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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100번의 환생
작가 : 디버스대도서관
작품등록일 : 2016.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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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6-08-24     조회 : 207     추천 : 2     분량 : 5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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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리

 

 은둔 마을의 입구에는 마차가 여러 대 있었다. 몇 대는 시원하게 오픈되어 있는 형태였고, 한대는 커다란 박스형태의 마차였다. 오픈된 마차의 좌석은 무척이나 안락해 보였다. 그리고 각 마차의 앞에는 커다란 새가 두 마리씩 매여져 있었다.

 

 앵무새와 비슷하게 생긴 이 큰 새는 '로드로더' 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 만다린국에서 주로 쓰는 교통수단이었다. 달리는 형태와 나는 형태가 있다. 나는 형태는 본적이 없지만 달리는 형태는 은둔의 마을에도 있었다. 그리고 건초더미를 옮기는 마차는 봤지만 이런 마차는 태어나서 오늘 처음 봤다. 신기하다. 헤에. 그렇기에 절로 탄성이 나왔다.

 

 "와."

 

 내 표정에 루스경은 황당한 듯 조소를 띄웠다.

 

 "이 쪽으로 타."

 

 그는 나를 가장 좋아 보이는 마차의 자리로 안내했다. 그리고 다른 기사들은 살아남은 내 또래의 마을 처자들을 커다란 네모 형태로 밀폐된 마차에 몰아넣었다.

 

 "저건 뭐에요?"

 

 질문에 잠시 그는 고민하다 내게 답했다.

 

 "특별 수송 마차?"

 

 "음. 창이 하나도 없네요?"

 

 "천장에 조금 뚫려 있어. 숨은 쉴 수 있으니 염려 마."

 

 나는 그게 마치 감옥 같다는 생각이 들어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러자 그가 내 눈빛을 읽은 듯 말했다.

 

 "어쩔 수 없어. 원래 저들까지 데려갈 생각이 아니었으니."

 

 "그럼 놓고 가면 되지 않아요?"

 

 "그건 안 돼."

 

 "왜요?"

 

 내가 죽지 않는다는 걸 알고 나서 그런가. 이제 더 이상 기사들이 두렵지 않았다. 적어도 왕을 만나기 전까지 그들은 날 잘 데려가야 할 테니 말이다. 물론 가는 도중에 가능하다면 도주를 시도해 볼 수도 있을 것 같다는 희망도 좀 있었다.

 

 루스경은 나를 보다가 피곤한 듯 마른세수를 했다.

 

 "설명하긴 좀 그렇고, 여하튼 안 돼. 원래는 다 죽여야 됐는데, 엘리 너 때문에 데려 가는 거야."

 

 나 때문에 데려간다니. 나는 혹시나 싶어 물었다.

 

 "그럼 저 없으면 쟤네들은 어떻게 되요?"

 

 그러자 그는 1초도 고민하지 않고 대답했다.

 

 "당연히 즉결 처분이지. 그러니 혹시라도 도주할 생각은 마. 네 패턴 뻔히 꿰고 있으니."

 

 "......."

 

 그렇게 얘기한 루스경은 로드로더를 출발시켰다.

 

 "가자!"

 

 그의 호령에 새들은 움직이기 시작했고, 마차의 바퀴는 굴러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다른 마차들도 내가 탄 마차를 뒤따르기 시작했다.

 

 나는 그의 얼굴을 살폈다. 또래 처자들의 생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그의 표정에는 어떤 작은 변화도 읽을 수 없었다. 아마 많이 죽였을 것 같다. 소리 소문 없이 레단을 단칼에 처치한 것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랬겠지. 그렇게 생각하자 나는 들떴던 기분이 다시 언짢아졌다. 나에겐 은인이기도 했지만, 분쟁의 주기에 태어난 다른 여자들에겐 아마 살인마일 것이다.

