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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100번의 환생
작가 : 디버스대도서관
작품등록일 : 2016.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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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6-08-29     조회 : 294     추천 : 1     분량 : 4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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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리

 

 내가 고민하던 이야기를 검은 머리의 남자가 스스럼없이. 그것도 비난까지 섞어 이야기하자 레아는 사색이 되어 나를 보았다. 내 머릿속은 하얗게 되어 버렸고 말이다.

 

 "엘리. 저 사람 말이 정말이야?"

 

 "......."

 

 뭐라고 대답할 수가 없다. 레아가 내 어깨를 꽉 붙잡았다.

 

 "엘리. 왜 대답이 없어?"

 

 나의 흔들리는 눈이 그 대답이라도 된 걸까. 그녀는 내 어깨를 놓고 한발 물러섰다. 고개를 숙인 그녀는 무언가를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런."

 

 그녀의 뒤로 재미있는 듯 웃는 그 남자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분명히 그 때 저 남자는 본 적이 없는데.

 

 "누구세요? 당신?"

 

 그러자 그가 어깨를 으쓱했다.

 

 "이런. 그러고 보니 나도 잊었겠군요."

 

 그는 레아에게 다가가 손을 잡았다. 눈의 착각인건가? 순간 그와 잡은 레아의 손이 검게 빛났다 사라진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이후 그는 내 눈을 바로 보았다.

 

 "좀.......서운하네요? 우린 보통 사이가 아닌데."

 

 순간 오싹함이 내 몸을 훑었다. 그는 곧 레아의 귀에 대고 말했다.

 

 "자, 내가 사실을 알려줬으니 다음은 어떻게 할래요?"

 

 그 남자의 말에 레아는 고개를 들어 나를 보았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본 만족스러운 듯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럼 저는 이만."

 

 그는 난데없이 나타나 둘만의 대화에 폭탄을 던지고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내 눈을 바로보고 있는 레아는 곧 뭐라고 말을 했다. 얼핏 들리는 걸로는 '강제로 범하려고 했다니.......'라고 하는 것 같았는데.

 

 그녀가 아주 작은 목소리로 뭐라고 중얼거리는데 잘 들리지 않았다. 곧 레아는 심호흡을 하더니 한쪽에서 의자를 끌고 와 거꾸로 앉았다. 그리고 나를 보는 표정. 처음으로 보는 이상한 분위기가 배어나왔다.

 

 그리고 이후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은 놀라울 정도로 믿을 수가 없었다.

 

 "너 감히 오빠를 거절한 거야?"

 

 뭐? 뭐라고?

 

 "동네에 젊은 남자라곤 오빠 하나였는데, 그래 주면 고마운 줄 알아야지."

 

 "뭐?"

 

 "19명은 그래 주면 고마워 어쩔 줄 몰라 했는데 너 혼자 거절했어?"

 

 19명이 뭐가 어쩌고 어째? 이게 대체 말이야. 뭐야. 아니. 나 빼고 너 빼면 18명인데? 레아의 충격적인 발언에 잠깐 현기증이 일었다. 항상 맑고 밝게 스스럼없이 지내던 레단이었는데.......그런 사람이었어? 순간 등골이 오싹해왔다.

 

 레아는 분노를 뿜으며 앉아있던 의자를 내게 세게 집어 던졌다.

 

 "꺄악!"

 

 나는 레아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머리를 감싸 쥐고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았다.

 

 쾅!

 

 의자는 내 뒤에 있는 유리벽을 치고 산산조각이 났다. 유리벽은 금이 가더니 이내 와장창 소리를 내며 무너졌다. 강한 바람이 미친 듯이 들이 닥쳤다.

 

 "......."

 

 그 믿을 수 없을 정도의 힘에 놀라 레아를 보았다. 그녀는 내게 한걸음씩 점차 다가왔다.

 

 "너 참 뻔뻔하다. 그렇게 죽여 놓고 너는 살아 있네?"

 

 그 때 저 쪽에서 루스경의 목소리가 들렸다.

 

 "엘리! 어디 있어!"

 

 그에게 내가 여기 있음을 알리려는 찰나 레아가 내게 덤벼들었다. 그에 내 몸은 중심을 잃었고, 나는 비명을 질렀다.

 

 점차 내게서 멀어지는 비공정에서 검을 빼들고 달려오는 루스가 보였다. 내가 본 비공정위 찰나의 순간은 그가 달려오면서 바로 검을 휘둘렀고 내 쪽을 보았다. 그리고 동시에 레아의 선혈은 공중에 흩뿌려졌다. 아마 그는 레아가 나를 떠민 것을 본 것 같았다.

 

 다시 내 상황이 곤란해져서 그럴까. 레아의 죽는 모습이 레단이 죽을 때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느낌이 없어졌다. 온 몸으로 바람을 맞으며 아래쪽을 보았다.

