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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그림자
작가 : 러브조이
작품등록일 : 2016.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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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해가 저물어가는 시간. 13
작성일 : 16-11-07     조회 : 706     추천 : 5     분량 : 5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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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3화. 해가 저물어가는 시간. 13-

 

 

 

 

 학중의 물음에 석호는 기다렸다는 듯이 자신의 주머니에서 묵주를 꺼내 들었다.

 

 “잘은 몰라도, 제 생각엔 이것 때문인 거 같은데.”

 

 “웬 묵주냐?”

 

 “그 선배 집에 있던 건데. 잠시 구경한다는 것이 제가 들고 와서는 계속 지니고 있었는데. 제가 아저씨 밑에 계신 분들처럼 능력이 있는 사람도 아니고, 어떻게 살아남았겠어요.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이것 밖에 없는 것 같더라고요. 아저씨 생각은 어떠세요?”

 

 석호가 건네준 묵주를 자세히 살펴보던 학중이 다시 석호에게 묵주를 건네주었다.

 

 “이 묵주는 아무런 힘이 없다.”

 

 “네?”

 

 “이 묵주 스스로는 아무런 힘을 발휘할 수 없지. 하지만 이 묵주가 어떠한 힘을 발휘 할 수 있는 매개체를 만나게 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원래 아무런 작용을 하지 않던 물건들도 자신과 어떠한 부분에서 작용을 할 만한 요소들이 충족되면 작용하게 마련이거든. 이 묵주의 힘을 끌어 낸 사람이 너란 말이다.”

 

 “아저씨가 도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 지. 전 잘…….”

 

 “석호야. 너는 아주 큰 힘을 가진 사람이란다. 아직 네가 모르는 것일 뿐이다. 그 날에도 네가 보여준......”

 

 학중은 말을 꺼내다 말고, 망설여져 석호를 바라보았다. 석호도 막상 학중이 그 날의 일을 꺼내드려 하자 동요하는 눈빛을 보이다 침착하려 애썼다.

 

 “힘들면.”

 

 “아니요. 이제는 이야기 할 때가 된 거 같아요.”

 

 “그래. 그 날도 네가 보여준 힘은 대단했지. 넌 기억이 잘 나지 않겠지만.”

 

 “다 기억나요. 그냥 모른 척 한 거뿐이죠. 무서웠어요. 남들과 다르다는 게, 그리고 무엇보다 제가 가진 힘 때문에 아버지가 꼭 돌아가신 것만 같아서.”

 

 “네 잘못이 아니다. 너도 잘 알잖니. 그건 사고였다.”

 

 석호는 그 날의 일이 떠오르는 지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 날 이후, 단 한 번도 꺼내지 않은 그날의 이야기. 석호는 가슴 속에 오랫동안 꼭꼭 숨겨놓은 자신의 마음을 학중 앞에서 처음으로 꺼내들었다.

 

 “한솟대바위에서 그 일이 있은 후, 저는 죄책감에 시달렸어요. 아버지는 제가 남과 다르다는 걸 가장 먼저 아신 분이거든요. 그래서 그런 제 능력을 마음껏 발산 할 수 있게 체력을 기른다는 핑계로 아무도 다니지 않은 산길을 미리 먼저 가셔서 확인하시고, 몇날 며칠을 가셔서 익히고 또 익히고는 절 데리고 가주셨지요.”

 

 “그래. 네 아버지는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지. 사람의 천성은 쉬이 변하지 않거든. 네 아버지는 어릴 때부터 정말 좋은 사람이었지. 너도 그런 네 아버지를 참 많이 닮았고.”

 

 “전 아버지의 반도 못 따라가는 거요. 오히려 반대죠. 비겁할 때가 더 많아요. 전 늘 망설였어요. 조금만 위험한 일이다 싶으면 피해 다녔거든요. 그런 제가 싫어서 이 직업을 선택했지만. 아직도 그런 마음을 다 버리지 못했어요. 아버지처럼 되고 싶었어요. 단 한 번의 망설임도 없이 위험한 일이 생기면 뛰어드는 아버지의 모습이 참 멋있었거든요.”

 

 “사람은 누구나 위험 앞에서 졸아 들기 마련이지. 그게 당연한 거고. 네 아버지는 좀 특별한 케이스이고, 너 또한 그런 기질을 이어받았어. 넌 아니라고 하지만. 그리고 네가 한 가지 모르는 사실이 있다. 네가 가진 능력은 네 아버지도 가지고 있었단다. 그러니 널 어떻게 컨트롤해야 해야 할지 잘 알고 있었던 거지. 그 능력은 너희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능력이란다.”

 

 “네?”

 

 학중에게 듣는 아버지에 대한 진실, 그리고 묻어두고 싶었던 그날의 일들이 학중과 대화를 나누면서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되살아났고, 석호는 마음이 복잡해졌다.

 

 “지금, 움직이는 것들이 그 날의 그들과 같은.”

