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마이 퍼펙트 싱어
작가 : 몬밍
작품등록일 : 2018.1.30
  첫회보기
 
9화
작성일 : 18-02-08     조회 : 269     추천 : 0     분량 : 2284
뷰어설정열기
기본값으로 설정저장
글자체
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불타는 궁.

 검게 그을린, 형체가 알 수 없는 것들이 괴롭게 몸부림치고 있었다.

 그때, 붉은 화염 속에서 익숙한 얼굴 하나가 솟아올랐다

 

 “헉!”

 

 ‘넌 저주야.’

 

 나는 새된 비명을 질렀다.

 

 ‘네 목소리 노래 모두!!!’

 

 불길이 그 얼굴을 집어 삼키고 또 다른 얼굴들이 쏟아 올랐다.

 

 ‘너 때문이야! 너 때문에 우리 부모님이-’

 

 ‘네 저주가 우리를 죽였어!’

 

 ‘리아 몸이 뜨거워. 리아-!’

 

 안 돼. 제발 안 돼

 제리! 코넬! 테이야!

 

 그들을 향해 손을 뻗는데, 십자가가 불쑥 튀어 올랐다.

 그곳에 박힌 서쪽 궁 시녀들이 비명을 질렀다.

 

 ‘저주다! 입을 틀어막아! 마녀를 죽여!’

 

 다른 한쪽에서는 사람들이 그들을 향해 돌을 던지고 있었다.

 

 뺨에 흐르는 눈물이 살을 태웠다.

 아니야. 마녀가 아니야. 쟤네가 아니야. 내가-

 

 그때, 검은 손이 눈을 가리고 속삭였다.

 

 ‘괜찮아. 모든 일이 끝난 미래로- 미래로 가-’

 

 ‘미래로-’

 

 그 목소리가 한순간 아득히 멀리서 들렸다.

 

 ‘리아 미래로-’

 

 그 말을 마지막으로, 어둠이 진동하다가 종이쪼가리처럼 찢어나가고,

 

 

 빛이 터졌다.

 

 “헉!“

 

 눈을 뜨자마자 가장 먼저 보인 것은 푸른 하늘이었다. 그리고 손에 닿는 축축한 진흙과 코끝을 찌르는 강한 악취.

 

 “....”

 

 머리를 짚으며, 일어나자 현기증이 몰려왔다. 골목인가?

 골목 벽에 한참 기대다가 밖을 보니, 왁자직껄 한 소음이 몰려왔다.

 이게 도대체 무슨..

 

 무의식적으로 궁 쪽을 바라보는데, 연기는커녕 아무 일도 없이 평화로워 보였다.

 

 “저기요. 아줌마.”

 “네?”

 “여기가.. 지금 여기가 어디에요?”

 “네?”

 

 총총 지나가던 갈색 머리에 통통한 아주머니는 이상한 눈길로 나를 보더니 중얼거렸다. 생긴 건 멀쩡해서..

 

 “어디긴 어디야. 수도잖아.”

 

 “아니 그...”

 

 무시하며 떠나려는 아줌마를 나는 덥석 붙잡았다.

 

 “그게 아니라 서쪽... 서쪽 궁이...”

 

 “아 이봐요 아가씨. 나 바빠. 제대로 말혀!”

 

 “서쪽 궁이 불 타는 거...”

 

 “서쪽 궁? 불?”

 

 “궁이 불타..지 않았나요?”

 

 “...설마 20 년 전에 불 탄 거 그거 말이여? 아니 그게 언제 적인데. 내가 결혼하기도 전 처녀적 일 아녀.”

 

 “윽 ..!”

 

 몰려오는 두통에 머리를 감싸자, 아줌마가 안타까운 눈으로 나를 훑었다.

 

 “이봐요. 아가씨. 대낮부터 한전 거하게 했나본데. 뭔 뚱딴지같은 소리를-”

 

 “잠깐. 잠깐만요. 나 잠깐 생각 좀..아니 20년 전이요? 20 년 전에 서 쪽 궁이 불탔다고요?”

