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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 드레야
작가 : 아이스티
작품등록일 : 20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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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작성일 : 18-02-07     조회 : 296     추천 : 0     분량 : 2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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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렌은 오랜만에 기분이 좋았다. 루벤의 꿈을 꾸고 나서 기분이 저조했던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 것은 이내 사라졌다. 이유는 자신도 몰랐다. 그냥, 어느 날 갑자기 웃음이 났다. 그녀는 그런 것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카틀레야가 안다면 이를 부득 부득 갈 일이었다.

  “렌 드레야? 혹시 저 펜 좀 주워 주겠어요?”

 올리비아가 그녀를 보며 예쁘게 웃었다. 렌은 자신의 옆에 당연하다는 듯이 앉아있는 분홍색 머리의 소녀를 보며 적지 않게 당황했다. 그러나 이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 네!”

 어색함에 미칠 것 같았다. 렌이 펜을 주우려 허리를 굽혔다. 그 바람에 올리비아와 렌의 거리가 가까워 졌다. 어색해 죽을 것 같아!

  “렌은 참 행운아 인 것 같아요.”

 올리비아가 어색한 침묵을 깨고 말했다,

  “평민인 주제에 백작 영애와 친구도 하고.”

 응? 렌은 자신의 귀를 의심 했다. 지금, 뭐라고 말한 거지?

  “쳐다 볼 수도 없는 위치에 있는 공작 영식과 대화도 나누어 보고.”

 그러나 가시 같은 대화와는 달리 그녀의 미소는 눈부셨다.

  “감히. 주제도 모르고. 천한 것 따위가.”

 그녀의 목소리가 서늘했다. 지금. 나한테 그런 건가? 대놓고? 왜? 카틀레야랑 친해서?

  “....그게 무슨...”

  “주제를 알라는 소리야.”

 올리비아가 작게 속삭였다. 렌만이 들을 수 있는 목소리였다.

  “나대지 말고. 밟아버리기 전에.”

 말을 마치고 그녀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밝게 말했다.

  “알았죠? 렌?”

 렌이 그녀를 황당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아니 저게 도대체 무슨 말이야.. 웃으면서 욕하는 건 무슨 경우야 대체. 웃는 얼굴이면 침 못 뱉을 줄 알고 저러는 건가? 렌은 아무 대답도 못한 채 올리비아와 함께한 수업을 마쳐야 했다. 그녀와 함께 다니는 무리의 귀족 소녀들도 자신을 경계심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저 천한 게, 감히 착한 올리비아랑. 뭐 이런 눈빛?

  ‘미안한데. 너네들이 생각하는 그런 관계 아니거든.’

  “그럼 렌, 또 만나요.”

 올리비아가 눈부신 미소를 지으며 돌아섰다. 그러자 귀족 소녀들의 표정이 더욱 일그러지며 렌을 사납게 노려보았다.

  ‘아니! 그거 아니라고! 완전 반대의 상황인데!’

 속이 터질 것 같았다, 그녀는 억울함을 느꼈다.

 

  “너 다음 검술이지? 같이 가.”

 카틀레야가 어느 새 렌의 앞에 불쑥 나타났다. 그녀의 모습에 렌이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네가 맞았어.”

  “뭐가?”

  “올리비아 걔, 성질 나쁘더라. 엄청.”

  “그렇지! 너도 이제야 내 맘을 아는 구나!”

 카틀레야는 진심으로 행복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렌은 펄쩍 뛰며 좋아하는 그녀를 보며 피식 웃었다,

  “근데 너랑 걔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음 아주 아주 아주 아주 나쁜일.”

 묻지 말라는 거군, 렌은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눈치가 빠른 건 좋은 것이었다.

  “자, 얘들아 오늘은 목검으로 연습할 거다. 둘씩 짝 지어라!”

 검술을 담당한 교수가 외치자 렌과 카틀레야가 몸을 일으켜 무거운 목검을 쥐어 들었다. 붉은 머리의 소녀가 투덜거리는 게 들렸다. 렌은 몸 쓰는 것에는 소질이 없었다. 자신도 인정하는 바였다.

  “아, 아악!”

 카틀레야가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 렌이 깜짝 놀라 그녀에게 다가갔다.

  “뭐야, 왜 그래?”

  “쉿. 렌. 무거운 목검이라니, 팔둑에 알이 생길지도 몰라.”

  “뭐, 뭐?”

 붉은 머리의 소녀는 표정을 싹 바꾸고 아프다는 듯 울먹거렸다. 그리고 교수의 도움을 받아 양호실로 향했다. 렌은 그녀를 황당하게 쳐다 보았다. 카틀레야가 교수가 안 보이는 사이 렌에게 손을 흔드는 게 보였다. 순간 목검을 던질 뻔 했다.

  ‘아니 그럼 검술을 왜 신청한건데...’

 문득 멋지게 검을 휘두르는 자신을 상상하며 당차게 검술을 신청했던 과거의 자신이 떠올라 렌은 고개를 푹 숙였다. 아, 친구는 끼리끼리 노는 거랬는데. 괜히 찔렸다. 그러게, 검술을 왜 신청해가지고. 과거의 나 자신, 반성해라.

  ‘근데 나 이러면 짝이 없네.’

 렌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남들은 이미 다 짝을 만든 후였다. 그 때 그녀의 눈에 짙은 흑발 머리가 들어왔다. 렌의 분홍색 눈동자가 커졌다.

  ‘에드먼드?’

 에드먼드가 자신의 앞에서 알짱거리고 있었다. 나 짝이 없답니다~ 라며 광고하는 것 같았다. 잘됐다. 렌이 그렇게 생각하며 그의 어깨를 툭툭 쳤다.

  “에드먼드? 나랑 짝 할래?”

  “....”

 에드먼드는 아무 대답없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오, 다행이다. 외톨이가 되지는 않겠어. 그러다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 올리비아의 말이 떠올랐다. 그나저나 자신과 말을 나눴다던 그 공작 영식이 누굴까? 내가 귀족 남자애랑 언제 말을 섞었...

  ‘어, 잠시만.’

 잊고 있었다. 에드먼드, 이 남자애, 얘가 올리비아가 고백했다가 차였다는 애다. 그럼 올리비아가 고백 할 만한 신분의...남자...애... 렌의 표정이 삽시간에 굳었다. 본능적으로 느껴졌다. 큰일났다.

  ‘에드먼드가 공작 가 영식이구나.’

 큰일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올리비아의 무리로 기억하는 소피아 영애라는 소녀가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아마 올리비아에게 해줄 말을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하,하하.. 하하하...”

 자신의 평화로운 아카데미 생활이 와르르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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