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를 낼 수 있자마자 내가 한 것은 노래였다.
본능이었다.
말을 하고 싶어도 노래가 먼저 튀어나왔으니까.
밥 먹을 때도, 옷 입을 때도, 잠꼬대 할 때도... 심지어 그걸 할 때도!
흠흠
그렇다고 해서 내가 무슨 노래만 한 건 아니었다.
점점 나이가 들수록 사람들이 나처럼 노래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고, 나는 점점 사람다움-제리가 그랬다-스러워질 수 있었다.
그래도 내가 운이 좋았던 점은 사랑 충만한 자작가의 딸로 태어나, 내 노래를 부모님이 싫어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건 노래가 천한 집시만의 것이었던 시대에 천지가 개벽할 정도의 행운이기도 했고, 내가 그만큼 노래를 -이런 걸 내 입으로 말하기도 그렇지만- 아름답게 불렀기 때문이었다.
부모님은 나를 천사라고 찬양했고, 제리와 그의 형은 나를 요정 같다고 했다. 오빠가 나를 좀...천한 집시라고 한 거 보면 많.이 싫어하는 듯 했지만, 사소한 문제였다. 오빠 빼고 모두가 날 사랑했으니까.
진짜 문제는....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죽기 시작했을 쯤이었다.
‘넌 저주야. 네 목소리, 노래, 모두.’
부모님 관 앞에 울고 있던 내게 오빠가 그렇게 말하며 침을 뱉었다.
그 뒤에는 울고, 울고 또 계속 운 기억 뿐.
엄마 아빠가 찬송하던 그 목소리로. 오빠가 저주라고 했던 그 목소리로.
나는 끊임없이 울었다. 그리고 그 울음은 결코 아름답지도, 요정 같지도 않았다.
그렇게 오빠로부터 내쫒긴 나를 다행히 제리와 그의 공작가 가족들이 거둬 주었다.
우리 가문이 그의 가신 중 가장 낮은 위치라는 것을 가만하면, 파격적인 일이었다. 그곳에서 나는 숨소리조차 내지 않게 입을 다물었지만, 제리의 소원을 위해 단 한 마디. 단 한마디를 내뱉은 날 저녁, 그의 부모님도 곧 우리 부모님과 함께 차가운 땅 속에 영원히 묻혔다.
그러나 공작가의 그 누구도 날 탓하지 않았다.
‘네 잘못이 아니야 리아. 사고였어. 아버지 어머니는 마차 사고로 돌아가셨어. 그런 거야. 네 목소리, 노래랑 아무 상관없어. 네 잘못이 아니야.’
제리의 말은 큰 도움이 되었다. 그 뒤 나는 말을 할 수 있었다.....라는 결말이었으면 좋았겠지만, 난 도망쳤다. 내 목소리가 제리와 그의 형마저 죽일까봐.
그렇게 나온 밖은 매우 험했고, 꽤나 예쁜 외형을 가지고 있던, 12살의 나는 결국 진득하게 들러붙는 노예 사냥꾼들에게 잡혔다. 노예 경매장 위에서 나는 3 년만에 처음으로 노래를 불렀다. 내 목소리의 저주가 그들에게 향하기를! 내 노래가 그들의 죽음으로 인도하길....!
그러나 정작 내 목소리를 듣고 온 것은 죽음이 아니라 제리와 그의 형이었다. 결과적으로 노예 상인들은 죽었지만, 제리와 그의 형이 내 노래를 들었다는 사실에 나는 경기를 일으키며 개 거품을 물었다. 그런 나를 안고 제리는 수십 번 절박하게 내 귀에 속삭였다.
‘괜찮아 괜찮아. 리아 괜찮아..!’
하지만, 난 제리가 죽는다는 사실에 공포에 질렸고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결국 숨이 넘어가기 직전 그는 절박하게 소리쳤다.
‘그렇게 무서우면 황궁으로 가! 황궁에 가서 시녀가 돼! 적어도 내가 보이는 곳에. 손 닿는 곳에 있어! 리아. 제발..!!!’
그 뒤는 그럭저럭 흘러가는 인생이었다. 즐겁지도 딱히 괴롭지도 않은 삶. 나는 그냥 그렇게 인적이 드문 서쪽 궁 시녀로 살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