 

 까마득한 지상. 아마 얼마 안 있으면 난 저 지상을 만날 것이고, 곧 끝날 것이다. 날아보려고 했지만, 땅을 박차고 극히 짧은 거리를 비행하는 정도만 해봤지. 공중에서는 어떻게 날아야 하는지 배운 적이 없다. 아마 새로 비유하자면.......

 

 닭이 나는 것과 비슷 하려나?

 

 떨어지는 와중에 닭을 생각하니 웃음이 나왔다. 아, 아까 고공비행 법에 관한 책을 좀 유심히 봐둘 걸. 3년 후 죽으나 지금 죽으나 사실 그게 그건가. 지난 인생을 되새기기엔 딱히 크게 인상적인 것도 없다. 가장 인상적인 건 위기상황에서 루스경을 만났던 것? 그리고 현재 절친한 친구에게 떠밀려 죽고 있는 중.

 

 최근이잖아. 정말 인생 뭐 없네.

 

 자포자기의 미소를 지으며 마지막으로 창공이나 눈에 담자 생각하고 하늘로 눈을 올렸을 때였다. 나는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눈을 크게 떴다.

 

 까맣게 보이던 것이 점차 가까워졌다. 그리고 그 점은 내게 크게 소리쳤다.

 

 "날아! 엘리!"

 

 ".......루스경?"

 

 그가 비공정에서 뛰어 내렸다. 순간 내 눈엔 그의 등에 있는 거대한 날개가 들어왔다. 곧 그 날개는 바로 길고 날렵하게 접혔다. 그는 엄청난 속도로 하강을 시작했다. 마치 매가 먹잇감을 노리기 위해 빠르게 하강하는 것 같은 느낌.

 

 "날아!"

 

 절규에 가까운 그의 외침. 그 말에 나는 일단 배운 대로 나는 걸 시도하며 바닥 쪽을 보았다. 잠깐 1초 정도 뜬 것 같은 기분이었지만 사실 그에 의미를 부여하기엔 이젠 거리가 남지 않았다.

 

 끝이다 싶은 생각이 들 때. 그는 엄청난 속도로 나를 낚아챘다.

 

 쐐액! 하고 이어 강하게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내 몸이 정신없이 흔들렸다.

 

 촤아아아악!

 

 쿠웅!

 

 이어 땅에 거칠게 끌리는 소리와 커다란 충격이 나를 덮쳤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문득 정신이 들었을 때 막 지려는지 붉어지기 시작한 해가 눈에 들어왔다.

 

 "끄응."

 

 아오. 머리가 울린다. 나는 아픈 머리를 부여잡으려는 데 몸이 잘 움직여지질 않았다. 그제야 나는 나를 강하게 감싸 안은 팔을 의식했다. 그가 누구인지 아는 건 오래 걸리지 않았다.

 

 "루스경?"

 

 "......."

 

 그의 대답이 없다. 나는 나를 두른 그의 팔을 밀어내며 재빨리 일어났다. 주변을 둘러보니 어딘지 모를 들판이다. 그리고 루스경의 발쪽 끝으로 쓸려 넘어진 풀 더미들. 그리고 간간히 흩어진 큰 깃털이 우리가 얼마만큼의 거리를 땅바닥에 그대로 쓸려 왔는지 알려주고 있었다. 그리고 커다란 날개가 있는 루스경. 이제 보니 고공비행이 가능한 사람이었나 보다.

 

 그런데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순간 심장이 덜컹 떨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루스경?"

 

 설마.......그의 얼굴에 떨리는 손을 대었다. 다시 그의 품 안으로 파고들어 그 심장에 귀를 대어 보았다.

 

 쿵. 쿵. 쿵.

 

 "다행이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 후, 그를 흔들어보았다.

 

 "루스경. 정신 좀 차려 봐요."

 

 몇 번을 흔들자, 그의 눈꺼풀이 살짝 움직이는 것 같았다. 그에 나는 더욱 그를 흔들었다.

 

  "으, 으음."

 

 짧은 신음소리를 흘린 끝에 그의 눈이 살짝 떠졌다.

 

 "오. 디바인이여."

 

 태어나서 디바인에게 감사는 지금 처음으로 하는 것 같다. 나는 그가 깨어나자 나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치솟아 올랐다.

 

 ".......엘리? 크윽!"

 

 그는 나를 보고 벌떡 일어나려다 고통스러운 듯 다시 쓰러졌다.

 

 "루스경!"

 

 내가 그를 부축하자, 그는 왼쪽 팔을 부여잡으며 일어나 앉았다. 그의 왼쪽 제복은 심하게 끌려 찢어지고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왼쪽 팔 부분은 피로 물들기도 했고 말이다. 일어나 앉아서 보니 그의 날개는 만신창이가 되어 있다. 이곳저곳 깃털이 빠지고 긁힌 것은 물론 군데군데 피가 배어 나와 그 날개를 붉게 물들여 가고 있었다.

