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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네 서점
작가 : 정지민
작품등록일 : 2018.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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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네 서점으로 가는 길.
작성일 : 18-01-12     조회 : 485     추천 : 0     분량 : 4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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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찰스네 서점으로 가는 길,

 익숙한 풍경이었지만 많은 것이 변해있다. 골목으로 되어있는 현대화된 시장, 중앙시장이라는 간판에 지명이 앞에 붙어 있는 모습을 보며, ‘중앙시장’이라는 이름이 얼마나 많이 사용되고 있는지, 지명의 힘과 ‘중앙’이라는 이름으로 사람을 모우기 위한 노력이 보인다.

 그에 비해 시장골목은 소란하다. 물론 장이 아닌 이유도 있지만 손님보다 많은 노쇠한, 작은 바구니나, 매대의 뒤에서 옆의 사람에게 큰 소리로 자신의 귀의 먹먹함을 표현하려는 듯 소리치는 시장의 안주인들로 가득하다.

 그 소란함을 지나면 나오는 작은 골목, 시장과 다르게 열십자의 형태도 가지지 못하고, 어디론가 이어지지만 결국엔 시장이나 시장의 입구와 마주한 큰 길로 나올 수밖에 없는 어쩔 수 없이 만들어진 골목길 속에 내가 향하는 목적지 찰스네 서점이 있다.

 싸늘하게 불어오는 바람이 옷을 여미게 만든다. 생각보다 골목의 폭에 비해 바람이 많이 부는 것을 느껴진다. 마치 이 곳에 올 때마다, 찰스를 볼 때마다 느끼던 그런 자연적인 추위.

 그런 싸늘함을 해치고 서점에 문을 연다.

 굴곡진 골목에 마치 한 면이 휜 삼각형처럼 내부는 직각으로 이루어져 있다. 생각보다 좁은 공간으로 느껴지는 이 곳의 이유는 누군가 찾아와서 사는 책들보다, 누군가 찾아야만 살 수 있는 책들을 모셔다 놓은 공간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불법은 아니지만 찰스는 그런 책들을 그 곳에 모셔다 두고는 종종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가치 있는 것들을 너무 노출시키면 누구의 말처럼 보는 것만으로 닳게 된다네.”

 

 그의 알 수 없는 소리에 미신을 믿는지 한 번을 물었지만 그 뒤로는 묻지 않게 그는 나에게 설명했다.

 오늘 내가 여기에 온 이유도 그런 그가 준 믿음에 대해서 다시 확인하기 위해서이다.

 

 “왔는가?”

 

 고어(古語)투로 나를 반기는 그에게 나는 손을 들어 인사한다.

 좁은 건물의 구조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2층으로 분할된 곳에서 그는 나의 손길을 보고는 내가 있는 1층으로 향한다.

 그가 내려오는 동안 서점 안을 살핀다. 역시나 소설이나 알 수 없는 신간들이 가득하다, 판매를 한다는 느낌의 책들을 진열하기 보다는 새로 나온 책과 귀한 책을 위주로 차려놓고(?) 많은 양보다는 많은 수를 그는 항상 고집하고 있다. 그리고 팔리지 않거나 오래된 책은 자신의 본가로 옮겨 놓는다고 말했다.

 그런 말을 듣고 본가를 가본적은 없다. 우리의 만남은 항상 서점에서만 이루어져야 했다.

 그는 나와의 개인적인 관계는 확실히 원하지 않는 것으로 보였다, 정확히는 모든 어떤 사람과도 개인적인 관계를 가지지는 않았다. 다만 일터로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일을 해주는 그런 역할을 하고 있었다.

 나도 그중에 한 명이었을 뿐, 다만 그를 가장 오래 알고, 그를 가장 많이 안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런 설명을 쉽게 입에서 뱉을 만한 사람은 내가 그를 보아온 오랜 기간 동안 아무도 없었다. 아니, 나만큼 오랫동안 보인 사람조차 없었다.

 

 “뭐하고 있었어?”

 

 “자네가 오는 걸 기다리고 있었다네.”

 

 “연락도 안했는데?”

