친한 척을 하며 애원하는 눈빛을 보내왔다.

 “멈춰! 죽이지 말고 생포해!”

 그 말에 임프는 절망스러운 얼굴을 해 보였고, 나가 병사들은 창대를 거꾸로 잡았다.

 

 ***

 

 “그러니까, 이게 다라고?”

 나가 병사에게 생포된 임프가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도톰한 임프의 손바닥 위에 올려 있는 네 개의 다운 잼을 바라보는 김진우의 얼굴에 화색이 가득했다.

 임프가 내민 다운 잼의 크기가 상당한 때문이다.

 이 정도라면 일전에 팔아치운 붉은색 다운 잼과도 비슷한 크기일 것이다.

 “키이이이.”

 김진우가 고민할 것도 없이 다운 잼을 낚아채니 임프가 죽겠다고 울상을 했다. 하지만 그래봐야 그는 임프를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전에 받은 시세만큼만 받아도 네 개 합쳐 7천만 원을 호가하는 다운 잼이다. 뜻하지 않은 행운을 얻었으니 기분이 좋지 않을 리가 없었다.

 “가.”

 다운 잼도 뺏은 마당에 죽이기도 뭐해 그는 임프를 풀어주었다.

 “칵칵, 카아아악!”

 나가 병사의 손을 벗어난 임프가 발로 땅을 걷어차다가 알 수 없는 소리를 내뱉고는 사라졌다. 의미를 알 수는 없었지만 아마 욕을 한 게 아닐까 싶다.

 ‘임프는 비열한 좀도둑이에요. 살려주면 다시 또 창고를 넘볼 게 분명해요.’

 도미니크는 임프를 살려준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다. 하지만 이미 임프를 털어 톡톡히 재미를 본 김진우는 작은 도둑을 죽이는 대신 다음을 기약했다.

 혹시 아는가. 임프 덕분에 또 다른 수익이 생길지.

 잠시 기분 좋은 얼굴을 하고 있던 김진우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도미니크, 미궁을 빨리 키울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지?”

 ‘일단 가장 좋은 건 다운 잼을 아낌없이 투자하는 게 가장 쉬운 방법이에요. 그리고 지금 주인님의 손에는 업그레이드를 하기 충분한 다운 잼이 있지요.’

 도미니크의 조언에 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그는 품 안에서 두 개의 다운 잼을 꺼내 제단 위로 던졌다. 제단 위에 던진 파랗고 노란 다운 잼 두 개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중급 다운 잼 두 개를 제단에 바쳤습니다. 2등급 미궁을 3등급으로 업그레이드하기 충분한 에너지입니다.]

 

 “업그레이드.”

 

 [2등급 미궁을 3등급 미궁으로 업그레이드합니다. 업그레이드까지 239:59:57초 남았습니다.]

 

 흔적도 없이 사라진 다운 잼이 놓여 있던 자리를 바라보던 그는 남은 시간을 확인하고는 미궁을 떠났다.

 

 **

 

 “요즘 뭐가 그리 바쁘냐?”

 아버지의 질문에 그는 어설프게 웃어 보이고 말았다.

 “혹시 엉뚱한 생각 하는 건 아닐 거라 믿는다. 이 엄마, 아빠는 네가 다시 그곳을 들락거리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이따금씩 보이는 그의 표정에서 심상치 않은 기색을 느낀 것일까. 아버지의 말이 무겁기만 했다.

 “네.”

 알았노라 대답하면서도 김진우의 얼굴은 잔뜩 굳어 있었다. 가족이 보내는 온정에 풀어져 현실을 외면하던 스스로가 떠올랐다.

 가족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도망치듯 떠난 지저 세계를 생각하며 그는 이를 악물었다.

 더 이상은 도망칠 수 없었다. 무력하던 그때와는 다르게 지금의 자신은 힘이 있었다.

 수많은 형제를 처참하게 망가뜨리고 끝내는 거미들의 아가리에 처넣은 지저 공작. 토굴꾼이던 자신은 이제 그와 같은 미궁의 주인이었다.

 그렇게 생각하자 김진우는 안달이 나 참을 수가 없었다. 스스로를 다독여 보지만 조바심이 나는 것만큼은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한참을 기다려 그가 다시 미궁을 찾았을 때, 미궁은 이미 업그레이드가 끝나 있었다.

 

 [미궁의 업그레이드가 완료되었습니다. 미궁의 등급이 2등급에서 3등급으로 격상됩니다. 잠겨 있던 시설들이 새롭게 활성화되었습니다.]

 [미궁의 활성화로 멀리 있던 비스트와 크리쳐들이 미궁의 존재를 확실하게 인식합니다.]

 [더 이상 미궁은 안전하지 않습니다. 서둘러 병력을 보강해 침입에 대비해야 합니다.]

 [운이 없었습니다. 근처에 있던 뿔난 쥐(1등급) 무리가 미궁을 향해 다가오고 있습니다. 방비를 서둘러야 합니다(도착까지 00:59:59).]

 언제나처럼 눈앞을 빼곡하게 가릴 정도의 알림 메시지가 떠올랐다. 그중에서도 가장 마지막에 떠오른 메시지는 빨갛게 점멸하고 있었다.

 

 [미궁의 방어에 실패하면 미궁의 핵이 파괴됩니다. 미궁과 운명을 함께하는 오너 역시 심각한 데미지를 입습니다.]

 

 “도미니크!”

 다급함을 나타내듯 뻘겋게 번쩍이는 메시지를 보며 그가 도미니크를 불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어디선가 그녀가 나타나 말했다.

 ‘병력을 뽑아야 해요. 이대로는 미궁을 지킬 수 없어요.’

 그녀가 말하는 그 순간에도 메시지 창은 빨갛게 점멸하고 있었다.