 

 잠시 말없이 나를 쳐다보더니 그녀가 내 팔을 끌고 어디론가 향했다.

 

 “어..어디-”

 

 “아가씨가 내 딸년 같아서 데리고 가는거야. 우리 가게가 바로 저 앞이거든? 해장해주는 약초도 있으니까 공짜로 줄게 먹고 정신 차려. 험한 꼴 나기 전에.”

 

 에휴.. 리즈 고년도 대낮에 이러도 다니는 거 아닌가 몰라. 그녀가 한참 푸념을 늘어놓으며 걸어가는 와중 나는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주변 풍경을 어리둥절하게 돌아봤다.

 

 수도가 맞는 것 같긴 했다. 그런데 뭔가 맞으면서도 아닌 거 같았다.

 사람들 복장이나 주변 상가들. 저기 높은 등에 달린 푸른 보석은 또 뭐고?

 요즘엔 보석도 달아놓나? 누가 훔쳐 가면 어떡하지?

 저 흰 여자 조각상은 뭐야? 수도 중심에 저런 게 있었나?

 

 아무리 5년 넘게 수도를 구경하지 못했지만, 이건 해도 너무했다.

 완전히 다른 세계 같잖아.

 두리번거리는데, 뒤에서 여자들 웃음소리가 들렸다.

 

 ‘킥킥 저 여자 완전 어디 촌동네에서 온거야?’

 

 ‘세상에, 저 핑크색 머리끈 뭐야? 촌스러워. 우리 엄마 옷장에도 안 나오겠다.’

 

 휙 하고 돌아보니 갈색 머리의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내 얘기인가?

 

 그녀들이 놀라 수근거렸다.

 

 ‘뭐야. 생긴 건 완전 딴판..’

 ‘저렇게 막 쓸거면 나 주지...’

 

 내 얘기가 아닌가?

 

 “이쪽이야. 아가씨!”

 

 “아.. 네!”

 

 그녀가 잡아당기는 바람에 시선을 거두고 서둘러 따라갔다.

 

 딸랑!

 

 경쾌하게 울리는 종소리와 확 풍겨오는 풀내음. 이거 어디선가..

 

 “리즈! 어디 갔어! 그새를 못 참고 어디 간거야!”

 

 아주머니가 리즈라는 아이를 찾는 동안, 가게 안을 두리번거리는데 뭔가 익숙했다. 선반들, 햇빛 아래 돌아다니는 먼지.

 

 어..라...? 이거..

 

 손을 뻗어 선반에 쌓인 먼지를 훑으려는데, 가슴께에 뭔가 거치적거리는 게 느껴졌다.

 목에 매달린 판에 흐릿한 글씨가 쓰여 있었다.

 

 “멍에.. 잘 드는 약을..찾는데요 ?”

 

 “어딜간 거.. 아가씨 뭐라고?”

 

 “아..!아니에요. 아니....윽!”

 

 두통이 밀려왔다.

 

 “아이고 여기 앉아 있어. 얼른 가져올게.”

 

 리즈 고년을 진짜. 아줌마의 목소리가 작게 멀리서 들렸다.

 

 머릿속으로 장면들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화창한 하늘 아래 푸른 잔디.

 뛰어노는 아이와..

 노래.

 

 할머니.

 

 그리고 불타는..

 

 “궁..”

 

 헙. 두 손으로 입을 막았다.

 손이 오들오들 떨려왔다.

 
 

맨위로맨아래로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10 10화 2/9 281 0
9 9화 2/8 270 0
8 8화 1/30 276 0
7 7화 1/30 253 0
6 6화 1/30 267 0
5 5화 1/30 265 0
4 4화 1/30 257 0
3 3화 1/30 311 0
2 2화 1/30 265 0
1 1화 1/30 429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