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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 속 미녀
작가 : 야광흑나비
작품등록일 : 20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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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 속 미녀 15.
작성일 : 16-05-01     조회 : 684     추천 : 0     분량 :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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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게 어디서 되도 않는 환상은 품고 있어? 내가 너한테 언제 그런 희망이라도 품게 만든 적 있었냐? 아님, 무슨 드라마 속 남자 주인공들처럼 내가 그래주길 바라느라 현실 판단이 안 돼? 뭔데?”

 남자는 아주 쓰레기 같은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었다. 죄책감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죄가 없음에도 죄인처럼 움츠려들고 있었다.

 ‘왜 그러고 있어. 욕을 하든, 때리든 하란 말이야. 저런 가치 없는 놈의 말을 왜…….왜 그냥 듣고 있는 건데?’

 가슴이 몹시 아파왔다.

 객관적으로 보기에 남자는 그냥 평범했다. 미친 듯이 잘생기지도, 그렇다고 못나지도 않은. 그러나 남자는 아주 대단한 착각을 하고 있었다. 자신이 아주 잘생긴 놈이라는 착각이었다.

 그녀 또한 다르지 않았다.

 객관적으로 엄청난 미인에 가까운 얼굴임에도 자신의 얼굴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르는 게 분명했다.

 ‘저 쓰레기가 얼마나 못되게 세뇌 했으면…….’

 안타까움에 치를 떨고 있을 때,

 그녀가 도저히 참을 수 없다는 듯 반격에 나섰다.

 “너도 그렇게 잘나진 않았어. 물론 난 널 좋아했지만……. 그렇게 잘나진 않았다고.”

 “뭐라고?”

 남자가 어이없다는 듯이 거짓 웃음을 흘린다. 그리고 이어진 그녀의 또 다른 반격.

 “게다가 너, 양심에 털까지 나서 아주 밥맛이야. 그동안 내가 널 좋아해서 있는 돈, 없는 돈 퍼다 줬지. 도시락 싸주고 때마다 정장도 비싼 걸로 맞춰 줬어. 그거…….쉬운 거 아니었어.

 월급 백팔십 만원에 쪼개고 쪼개서 해 준 것들이었다고. 너……. 내가 부자인 거 알고서 접근 한 거라고 했지. 근데 너, 좀 잘못 알았어. 내가 부자인 건 맞는데……. 이 재산. 내가 함부로 못 만지거든? 있으나 마나 한 재산이라고. 건드릴 수 없는 돈인데 어떻게 내가 부자야?”

 “뭐?”

 “네가 돈 때문에 날 만난 거라면 네가 태까지 만난 여자는 허리 휘는 줄 모르고 뒷바라지 했던 쭉정이라고. 거지나 다름없는. 알아듣겠어? 그럼에도 난 널 사랑한다는 이유로 네게 퍼주려 했어. 근데 넌? 내가 돈 덩어리라고 생각 하면서도 그 흔한 립 서비스조차 안 했어. 그러면서…….넌 뭘 줬다고 나한테 돈을 내놓으라. 마란데?”

 “이, 이, 쌍년이…….”

 “돈 안 주니까. 쌍년이니? 그럼 넌 뭔데. 제비니? 근데 넌 제비 중에서도 아주 질이 나빠.

 제비는 여자들 비위라도 잘 맞추지. 돈 받는 대신에 행복한 기분이라도 만들어주지. 근데 넌? 그것도 안 하는 놈이잖아. 근데…….뭘 해줬다고 나한테 돈을 내놓으래? 내가 전생에 원수라도 돼? 돈이라도 맡겨 놨어? 아니잖아. 다 아닌데 왜 날 이렇게 달달 볶지 못해 안달인 건데! 내가 네게 무슨 큰 죄를 지었다고!”

 “시발. 돈 내놔~! 으아~!”

 남자는 말로 안 될 것 같은 분위기가 되니 폭력적인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저거, 위험한데…….’

 당장이라도 여자를 죽일 것 같은 살의가 엿보였다.

 나는 그때 아마 진심으로 그녀를 구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것이리라.

 파사삭.

 호박은 달걀 깨지는 소리를 내며 나를 토해냈다. 그리고 나는 마음이 시키는 대로 남자에게 날아가다시피 몸을 던졌다.

 졸지에 남자는 내 밑에 깔려 자근자근 밟히는 꼴이 되었다.

 그녀는 망연자실한 얼굴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러면서도 쓰레기 같은 남자를 향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는지 뭐라고 쉬지 않고 중얼거렸다.

 “차라리 나랑 결혼해서 거짓이라도…….립서비스라도 하고 살지. 그랬으면 난 네게 끝까지 속아 줬을 텐데. 조금만 잘해줘도 난 네게 간이라도 떼어 줬을 텐데. 왜, 넌…….아무 것도 내게 주지 않았니. 받으려고만 했니?”

 그러자 남자는 독기 어린 얼굴을 치켜들고 소리치는 것이었다.

 “난 그런 거 안 해! 못 해!”

 “난 뭐, 할 줄 알아서 네 비위 맞췄니?”

 “넌…….돈 말곤 다 부족하니까.”

 “너라고 하지 마. 내가 만만하니? 너보다 열 살 많은……. 네 말마따나 아줌만데. 말을 그따위로 잘라서야 되겠니?”

 그녀는 내가 놈을 깔고 앉은 채 자근자근 밟는지도 모른 채, 남자와 우울한 대화를 이어가고 있었다.

 “너 같은 놈도 사랑이라고 잘해 준 내가 병신이었지.”

 그녀는 허탈한 얼굴로 자조하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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