 

 점차 달리는 속도가 붙으면서 와 닿는 바람은 시원하게 느껴졌다. 날씨도 참 좋았다. 따뜻하고 말이다. 울창한 초록빛의 나뭇잎들 사이사이로 가늘게 들어 치는 햇빛은 어찌 보면 마치 다이아몬드처럼도 보였다. 덩달아 기분은 좋아졌지만 한 편으론 뒤에 따라붙은 감옥 같은 마차안의 또래들에겐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은둔마을과 도시 사이에 있는 숲을 벗어나 평지로 나오자 제법 달아 오른 햇볕이 우릴 맞았다. 내가 눈부심 때문에 손을 들어 햇볕을 가리자, 그걸 본 루스경은 마차의 무언가를 조작했다.

 

 위이잉.

 

 무언가 울리는 소리가 나더니 차양이 올라왔다. 그는 뭔가를 조작해서 차양의 각도를 조절했고, 곧 햇볕을 기분 좋게 가려주는 그늘을 내 머리 위로 만들었다. 이 또한 처음 보는 것이기에 나는 나도 모르게 입이 벌어졌다. 루스경은 그런 내가 황당한 듯 다시 조소를 띄우며 혼잣말을 했다.

 

 "적응이 안 되네."

 

 한참을 달려 나가다 보니 우리가 가는 방향에는 저 멀찍이 커다란 도시도 보였다. 도시의 천공에는 무언가 떠서 움직이고 있었다.

 

 "아, 나 저기 지도에서 봤어요. 루타시죠? 큰 도시라고 했는데. 아, 저 하늘에 저건 뭐죠?"

 

 "그 마을에서 비교적 가까운 거리인데.......직접 본 게 아니라 지도에서 봐? 그리고 비공정을 몰라?"

 

 루스경은 내 질문이 어이없는 듯 되물었다. 그 말에 나는 얼굴을 붉혔다.

 

 "음, 태어나서 은둔의 마을을 벗어난 적이 없어요."

 

 "그래? 그러고 보니 그 은둔의 마을이라는 곳들은 거의 원시적인 수준이던데.......도시 안에 들어가면 시골 촌뜨기 아가씨는 아무래도 까무러치겠군."

 

 초, 촌뜨기! 무안스럽게 그런 단어를 쓰다니. 하지만 태어나서 정말 처음 보는 광경인지라 그의 말에 반박할 수가 없었다.

 

 곧 우리의 마차들은 도시로 진입했다. 그리고 나는 (자꾸 같은 단어를 언급하게 되서 나도 민망하지만) 태어나서 처음으로 신세계라는 걸 접했다.

 

 높고 낮은 건물들이 다양한 외관으로 지어져 있었다. 도시는 반듯했고 깨끗했다.

 

 중앙으로 넓게 쭉 깔린 도로에는 선이 여러 개 그어져 있었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아마 마차의 이동 지정선 같았다. 로드로더가 끄는 마차들이 그 선을 따라 오가고 있었으니 말이다. 선의 숫자를 세어보니 양방향으로 동시에 마차가 10대는 움직일 수 있을 만큼 넓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 떨어진 공중위로는 안내판 같은 것이 일정 공간마다 부양되어 있었다. 그 공간 사이로 사람들은 날아다니는 로드로더를 타고 이동하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나는 속도보다 더 빨랐고, 숫자도 많았지만 신기하게도 그 경로가 꼬이지 않는 듯 질서 정연해 보였다.

 

 "와아. 직접 안 날고 로드로더를 타고 나네요? 저게 나는 형태의 로드 로더구나."

 

 "요즘 누가 도시에서 직접 날아. 힘들게."

 

 "그러고 보니 엘리 넌 얼마나 날 수 있지?"

 

 "음. 아주 아주 아주 약간요."

 

 "약간이 얼만큼인데?"

 

 "닭이 푸드덕거리는 정도? 그것도 힘들어서 잘 안 해요."

 

 ".......그렇군."

 

 달리는 형태의 로드 로더는 다리가 크게 발달한 반편 날아다니는 로드로더는 상대적으로 다리가 작았다. 그리고 그 날개가 매우 컸다. 앵무새와 흡사하게 생긴 지라 알록달록하니 예쁘기도 예뻤다.

