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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성의 제자
작가 : 추쿠부2
작품등록일 : 20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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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화. 너에게 있어 검이란, 무엇이냐?
작성일 : 18-02-06     조회 : 16     추천 : 0     분량 : 37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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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짜고짜 검을 만들어 달라니. 이건 무슨 황당한 소리지, 루크?"

 

 "아, 그게, 뭐라고 해야 할까요…. 이 친구가 검이 필요하다고 해서…."

 

 "고작, 검이 필요하다면 근처 무기상이라도 가서 하나 사는 게 어떠냐?"

 

 이마의 땀을 닦으며 빈정거리는 말투로 답변해주는 아버지. 오늘따라 유난히 기분이 좋아 보이시는데….

 

 "괜히, 일이 끝난 직후에 들어오는 제작 의뢰는 사절이야. 모처럼 기한 내에 맞춘 검들은 이제 납품하고 오는 길인데 말이지."

 

 "그래도 부탁드립니다. 대륙 최고의 대장장이가 만든 검보다, 루크의 아버지께서 만드신 검이 매우 뛰어났기에, 이렇게 와서 말하는 겁니다."

 

 나는 옆에 서 있는 에단이, 우리 아버지를 향해 허리를 정중히 숙이며 무기 제작을 청하는 모습이 신기했다. 그는 귀족 중의 귀족이라는, 대공가의 아들이었기에 이렇게 우리 같은 평민에게 허리를 숙이는 게 왠지 모를 우월감이 든다고 할까. 아니, 친구 사이에 그런 걸 느껴버리다니. 최악이다.

 

 "루크. 이 녀석은 언뜻 얼굴이나 특유의 머리카락을 보아하니, 웰콘가 녀석이냐?"

 

 "아, 아버지! 그, 그런 말은 조금 삼가줬으면 하는 바람이야…."

 

 "아니. 괜찮아, 루크."

 

 목소리는 괜찮다고 하지만… 그래도 태어날 때부터 누릴 걸 누리면서 갖고 싶은 게 있으면 뭐든지 가질 수 있는 그런 귀족들의 허영심과는 달리, 에단은 어쩐지 그 위치에 걸맞은 행동을 하는 건지도 모른다.

 

 귀족의 권위랄까.

 

 "대단하군. 어이, 꼬마. 레잔 녀석은 잘 지내고 있냐? 워낙 망나니같은 녀석이라 교섭 자체가 힘들었을텐데 말이지."

 

 아버지는 이 따스한 더위와 대장간 내부의 온도 때문인지, 휴대용 술병을 꺼내 들고서는 벌컥 마시고 있었다.

 

 "어떻게 그 대장장이의 이름을…?"

 

 "아아. 별거 아니야. 이 대장장이 업계에서도, 그녀석의 실력이 최고라고 자부하고 있더군. 물론 나는 귀엽게 봐주고 있지. 그딴 제련 실력으로 최고라고 치켜세워 주다니, 녀석들도 눈이 어긋나기 시작했어, 하하."

 

 걸걸하게 웃으며 입 안에 미처 들어가지 못한 액체가 입가를 적신다. 그래도 대낯부터 위스키라니… 오늘 영업은 없는 거라고 생각하신 건가…?

 

 "그 말씀은… 우리 가문에서 고용한 대장장이 보다 실력이 뛰어나신 겁니까?"

 

 "그렇다고 볼 수 있지. 평소엔 하는 짓은 망나니지만, 녀석이 검을 만들 때에는 정말로 유령이 빙의라도 한 듯이 두드리니까 말이야. 그래도 내 솜씨가 더 뛰어나."

 

 은근슬쩍 상대방을 칭찬하면서 자화자찬하시는 아버지. 뭔가 새로운 면의 아버지인걸.

 

 "그런데도 왜, 제 의뢰를 거절하시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밤을 새워 작업을 끝냈다고 말했을 터인데, 꼬마? 말귀를 못 알아먹는 거냐?"

 

 "아, 아버지! 제 친구이자 손님에게 무슨 말을 하시는 거예요!?"

 

 "너는 가만히 있어라, 루크. 나는 지금 이 은회색 꼬마에게 물어보는 거다. 네 친구든 뭐든 상관할 게 아니야. 오로지 손님으로서 상대하는 것뿐이다."

 

 나왔다. 아버지의 직업 정신. 어찌나 투철하신 강철의 의지인가…. 아버지를 설득시키려면 상당히 긴 시간이 요구되는데 말이다.

 

 "좋습니다. 그럼 제가 어떻게 해야, 검을 만들어 주실 수 있습니까?"

 

 에단은 굳게 결심한 목소리로, 술을 마시고 있는 우리 아버지에게 묻는다. 그의 표정은 뭐라도 상관없으니 와라는 식의 표정이었기에, 아버지도 흠칫 놀라면서 작게나마 웃고 계셨다.

 

 "뭐야. 꼬마 주제에 좋은 각오를 다짐한 얼굴을 하는군."

 

 "그래서, 제가 무엇을 해야 검을 얻을 수 있는 겁니까."

 

 "간단해…. 아주 간단한 일이야. 숨 쉬는 것보다, 물을 마시는 것보다, 밥을 먹는 것보다 매우 쉬운 일을 부탁하지."

 

 약간 불그스름한 얼굴이 아버지를 감싸며 좋은 건수가 생겼다는 웃음을 지으며 에단을 바라보며 말하려고 한다.

 

 "내 아들과 친하게 지내라. 이게 네가 해야 할 일이다. 그러면 제작을 받아들이마."

