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아! 오 여기 있었구나.”
테이와 작별하고 돌아오는 길에 오르펠 시녀장님이 갑자기 다가왔다.
“심부름이 있는데 잠시 네가 가줄 수 있을까?”
“네? 어..”
“다른 애들이 다들 바빠서. 급한데 간단해.”
“..네 제가 갈게요.”
“고맙다 리아. 고마워.”
그녀가 말한대로 심부름은 간단했다. 그리고 급했다.
테이가 마음에 걸렸지만, 어차피 식재료 주문만 가게에 넘기고 오면 되는 일이다. 이번 달 식재료 주문 넣는 것을 깜빡한 바람에 오늘이면 음식이 동이 날테니까 빨리 가는게 좋겠지?
테이한테 말하기를 포기하고 그냥 서쪽 출입문으로 향했다.
‘여기 신분증이요.’
“자정까지 오십시오”
끄덕
신분증을 경비병에게 맡기고 마차를 탔다.
6년 만인가? 궁 밖을 나가는 게? 이렇게 얼떨결에 나갈 줄이야. 경비병이 의미심장한 눈으로 쳐다봤지만, 두근거림, 설렘, 두려움으로 그의 표정은 빠르게 잊혀졌다.
덜그럭 덜그럭
궁 밖은 좀 달라졌다. 이 황자가 황제가 되고 태평성대가 와서 그런가? 밖은 좀 더 북적거리고 화려해졌다. 마차는 곧 분수 앞에 섰고, 마차에 나와 그 북적임을 직접 실감할 수 있었다.
세상에. 사람이 두 배로 늘었어.
왠지 모를 시선들이 자꾸 나를 향해서 사람들 사이를 더 빠르게 지나가, 가게에 도달했다.
내가 너무 두리번거렸나?
고민하면서 문을 열자 딸랑이는 소리와 산뜻한 풀 냄새가 확 풍겨 왔다.
음 채소 가게답군.
‘서 쪽 궁에서 왔는데요’
판에다가 적으며 두리번거리는데 아무도 없다.
똑똑
안에서 문을 두들기는 이상한 꼴. 그래도 기척이 없는 가게 안.
한참을 두리번거리며 구경하는데, 선반에 쌓인 먼지까지 셀 정도가 되자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흠..
“..저기.....”
헙! 세상에. 나 말 했어. 밖에서!
입을 가리며 발을 동동 굴렸다.
혹시나 다시 두리번거리는데 아무도 없다.
“...아무도..! 안계시나요..?”
누구 없지? 왠지 대범해졌다.
“큼큼 저기요-?”
두리번
“저기-요..!”
두리번
“있잖아요-!”
두리번
“몇 번을 말해도 몰라-?”
두리번 두리번
“..얘기로 하디에는 너무나 부끄럽단 말-이야- ”
꺄아아악 결국 저질렀다. 결국 노래를 불렀어! 충격에 입을 감싸며 발을 동동거리는데
히익....!
눈이 ...
마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