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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그림자
작가 : 러브조이
작품등록일 : 2016.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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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해가 저물어가는 시간. 07
작성일 : 16-10-13     조회 : 819     추천 : 6     분량 : 6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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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7화. 해가 저물어가는 시간. 07-

 

 

 

 생각에 잠긴 듯 말이 없던 베로니카가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떨어지지 않는 입을 겨우 뗐다.

 

 “저는 수녀로서 자격이 없는 사람이에요.”

 

 “이미 수녀시잖아요.”

 

 “사실 제게 과분한 자리라 있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어요. 그리고 저 생각보다 정말 나쁜 사람이었는걸요.”

 

 베로니카가 진지한 얼굴을 하자, 지훈은 장난스럽게 물었다.

 

 “얼마나요? 감옥에 갈 만큼?”

 

 “아마도요?”

 

 “혹시? 살인?”

 

 “음. 어떻게 보면 살인이라 말할 수 도 있고.”

 

 “거짓말.”

 

 “하하하. 에이 믿어주지. 또 그렇게 단 번에 맞춰 버리나? 재미없게.”

 

 “그러니까. 좀 더 그럴 듯하게 거짓말을 해야죠.”

 

 민망함에 얼굴을 문지르던 베로니카가 자신의 손가락으로 눈 꼬리를 올렸다.

 

 “이렇게 하면, 좀 무서워 보이려나?”

 

 “음. 더 올려 봐요.”

 

 “하하. 지훈 씨도 참.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가 진짜 제 이야기에요. 인생의 가장 밑바닥 삶이 있어요. 사람들은 잘 모르는 그런 곳, 밑바닥도 아니다. 저기 저 지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살았어요. 그런 곳에서 바퀴벌레만도 못한 취급을 당하면서 살았어요. 비위가 상하면 말씀해주세요."

 

 “음. 아직까지는 아니니까. 계속 이야기 해 봐요.”

 

 “그런 취급을 받기 전, 제가 얼마나 재수 없는 아이인지 부터 이야기 하는 게 좋겠네요. 어머니는 저를 낳다 돌아가셨고, 아버지도 얼마 뒤 사고로 어머니를 따라가셨어요. 모든 화살이 저에게로 돌아 왔어요. 집안에서는 절 재수 없는 년이라 불렀어요. 그래도 핏줄이니까. 잠시 친척들이 돌봐주셨는데 그 잠시 있는 동안에도 좋지 않은 일들이 일어났어요. 친척들은 절 벌레 취급했고, 결국 전 고아원에 버려졌어요.”

 

 베로니카는 자신의 입에서 숨도 쉬지 않고 터져 나온 이야기가 자신도 놀라운지, 잠시 호흡을 골랐다. 다시 이야기를 꺼내는 데는 앞의 시간 만큼 걸리진 않았다.

 

 “고아원에 가서도 환영받지 못했어요. 재수 없는 애는 어딜 가도 재수가 없으니까요. 10살 때 제 발로 나왔어요. 안 나가면 안 될 만큼 괴롭혔거든요. 10살짜리가 무슨 힘이 있겠어요. 거리를 떠돌다 배고픔에 허덕이는 저를 어떤 아저씨가 데려갔고, 정말 제가 재수가 없는 아이인지 하필이면 간 곳이 어린아이들을 좋아하는 어른들을 접대하는 곳이었어요. 재수가 없어서 그 곳에서도 오래 붙어 있지 못할 거란 제 예상을 깨고, 그 곳에서는 별 일이 일어나지 않는 거예요. 신기하죠? 사람은 저마다 있어야 할 곳이 정해져 있나 봐요. 제가 있어야 할 곳은 그런 곳인데. 아니면 충분히 재수 없는 일이라 그런지. 전 그 곳에서 8년을 보냈어요. 산전수전 다 겪었다고 보시면 되요. 그러다 우연히 보현스님을 만났죠.”

 

 그 때의 감정이 올라오는 지 베로니카는 살짝 울먹거렸다. 지훈은 안쓰러운 마음에 베로니카의 어깨를 살짝 토닥여 주었다.

 

 “힘들면, 그만 해도 되요.”

 

 “아니요. 하고 싶어요. 그래야 나중에 속았느니 말았느니 그런 이야기 안 들으니까. 근데 저 이상하게 왠지 지훈씨는 저를 이해해줄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었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제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어요. 부담 주려고 하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벌써부터 부담 팍! 팍! 오는 데요!”