 

 [뿔난 쥐 무리의 침공까지 앞으로 00:59:32 남았습니다.]

 

 야속하게도 숫자는 멈추지 않고 줄어갔다.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그는 빠르게 미궁의 상태를 확인했다.

 

 [나가의 미궁] (활성화)

 □오너 김진우(6등급)

 □3등급 미궁(규모 18X18)

 □던전 에너지 20/100

 □내구도 2148/2148

 □시설

 *오너 룸(2등급)

 *포탈 (활성화 중 23:59:15 0/1)

 *게이트(350/350)

 *창고(540/2500)

 *나가의 둥지(18/40)

 -4등급 시설물은 업그레이드가 되어야 활성화됩니다.

 □병력(18/40)

 *나가 시녀(도미니크/영웅) 1/10

 *나가 병사(1등급) 2/2

 *나가 일꾼(1등급) 4/1

 

 나가 일꾼 넷과 병사 둘, 그리고 시녀 하나. 과연 이들만으로 침입자들을 막을 수 있을까. 알 수 없었다. 그는 서둘러 나가의 왕좌에 앉아 구슬에 손을 올렸다.

 

 [소환 가능한 병력]

 □나가 일꾼(1등급) (1)

 …중략

 □나가 궁수(2등급) (10)

 *어둠 속에 있을 때 가장 치명적인 저격수입니다. 날카로운 화살로 적의 심장을 가릅니다.

 □나가 용사(2등급) (6)

 *타고난 전사인 나가 용사들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인한 육체를 지니고 있습니다.

 □나가 마법사(하급) (19)

 *지저의 신비를 탐구하는 이들입니다. 현명한 나가 마법사들은 전투에서 강력한 마법으로 적을 압도합니다.

 □나가 사제(하급) (17)

 *최초의 뱀을 모시는 사제들입니다. 땅속의 현자이자 의사인 나가 사제들은 부상당한 나가들을 치유합니다.

 

 궁수를 비롯한 새로운 병종이 추가되었다. 나가 병사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소환 에너지가 부담스럽기는 했지만 그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마법사나 사제 같은 경우에는 중급 다운 잼으로 겨우 하나를 소환할 수 있었다.

 갑작스러운 침입에 그가 병력의 구성을 두고 한참 고민하고 있을 때 다시 메시지가 떠올랐다.

 

 [뿔난 쥐 무리(20/20)의 침공까지 앞으로 00:50:00 남았습니다.]

 

 새롭게 나타난 20/20이란 숫자에 그의 마음이 바짝 타들어갔다. 소환까지 고작 1의 에너지가 필요한 나가 병사 둘과 왠지 비교되는 숫자였다.

 하지만 그는 쉽사리 병력을 추가할 수 없었다. 정보가 너무도 부족한 탓이다.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자꾸만 시간이 줄어갔다.

 “제길! 도대체 뭐가 뭔지 알 수가 있어야지!”

 욕설을 내뱉으며 버럭 소리를 지르니 곁에 있던 도미니크가 말을 걸어왔다.

 ‘뿔난 쥐라면 병사 혼자서 네 마리는 상대할 수 있어요.’

 그녀의 말에 갑작스레 머리가 트이는 기분이다. 김진우가 환하게 웃어 보이자 그녀가 아찔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한마디를 덧붙였다.

 ‘그리고 용사와 사제는 병사 둘을, 마법사는 병사 다섯을, 궁수는 셋을 상대할 수 있답니다. 단, 용사를 제외하고는 모두 근접전에 몹시 약하니 주의 하셔야 해요.’

 그녀의 정보를 토대로 그는 마침내 소환할 병력을 결정할 수 있었다.

 “나가 용사 둘!”

 

 [나가 용사는 타고난 전사이자 싸움꾼입니다. 그들은 낯선 곳일지라도 충분히 제 힘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사냥터를 알려주면 나가 용사들은 스스로를 돌볼 것입니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그들의 힘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매달 최하급 다운 잼 1/4 개가 소모됩니다. 그래도 나가 용사 둘을 소환하시겠습니까?]

 

 “소환!”

 말이 끝나자마자 빛 속에서 나가 용사들이 뛰쳐나왔다.

 나가 병사보다 두 배는 커다란 덩치에 거대한 방패, 살벌한 둔기를 든 나가 용사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김진우는 마음이 놓였다.

 “병사 둘하고 용사는 입구를 막아! 도미니크하고 일꾼들은 뒤쪽에서 상황을 보고!”

 

 [지휘관이 없습니다. 직접 그들을 지휘하시겠습니까?]

 

 오늘따라 유난히도 많이 떠오르는 메시지였다. 그는 볼 것도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곧장 미궁의 입구를 향했다.

 

 [뿔난 쥐 무리(20/20)가 가까워졌습니다. 침공까지 앞으로 00:24:32 남았습니다.]

 

 서서히 줄어가는 숫자를 보고 있는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저 멀리 어둠이 웅성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찍찍거리는 소리가 어둠 속에서 흘러나오고 촐싹대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마침내 뿔난 쥐의 무리가 미궁의 영역에 침입했다는 메시지가 뜬 순간, 나가 용사의 넓은 어깨와 방패 너머로 시궁창에서 갓 튀어나온 듯한 2미터의 쥐들이 튀어나왔다.

 

 [전투가 시작됩니다. 뿔난 쥐의 무리를 전멸시키거나 미궁 밖으로 쫓아내기 전까지 전투는 끝이 나지 않습니다. 던전 오너가 지휘관으로 나섰습니다. 지휘관의 사망 시 미궁의 핵이 파괴됩니다.]

 

 “막아!”

 김진우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나가 용사들이 방패를 앞세워 뛰쳐나가고 병사들이 창을 내지르며 튀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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