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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견문록
작가 : 노쓰우드
작품등록일 : 2016.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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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6 화
작성일 : 16-08-22     조회 : 530     추천 : 0     분량 : 7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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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기생수

 

 

 

 이준영은 끈질겼다. 이미 수백만 원에 달하는 선물을 주었음에도 마음에 차지 않는지 끈질기게 김진우를 귀찮게 했다.

 그게 부담스러워 연락을 받지 않자 나중에는 어떻게 알았는지 새롭게 얻은 집까지 찾아오는 집요함을 보였다.

 “내 목숨은 그렇게 싸구려가 아니니까요.”

 자신에 대한 프라이드가 강한 것인지, 그게 아니면 다른 생각이 있는 것인지 그녀는 요지부동이었다.

 그래서 김진우는 차라리 그녀에게 필요한 것을 이야기했다.

 “미궁에 대한 정보요? 그건 갑자기 왜?”

 “필요하니까요.”

 짧게 대답하니 그녀가 서운하다는 얼굴을 해 보였다. 하지만 그도 잠시, 그녀는 이내 자신이 도울 것이 생겼다는 사실에 진심으로 반기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혹시 지저에 다시 돌아갈 생각인가요? 그렇다면 차라리 우리 팀에 끼는 건 어때요?”

 나쁘지 않은 제안이다. 비록 지옥거미를 사냥하겠다는 의뢰는 실패했지만 그녀가 속한 팀은 제법 레벨이 낮지 않은 던전 베이비들로 이루어진 알짜배기 팀이었다.

 지난번의 탐색에서도 그녀와 팀원들은 제 몫을 해주었다.

 사냥이 실패한 건 지옥거미들의 수가 예상보다 많은 탓일 뿐 그들의 기량이 부족한 것은 아니었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김진우는 이내 그녀의 제안을 수락했다.

 어차피 미궁의 성장을 위해 필요한 다운 잼을 구하기 위해서라도 뻔질나게 지저를 들락거려야 할 참이다.

 5년간의 공백을 채워줄 동료가 있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다.

 “좋습니다. 대신…….”

 “귀찮은 건 딱 질색이라고요?”

 눈치 좋게 말을 건네고 씨익 웃어 보이는 그녀의 모습에 그도 피식 웃고 말았다.

 관계도 괜찮은 편이고 실력도 좋은 편이다. 거기에 더해 눈치까지 있으니 파트너 운이 꽤 좋은 편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일단 저희 팀에 속한 던전 베이비의 수는 열일곱 명. 전부 5층부터 8층에서 나고 자란 친구들이에요. 지금 대한민국의 탐색팀 중에서 우리보다 실적이 좋은 팀은 얼마 되지 않을 거예요.”

 탁월한 선택이라며 자신의 팀을 소개하던 이준영이 갑자기 정색하며 물었다.

 “근데 진우 씨는 진짜 몇 층에서 태어났어요?”

 순간적으로 김진우는 고민했다. 그가 고민에 빠진 사이 그녀가 다시 물었다.

 “저번에 지옥거미 상대하는 거 보니 7층은 확실히 아니고, 9층 정도? 혹시 9층에서 태어났나요?”

 그녀가 이런저런 추측을 늘어놓는 사이 김진우는 마음을 정하고 자신의 레벨을 밝혔다.

 “12층에서 태어났습니다.”

 이미 실력까지 보인 마당이고 속일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그는 솔직하게 말했다.

 그런데 이준영은 그의 대답에 눈만 껌벅일 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넋이 나간 얼굴이다.

 “12층이요?”

 한참 만에 꺼낸 말이 고작 저 한마디였다. 이미 예상하고 있는 반응이라 김진우는 쓴웃음을 지었다.

 12층이라면 전쟁 당시에도 인간들이 한 번도 밟아보지 못한 미지의 땅이다. 그리고 그만큼 위험한 곳이기도 했다.

 종전 이후 자유를 얻은 던전 베이비들이 지상으로 쏟아져 나왔을 때도 12층의 던전 베이비는 없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다. 당장 10층에서 태어난 던전 베이비만 해도 생환율이 어마어마하게 낮았다.

 미궁의 주인들은 그들을 풀어주었을 뿐이지 지상까지 안전하게 올라갈 티켓을 끊어준 것은 아니었으니까.

 10층에서 살아 돌아온 던전 베이비가 오십이라면 11층에서 살아 돌아온 던전 베이비는 열이 채 되지 않았다.

 그리고 12층에서 돌아온 던전 베이비는 그가 유일했다.

 “12층에서 살아 돌아온 사람은…….”

 “단 한 명뿐이죠.”

