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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 속 미녀
작가 : 야광흑나비
작품등록일 : 20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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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 속 미녀 12.
작성일 : 16-04-19     조회 : 563     추천 : 0     분량 : 30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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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 안에 갇혀 있어도 여자들과 대화정도는 무난하게 할 수 있을 거다.

 눈으로 느끼는 게 아니라 내 목소릴 낼 수 있다는 말인가?

 맞아. 그게 아니라면 네게 그런 임무를 부여할 이유도 없었을 거야.

 그렇군.

 

 ‘저 여자가 내 첫 번째 구원 대상인가보군.’

 첫 번째 여자의 얼굴이 익숙해서 기억을 더듬으니 100년간 스쳐 지나간 원혼들 중 한 명의 얼굴과 겹쳐졌다. 정확히 언제 만났던 여자인지는 기억나지 않아도 100년간 스쳐지나갔던 원혼 중의 하나였던 것만은 확실했다.

 ‘그렇게 힘든 생을 살다 갔으면서도 또다시 환생 한 것인가?’

 여자의 모습을 보자마자 그녀의 고통이 어렴풋이 느껴져서 가슴이 아팠다. 그녀의 원한으로 인해 할퀴어졌던 가슴의 상처는 아문지 오래이지만 그럼에도 안타까운 삶을 사는 여자들의 원혼을 만나게 되면 또다시 할퀴어졌던 과거의 상처 자국이 욱신거린다.

 ‘잊지 말고 반면교사로 삼으라는 의미이겠지.’

 여자도 많이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지만 나와는 다른 의미에서의 놀람이라는 것은 그녀의 말을 듣기 전부터 진즉에 눈치 채고 있었다.

 “저게...제 상속품이라고요?”

 “그렇습니다. 고객님.”

 “제 아버지가 상속하신 거고요.”

 “그럼요.”

 “제 아버지가 상속하신 게 확실한가요?”

 “여부가 있겠습니까. 분명 이지양 씨의 아버지이신 이정록 씨의 상속 물품이 맞습니다.

 서류 보이십니까? 여기.”

 은행원은 나에게 그랬던 것처럼 그녀에게 상속 서류를 보여줬으나 그녀는 100년 전 나보다 미심쩍은 시선으로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은행원이 어떻게 사람 몸통보다 큰 보석을 갖고 있었던 거죠? 보관은 어떻게 하고 있었던 건가요. 서류상에 표기 된 일자를 보면 상속 서류를 만들 수 있는 시간이 없었을 것 같은데 이건 또 어떻게 설명하실 거죠?”

 “무슨 의미로 하는 말이신지…….”

 “이 때는 아버지께서 한창 바쁘던 때라서 절대로 이런 서류를 만들 정신이 없었을 거라고요.”

 “서류는 다른 사람을 통해 작성할 수도 있습니다.”

 “아버진 사인만 하시고요?”

 “그렇습니다.”

 “믿을 수 없어.”

 여자가 사납게 일갈했지만 은행원은 여전히 느물거리는 말투로 그녀를 납득 시키는 데에 총력을 기울였다.

 “세상엔 믿을 수 없는 일이 생각보다 아주 많이 잃어납니다.”

 “그렇다 해도 우리 아버지가 이런 이상한 물품을 상속 하셨을 리가 없어요. 이미 상속은 대부분 이루어져 있고, 이런 상속물품은 아버지 취향과도 한참 동떨어져 있다고요. 남자가 들어가 있는 호박이라니……. 듣도 보도 못한 일이에요!”

 “믿을 수 없는 일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습니다.”

 “판타지도 아니고……. 아님 백일몽? 아무튼 너무 이상해요.”

 “꿈으로 느껴진다면 그렇게 생각하셔도 무방합니다. 어차피 저는 안전하게 위탁 받은 상속물품을 배달하면 모든 일이 끝나니까요.”

 은행원의 말에 여자의 얼굴이 점점 더 딱딱하게 굳어지며 기어이 새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우리 아버진 생전에 보석 같은 건 관심조차 가진 적 없으셨어! 대체 누구랑 착각하고 물품을 배달한지 모르겠지만, 난 이런 거 정말 필요 없으니까. 가져 가 주시죠!”