 

 “그렇다.”

 

 “그 날도 그들은 한솟대바위에 12개의 정을 박고 있었어요. 아버지와 저는 숨을 죽이고 그들이 하는 일을 보고 있었는데, 힘겹게 정을 박던 사람들이 박던 것을 멈추고 갑자기 급히 산을 내려갔어요. 그리고 아저씨가 나타났고.”

 

 “그래. 그들이 그 곳에 올지 우린 알고 있었지. 그래서 미리 가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네 아버지를 만난 거야. 어찌나 반갑던지. 그리고 난 한 눈에 알아봤지. 너도 네 아버지를 닮아 그런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학중은 하던 말을 멈추고, 잠시 생각에 잠긴 듯 보였다. 오랜 시간 동안 하지 않았던 말들을 꺼내 드는 것이 학중에게도 벅찬 일이었다.

 

 “네 아버지는 이곳의 일원이었어. 네 아버지가 계실 그 때 즘에 한 참 그들이 지금처럼, 세상을 어지럽히고 있었지. 그래서 네 아버지는 하루가 멀다 하고 이 나라 이 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그들과 싸워야 했지. 어떤 날은 며칠 동안 잠도 못자고, 그들을 쫓는 날도 있었어. 네 아버지는 아주 열성적 이었지. 이 일에. 그리고 이 일을 사랑했어.”

 

 “이 곳에서 아버지가 정확히 하시던 일이 무엇이었나요?”

 

 “네 아버지는 그들의 힘을 무력화시키고, 그들을 제거하는 일을 하셨지.”

 

 “지금 호태형과 나머지 사람들처럼 말이죠?”

 

 “그래. 네 아버지는 호태가 지금 하고 있는 역할을 했었어. 아주 어린 시절부터 네 아버지는 고된 훈련을 받으며 자랐고, 고등학교 무렵부터 그들을 상대했어. 호태에게 미안한 말이지만, 네 아버지와 같은 사람은 두 번 다시 힘들 정도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대단했었어.”

 

 “그렇게 좋아하시는 일을 왜 그만 두신 거죠?”

 

 “네 아버지가 여기의 모든 일을 꾸려나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난 그 때 세력을 키우는 일에 매진했었거든. 참 어리석은 일이었어. 이 일이라는 게 세력을 키우고 자시고 할 만한 일은 아니잖니. 어린 날의 나는 그렇게 어리석었어. 그러다 보니 네 아버지는 더 많은 일들을 내 대신 해야만 했지.”

 

 “그래서 지치셨던 거군요.”

 

 “지쳤지.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 일을 그만 둔 계기가 생겼지. 네 어머니를 만났거든. 네 어머니를 만날 즈음에는 그들이 움직임이 잦아들고, 세상은 좀 잠잠해졌지. 그러니 그런 마음의 여유도 생긴 것 일 테고, 사랑이라는 것이 또 하게 되면 걷잡을 수 없어지는 것이잖니. 그렇게 네 어머니랑 결혼을 하게 됐고, 자신이 가족을 위해서 그만 두고 싶다 말하더구나. 우린 잡을 수 없었지. 네 아버지를 위해 놓아주는 것이 서로를 위한 길이라며 보현스님은 네 아버지를 보내줬어.”

 

 “일이야 싫어지더라도 오랜 시간 알고 지낸 사람들과 연락을 전혀 안하고 사신 거는 이해가 되질 않네요.”

 

 “가정을 지키고 싶었으니까. 이 일을 하다보면, 가족들과 소원해지는 건 물론이고, 일반인들에게는 전혀 납득이 가지 않은 일들을 위해 인생을 바치는 남편, 아버지를 이해할 수 있는 가족이 몇이나 있겠어? 가정을 지키기 위해서는 여기 일을 그만 두는 것이 맞는 거야. 그리고 네 아버지는 참 외롭게 자랐어. 여기 아이들이 그랬듯이. 언젠가 이 모든 일이 끝이 나면 가정을 꼭 꾸리고 싶어 했는데. 이 일은 끝이란 게 없어. 제거 하면 또 나타나고, 제거 하면 또 다시 나타나지.”

 

 학중은 손을 맞잡고, 입술을 말아 입 안에 넣는다. 석호는 학중이 말해 준 아버지의 모습을 그려본다.

 

 “제가 어렸을 때, 아버지는 가끔 멍한 표정을 짓곤 하셨는데. 그 표정을 볼 때면 참 슬퍼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표정을 지을 때, 전에 하시던 일을 생각하시면서 지은 표정이 아닐까? 아저씨 이야기를 들으니 그 표정의 의미를 이제 알겠어요.”

