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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센의 아이.
작가 : 은아
작품등록일 : 2018.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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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작성일 : 18-01-27     조회 : 383     추천 : 0     분량 : 4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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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어나기 전부터 줄곧 함께였다. 짧은 시간을 계속, 계속 함께 보냈다. 쌍둥이. 성별은 달라도 유전자가 완전히 일치하는 일란성 쌍둥이인 우리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목소리까지 똑같았다. 다른 누구도 우리를 구분할 수 없었다. 심지어 우리를 낳은 부모조차 구분하지 못했다. 내가 아닌 게 너였고, 네가 아닌 게 나였다. 우리는 같으면서 달랐고, 다르면서 같았다.

 

 태어나기 전부터 함께였으니, 죽는 그 순간까지도 함께라고. 그렇게 여겼다.

 

 하지만 부모의 이혼으로 우리는 떨어져야만 했다. 몸이 찢어지고 갈라지는 듯한 아픔과 고통이었다. 그야말로 생이별. 생죽음이나 마찬가지였지만, 괜찮았다. 왜냐하면 몸이 떨어져도 우리는 서로 이어져있었으니까. 쌍둥이의 불가사의한 신비라고도 할 수 있겠다. 우리는 공유가 가능했다. 함께 있을 때보다 옅었지만 그래도 강하게 이어져있어서, 공유할 수 있었다.

 

 그래서 떨어져 있어도 떨어져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물론 처음 떨어지고 3일은 충격과 공포에 3일을 앓았다. 어디에서 뭘 하고 있어도 함께. 그것은 나를 강하게 만들었고, 또 행복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빨리 자라 어른이 되어 만나러 가겠다고. 지금은 어리고 나약해서 벗어날 수 없으니, 강해지고 또 강해져서. 반드시 이 지옥에서 벗어나 만나러 가겠다고 결심했다. 다짐했다. 맹세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현재. 19살.

 

 

 10년 만에 만난 나의 반신은 싸늘한 고깃덩어리가 되었다. 3년 전부터 연결이 되다, 안 되다 걱정이란 걱정은 다 시키고, 불안하게 만들어 사람 미치게 만들더니…. 결국 한 낱 고깃덩어리로 전략해버렸다. 부정하고 싶었다. 눈앞의 싸늘한 것이 내 반신일ㅇ리 없다며 부정하고 싶었다. 하지만 제 아무리 10년만이라고 해도 지금의 나와 똑같은 얼굴. 똑같은 체형은 그 부정을 할 수도 없게 했다. 그래서 더욱 절망스럽다.

 

 

 나는….

 

 나는 어쩌라도….

 

 이제 것 너와 만나고 너와 살아가리라는 희망 하나로 어떤 곤혹도 견뎌낸 나는 어쩌라고. 그 동안의 수모도, 수치도, 모욕도, 그보다 더 한 것들도 견뎌내며 참아 온 나는 어쩌라고….

 

 보고 싶었다. 보고 싶었다. 일년. 일년. 또 일년. 지나면 지날수록 곧 만날 수 있다는 것에 기뻤다. 행복했다.

 

 그런데─.

 

 

 너는 그게 아니었던 거니? 너는 내가 보고 싶지 않았어? 왜 날 두고 혼자 떠날 생각을 해?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어떻게 그렇게 날 버릴 수가 있어?

 

 깊은 배신감과 함께 찾아온 상실감과 절망감에 숨을 쉴 수 없었다. 하지만 이미 싸늘한 고깃덩어리가 된 그것은 환하게. 너무도 환하게 웃고 있어서. 너무도 행복하다는 듯 웃고 있어서 고통도, 배신감도, 상실과 절망감도, 아주 잠시 뿐이었다.