 

 나는 아까 루스경이 말한 촌뜨기란 단어에 속으로 얼굴을 붉힌 게 무색할 정도로 주변을 정신없이 둘러보았다. 그런 나를 보던 그는 또 조소를 띄웠다. 어딘지 모르게 허탈해 보이긴 했지만 말이다.

 

 "매번 새로워서 좋겠어?"

 

 "네?"

 

 나는 반문했지만 그는 더 이상 대답하지 않았다.

 

 곧 우리의 마차는 그 쭉 뻗은 대로에서 벗어나 작은 길로 들어섰다. 얼마 가지 않아 커다란 건물 앞에 도착했고, 그는 나를 내리게 했다. 화려해 보이는 건물에 나는 넋을 잠시 잃었다가 루스경의 말에 정신이 돌아왔다.

 

 "일일이 놀라지 좀 마. 내가 다 당황스럽네. 여긴 호텔이야. 하루 묵고 내일 비공정을 탈거야."

 

 우리가 탔던 마차는 호텔 관리인에 의해 마차 보관소로 옮겨졌다. 기사들도 하나 둘씩 내렸다. 나는 그들을 보다가 무언가 빠진 걸 느꼈다.

 

 "마을 처자들은요?"

 

 그에 루스경은 그 박스 형태의 마차를 가리켰다.

 

 "저 안에 있지."

 

 "왜 안 내려요?"

 

 다음 그가 한 말을 나를 경악시켰다.

 

 "내릴 일 없어. 저대로 수송될 거야."

 

 "네?"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내게 반문했다.

 

 "아님. 그냥 죽이고 가던가?"

 

 "세상에나."

 

 내가 당황하자, 그는 내 표정을 한참 보았다. 그러더니 문득 뭔가를 깨달은 듯 헛기침을 했다. 루스경이 손짓 하자 기사 한명이 다가왔다.

 

 "갇혀있는 분쟁의 주기 아가씨들에게 충분히 쉴 곳을 마련해 주고, 음식도 주고. 그리고 도망 못 가게 잘 감시하도록. 혹시라도 도주하면 죽여."

 

 "네? 네. 알겠습니다."

 

 루스경의 지시를 받은 기사는 잠깐 어리둥절한 듯 했으나 이내 시원하게 대답하고는 다른 기사들과 함께 마차안의 그녀들을 내려주기 시작했다. 나는 마지막 말이 불쾌하긴 했지만, 뭐........원래 도주하면 죽는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그렇게 명령하는 것을 들으니 썩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어쨌든 그들이 숙소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나자 조금 안심이 되었다.

 

 "이게.......정답이지?"

 

 루스경은 그렇게 말하더니 양 손을 허리에 얹었다. 그의 표정엔 무언가 떠올라 있었다. 추정하건대, 질문으로 보나 그의 태도를 보나 그는 뭔가 확인받고 싶어 하는 표정이었다.

 

 "아. 네. 맞아요."

 

 조금 떨떠름한 기분이 들었지만, 일단 원하는 대로 해주었으니 그의 질문에 긍정했다. 그러자 그는 곧 내게 손을 내밀었다.

 

 "그럼 우리도 들어가지."

 

 문득 그의 손을 잡으려는 순간 그와 눈이 마주쳤다. 그는 나를 똑바로 보고 있었다. 아. 왠지 부끄럽다. 그런 생각이 들자 나는 내 손을 거뒀고 먼저 앞서 걸었다.

 

 "손 안 잡아줘도 잘 가거든요."

 

 그러자 그는 머쓱한 표정으로 자신의 빈손을 거둬들였다.

 

 "와아."

 

 시골 촌년. 엘리. 태어나서 처음으로 도시에 나와 봄. 그게 지금 나의 상태다. 처음으로 보는 호텔방의 화려함에 난 나도 모르게 또 감탄사를 크게 뱉고 말았다. 동시에 루스경이 나를 보는 표정이란.