 거짓을 말할 이유가 없음에도 그녀는 좀처럼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

 굳이 설득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 그인지라 가만히 그녀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겨우 평정을 찾은 그녀가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12층이라면 지저 공작들의 미궁이 있는…….”

 “네. 그중에서 거미 공작의 미궁에서 태어났습니다.”

 “호, 혹시 진우 씨가 우리나라 유일한 레벨 12의 그 던전 베이빈가요?”

 “네, 맞습니다.”

 김진우는 나름대로 유명한 편이었다. 세계에서도 그다지 많지 않은 편에 속하는 심층에서 태어난 던전 베이비였으니 유명하지 않은 것이 이상한 일이다.

 게다가 그는 그중에서도 지저 공작의 미궁에서 태어난 희귀한 던전 베이비였으니 이준영이 놀라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 사람은 지저에서 죽었다고…….”

 “헛소문입니다. 단지 사정이 있어 지저를 떠나 있었을 뿐입니다.”

 아무래도 오랜 시간 동안 지저를 떠나 있었더니 죽었다고 소문이 난 모양이다.

 하기야 심층에서 태어난 던전 베이비들이 전부 유명세를 떨치며 무지막지한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었으니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레벨이 높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진우 씨가 레벨 12의 던전 베이비였다니…….”

 이준영은 여전히 놀란 마음을 추스르지 못한 기색이 역력했다.

 종전 초기에 그렇게나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대한민국 최고 레벨의 던전 베이비를 만났다는 사실이 좀처럼 믿기지 않는 듯했다.

 “그보다 일 이야기나 하죠.”

 더 이상 개인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 않은 김진우는 먼저 선을 그었다.

 그의 말에도 불구하고 한참을 멍하니 있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그녀가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 설명했다.

 이준영이 속한 팀은 나름대로 대한민국에서 잘나가는 탐색자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꾸준한 탐색 활동을 해온 팀이니만큼 문턱이 높다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김진우에게는 관계가 없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이미 지옥거미 의뢰에서 보인 실력과 공적만 해도 팀에 합류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거기에 더해 대한민국 최고 레벨의 던전 베이비라는 타이틀까지 있으니 오히려 그녀의 팀에서 그의 바지춤에 매달려야 할 판이다.

 “일단 한번 저희 사무실로 찾아와요. 말 나온 김에 지금 갈까요?”

 행동력이 끔찍할 정도로 좋은 그녀의 제안에 그가 고개를 저었다.

 “아뇨. 귀찮아지는 건 딱 질색이라서. 제 레벨도 일단은 어느 정도 보안을 유지해 주세요. 굳이 주목 받고 싶지는 않으니까요.”

 지난 탐색에도 배당을 포기하면서까지 레벨을 속인 그를 떠올렸는지 그녀가 선선히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잘 부탁해요.”

 “저야말로.”

 이준영은 김진우의 합류에 상당히 들뜬 기색이다.

 하지만 그는 그녀의 팀에 그리 오래 붙어 있을 생각이 없었다. 그저 그간의 공백을 메울 정도로 적응이 되면 충분했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의 가장 큰 힘 중의 하나인 포탈과 나가들은 타인에게 보여줄 수 없는 종류의 것이다.

 굳이 페널티를 안고 다른 이들과 계속 손발을 맞출 이유가 없었다.

 그런 내막까지 알려줄 이유는 없는지라 김진우는 웃는 얼굴로 집을 떠난 이준영을 태연하게 배웅해 주었다.

 그렇게 이준영의 팀에 합류 의사를 밝히고도 며칠이 흘렀다. 그리고 드디어 탐색 일정이 잡혔다.

 

 [이번에는 6층까지 들어가 볼 생각이에요. 일정은 2주일 정도 예상하고 있고요. 팀원은 저하고 진우 씨까지 포함해서 던전 베이비 다섯 명에 일반 탐색자 열 명입니다.]

 “꽤 깊이 들어가는군요.”

 [저층만 돌아서는 수지타산이 안 맞으니까요.]

 성공한 던전 베이비다운 발언이었다. 1층에서 4층까지만 해도 꽤나 질 좋은 다운 잼을 뱉어내는 크리쳐와 비스트들이 있건만 이준영이 속한 팀은 안중에도 두지 않는 모양이다.

 [일단 출발까지 사흘 남았으니 준비하기에는 충분할 거예요. 장비나 그런 건 일체 저희 쪽에서 준비할 거지만, 개인 무기나 애용하는 물품이 있다면 알아서 준비하셔야 해요.]

 “네. 딱히…….”

 암상인에게 구매한 칼과 보호구가 있긴 하지만 남에게 보여줄 만한 것은 아니었다.