 

 나는 천천히 손을 뻗어 그것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곱게 감긴 눈꺼풀과 속눈썹을 스쳐 오똑한 코. 굳게 닫힌 입술. 하나, 하나 쓰다듬다 살짝 고개를 숙였다. 천천히 고개를 내려 얼음처럼 차가운 입술에 내 입술을 가져다대는 순간 주변이 술렁거리며 시끄러워졌다. 뜯어 말리면 걷어 차버려야지, 하고 생각으나 아무도 건드리지 않아서 나는 아주 오랫동안 눈을 감고 입술을 꾹 누른 채 있었다.

 

 입술과 입술을 타고 느껴지는 차가움은 손으로 느꼈을 때보다 훨씬 더 차가웠다.

 

 하지만 그래도 따뜻했다. 옛날과 다름없이 따뜻했다.

 

 

 ─ 우리는 원래부터 하나였어. 그래서 서로를 끌어당기고 부르고… 공유할 수 있는 거야. 너와 나는 다르지만 결국 같은 영혼을 가진 사람이니까.

 

 

 ─ …나는… 너와 하나가 되고 싶어. 너와 하나가…. 우리는 원래 하나였으니까… 그래서… 돌아가고 싶어…

 

 

 ─ …걱정 마… 우린, 하나가 되는 것뿐이니까. 이제야 겨우… 하나가 되는 거야.

 

 

 그래. 이건 내용물이 하나도 없는 빈 그릇 같은 거다. 이건 너면서도 네가 아닌 것. 겨우 입술을 떼고 나는 웃었다.

 

 

 

 “…어서 와.”

 

 

 죽은 게 아니다. 사라진 게 아니다. 애초부터 우리는 하나였다. 하나였던 우리가 떨어져 태어났으니. 너는 네가 입고 있었던 육체라는 옷을 버리고 내게 돌아 온 것이다. 그러니까 슬퍼할 필요도 없고, 아파할 필요도 없다. 너는 겨우, 내게 돌아 온 것이며 우리는 겨우 하나가 됐을 뿐이다.

 

 

 ‘그래도…. 나는 네가 살아있기를 바랐어. 너와 손을 잡고 웃기를… 바랐어.’

 

 

 

 

 * * * *

 

 

 우리는 일란성 쌍둥이지만 보통 일란성 쌍둥이가 아닌, 성별만 틀린 일란성 쌍둥이로 특별한 쌍둥이, 세기의 미스터리라 불리며 잠시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유전자 하나하나가 전부 같기에 일란성. 그렇다면 성별마저 같아야 정석이었다만, 우리는 성별만이 틀렸다. 남자와 여자. 서로 다른 것은 오로지 성별 뿐이고, 그것을 제외한 모든 것은 똑같았다. 유전부터 시작해서 모든 것이 일치했기에, 세기의 미스터리라 불렸고, 특별하다고 불리기도 했다.

 

 누구도 우리를 구분할 수 없었다. 심지어 낳아준 부모마저 누가 누군지 분간하지 못했다.

 

 그래. 우리를 알아 볼 수 있는 건 우리 뿐.

 

 

 내가 아닌 것이 너고, 네가 아닌 것이 나. 너는 나면서도 내가 아니고, 나는 너면서도 네가 아니다.

 

 

 태어나기를 전부터 함께였던 우리. 그러니 죽는 그 순간도 함께 리라 여긴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했다. 그러나 당연하지 않았다. 너는 먼저 내 손을 놓고 가버렸다. 그 대신 너와 하나가 됐다. 그 아이가 말하던 ‘하나’가.

 

 

 ─ 나는 너와 하나가 되고 싶어. 이 욕망은 본디 너와 내가 하나였다는 증거. 그래서일까? 떨어져 있으니,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 욕망이 더욱 커져 가. 연결 된 것만으로는 만족 못해. 네가 보고 싶어. 네 목소리가 듣고 싶어. 너의 웃음이 보고 싶어. 너의 온기를 느끼고 싶어. 하지만 그보다 더… 너와 하나가 되고 싶어….

 

 

 애초부터 그 아이는 너무도 여렸다. 너무도 상냥했고, 너무도 다정해서, 그래서 너무도 나약했다. 여리고 순수한, 깨끗하고 깨끗한 나의 반신. 슬프지만, 하나가 됐다고 생각하면 슬프지 않다. 그 영혼이 내 곁으로 와 내 안에 함께 있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생각하면…

 

 

 …하지만 그 또한 자기최면. 현실도피.

