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쪽 청소하면 끝이야 리아!”
끄덕. 나는 보일 듯말 듯 미소를 짓고 코넬의 말에 힘입어 손에 있던 빗자루를 좀 더 힘주었다.
‘...휴..’
드디어 복도 끝까지 쓸었다. 길게 묶은 머리를 치우며 허리를 피는데, 아직 떠 있는 태양 아래 뭔가 거슬리는 게 보였다.
정원 끝 쪽에 더러운 휴지? 휴지인가? 뭐지?
“리아! 난 끝났어!”
코넬이 반대편에서 소리쳤다. 나는 먼저 가라는 신호로 손을 흔들고 휴지를 마저 줍기 위해 정원으로 향했다.
‘응?’
꿈틀
휴지가 꿈틀?
“...!”
노예 경매장 위에서 노래 부른 후로 다문 입이 터지는 줄 알았다. 다행히 오 년 동안 말을 안했더니 소리가 나오진 않았다. 어쨌거나 깜짝 놀라 빗자루를 놓쳤고, 하필이면 그게 정체 모를 덩어리에 부딪쳤다...젠장..
‘....’
제발 지나쳤으면 좋겠지만, 세상일이 내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건 이미 충분히 알았다.
‘히익..!’
스치는 소리가 들리더니 뻣뻣한 털이..내..내 팔에!
‘응..?’
실눈을 뜨고 살짝 보니, 그것은 빗자루였다. 그리고 그 덩어리는...
‘너, 누구니?’
나는 내 목에 걸린 작은 판에 빠르게 펜을 휘갈겨 쓴 뒤 아이에게 보여주었다.
걸레 같은 옷에 먼지로 뒤덮인 머리, 그리고 긴 머리를 가진. 덩어리는 알고 보니 아이였다. 황궁에 있을 리가 없는 아이. 그 아이가 내게 빗자루를 건네고 있었다.
“.....”
아이는 대답하지 않고 빗자루만 내 쪽으로 더 밀었다.
어쩌지...
아이가 여기 어떻게 들어왔는지는 둘째 치고 경비들에게 걸리면 큰 일이 날게 분명했다. 나는 아이의 눈높이에 쭈그려 새로 글을 썼다.
‘집이 어디야? 데려다 줄게.’
오지랖이긴 했다. 저주받은 내가 누굴 도와주겠다는 건지. 그래도 이 아이는...
이 아이만큼은 내 저주가 안 통할 것 같다는 기묘한 느낌이 들었다.
헝클어진 검은 머리카락 아래 있는 노란 눈에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지독한 공허가 머물고 있었고.... 그것은 아이의 눈에 비친 내 눈도 다를 바 없었다.
우리는 서로를 알아봤다.
‘너. 많이 아팠구나.’
빗자루를 받는 대신 나는 그것을 잡고 있는 작은 손을 조심스럽게 잡았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이후 나오지 않던 눈물이 아이의 상처투성인 손을 훑고 어루만졌다.
“....”
아이는 소리 없이 울고 있는 나를 가만히 그 노란 눈으로 쳐다보았다.
그게 아이가 건네는 위로였음은, 나만의 착각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