 

 "흠흠."

 

 나는 헛기침을 하고 나름 신경 써서 조신하게 푹신한 소파로 가 앉았다. 한참을 얌전히 앉아 있으니 그는 서서 빤히 그런 나를 보았다.

 

 "왜 거기 있어요?"

 

 그는 내 질문이 무슨 뜻인지 모르는 듯 의아한 표정을 했다.

 

 "설마 여자 있는 방에서 같이 주무실 건 아니죠?"

 

 "여기서 잘 건데?"

 

 "여기 어디서요?"

 

 그러자 그는 커다란 침대를 가리켰다.

 

 "거기 침대 있잖아."

 

 "......."

 

 나는 눈을 몇 번 깜박이다가 문득 내가 왕성으로 끌려가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떠올랐다. 묶어놓지만 않았을 뿐 사실 잡혀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설마 도망 갈까봐 한 쪽 구석에 묶어 놓기라도 하는 걸까? 살짝 불안한 마음에 나는 다시 그에게 물었다.

 

 "그럼.......저는 어디서 자요?"

 

 "너도 그 침대서"

 

 어머나. 이 남자가 표정 하나 안 바뀌고 뭐래니. 지금 한 침대를 같이 쓰겠다고? 나는 깜짝 놀라 기겁을 했다.

 

 "어떻게 결혼도 안한 남녀가 한 침대를 써요?"

 

 "여기 스위트룸인데? 남녀가 한 침대 쓰게 되어 있는.......데?"

 

 나는 경악으로 입이 딱 벌어졌다. 동시에 마음 한 편은 왠지 경악과는 정 다른 기분이 드는 것 같았지만. 부부도 연인도 아닌데 한 침대를 써?

 상식적으로 이건 말이 안 되었다.

 

 "미쳤어요? 다른 방 쓰세요. 아님 저한테 다른 방을 주시던가요."

 

 "......."

 

 그는 잠시 말없이 있었다. 설마 비용이 많이 드나? 문득 이런 생각이 들자, 나는 팔짱을 꼈다.

 

 "저는 마을 처자들이랑 함께 써도 괜찮아요."

 

 그러자 그는 또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건 안 돼. 넌 이 방에서 나랑 있어야 돼."

 

 "왜요?"

 

 그러자 그는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그가 잠시 의심되긴 했으나 막상 지금 표정으로 보아하니 음흉한 사심 같은 건 없어 보이긴 했다. 그렇다면 이유야 뻔했다.

 

 "절 감시해야 되어서요? 이상한 생각 품은 건 아니고요?"

 

 그러자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시크하게 대답했다.

 

 "어. 그래. 감시해야 되서."

 

 그가 내 예상대로 그렇게 대답하자, 갑자기 마음속에 뭔지 모를 서운함이 밀려들었다. 묘한 기분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곧 침대에서 베개 하나를 챙겨 들고 소파에 앉았다. 그러자 그가 물었다.

 

 "뭐하는 거야?"

 

 "전 어차피 도망 못가요. 마을 아가씨들 두고 어딜 가겠어요."

 

 그러자 그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말을 이었다.

 

 "루스경이 침대에서 자요. 전 소파에서 잘 테니. 소파라도 제 집 침대보다 좋네요."

 

 그렇게 말한 나는 괜찮다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침대 놔두고 소파에서 잔다는 모양새는 좀 웃기긴 했지만, 솔직히 우리 집 침대보다 좋은 건 사실이었다. 그러자 그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 말했다.

 

 "침대를 써."

 

 "그럼 루스경이 소파를 쓰게요?"

 

 내 반문에 그는 잠시 이마를 문지르더니 곧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식은땀을 흘리는 듯 했지만 내 기분 탓에 그렇게 보이는 걸지도 몰랐다.

알피네Alfine 16-08-25 06:52
 
서쪽 작가님 안녕하세요? 소문듣고 왔더니 아는 작가님들이 많아서 깜짝 놀랐습니다. 선호작 다시 등록하고 가끔 다시 읽으러 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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