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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 드레야
작가 : 아이스티
작품등록일 : 20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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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작성일 : 18-02-04     조회 : 322     추천 : 0     분량 :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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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시만- 실례할게.”

  렌이 닭장에 손을 집어넣어 달걀을 능숙하게 꺼냈다. 이제는 제임스와 소피를 도와드리는 일도 아주 익숙해져 아주 수월해 졌다. 그녀는 콧노래를 부르며 목장으로 걸어갔다.

  “렌, 목장에 가니?”

  “네!”

  “그래. 수고 하렴!”

 렌은 존의 어머니인 레일리에게 밝은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소녀는 이제 제법 성숙한 분위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짧았던 금발은 허리까지 찰랑거렸고 키도 커졌다. 흐렸던 분홍색 눈동자는 진한 빛을 내며 반짝였고 흰 피부는 부드러워 보였다. 그녀는 이 마을에서 손꼽히는 가장 아름다운 소녀이였다.

  “렌.”

 렌이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꿀 같은 금발이 흘러내렸다.

  “마이클?”

 마이클은 아카데미를 갔던 존의 동생으로 렌 보다 한 살 어린 15살이었다. 그가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

  “레,렌. 사,사실... 너를.. 좋아..”

  “..미안. 마이클. 알잖아.”

 그녀의 말에 소년의 초록색 눈이 흐려졌다. 금방이라도 울 듯 흐려져 있었다.

  “하지만.. 그는 더 이상 이곳에 있지 않잖아..”

 렌의 분홍색 눈이 흔들렸다. 그. 떠나버린 그. 루벤 아르헨 니콜라스. 그는 사라졌다. 그날, 안개 낀 빗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다시는 그녀에게 나타나지 않았다. 그가 살았던 니콜라스 가의 저택은 고요한 적막 만 감돌 뿐 아무도 없었다. 렌은 절망했다. 소년을 찾아 헤맸으며 그의 이름을 울부짖었다. 그러나 그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고 3년이 흘렀다.

  “그는 잠시 떠난 것 뿐이야. 그는 돌아 올거야.”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미소는 너무나도 슬퍼서, 마이클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소피, 제임스는요?”

  “위층에 계신단다.”

 렌은 삐걱 거리는 나무 계단을 올라가 어릴 적 살던 방으로 걸어갔다. 그녀는 이제 소피와 방을 함께 썼다. 이곳은 이제 제임스의 방이었다. 왜냐하면-

  “제임스 잘 계셨어요?”

  “..렌....”

 제임스는 병에 걸렸다. 그는 서서히 감각들을 잃어가고 있었다. 시력을 잃고 그는 청력 조차 거의 잃어가고 있었다. 의사들은 이유를 모르겠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소피와 렌은 고통스러워하는 제임스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렌은 제임스에게로 걸어가 그의 베게를 고쳐 주었다. 그는 항상 렌에게 다정했으며 상냥했다. 렌은 그런 제임스를 진심으로 사랑했다.

  “불편하신 곳은 없으시고요?”

  “...물론...이지...”

 제임스가 초첨 없는 눈을 천천히 깜빡였다. 그의 주름진 왼손이 렌에게 닿았다.

  “....렌...”

  “네, 제임스.”

  “...네가...하고...싶은 걸....하렴...”

 제임스가 천천히 말했다.

  “너는..끝까지 말하지..않았지만...우리는....네게..꿈이..있다는 걸..안단다...”

 그의 오른손에는 책이 한 권 들려져 있었다. <레이디 에릴린>. 렌이 가장 좋아했던 책이 었다. 레이디 에릴린의 대한 전기였다. 그녀는 제국의 첫 외교관이었으며 전쟁을 막았던 핵심인물이었다. 그녀의 업보로 제국은 여성의 지위 또한 인정해주기 시작했다. 렌은 그런 그녀를 동경했었다. 그리고 그녀처럼 외교관이 되길 꿈꾸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렌은 자신의 분수에 맞지 않는 꿈이라며 포기 했었다. 제임스의 병세의 영향도 적지 않았다.

  “..그걸.. 어떻게..”

  “너는..내 딸이란다... 우린.. 너를.. 사랑해..”

 렌의 분홍색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그녀의 어깨에 손이 닿았다.

  “...아카데미에 가렴. 렌.”

 소피였다. 그녀는 렌을 부드럽게 바라보고 있었다.

  “너는 우리의 사랑스러운 딸이란다. 네가 걱정할 건 아무것도 없어. 그건 네 몫이 아니란다. 혼자서 모든 걸 부담하려 하지 마. 넌 우리에게 아직도 13살의 작은 소녀란다.”

 제임스가 렌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렌, 우리는... 너를.. 사랑....”

 렌이 그를 바라보았다. 규칙적이던 그의 숨소리가 멈춰져 있었다.

  “....제임스?”

  “.....”

 아무대답 없는 그를 렌은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제임스?...”

 분홍색 눈동자에서 눈물이 흘렀다. 아아, 신음이 흘러나왔다.

  “..아...빠.”

 항상 마음속에서만 불러봤던 그의 이름. 그러나 단 한 번도 내뱉지 못했던 그 말. 이제는 너무 늦어서 전해지지 않을 그 말. 당신은 나를 딸이라 칭해주었는데. 나는 끝내 당신을 아버지라 부르지 못했구나. 나는 끝내 당신을 믿지 못했구나. 버림 받을까봐, 아니라 생각했으나 속으로는 당신을 계속해서 의심했구나. 나의 상처가 당신을 아프게 했구나.

  “아빠....흐윽... 아빠... 아빠..”

 렌은 계속해서 그의 이름을 불렀다. 그는 조용하고 편안하게 눈을 감고 있었다. 소피가 뒤에서 조용히 눈물을 삼켰다. 그 날 밤도, 끔찍이도 고요하고, 어두웠다. 비가 내리는 소리가 작은 창으로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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