 

 “그런 게 무엇이 필요한가? 자네와 나 사이에는 묘한 동질감이 있지 않나? 쌍둥이의 텔레파시 같은. 쌍명(雙名)의 기운이랄까?”

 

 항상 그는 이런 식의 초현실적인 대화를 나에게 이어간다. 쌍명이라는 저 독특한 표현도 존재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의 말대로 우리는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무언가 통하는 것은 분명 존재했다. 아, 그의 이름은 이현수, 나의 이름도 이현수. 우리는 같은 이름을 가지고 있고, 그는 나와의 차이를 두기 위해서 인지 가본 적도 없는 외국에서 부를 법한 별명을 자신의 이름마냥 쓰고 있다. 신비감이 그래서 더해지는지는 모르겠지만 고등학교 시절 문학 선생님이 입던 개량 한복의 매력에 빠져 차림새는 몹시 한국스럽지만, 말투는 몹시 조선, 아니 그보다 더 과거인 고려스럽지만, 이름은 찰스라고 불리는 그럼 이름을 자신의 서점에 붙이고는 너무나 정겹게 찰스‘네’라고 말할 정도로 약간의 가족이나 집에 미련을 가지고 있는 그런 사람이다.

 

 “몇 번이나 오지만 너의 그런 말투는 적응이 안 돼.”

 

 “적응할 필요는 없다네, 이건 그저 이 몸의 취향이니 말일세...”

 

 ‘중2병도 아니고 무슨 이 몸까지야...‘

 그의 취향 고백은 올 때마다 다른 분야를 계속 듣는 기분이지만 태클을 걸면 또 장황한 설명이 늘어날지 모르니 접어두기로 한다.

 

 “그래서 오늘은 무슨 일인가?”

 

 “다름이 아니라 궁금한 게 있어서 말이지.”

 

 “무언가?”

 

 “엄마에 모정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나에게 부모의 정을 묻는다는 것이 실례인 줄 자네가 알 터인데 묻는 걸 보면...”

 

 ‘보면?’

 

 “또 무슨 일이 일어난 겐가?”

 

 그는 내려가지도 않은 안경을 손가락 하나로 고쳐 쓰며 나에게 묻는다.

 

 “그게...”

 

 “그게 사실은 시영이가 죽었는데, 아들이 범인을 봤다고 했고, 그게 엄마라고 말했다는 겐가?”

 

 “에?”

 

 ‘뭐지?’

 

 “자네 그걸 어떻게?”

 

 “그건 이미 다른 사람이 와서 물어봤다네.”

 

 “그래서 답은?”

 

 “말도 안 된다고 말했지.”

 

 “말도 안 돼?”

 

 “그렇지 않은가? 영(靈)이 실존하는 사람에게 무언가 영향을 끼친다니.”

 

 “그렇지?”

 

 “‘그렇지 않은가‘라고 나는 물었네.”

 

 “뭐?”

 

 “영이 아니라면 가능한 일이 아닌가? 자네가 말한 것처럼 아이와 엄마의 어떠한 연결고리가 있다면? 우리가 모르는 일이 있다면 가능한 일이 아닌가?”

 

 “그래도...”

 

 “그래도 라면 자네는 왜 여기에 왔나? 그리고 내가 말도 안 된다고 말하고 있는데 무슨 기대를 하고 있는 겐가?”

 

 “그래, 사실 답을 원하고 있다네. 그 때, 그 모습을 나도 봤고...”

 

 “그 아이의 엄마는...”

 

 “아, 그만. 거기까지.”

 

 “그래, 그럼 은영이는 어떻던가?”

 

 “은영이?”

 

 그는 역시나 오늘도 나의 예상을 뛰어넘는다. 1차적인 수비로 나의 온전한 질문을 유지할 수 있는 상태를 흔들어 놓는다.

 언젠가는 이런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내가 왜 계속 여기를 오는 거지?”

 

 “그러게 말일세.”

 

 “무슨 최면이라도 건거 아냐?”

 

 “최면이라 그런 능력이 있었다면 여기에 사람이 이렇게 없지 않지 않겠나?”

