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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 속 미녀
작가 : 야광흑나비
작품등록일 : 20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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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 속 미녀 프롤로그
작성일 : 16-04-06     조회 : 1,310     추천 : 2     분량 :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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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는 매사에 모든 것을 못 미더워 했다.

 

 내가 하는 그 어떤 일도 아버지의 기대치에는 미치지 않았고 아버지가 살아 계시는 동안엔 당신의 재산 중에서 그 어느 것 하나도 얻을 수 있는 것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내가 저런 놈을 낳고도 아직 이렇게 살아 있다니. 쓸모없는 놈! 뭐 하나 제대로 하는 일이 없어.”

 

 “아버지.”

 

 “듣기 싫다.”

 

 “아, 아버…….”

 

 “그 보석이 어떤 보석인데 그렇게 함부로 세공 한 게냐. 아기 다루듯이 섬세하게, 조심조심 다뤄야 한다고 그랬지 않냐.”

 

 “하지만 아버지. 그건, 조금 더 다듬어줘야 모양이 예쁘게 나오는 보석이었습니다.”

 

 “네가 보석 장인이냐? 네가 나보다 오래 보석을 다듬었어?”

 

 “아버지!”

 

 “모르면 이 아비에게 물어서라도 제대로 했어야 할 게 아니냐. 엉? 어째서 넌, 네 생각대로 뭐든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게야.”

 

 

 

 아버지와 난 언제나 그런 일로 싸울 뿐이었다. 아버지는 보석을 조금씩 단순하게 깎아서 보석이 깎이는 양을 최소화 시키자는 주의였고, 나는 보석을 깎아내는 양이 많더라도 상품성과 화려함을 극대화 시키는 세련된 기법을 쓰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다.

 

 열다섯 살에 처음 보석 세공을 배우기 시작한 이후로 11년은 지난 한 세월이었다.

 

 스물여섯 살이 되어서 세상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을 보석을 만들었고, 그것을 통해 상까지 받을 만큼 숙련된 보석 세공인이 되었음에도 아버진 날 인정하지 않았다.

 

 단지 내가 고분고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또한 아버진 내가 고분고분해지고 고집을 내세우지 않게 될 때까진 절대로 보석 공방을 상속 하지 않겠다고 했다.

 

 오랜 시간 싸우는 일로만 11년을 허비했지만 난 아버지와 잘 지내며 서로의 의견을 조율 할 가장 좋은 해답을 도무지 찾을 수 없었다.

 

 아버지와 나. 둘 다 대단한 고집을 갖고 있었고 그건 우리가 서로 다른 방향성을 고수해 온 세공 업자였기 때문이었다.

 

 

 

 잠깐 고집만 꺾으면 될 것을. 넌, 그 고집을 끝까지 고수하는구나. 네…….언젠가 그 고집 때문에 망할 날이 있을 것이다. 사람은 굽힐 줄도 알아야 하는 법이야. 굽힐 줄을!

 

 아버진 돌아가시는 날까지도 내 고집을 꺾는 일에 온 신경을 다 쏟았다.

 

 

 

 그래서 나는 숨이 넘어가던 아버지 귓전에 이런 말을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었다. 아주 간절하게.

 

 

 

 아버지. 혹시, 꽃게 이야기를 아십니까? 어미 꽃게가 자식 꽃게에게 왜 옆으로 가느냐고 호통 쳤던 이야기요. 저는 항상 아버지께 그 이야길 해 드리고 싶었습니다. 아버진 제게 고집을 꺾으라고 하시기 전에 당신이 먼저 본보기를 먼저 보여주셨어야 했습니다.

 

 적어도 부모로서 아들에게 애정을 갖고 계셨더라면……. 제 이야기에 먼저 귀 기울여 주셨어야지요. 그랬더라면, 저도 어쩌면 당신의 말을 듣는, 조금은 고분고분한 아들이 되었을 것을요. 조금은 나은 아들이 되어 줄 수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하지만, 아버진 언제나 꽃게처럼 아버지 행동의 모순은 모른 채, 제게 강요해 오셨지 않습니까. 제가 갖고 있는 세공 업자로서의 자존심. 장점은 보지도 않고 모든 걸 아버지 뜻대로만 하시려 들지 않았습니까. 저는 그게 너무 싫었습니다. 끔찍했습니다! 그래서 전, 지금 아주 시원섭섭합니다. 눈물도 나오지 않아요!! 아버지의 그런 행동에서 벗어날 수 있어서, 말의 모순에서 벗어날 수 있어서요.

 

 

 ***

 

 

 

 

 

 

 제가 쓰고 있는 글이 구덕 씨 하고 이건데요.

 번갈아서 올리도록 할게요.

 구덕 씨가 올라가는 날엔 이게 올라가지 않고요.

 이게 올라가는 날엔 구덕 씨가 안 올라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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