 대충 통화를 마무리한 김진우는 포탈을 열었다. 앞으로 한동안은 자리를 비워야 하니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주인님 오셨어요.’

 언제나처럼 도미니크가 그를 반겨주었다. 고개를 끄덕인 그는 왕좌에 앉아 시설의 건설 현황을 확인했다.

 나가 일꾼들을 추가로 투입했지만 4등급 시설이라 그런지 아직도 건설까지는 꽤나 시간이 남아 있었다.

 “한동안은 못 올 거 같아. 도미니크가 수고 좀 해줘야겠어.”

 ‘아, 한동안은 주인님 얼굴 못 뵙겠네요.’

 일이 늘어나는 것에 대한 부담보다 김진우를 보지 못한다는 사실이 더욱 아쉬운 모양인지 도미니크가 드물게 아쉬운 소리를 했다.

 “아직 미궁을 다른 사람한테 보여줄 수는 없으니까.”

 ‘그렇군요. 아무래도 주인님은 지상의 존재이시니까요.’

 조금이라도 더 얼굴을 봐두려는 것일까. 도미니크가 보랏빛 눈동자로 한참이나 그를 응시했다.

 “어쩔 수 없어. 나가 일꾼들이 모아오는 다운 잼으로는 병력의 유지비도 대기 버겁잖아.”

 대충 그녀를 달래준 김진우는 미궁을 떠났다.

 할 일이 많았다. 매사 걱정이 많은 부모님에게 부재를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 알리바이를 만들어야 했고, 또 나름대로 백 선생을 만나 미궁에 대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얻어야 했다.

 그래서였는지 정신을 차리고 보니 벌써 지저에 들어갈 당일이 되었다.

 김진우는 미리 팀원들을 만나 이준영에게 소개를 받았다. 이번에도 레벨 5에서 8에 달하는 비교적 높은 레벨의 던전 베이비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었다.

 “이야, 그쪽이 우리 준영이를 살려준 김진우라는 양반이구만? 반갑수.”

 정찬식이라 자신을 소개한 사내가 능글맞게 웃으며 인사를 건네왔다.

 같은 던전 베이비라도 나이 차이는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나이를 셈할 새도 없이 짐승처럼 살아온 던전 베이비들은 모두가 친구이며 동료였다. 살가운 태도에 김진우가 웃는 낯으로 인사를 건넸다.

 “저번에는 감사했습니다.”

 개중에 둘은 지난 지옥거미 사냥에서 안면을 익힌 이들이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부담스러울 정도의 감사를 표하며 그를 반겨주었다.

 “그럼 대충 소개도 했으니 바로 출발하죠.”

 이번에도 탐색자들에 대한 소개는 생략되었다. 탐색자들 역시 서운한 낯 없이 정찬식의 명령에 따라 이동했다.

 언제나처럼 간단한 검문을 받고 게이트에 들어선 일행은 빠르게 이동했다. 아무래도 목적지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어지간한 전투는 생략할 모양이다.

 “전방에 적 다수, 이번 갈림길에서 우회합시다.”

 어쩐지 김진우를 제외하면 레벨이 가장 높은 이준영이 리더가 아니라 정찬식이 일행을 이끈다 했더니 이유가 있었다.

 그는 용케도 근방의 크리쳐와 비스트들의 기척을 잡아내어 불필요한 전투를 전부 생략했다.

 덕분에 일행은 지저에 들어선 지 4일이 채 다 지나기도 전에 4층으로 통하는 입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여기서부터는 나도 기척을 못 잡는 놈들이 수두룩하니 낌새가 이상하다 싶으면 바로 알려요.”

 정찬식의 말에 탐색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저의 4층은 3층까지와는 확연하게 달랐다.

 그나마 주요 통로라도 콘크리트로 다듬어진 3층과는 다르게 4층은 원시의 지저 그 자체였다.

 우둘투둘하게 돋아난 천장의 돌기며 고르지 못한 땅에 이리저리 굽이진 통로까지 이제까지 쾌속 행군을 하던 일행의 속도가 확 줄어버렸다.

 “대열 교체합시다. 상식이랑 내가 전방으로 가고, 현일이가 몰이꾼 하고 창잡이들이 중앙으로, 그리고 준영이랑 진우 씨가 후방으로.”

 정찬식이 지시를 내리자 금세 대열이 바뀌었다.

 “신기하죠?”

 후미에서 만난 이준영이 나직하게 말을 걸어왔다. 고개를 끄덕여 주니 그녀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찬식이가 좀 특이하긴 해요. 심층에서 태어난 것도 아닌데 기척을 읽어내는 능력이 있으니까요.”