 

 “그렇지.”

 

 ‘아니지, 오히려 그걸 원하면...’

 

 “혹시나 내가 원해서 이렇게 사람이 없게 만들었다면 찾아오는 이나, 자네조차 없어도 되는 것이 아닌가? 궤변일세, 그런 생각은.”

 

 ‘그래도 내가 마음에...’

 

 “그리고 나는 남자에 관심이 없다네, 물론 가족을 원하는 것은 있지만 그게 자네와 같은 비범한 거기다 남자는 아니라네. 되도록 나와 같은 부류의, 나와 같은 취향의 여성이길 바랄 뿐이지. 만약에 내가 최면을 걸고 있다면 그런 여성이 오기를 최면을 걸지 않겠나. 적어도 자네가 걸렸다면 그런 여성을 데려오기를...”

 

 그 때의 대화에서도 약간 말린 기분이 들었지만 그의 말에는 알 수 없는 위화감이 있었다. 여기에 오는 손님의 수는 역시나 적었다. 거기다 위치가 좋지 않아 책을 팔아서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어 보였다. 그렇지만 책을 이렇게나 사고, 그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 책보다는 그를 찾고 질문을 하고 답을 하기 위한 장소마냥 존재하고 있었다. 길이 어려운 것도 아니고 큰 길에서 보일 정도의 위치하고 있었지만 확실히 이상한 점은 존재했다. 하지만 그는 내가 하려는 질문을 막고 자신의 주장을 하며 마치 나에게 자신이 원하는 여성을 데리고 오라는 듯 말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은영이라니...

 

 불편하다.

 

 “은영이는...”

 

 “아, 말할 필요 없다네. 부자와 결혼한 전 여자 친구를 보는 쥐꼬리만한 월급을 받는 경찰공무원의 감상 따위는 내가 듣고 싶은 게 아니라네. 다만 내가 묻고 있는 건 오빠가 죽은 동생으로의 모습을 말한 것이라네.”

 

 ‘이 새끼... 또...’

 

 “그래도 용케 거기까지 갔구만, 자네.”

 

 “가야지, 그래도 친구...”

 

 “이자, 첫사랑을 빼앗아간, 그리고 전 여자 친구의 오빠인 어릴 적에 잠깐 친하던 돈 많은 친구의 장례식에? 누구에게 잘 보이려 간 건가? 뭐, 자네의 그 알량한 직책에 도움을 준?”

 

 “그래, 시영이 아버님에게 도움을 받은 것이 많으니, 시영이 보다 아버님을 더 많이 봤으니 말이야. 그래서 갔더니 아버님도 안 계시고, 사람들이 모여 있어서 가보니...”

 

 “가보니 시영이 아들이 아빠를 누군가 죽였고, 그게 엄마고, 그래서 부검 결과는?”

 

 “심장마비.”

 

 “그런데 왜? 나에게 왔나?”

 

 “항상과 같은 이유지.”

 

 “초현실적인 무언가?”

 

 “그렇지.”

 

 “그나저나 저번 일은 잘 처리 된 걸로 보이던데.”

 

 “그래, 자네 생각과는 다르게 살인범은 한 명이고, 자네 생각과는 다르게 더 많은 사람이 죽었더군.”

 

 “그래? 확실한가?”

 

 “그렇지. 결과가 그렇게...”

 

 ‘응?’

 

 “결과가 그렇게나 빨리 나는 일이었구만, 경찰공무원이 하는 일이란 게?”

 

 “...그러면?”

 

 “결과난 일에 대해서는 나는 밝히지 않는다고 말했네. 그건 초현실적인 것이던, 아닌 것이던, 세상에 흐름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말이지. 물론 나의 신변이나, 자네의 신변에도.”

 

 “그래. 일단 넘어가지.”

 

 ‘알아 봐야 하나?’

 

 “자네가 쓸 때없는 생각을 안 한다는 확답을 준다면 얘기를 진행해 보지.”

 

 “그래.”

 

 “그럼 그 때의 상황에 대해 말해 보게.”

 

 “장례식에 내가 갔을 때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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