 

 "네? 그게 무슨…?"

 

 "귀가 안 좋은 거냐, 머리가 안 좋은 거냐? 더는 말하지 않을 테니까 잘 들어. 아들과… 루크와 친하게 지내라는 말이다. 그렇게만 한다면, 검은 만들어 줄 테니까."

 

 아버지가 이상하다. 술기운인지, 아니면 일을 끝냈다는 성취감과 해방감이 들어서 이리 말하시는 건가? 도무지 모르겠다. 아무리 몇십 년을 같이 살아왔지만 이건 아니다 싶다.

 

 "루크. 친구를 데려온 적이 몇 번이나 되냐? 한 번? 두 번? 거기 네 옆에 멀뚱히 서 있는 녀석이 첫 번째가 아니더냐. 그러니까 이런 조건을 걸고서라도 만들어 준다는 거 아니냐."

 

 왠지 낯간지러운 아버지의 말에, 내 얼굴이 뜨거워지는 것이 느껴진다.

 

 "이미 친구인데, 굳이 그 조건을 내세우는 이유가 뭡니까?"

 

 "그냥. 솔직히 말한다면야… 네가 내 검을 보고 내 아들한테 접근하는 쓰레기 같은 녀석 같았거든."

 

 "아버지!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니에요!?"

 

 "가만히 있으라고 했다, 루크. 네 친구이기 이전에 어떤 녀석인지 알아보는 거다."

 

 "친하게 지내는 조건 말고, 다른 조건을 제시해주시는 게 좋을 것 같군요."

 

 "왜지? 이제 와서 대공가, 웰콘 가문의 자제가 평민이랑 친하게 지내면 위신이라도 떨어진 것 같나? 그것도 아니라면, 루크를 이용하려 하는 거냐?"

 

 "아뇨. 친해지라고 말하면 곧장 친해질 수가 없잖아요. 저는, 루크와 천천히, 빠른 관계를 쌓고 싶은 거지, 이렇게 강요를 받으며 친해지고 싶다는 건 아닙니다."

 

 "호오…. 좋은 변명이면서도, 나와 루크의 신뢰를 얻는 좋은 언변이다."

 

 "변명이라니…. 제가 진심으로 한 말이 거짓으로 들린다는 말입니까?"

 

 조금 발끈한 모습. 최대한 연장자에 대한 예의를 지키면서, 반항적인 태도를 보이는 에단.

 

 "호오…? 화도 낼 줄 아는 모양이군."

 

 계속 에단의 신경에 거슬리는 말을 냅다 내뱉는 아버지의 모습과 화를 억지로 참고 있는 에단의 사이에서, 나는 옴짝달싹 못 하고 있었다.

 

 "뭐… 좋다. 그렇게 화를 낸다면 진심이겠지."

 

 갑자기 뜬구름을 잡는 소리에 얼음처럼 굳어 있던 몸이 쉽게 녹아버리는 느낌을 받고 있었다.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보지 마라. 네가 진심으로 화를 내는 건, 그만큼 네가 했던 말이 진심이었다는 행동이 된 거다."

 

 "그 말은…?"

 

 "그래. 네가 정말로 진심으로 한 말이 아니라면 내게 화조차 내지 않겠지. 때론 귀족이라 하여도, 무력이나 비굴함을 일순간 보여주며 얻곤 하지만, 너는 살짝 다르군, 꼬마."

 

 찰랑거리는 휴대용 술병을 근처에 놓으며 아버지는 에단의 손을 덥석 잡고서는 강렬한 눈빛으로 손바닥을 펼쳐 살펴본다.

 

 "뭐, 뭡니까?"

 

 "가만있어, 꼬마. 네 손에 익숙한 검을 만들기 위한 작업이다."

 

 손바닥을 이리저리 만지면서 작업이라 말하시는 아버지. 몇 년간 볼 수 없었던 눈빛이다.

 

 "좋은 손과 몸뚱어리군. 근육도 적당히 잘 붙어있고 말이야. 훈련을 자주 하는 모양이군. 대공가의 아들 나리가…."

 

 아버지의 말은 장난스러웠지만, 목소리는 전혀 아니었다. 오히려 에단을 걱정하는 목소리랄까.

 

 "검을 3일 후에 찾으러 와라. 괜히 어설프게 빨리하라고 뇌물을 줬다가는 도로 부숴버린다."

 

 "그런 역겨운 짓거리는 절대 안 합니다."

 

 단호한 말투. 에단은 뇌물이라는 단어에 극히 반응하며 처음으로 아버지와의 말싸움 도중 얼굴을 찡그렸다.

 

 "그렇다면야 다행이군…."

 

 "저는, 이만 가도록 해보겠습니다. 루크. 내일 실습에서도 같이 훈련이라도 하자. 혼자서 하는 건 재미없거든."

 

 그런 말을 남기며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에단의 뒷모습. 뭔가, 꺼림칙하다고 느껴진 것 그 날이 처음이었다.

 

 "루크. 저녀석이 대공가의 둘째 아들이냐?"

 

 "그걸 아버지가 어떻게 아시는지…?"

 

 아버지는 에단의 뒷모습을 계속,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참나…. 대공가라 해도 미친 녀석들은 아직도 많군. 불쌍한 녀석이야…."

 

 도무지 알 수 없는 말을 하시는 아버지. 무슨 복잡한 사정이라도 있는 걸까, 에단은….

 

 나도 그가 걱정된 나머지, 문이 열린 화창한 밖을 쳐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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