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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 속 미녀
작가 : 야광흑나비
작품등록일 : 20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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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 속 미녀 21.
작성일 : 16-05-12     조회 : 737     추천 : 0     분량 :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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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긴 아무리 세공을 잘하더라도 제대로 알려져 있고 검증되지 않은 사람은 사기꾼 취급 하거든. 아마 원석도 안 팔 가능성이 아주 클걸? 보석 망가뜨린다고. 그런 곳이야. 지금 세상이.”

 그녀에게 아주 된통 박살 나 버렸다.

 ‘뭐 이런 세상이 다 있지?’

 그녀가 말하는 세상은 너무나 낯선 세상이기도 했지만 융통성 없이 너무 많은 제약이 걸려 있는 세상이기도 했다.

 “정말 안 돼?”

 나는 한 자락 희망을 걸고 그녀에게 물었다. 그러나 잠시 후.

 “응. 안 돼! 게다가 넌, 분명…….주민등록증도 없을 테니까. 이 세상에서 네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겠어. 있어봤자, 불법이거나 동냥밖에 더 있겠니?”

 “거지가 하는 일은 안 해!”

 “이거 봐. 할 말 없으니까. 발끈 하는 거.”

 “아니거든?”

 반박 했지만 속으론 알고 있었다. 실은 제대로 발끈해 버렸다는 걸.

 ‘이 세상. 무진장 빡센데?’

  ***

 

 그녀는 한참을 고민하는가 싶더니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안 되겠네. 격리는 무슨 격리야. 내가 나가지 않고는 아무 일도 안 될 것 같은데.”

 “뭘 하려고?”

 “파는 건 내가 해야겠다. 넌 그냥 여기서 내가 가져온 원석으로 세공을 해. 어디 취직도 못할 텐데. 가내 수공업이라도 돌리자.”

 나는 그녀의 말에 아주 강한 거부감이 들었다. 마치 내가 연약한 여자 뒤에 숨어서 여자가 맞는 동안 나 혼자만의 안위를 걱정하는 치졸한 남자가 된 것 같아서 아주 기분이 나빴다.

 ‘내가 그런 남잔 아니잖아?’

 “안 돼! 위험해.”

 그러나 그녀는 아주 고집스럽게 말했다.

 “나 아니면 넌 시작도 못할 거라니까? 돕는 사람이 필요해.”

 “필요하더라도 그 사람은 내가 찾아.”

 “야!”

 “말 들어!”

 “쳇! 남자라고…….꼴에 가오. 잡는 거야?”

 “가오? 그래. 잡는다. 가오.”

 “흥!”

 ‘또 콧방귀를 뀌네……?’

 이대로는 제대로 일도 시작하기 전에 싸움만 자꾸 할 것 같았다.

 “말자.”

 나는 일단 정리 해 보았다.

 ‘자격증이랑 주민등록증이 없는 사람은 제대로 된 일자리를 얻지 못한다. 검증이라는 게 되어 있지 않은 이들에게 일을 주는 사람들은 드문 게 지금 이 세상이다. 그렇다면……. 결국 불법을 저지를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는 건데.’

 “안 돼!”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그녀를 이 위험한 세상 밖으로 내보낼 수 없을 것 같았다. 더구나 보석과 돈에는 아주 나쁜 인간들이 필연적으로 꼬이기 마련이다.

 “이건 아무래도 장물 시장에서 움직여야 할 것 같은데.”

 내 말이 틀리지 않았는지 그녀가 입술을 삐죽이면서도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하고 있다.

 “불법이라면 당연히 내가 해야 맞지. 나는 환상이니까. 자격증, 주민등록증 다 없는 남자가 하는 게 당연하잖아?”

 “아니 그건…….”

 “그건 뭐?”

 “…….”

 “위험을 피하는 것도 여자인 당신보다는 내가 더 잘 할 거야.”

 나는 걱정하는 그녀를 안심 시켰다.

 “난 체격도 좋고 싸움도 잘 하니까.”

 사실 100년 전에 싸움을 그리 잘 하는 사람은 아니었지만…….어쨌든 호박 안에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지금 내 몸엔 상당한 근육이 붙어 있어서 작정하고 덤비면 그리 꿀릴 것 같지 않아 보인다.

 물론 과거의 나였다면 비리비리한 몸 때문에 진즉에 나가떨어지고 쥐어 터졌겠지만.

 게다가 나는 과거의 사람들보다 항상 그 다음 세대의 사람들이 약체일 거라고 믿고 있는 사람이라, 어느 정도 자신감도 있었다.

 ‘게다가 불법도 저질러 본 놈이 잘 한다고…….불법 하면 또, 나 아니겠어?’

 “뭐야. 그 음흉한 웃음은?”

 “아, 아냐!”

 “응?”

 “아무튼 넌, 이 집 안에 보석이랑 돈을 숨겨 둘만한 비밀 금고를 만들 자리나 알아봐 둬. 내가 일 보고 나면 그곳에 비밀 금고를 만들 테니까.”

 “직접 만들게?”

 “당연하지. 분명히 저런 벽이나 바닥에 만들어야 하는데, 그럼. 사람이라도 부를까?”

 “그건, 안 되겠지?”

 “당연하지. 작정하고 도둑을 불러들일 게 아니라면 시도도 하지 마!”

 “알았어.”

 “집도 좀 꾸미고. 예쁘게!”

 “……응.”

 그녀의 얼굴이 불만스럽게 구겨졌지만 난 ‘히죽’ 웃으며 단단히 주의를 주었다.

 “내 말대로 해!”

 “으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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