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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 드레야
작가 : 아이스티
작품등록일 : 20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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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작성일 : 18-02-03     조회 : 313     추천 : 0     분량 :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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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지 않아.”

 

 침묵 속에서 소년이 입을 열었다.

 

 “내가 너를 사랑해 줄게.”

 

 그 또한 알았다. 소녀의 미소 뒤에 숨겨져 있던 상처를. 그 둘은 상처를 숨기는 방식만 달랐을 뿐 그 속에 있던 덧난 상처들은 같았다.

 

 “그러니까 울어도 되. 사랑 받는다는 건, 뭐든지 용서 받을 수 있는 거니까.”

 

 소년의 말이 렌의 마음 속에 있던 거대한 돌들을 쓸어내리는 듯 부드러웠다. 참고 참았던 감정들이 쏟아져 내렸다.

 

 “흑, 흐윽, 으아앙..”

 

 숲속에서 아픈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지독히도 슬픈 울음소리였다. 그 소리는 마치 세상이 끝날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 같았다.

 

 “너는.. 이름이 뭐야?”

 

 렌의 등을 쓰담아 주던 소년이 잠시 생각을 하더니 입을 열었다.

 

 “루벤. 내 이름은 루벤이야.”

 

 루벤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 달빛에 비친 루벤의 얼굴은 어딘가 씁쓸해 보였다.

 

 “있잖아, 루벤. 너는 그날 왜 다쳤어?”

 

 “.....”

 

 괜히 물어봤나 생각하던 렌에게 루벤이 미소를 지었다.

 

 “아버지.”

 

 “....아버지?”

 

 “응. 아버지는, 나를 싫어하셔. 그는 내 붉은 눈이 혐오스럽다고 말해. 볼 때마다 기분이 나빠지고 더럽다고.”

 

 렌이 그 말을 듣고 얼굴을 찡그렸다. 더럽다니.

 

 “무슨 소리야. 루벤의 눈은 예뻐. 루비 같아.”

 

 “...루비?”

 

 “응. 반짝 반짝해. 예뻐.”

 

 “고마워. 너도 예뻐. 네 금발, 눈부셔.”

 

 루벤의 말에 렌의 몸이 굳었다. 금발. 소녀의 금발. 갈색머리가 아니라, 금발이라서 예쁘다고 말해주는 소년. 자신의 금발이 싫었다. 루를 닮지 않은 금발이. 너무나도 싫었는데....눈이 다시 조금 달아올랐다.

 

 “우리 어머니는.”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시선은 달빛에 고정되어 있었다.

 

 “아름다운 분이셨어. 그리고 나를 나으신 뒤 정신을 놓으셨지. 그녀는 괴물을 낳았다며 소리쳤어. 안아 달라고 조르는 내게 괴물이라 손가락질하며 도망쳤지.”

 

 렌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고아인 그녀는 친어머니 친아버지를 줄곧 상상해 왔다. 그런데 루벤의 부모 같은 모습이라면 차라리 없는 것과 다를 바 없을 것 같았다.

 

 “다행히 내 형은 나와 같은 붉은 눈이 아니었어. 덕분에 형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았지. 물론 그 또한 나를 경멸했지만.”

 

 루벤이 다시 렌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래서 날을 세웠어. 가시를 세우고, 아무도 다가오지 못하게. 아무도... 내게 상처 주지 못하도록. 그렇게, 하루 하루를 버텨나갔는데.. 너를 만났어.”

 

 “그 날?”

 

 “응. 너는 내 말에도 아무렇지도 않았잖아. 내 눈동자를 보고도 겁 먹지 않았고. 처음이었어. 그 모든 것들이. 아, 그 때 말한 건 미안. 진심은 아니었어.”

 

 렌은 미안하다는 표정을 짓는 소년을 바라보았다. 상처가 많은, 자신과 다른 것 같으면서도, 비슷한 소년.

 

 “나도 널 사랑해 줄게.”

 

 “뭐?”

 

 “너도 날 사랑해 주겠다 했잖아. 나도 해줄게. 그러니까 날 세우지마. 스스로 상처를 덧나게 하지마. 그냥 울어도 되니까. 앞으로는 그러지 마.”

 

 “....응.”

 

 루벤이 렌을 보며 환하게 웃어보였다. 렌도 마주 웃었다. 처음으로 상처를 가리기 위함이 아닌, 상처를 보여주었기 때문에.

 

 “정말 가보게?”

 

 “응. 만약 쫓겨나더라도 제임스에게 인사를 해야 할 것 같아.”

 

 “만약에 갈 곳 없으면 우리 집에라도..”

 

 “괜찮아. 나는 갈 곳이 있어.”

 

 “어디?”

 

 “햄 브리지 고아원.”

 

 렌의 말에 루벤이 침묵했다.

 

 “거기 가지 말고 나한테 와. 꼭. 알았지?”

 

 “알았어. 루벤.”

 

 “응, 안녕.”

 

 마지막까지 렌을 바라보는 루벤의 눈이 걱정스러웠다. 그녀는 빙그레 웃음을 지어보이고는 파랑색 대문 집으로 갔다. 저 멀리 제임스가 렌에게 달려오고 있었다.

 

 “렌!”

 

 “...제임스..”

 

 “어디 갔던 거냐, 렌! 얼마나 찾아다녔는데!”

 

 렌의 두 손이 덜덜 떨렸다. 제임스의 따스한 눈빛이 어둠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널 데려오는 게 아니 였는데!’

 

 혹시 제임스도 그런 말을 하는 게 아닐까. 분홍색 눈동자가 마구 흔들렸다. 무서워, 무서워. 버림 받을까봐, 너무 너무 무섭다.

 

 “전, 전 아니에요. 제가 그런 게 아니에요...”

 

 렌의 말에 제임스가 슬픈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가 렌의 어깨를 부드럽게 잡았다. 소녀의 떨리던 어깨가 멈추었다.

 

 “알고 있단다. 너는 아무 것도 훔치지 않았어. 네가 그런 게 아니야. 오해 였고, 실수 였어. 미안하다, 미안하다 렌. 널 두고 가서 미안하다.”

 

 그 말에 소녀의 눈동자에 다시 눈물이 차올랐다. 미안하다고 말한다. 제임스가. 자신에게.

 

 “흑, 흐윽... 제가, 그런게 아니에요..정말이에요...흐윽..”

 

 “미안하다, 미안하다 렌.”

 

 제임스가 렌의 금빛 머리칼을 부드럽게 쓸어 내려 주었다. 해가 뜨고 있었다. 눈이 부시도록 찬란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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