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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 속 미녀
작가 : 야광흑나비
작품등록일 : 20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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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 속 미녀 7.
작성일 : 16-04-13     조회 : 616     추천 : 0     분량 : 20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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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바로 은행원. 죽은 줄로만 알고 있었던 자가 살아 돌아와 누런 진액을 구덩이 안으로 들이붓고 있었던 것이다.

 “다, 당신은?”

 ‘죽었던 사람이 어째서 여기 있는 거지?’

 “죽었던 사람이 어째서 여기 있느냐고 말하고 싶은 거지?”

 구덩이 밖에 서 있던 은행원이 사악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 그래! 어떻게 당신이 살아 돌아 올 수 있던 거지?”

 “뭘 새삼 놀라고 그러나. 죽었던 애인도 살아 돌아온 걸 봤으면서 일일이 그렇게 놀라면 못 써요.”

 히죽거리는 은행원의 말에 놀란 표정을 갈무리 하며 그를 노려보았다.

 “무슨 속셈이지? 그보다…….정말 부활이라도 했다는 건가? 그래?”

 “맞아. 부활이라면 부활이겠지. 하지만 너무 놀라진 말라고.”

 “어떻게 안 놀라나!”

 빙글거리며 이죽거리는 은행원의 말에 난 구덩이 안으로 밀려들어오는 누런 진액을 피하며 사납게 일갈했다.

 “어떻게 안 놀라기는. 애인이 호박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것도 봤던 사람이 내가 살아 돌아온 것은 납득이 안 된다는 건가.”

 “아니, 그래도 이건 너무 말이 안 되는 일인…….”

 “말이 안 되기는. 완벽하게 말이 되는 일이지. 누구든 살아 돌아 올 수 있다는 사실을 이미 목격한 사람이 그렇게 부정만 하고 있어서야. 쯧!”

 그러나 은행원은 여전히 이죽거림을 멈추지 않은 채,

 한 손으론 누런 진액을 뿌리고 다른 한 손으론 붉은 빛이 도는 흙더미를 구덩이 안으로 연이어 흩뿌렸다.

 “이게 뭔지 아나?

 ‘그게 뭔지 내 알 바 아니거든?’

 “네가 죽인 사람의 피. 네 애인의 피라 이거야.”

 듣고 싶지 않다는 것을 표정으로 보여줬지만 은행원은 잔인하게 확인사살을 시켜주었다.

 “그래서 네 말의 요지가 뭔데?”

 “내 말의 요지가 뭘까. 잘 생각 해 봐.”

 은행원은 여전히 기분 나쁜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그리고 잠시 후 누런 진액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들어왔다.

 “이, 개새끼! 이 미친 놈! 뽀르르ㅡ 어-푸, 살려…….살려줘…….읍. 뽀르르……”

 나무진액이 입과 콧속으로 밀려들어와 내 숨통을 사정없이 조여 왔다.

 난 도망도 치지 못한 채 절망적으로 허공을 향해 고개를 쳐들었지만 그럴수록 입과 콧속으로 들어가는 액체의 양만 가중시키는 꼴이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늪같이 눅눅해져버린 구덩이 바닥으로 내 발끝은 사정없이 박혀 들어갔다.

 ‘이렇게 죽고 싶지 않아. 아직 난 하고 싶은 게 많다고!’

 “내가 꼭, 살아서 널 뼈째 갈아 마시고 말 거다!!”

 나는 억울함에 놈을 향해 비명 같은 악의를 쏟아냈다.

 “그러니까. 너, 꼭! 꼭 살아서 딱 붙어 있어라! 내가 나갈 때까지. 어?”

 “곧 죽어도 발악이로군.”

 은행원은 내 악랄한 목소리에도 전혀 기죽은 기색 없이 사악하게 이죽거렸다.

 “과연, 네가 온전히 살아서 날 죽이러 올 수 있을까?”

 “꼭 죽일 거야! 꼭 죽일 거라고 나쁜 새끼야-!”

 “살더라도 그렇게 쉽진 않을 테니, 어디 한 번 잘 해 보라고.”

 은행원의 조롱 어린 콧소리가 작게 울려 퍼졌다.

 “내가 겁나는 거지? 겁나서 이딴 구덩이 안으로 날 집어 처넣고 죽이려는 거지? 네가 사내놈이라면 날 여기서 죽이려들지 말고 1대 1로 맞장 붙어! 맞장 붇자고 새끼야!”

 “그래? 뭐, 나야 그래도 상관없긴 한데…….자네가 날 이길 수나 있을까?”

 “뭐?”

 “네가 구덩이 밖으로 나오면 난, 더 이상 지금처럼 자비롭게 널 죽여주지 않을 텐데. 그때가 되면……. 곱게 죽여 줄 생각이 사라질지도 모른단 말이야.”

 “…….”

 그러지 않으려 했지만 인간의 것이 아닌 듯 기괴한 은행원의 표정에서 난 공포를 맛보고 말았다. 그의 표정이 구덩이 밖에선 더 끔찍한 죽음이 기다리고 있을 거란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진짜 이대로 죽는 거야? 씨발. 이렇게 죽을 순 없다고!! 이렇게 죽어선 안 된단 말이야~!!’

 나는 구덩이에서 필사적으로 살아남기 위해 움직임을 거듭했지만 구덩이를 빠져나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누런 액체. 아니, 냄새로 짐작하기론 호박의 재료가 되는 나무의 진액이 마치 의지를 가진 생물처럼 내 몸을 감싸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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