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너와 손을 잡고 꼭 너와 거리를 걷고- 꼭 꼭 너를 항상 웃겨주길 바라는 너- 내 맘도 그러고 싶단 걸 알아줬으면-”
화창한 봄날
“와아아아! 리아 노래 좋아!”
오늘은 테이와 함께 소풍을 왔다. 정원 가장 안쪽 푸른 잔디 위에는 빨간 돗자리와 샌드위치 그리고 과일 몇 개가 놓여 있다.
“어? 나비! 리아 나비다!”
“응! 나비네?”
테이는 말을 배우고 있다. 이제 4살이 되는 테이는 그동안 말을 못했던 게 우스울 정도로 5 개월 만에 제대로 된 말을 할 수 있었다.
내 아이...
천재가 아닐까?
“리아 리아 다른 노래 다른 노래 불러줘!”
아카데미와 교수들을 씹어 먹는 테이를 상상하는데, 테이가 갑자기 내 어깨를 흔들었다.
“응 씹어 먹.. 아니 아니 그래 무슨 노래 불러줄까?"
"션샤인! 션샤인!“
“대신 같이 불어야 해?”
“응응!”
“음흐흠~흠흠~ 귓가에 들려오는 그대의 설레이는 목소리, 오후의 햇살을 등지고 그대의 두 눈 속에 비치는 수줍은 나의 모습 이제는 볼 수가 없는데---Sunshine-"
아 매일 오늘 같았으면. 날씨 좋고-비트도 좋고- 선곡도-
“혼자가 아닌 나!!!!!!!!”
“이제 다시 울지 않겠어- 더는 슬퍼하지 않아- 다신 외로움과 슬픔에-- 다 같이!! 힘이 들 땐 하늘을 봐- 나는 항상 혼자가 아니야- 비가와도 모진 바람 불어도 다시 햇살은 비추니까~ 뚜루루루 뚜루루”
테이가 신나서 방방 뛰었다. 태양 아래 뛰어 노는 테이는 처음 봤을 때랑 무척 다른 모습이다. 그건 뭐.. 나도 마찬가지만.
테이는 머리도 제 또래들처럼 짧게 잘랐고 옷도 최고급은 아니지만, 그럭저럭 괜찮은 옷을 입고 있다.
아.. 테이야. 너 크면 여자들 좀 울리겠..아니지. 제국이 눈물에 잠길지도..
“풉..”
“이히히히 리아~”
눈물바다에 잠겨 내가 헤엄치는 모습을 상상하다가 혼자 빵 터졌다. 테이는 친절하게도 그런 날 이상하게 안보고 같이 웃어줬다. 아이고 예쁜 녀석.
“리아 간지러워~꺄하하하”
참지 못하고 폭풍 뽀뽀를 테이의 이마 코 양쪽 볼 입술 정수리 목 두 손, 배에 모두 하고 나서 멈췄다.
“리아 나 도레미 노래! 도레미 노래 불러줘!”
“테이야 너 도레미 다 땠잖아. 너 계속 모른 척해서 부르게 만든 거 아는데에에? 어딜!”
테이가 찔렸는지 도망가려고 하자 내가 냉큼 잡아들어 한 바퀴 돌았다.
“꺄아아 살려줘 리아 살려줘!”
제법 통통해져서 들기에 무겁지만 이게 아줌마 파워인지, 테이를 별로 어렵지 않게 들 수 있다. 나...벌써 아줌마가 된 건가? 이제 열일곱인데?
세월 참 빠르다. 그리고 인생은 참 알 수 없다.
‘평생 벙어리로 살 줄 알았는데..’
팔 안에서 웃고 있는 아이가 참 사랑스럽다. 이 아이를 알게 된지도 벌써 거의 1년 반. 작년 가을에 보고 한 해를 훌쩍 넘기고 다음 봄이 왔으니까.
몇 개월 발음 연습을 하고 아이에게 본격적으로 글과 말을 가르쳐 주었다. 물론..노래로.
그리고 테이, 테이라는 이름은 내가 지엇다. 테이로스 디 아르케인
별로여도 어쩔 수 없다. 나름 최고로 좋은 의미는 다 가져다가 붙인 이름이니까.
아직까지 테이의 존재를 아는 서쪽 궁 시녀는 나뿐이다. 그들을 못 믿기보다..고마운 그들에게 더 이상 부담을 줄 순 없기에. 여전히 저주는 무섭도록 꿈자리에서 날 괴롭힌다. 그래도 지금까지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고, 서쪽 궁 시녀들도 모두 잘 지내고, 궁에서는 노래가 그칠 날이 없을 만큼 활기차다.
‘그게 언제까지 일지는 모르지만..’
“리아. 왜 그래?”
“도.......”
“! 도는 하얀도화지-”
“레-”
“레는 둥근레코드-”
“미-”
“미는 파란미나리-”
테이야.
“파!”
“파는 예쁜 파랑새!”
네가 평생 행복하기를.
“솔!”
“솔은 작은솔방울-”
네가 평생 그 미소를 간직하기를
“라!”
“라는 라디오고요”
저주가 너한테만큼은 안 닿기를
“시-!”
“시는 졸졸시냇물”
네가..
“다함께 부르자. 도레미파솔라시도도시라솔파미레도. 도미미 미솔올 레파파 라시시. 솔도라파 미도레 솔도 라시 도레도. 도레미파솔라시 도!솔!도!”
테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