 심층에서 태어난 던전 베이비들만이 특별한 능력을 지니고 있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드물게 저층에서 태어난 이들 중에도 능력이 있는 이들이 있었다. 정찬식이 바로 그 부류에 속하는 모양이다.

 “근데 왜 저번 지옥거미 사냥에는…….”

 “그러게요. 같이 갔으면 그런 일이 없었을 텐데. 그때 창식이는 이미 다른 의뢰를 받은 상태라서 같이 못 갔어요.”

 아무래도 이준영의 팀은 생각보다 적극적으로 미궁을 드나드는 모양이다.

 “잠깐 정지!”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 일행이 발길을 멈췄다. 무슨 일인가 싶어 정찬식을 바라보니 그가 던전 베이비들을 불러 모았다.

 “여기서부터는 미궁이야. 원래는 이쪽이 제일 빠른 길이라 통과하려고 했는데 그래도 혹시 몰라서. 아무래도 미궁에서는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까.”

 그러고 보니 일행의 전방에 놓인 통로가 이제까지 지나온 길과는 확연하게 달랐다. 비록 군데군데 깨어져 나가 있긴 하지만 통로 바닥은 비교적 잘 정리되어 있었다.

 “어차피 버려진 지 10년도 넘은 미궁이야. 있어봐야 4층을 떠돌던 비스트나 크리쳐 정도겠지.”

 “그럼 다른 사람들도 전부 동의하는 거지?”

 정찬식의 질문에 던전 베이비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진우 씨는요? 진우 씨도 괜찮아요?”

 그가 그렇게 물을 때 김진우는 일행에서 다소 떨어져 나가 전방의 입구를 주시하고 있었다.

 미궁의 입구라는 사실을 드러내는 것인지 기하학적인 엠블럼이 벽에 새겨져 있다.

 어쩐지 제 손등에 새겨진 엠블럼과 묘하게 비슷한 느낌이라 저도 모르게 손을 내밀어 벽을 짚어보았다.

 “음?”

 순간적으로 묘한 느낌이 들었다. 의아한 마음에 다시 엠블럼에 손을 대려던 김진우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네?”

 “이 앞이 버려진 미궁인데, 우리가 여길 통과할 거거든요. 괜찮아요?”

 “뭐, 어차피 그렇게 얘기를 들었는데 괜찮고 말고 할 게 있나요. 아무래도 상관없습니다.”

 “오케이. 그럼 반대 없는 걸로 알고, 그대로 갑시다!”

 정찬식의 말에 일행이 다시 전진하기 시작했다.

 미궁은 복잡했다. 아무리 버려진 미궁이라고 해도 그 근본이 어디 가는 것은 아닌지 이런저런 함정이 즐비했다. 통로도 이리저리 꼬여 길을 찾는 게 쉽지만은 않았지만 정찬식은 용케도 길을 찾았다.

 그렇게 일행은 미궁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오너 룸에 도달했다.

 “오늘은 여기서 자고 내일 완전히 미궁을 빠져나가면 될 거야. 외곽이라면 모를까 여기는 안전한 편이니까.”

 사실 지저에 안전한 곳이 어디 있겠냐마는 그나마 방어에 유리하게 만들어진 오너 룸인지라 이견을 말하는 이는 없었다.

 

 완전한 어둠, 그리고 침묵.

 미궁에서 보내는 밤은 지독스러울 정도로 정적이 감돌았다. 그 정적을 깨고 이준영이 김진우를 깨웠다.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소리쳐서 알려줘요. 일단 저 앞하고 코너에 동작감지기 설치해 놓긴 했는데 그거 안 걸리는 놈들도 있으니까요.”

 아무래도 어둠 속에서 은밀한 적의 접근을 대비하는 불침번이다 보니 던전 베이비들은 순번을 정해 경계했다.

 온갖 허드렛일을 도맡아하는 탐색자들이 유일하게 편히 보내는 시간이었다.

 “네, 자요.”

 인사를 하니 그래도 피로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닌지 이준영이 졸린 얼굴로 자신의 침낭 속으로 쏙 들어갔다. 이내 둔감한 던전 베이비 출신답게 낮게 코를 골며 잠이 든 그녀를 바라보던 김진우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시 주변을 둘러보며 기척을 살핀 그는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겼다. 그가 향한 곳에는 한때 던전의 핵이 놓여 있던 제단이 있었다.

 어쩐지 나가의 미궁에 있는 제단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느낌이라 한동안 멍하니 핵이 놓여 있던 자리를 살펴보고 있는데 갑작스레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당신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기생수의 감각에 잡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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