 

 “네?”

 

 “농담이에요. 음 그럼 저도 제 과거사를 좀 이야기 해볼까요? 혼자만 이야기 하면 재미없으니까. 이런 건 또 주고받아야 맛이죠. 아. 어디서부터 이야기 해보지? 아 우리 아버지는 알코올 중독자였고, 엄마는 노름에 빠져서 가끔 저를 낳으신 것도 까먹으시는 것 같더라고요. 두 분 다? 알만하죠? 그런 환경에서 자라다 보니 늘 혼자였어요. 모든 걸 혼자 해내야 했죠. 아무도 절 돌봐 주지 않으니까요. 어떻게 학교는 다녔는데, 그래도 학교 가는 게 저는 즐거웠어요. 다른 사람들이랑 내가 똑같다 느낄 수 있는 게 유일한 하나가 학교 가는 것이었고, 돈 안들이고 할 수 있는 것도 공부였어요. 늘 혼자인 제가 뭘 하겠어요. 할 게 공부 밖에 없었거든요. 좀 재수 없으려나?”

 

 “아뇨. 그래서요?”

 

 “공부를 하면 할수록, 이 집에서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은 내가 죽기 살기로 공부를 하는 방법 밖에 없겠구나. 오로지 그 생각뿐이었죠. 빨리 독립하고 싶었어요. 술 먹는 아버지와 노름 하는 어머니는 화풀이를 제게 했어요. 절 잊고 있다가 화가 나면 저를 찾는데 어떨 때엔 두 탕 세 탕도 뛰었다니까요. 하하. 그래서 죽을힘을 다해 공부 했어요. 열심히 하는 사람에게는 길이 열린다고 우연히 보현스님을 알게 돼서 후원 받게 된 거죠. 끝!”

 

 “어? 어떻게 보현스님을 만났는지에 대해서는 말 안했잖아요.”

 

 “다 말하면 재미없죠! 그리고 도연씨도 말 안하기는 마찬가지면서.”

 

 짓궂은 표정을 짓는 지훈을 보고 베로니카가 환하게 웃어 보였다.

 

 “아, 도연씨 나 궁금한 게 있는데 물어봐도 되요?”

 

 “음. 일단 들어보고요.”

 

 “까다로운데요? 도연씨는 어떤 능력을 가졌어요? 왠지 도연씨는 진짜 특별한 능력을 가졌을 것 같아요. 제가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그런.”

 

 지훈의 말에 베로니카의 표정이 대신 물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모르셨나 보네요. 보현스님이 후원하는 사람들,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에요. 저도 얼마 전에 알았어요.”

 

 “무슨? 특별한 능력. 제게는 그런 능력이 없는 것 같은데, 어쩌면 진짜 불쌍해서 돌봐주신 지도 모르죠.”

 

 “아니요. 아직 도연씨의 능력이 발현이 안 돼서 그런가. 본데. 보현스님은 특별한 눈을 가지셨어요. 그런 능력자들을 보는 눈, 그래서 그런 사람들을 발굴하고 후원하고. 진짜 몰랐나 보네요.”

 

 입을 다물지 못하는 베로니카를 보고, 지훈은 괜히 말했나 싶어 머리를 긁적인다.

 

 “예전에 그런 말씀은 하신 적은 있어요. 제가 가진 능력이 있는데. 때가 되면 알게 될 거라고, 전 그냥 저한테 용기를 내라고 하시는 말씀인 줄 알았는데. 지훈 씨는 혹시 모르세요? 제가 가진 능력이라는 거.”

 

 턱을 만지작거리며 지훈은 고민 하는 척 연기를 했다.

 

 “음. 어쩌죠. 저는 몰라요. 보현스님이라면 모를까.”

 

 “그럼 보현스님은 지금 어디에 계신가요? 그러고 보니 연락을 한 번도 못한 거 같은데, 연락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건가요?”

 

 “아마도, 연락이 닿지 않는 곳에 계신 것 같아요.”

 

 “그렇군요. 그럼 지훈 씨가 가지신 능력은 뭐예요?”

 

 “전 사람의 마음을 좀 엿볼 수 있어요. 그게 제가 가진 능력이에요.”

 

 베로니카는 큰 눈을 더 동그랗게 뜨고, 지훈 쪽으로 바짝 당겨 앉았다.