 

 “네 아버지가 이 영역에서 이룬 일은 과히 대단하다고 밖에 할 말이 없어. 보현스님과 네 아버지가 이 모든 일들을 체계화, 구체화 시킨 장본인들이니까. 그 전에는 정말 일을 주먹구구식으로 처리했었는데. 이 모든 것들이 네 아버지가 이룩해 놓고 가신 일이란다. 생각이 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 아닐까? 이 곳에 네 아버지 손을 거치지 않은 곳이 없는 걸.”

 

 “이 곳이 아버지가 일하던 곳이군요.”

 

 “그렇단다.”

 

 “아저씨, 그런데 왜 이번에는 그 때처럼 미리 막지 못 하신 거예요?”

 

 “내가 너무 나태해서 그렇지. 네 아버지가 계실 때에는 이런 일이 한 번도 없었는데.”

 

 “자책 하지 마세요. 아저씨도 충분히 훌륭하게 잘 해 오셨을 거라 전 믿어요. 그런데 도대체 그 한솟대바위가 뭐 길래. 매번 그곳에서 그런 짓을 하는 거죠?”

 

 “그 곳에는 하리님이라고 악을 숭배하는 자들이 모시는 악령이지. 그 악령을 우리 선조들이 아주 오래전에 봉인을 해놓았는데, 자꾸 그들이 다시 부활시키려 하는 게지.”

 

 “소멸은 안 되는 건가요?”

 

 “소멸이 그 당시에는 불가피했고, 그래서 봉인을 선택했다는 구나.”

 

 “그런데, 아저씨. 전 아직도 그 날 아버지가 왜 그런 선택을 하셨는지 이해가 되지 않아요. 그렇게 대단한 힘을 가지고 있으시면서.”

 

 “너를 위해서. 그런 선택을 한 것이지. 충분히 힘으로 그들을 제압 할 수 있었지만. 그렇게 되면, 그들에게 자신의 정체가 탄로 나게 되면, 너의 정체가 탄로 나는 것은 시간문제니까. 네 목숨을 지키기 위해서 그리고 자신과 같은 길을 가지 않게 하기 위해 끝까지 비밀에 붙이고 싶었던 거야.”

 

 “그러면 왜? 저를 산으로 데리고 가서 제 힘을 쓰는 방법을 가르치신 걸까요.”

 

 “컨트롤 하는 힘을 길러 주기 위해서지. 네 힘을 아무데서나 쓰지 말라는. 네가 평범하게 살기를 간절히 원하셨단다. 그래서 숨기고 살 수 있으면 숨기고 살고, 사람들과 한 데 어우러져 행복하게 살기를. 이런 힘을 가진 아이들이 얼마나 불행하게 자라고 살아가는지. 네 아버지는 계속 봐왔으니까. 내가 너에게 연락 하는 것을 망설였던 이유도 네 아버지가 목숨까지 바치면서 지켜낸 너를 이 일에 끌어들이는 것이 죄스러웠던 부분이 컸어.”

 

 “아저씨. 저도 성인이잖아요. 그 정도 판단은 할 나이도 됐고. 무엇보다 제 몸에는 아버지의 피가 흐르고 있어요. 그냥 지나칠 수 없었어요. 모른 척 하려니 그게 더 힘들었는걸요.”

 

 “힘든 선택을 해줘서 고맙다. 정말 고맙다. 그래도 대호형이 날 미워하지 싶다.”

 

 학중이 석호의 손을 잡으며 따스한 눈길을 보내는 모습을 먼발치에서 호태가 바라보고 있었다. 둘의 대화를 우연치 않게 모두 듣게 된 호태는 괜히 들었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자신도 모르게 꽉 쥔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호태의 목구멍으로 뜨거운 무엇인가 차고 올랐고, 목구멍은 그로 인해 화끈댔다.

 

 대화를 듣는 내내 불편했다. 왜 이런 기분이 드는지 석호를 라이벌로 생각한 적도 없는데, 학중과 함께 있는 모습에 마음이 불안해져 왔다. 석호가 알고 보니 대단한 능력을 가졌고, 능력자의 아들이라는 사실이 묘한 질투심을 일으켰다. 학중의 태도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학중의 태도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순수한 친근함이었다. 학중과 자신 사이에 놓여 진 보이지 않는 벽이 석호 사이에는 없었다. 호태가 한 발 다가가면, 멀어지는 쪽은 이제껏 학중 쪽이었다. 지금과 같은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호태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학중은 모른다. 그런데, 그런 자신 앞에서 어떻게 저런 모습을 보이는 것인지.

 

 ‘나이가 몇인데. 이런 걸 질투나 하고.’

 

 자신이 한심해진 호태는 몰래 듣고 있는 것도 마음에 걸렸던 터라 자리를 떠야 겠다 마음을 먹었었다. 그런데 그 순간, 호태의 귀 속을 파고드는 낯설지 않은 이름 하나가 들려왔다.

 

 대호.

 

 “대호? 설마....그 지대호?”

 

 

변사또 16-11-10 17:14
 
~~^^
이카즈치 16-11-22 23:49
 
못 생긴건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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