 “못 가져갑니다.”

 “못 가져가요?”

 “네. 못 가져갑니다.”

 은행원의 고집에 여자 역시 강하게 고집으로 맞대응 했다.

 “그럼 난 이걸 버려야겠네. 사람을 불러야겠어. 저런 징그러운…….이상한 걸 이 집에 놔둘 순 없어.”

 나는 순간 여자의 말에 발끈해서 은행원과 동시에 분노의 고함을 내질렀다.

 “징그럽다니! 이런 완벽한 피사체를 두고 징그럽다니!!”

 “감히 날 두고 징그럽다는 말로 폄하하다니, 당신 미쳤어?!”

 “저, 저거…….말도 해? 맙소사!”

 “받으십시오.”

 “싫어!”

 “받으시라니까요?”

 “싫다는데 왜 이래?”

 심란한 기분으로 호박 내벽에 드러누웠다.

 ‘겨우 자존감을 회복했는데 저 여자가 내 자존감을 길가의 똥밭에 뿌려버리는군.’

 “내 어디가 그렇게 징그럽다는 거지?”

 나는 그녀의 집 거실에 비치 된 대형 거울에 내 모습을 비춰보았다.

 내 모습은 100년 전 인간으로 살아갈 때의 얼굴과 다름없었지만 꾸며진 외형은 과거의 모습보다 아름답고 비현실적으로 변해 있는 모습이었다.

 장점은 부각되고 단점은 어디론가 처박힌 것처럼 완벽한 모습. 이 모습 어디에 징그러움이 보인다는 건지 도무지 이해 할 수 없었다.

 ‘어딜 봐서…….’

 179cm의 키에 6~70kg를 넘나드는 몸무게. 길쭉한 팔다리와 커다란 손발. 잘생긴 얼굴을 담고 있는 완벽하게 살짝 각진 얼굴형과 진한 꿀 빛 피부 어디에도 흠잡을 구석은 보이지 않는다.

 온갖 병이 창궐 했던 100년 전에 쉽게 외모를 가꿀 수 없었을 때부터 타고 난 피부는 얽은 곳 하나 없이 공단처럼 매끄럽기만 하다.

 그리고 결 좋은 머리카락은 살짝 고수머리이다.

  얇은 모근이 햇볕을 받으면 노란 색에 가까운 갈색 머리라는 것도 나를 아는 사람이라면 인정할만한 최대 장점 중 하나일 것이라는 것을 이제는 확실히 알고 있다.

 그런데 이런 나를 두고 징그럽다고 말하는 여자라니.

 여태껏 당해 온 모욕 중에서도 외모를 가지고 모욕을 가한 여자는 없었는데…….

 충격에서 헤어 나올 수가 없다.

 “내 어디가 징그럽다는 거지?”

 나는 결국 납득하지 못하고 그녀에게 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그 안에 사람이 들어가 있다는 게 징그러운 거예요. 그리고 그....짝 달라붙는 바지. 뭐죠?”

 여자의 까칠한 말에 나는 또다시 충격을 받았고 그 모습을 흥미롭게 바라보던 은행원은

 “난 이만 가보겠습니다. 물건 전달은 다 했으니까. 하하하!”

 “이, 이봐요? 이거 가져가야죠. 아, 이것 보세요!!”

 빛의 속도로 사라졌다.

 “또 도망 쳤군.”

 “또 도망이라뇨? 저 남자가 원래도 저런 짓을 했었나요?”

 “그래. 상습범이야.”

 나는 허탈하게 미소 지었고 그녀도 황당한 듯 머리를 벅벅 긁으며 거실을 이리저리 오고갔다.

 “정신없으니까, 진정하고 좀 앉아있지.”

 “내가 지금 진정 하게 생겼어요?”

 마지막으로 미친 여자같이 비명을 내지른 것도 포함해서.

 ‘원혼일 때 모습을 보는 것 같군.’

 눈앞이 캄캄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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