 

 그것은, 너도 알고 있었던 사실.

 

 

 태어나 9년을 함께 있었고, 10년을 가까이 떨어져 지냈으며, 10년째가 되던 19살. 네가 죽었다. 그리고 5년이 지나 24살이 된 나는…

 

 

 

 …너를 만나러 간다.

 

 

 

 .

 

 .

 

 .

 

 

 죽였다.

 

 ─ 사, 살려줘. 이러, 이러지 마라…! 나, 나는 너, 너의…!

 

 

 죽였다.

 

 

 ─ 으, 으아아악! 네, 네가! 네가! 이런 짓을 하고도 무사할 것 같으냐?! 네가 이, 이런 짓을 하고도…!

 

 

 

 죽였다.

 

 

 

 마치 이 날을 위해 살아왔다고 해도 상관없을 정도로 죽이고, 또 죽였다. 죽어 마땅할 놈들이었다. 세간에서는 아니라고 하여도 적어도 내게는 죽어 마땅한 돼지새끼들이었다. 썩다 못해 문드러져 썩은 냄새를 풍기는 쓰레기보다 못한 놈들이었다. 그래서 죽였다. 주변은 검붉은 피로 흥건했다. 마치 피의 홍수가 터진 것처럼 바닥이며, 벽이며, 천장이며 온통 핏물로 가득했다. 아아, 웃음을 터트리며 주변을 둘러본다. 아아, 살아있는 이 하나 없이 전부 죽은 고깃덩어리들.

 

 갈라지고, 찢어지고, 잘려져 나간 썩은 고깃덩어리들.

 

 

 - 찰팍

 

 

 걸음을 옮기자, 바닥에 흥건한 핏물이 소리를 낸다. 하얀 구두는 어느새 붉고 붉게 덧칠해지다 못해 흥건했다. 하얀 바지도, 상의도, 옷을 입은 채 핏물로 씻은 듯이 검붉게 칠해져 있다. 이미 피 냄새로 마비 된 코끝을 새롭게 찌르는 썩은 고기 냄새에 피식, 웃음을 흘렸다. 비리고 비린 냄새와 괴상한 냄새가 함께 어우러져 있다. 슬슬 밖으로 냄새가 퍼질 테고, 그럼 시끄럽기만 하고 실력 하나 없는 경찰들이 들이닥칠 테니, 서서히 마지막을 장식할까?

 

 날카롭고 곱게 뻗고 휘어진 도검을 바라봤다. 한 번 휘두르자, 칼날에 흥건히 묻은 핏물이 투둑 떨어진다. 많은 것을 베고, 또 베고, 잘라내어 이가 다 빠진 형편없어 진 날붙이. 칼날이 가로로 향하도록 검을 잡은 후, 나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이 날. 이 때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 오랫동안. 정말 오랫동안 기다렸다.

 

 이 무대를 만들고, 그리고 마지막 피날레만이 남았다.

 

 힘껏 힘을 주고, 칼날이 목에 닿는 순간, 여지 것 느껴본 적 없는 해방감에 몸을 떨었다. 다가오는 검은 수마의 아가리가 마치 나를 반기는 듯하여 나는 만족스럽게 웃으며 마지막을 멋지게 장식했다.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은아(에이지)입니다.

 조아라에서 연재하던 걸 가져왔습니다!

 

 처음 회원가입을 안하고, 네이버아디로 로그인을 했다가, 글을 올려서..

 귀찮다고 회원가입을 안했더니, 결국 회원가입을...

 

 은아, 에이지로 두 개의 아이디로 동시 연재를 펼칩니다(먼산)

 자유연재기에...음!

 

 부족한 솜씨로 이렇게 글을 쓰려니 조금 쑥쓰럽고 부끄러우나

 모쪼록 잘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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