 

 "이런, 왼쪽 팔이......."

 

 그는 주변을 둘러보더니 내게 말했다.

 

 "살아서 천만 다행이다. 다친 덴 없어?"

 

 "전 괜찮지만 루스경이.......날개도 엉망이에요."

 

 내 말에 그는 등을 살짝 움직여 보려다 꽤 아픈 듯 인상을 썼다.

 

 "심하게 당했군."

 

 곧 그의 날개가 어디론가 사라졌다. 내가 당황한 듯 그의 등 쪽을 살피자 그가 말했다.

 

 "집어넣었어. 가서 치료하면 되니까 신경 쓰지 마."

 

 그렇게 말한 그는 이내 오른손으로 왼쪽 어깨를 잡더니 입술을 꼭 깨물었다.

 

 "크읍!"

 

 우둑!

 

 순간 엄청난 소리가 났다. 그 짧은 순간 그의 이마에 식은 땀이 흘렀다.

 

 "루스경? 괜찮아요?"

 

 그러자 그가 살짝 웃었다.

 

 "어떻게든 될 거야. 그것보다 근처에서 부목으로 쓸 만한 나무가 있는지 봐 줄래."

 

 그의 말에 나는 황급히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았다. 좀 떨어진 곳에서 두께가 좀 있는 나뭇가지를 주워오자, 그는 앉은 채 한 발로 그 나뭇가지를 누르더니 오른손으로 꺾었다.

 

 우직!

 

 부러뜨리기엔 많이 단단해 보였는데, 그의 팔 근육이 전체적으로 부풀어 오르자 나뭇가지는 참 쉽게도 부러졌다. 이후 그는 상의를 벗었다. 그러자 안에 입은 얇고 흰 셔츠가 드러났다.

 

 투두둑!

 

 셔츠의 깃 부분부터 한 번에 잡아 뜯자 단추가 튕겨 나왔다. 그의 상체가 여실하게 드러났다. 그는 팔에 부목을 대더니 그렇게 뜯어낸 상의로 단단하게 말아 감쌌다. 그리고 내게 말했다.

 

 "이것 매듭만 좀 꽉 묶어줘."

 

 그 말대로 매듭을 있는 힘껏 묶어 주었다. 그러고 나서야 그는 자리를 털고 있어났다. 잇새를 물고 있고 미간도 살짝 찌푸려진 것이 아픈 걸 참는 듯 보였다. 그는 한참 주변을 둘러보더니 한 방향을 가리켰다.

 

 "물이 있네. 저 쪽으로 가자."

 

 그가 가리킨 방향에는 그 말대로 시냇물이 흐르고 있었다. 나는 그와 천천히 걸었다. 충격을 받은 탓에 몸이 욱신거렸지만, 나를 구하다 팔이 부러진 그에게 내색하긴 미안했다.

 

 그는 물가에 오자마자 부목을 댄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물로 씻어내기 시작했다. 흙먼지가 조금씩 씻겨나가자, 붉게 긁힌 자국들이 여기 저기 드러났다.

 

 그는 어느 정도 다 씻어내자, 오른쪽 허리띠에서 무언가 작은 것을 끄집어냈다.

 

 "이걸 쓸 날이 진짜로 올 줄은 몰랐네."

 

 혼자 중얼거린 그는 꺼낸 것의 한쪽을 이빨로 끊더니 하늘로 높이 던졌다.

 

 피이이이이!

 

 그것은 어느 정도 높이에서 한 번 작게 터지더니 순식간에 하늘로 치솟았다.

 

 퍼엉!

 

 커다란 소리와 함께 하늘에 붉은 빛이 퍼졌다 사라졌다. 그리고 그 자리엔 불그스름한 구름이 대신 자리했다.

 

 "너도 좀 씻어내. 상처가 감염되면 안 되니까."

 

 그 말에 나도 흐르는 냇물에 흙먼지들을 닦아내기 시작했다. 그가 완전히 폭 감쌌던 듯 막상 닦아내고 보니 크게 생채기 난 부분은 없는 듯 했다.

 

 어느 정도 닦았다 싶었을 때 루스경의 쪽을 보니, 그는 어느 샌가 모닥불까지 피워놓고 그 앞에 앉아 있었다. 하늘을 보니 아까 쏘아 올렸던 흔적은 아직도 남아있었다.

 

 내가 그의 맞은편에 앉아서 어둑어둑해지는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자 그는 말했다.

 

 "신호를 보냈으니 내일쯤이면 올 거야."

happydream 16-10-27 07:39
 
* 비밀글 입니다.
  ┖
디버스대도서… 16-11-15 12:24
 
넵.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피드백 사랑합니다. 수정 및 교정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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