 

 “네?”

 

 “말 그대로예요. 전 사람의 마음을 읽어요.”

 

 “우와!!! 진짜 멋지다.”

 

 “꼭 멋진 능력만은 아니에요. 제가 알고 싶지 않은 것들에 대해 알게 될 때도 있으니까요.”

 

 “아.”

 

 “그럼, 도연씨가 가진 능력은 차차 알게 되면 되겠다. 영광인걸요. 제가 가장 먼저 도연씨의 능력에 대해 알게 될 테니까.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 데요.”

 

 지훈이 엄지를 척하고 꺼내들었다.

 

 

 

 해주와 형무의 어두운 얼굴을 보자 학중의 마음은 참담해졌다. 얼마나 울었는지 퉁퉁 부은 얼굴을 하고 있었고, 해주와 형무가 사무실로 들어섰을 때 둘의 표정을 보고 학중은 말없이 풀썩 자리에 주저 앉아버렸다.

 

 “하...........”

 

 형무는 울지 않으려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죄송합니다. 모든 것이 제 잘못입니다.”

 

 형무의 말에 해주는 다시 울음을 터뜨렸고, 형무의 어깨를 힘없이 때렸다.

 

 “그게 왜 네 잘못이야! 그 괴물 때문이지! 지금 당장 가게 해주세요! 우리 대장 죽이게 한 그 놈…….제 손으로 처리할 수 있게!”

 

 해담스님은 조용히 합장을 하며 고개를 숙였다.

 

 믿고 싶지 않은 진실을 해수와 형무의 입을 통해서 듣게 되자 학중은 슬픔에 한 동안 말을 잃었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에요! 당장 대장의 복수를 하러 가야 된다니까요!”

 

 해수가 울면서 때를 쓰자, 말을 못 잇는 학중을 대신해 해담스님이 해주를 달랬다.

 

 “진정이 되시진 않겠지만, 진정하셔야 합니다. 섣불리 움직여서 될 일이 아닙니다. 더 이상의 희생이 있어서는 더욱 안 되는 일이고요.”

 

 “지금! 제가 진정하게 생겼어요!! 흑…….흑”

 

 울부짖는 해수의 등을 해담스님이 가만히 토닥여 주었고, 학중이 감정을 추스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래. 해담스님 말씀이 옳으시다. 진정하자. 호태와 석호의 죽음을 헛되게 하지 않으려면 더욱 정신을 차리고, 그들을 없앨 방법을 찾아야 한다. 감정적으로 일을 처리했다가는 좋지 않은 결과를 낳을 뿐이다.”

 

 학중의 말을 듣고 화가 난, 해수가 악다구니를 해댔다.

 

 “어떻게! 다들 그렇게 태연하세요! 사람이 죽었다고요! 가족이 죽었는데. 왜 다들 이렇게.......태연하세요. 왜!!! 다들 이렇게 침착하냐고요!!!”

 

 울고 있는 해수를 학중이 안아주었다.

 

 “안다. 네 마음 다 안다. 내 마음도 지금 찢어질 듯 아프다. 하지만, 우리가 이러고 있는 사이에 그들은 움직이고 있을 것이고, 더 큰 힘을 모을 것이다. 그러니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다. 호태, 그리고 석호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으려면 정신을 똑바로 차려라. 해수야! 이제 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으아!!!!!!!”

 

 학중의 품에서 해수는 울부짖었고, 형무는 울분을 삼키며, 학중의 말에 눈물을 훔쳤다.

 

 ‘형, 기다려. 내가 꼭 그들을 없애고, 곧 따라갈게.’

 

 

 

 의식을 잃은 유민이 덩치의 어깨에 매달려 어디론가 이동하고 있었다.

 

 ‘유민 아가씨. 정신을 차려야 합니다.’

 

 유민의 귓가에 처음 듣는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신을 차리지 못하던 유민이 할아버지의 음성에 조금씩 의식을 회복했다.

 

 ‘미안합니다. 제 때 도와주지 못해, 조금만…….조금만 참아줘요.’

 

 사이코패스 같은 놈한테 흠씬 두들겨 맞다 정신을 잃었던 것을 기억해내며 어디론가 가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한 유민은 이제 더 이상 도망 칠 기운도 남아있지 않아 무기력하게 덩치에게 매달려 있다.

 

 ‘내 인생도, 참 기구하다. 결국 이렇게 개죽음을 당하는 구나. 미안해요. 엄마. 아빠. 미안하다. 석호야.’

 

 사람이 죽기 전에 모든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는 말이 맞나보다며 멍한 눈을 하는데 눈물이 흘러내렸다.

 

 ‘나는 어디로 가는 거지. 이 비릿한 냄새는 바다냄새인데. 나 바다에 고기밥으로 던져지는 건가.’

 

 흐르는 눈물과 너무 맞아서 부은 눈 때문에 시야가 계속 흐려져 어딘지 가늠할 수도 없었다.

 

 얼마나 갔을까? 덩치가 유민을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윽!”

 

 “뭐야. 정신이 든 거야? 에이! 씨! 정신이 들었으면 걸어갈 것이지! 무거워 죽겠는데! 끝까지 말썽이네! 이 년!”

 

 덩치는 유민을 이곳까지 메고 온 것이 억울한지 투덜대면서 무엇인가 찾기 시작했다. 유민이 보이지 않은 눈을 찡그려가며, 덩치가 하는 일을 보려다 맞은 부위가 욱신거려 신음소리가 절로 나왔다.

 

 “으…….으…….”

 

 신음하는 유민의 소리가 거슬리는지 덩치가 유민 쪽으로 걸어왔다.

 

 혹시나 또 자신을 때리는가 싶어 방어자세를 취하는데.

 

 “아프지? 이제 곧 안 아프게 해 줄게. 그런데 이건 어딜 간 거야? 내가 그렇게 연장 쓰고 나면 제자리에 가져다 놓으라고! 에이 씨! 말을 듣는 새끼가 없네.”

 

 유민은 이제 아무런 의욕도 없어 덩치가 하는 일을 쳐다보고 있다가 입에서 불쑥 말이 튀어 나왔다.

 

 “하! 미친 새끼들.”

 

 연장을 찾던 덩치가 하던 일을 멈추고, 유민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지금 나한테 한 말이야?”

 

 “그래. 너도 미쳤고, 나도 미쳤지.”

 

 “이래서 혀를 자르라고 하셨구만. 조금 만 기다려 곧 말하고 싶어도 못하게 될 테니까.”

 

 덩치는 회심의 미소를 보이며 연장을 유민의 눈앞에 들어 보였다.

 

 “자 이제, 시작해볼까? 마지막으로 남길 말은 없고?”

 

 “시발, 어디서 본 건 있어가지고. 있지 왜 없어.”

 

 유민을 의자에 앉히고, 밧줄로 유민의 몸을 꽉 묶으며 덩치가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네. 준비 다 됐습니다. 영상통화로 전환하겠습니다.”

 

 띠띡.

 

 덩치가 핸드폰 화면을 영상통화모드로 바꾸자 화면에 성민이 나타났다.

 

 “이야, 볼만하네. 내가 이 좋은 구경거리를 놓칠 수야 없지. 안 그래? 낄낄!”

 

 성민의 모습을 보자 유민은 실소를 터트렸다.

 

 “어쭈! 아직 힘이 남아도나 본데? 그래 혀가 잘리기 전에 마지막으로 할 말은 없고?”

 

 “퉤! 지옥에나 가라! 개새끼야!”

 

 “정신이 오락가락 하는 군. 지옥을 맛볼 사람은 너야! 시작해.”

 

 덩치가 연장을 꺼내들어 유민의 얼굴 가까이 가져다 대자 성민이 호기심어린 얼굴로 바라봤다.

 

 “내........니…….”

 

 유민이 그런 성민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입 모양을 크게 벙긋 거리며 말을 했고, 덩치가 연장을 치켜들자 유민의 입모양을 읽던 성민이 소리 쳤다.

 

 “잠깐!!!”

 

 성민의 소리에 덩치가 흠칫 놀라 하던 일을 멈췄고, 성민이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잠시만 기다려! 너! 방금 뭐라고 한 거야? 장난치지 말고 말해.”

 

 유민이 씩 웃으며 대답했다.

 

 “용케도 알아봤네. 그래 이 시$새%야. 내가 베로니카다.”

 

 

변사또 16-10-13 10:08
 
잘봣습니다    재미도 있구요
화이팅하시길.......^^
서현맘 16-10-13 14:13
 
다음편이 기다려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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