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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성의 제자
작가 : 추쿠부2
작품등록일 : 20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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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2인 1조.
작성일 : 18-02-06     조회 : 15     추천 : 0     분량 : 4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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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창한 어제와는 달리 오늘 아침은 매우 흐렸다. 햇빛이 스며들지도 못하게 푸른 하늘은 뒤덮은 먹구름은 짐승의 울음소리를 낸다.

 

 "비가 오려나?"

 

 학원 교복을 입으며 무심코 창문 너머로 보이는 어두컴컴한 하늘을 보며 방을 나선다.

 

 비가 오기 전에 잽싸게 아침을 준비하고, 우산을 챙겨 학원으로 갈까.

 

 머리 속으로 생각한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교복의 소매를 걷고서는 빠른 걸음으로 주방으로 간다. 어제 저녁쯤에 봐 온 재료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서는 무엇을 요리할까 생각했다.

 

 "간단하게 만들까."

 

 그저 간단히. 보다 더 간단히 조리하기 위해, 아궁이에 불을 지피면서 그 위에 손잡이가 달린 네모난 철판을 올려 살짝 올리브 오일을 뿌려 달궈질 때까지 음식을 손질하려고 도마 위에 놓인 식칼을 들고서는 야채를 일정한 간격으로 썰고 있었다.

 

 그렇게 각양각색의 야채를 다 썰어 놓고, 아버지가 만드신 원형의 철제 그릇에다가 달걀 두 개를 툭툭 깨어 하얀색과 노란색의 끈적한 액체가 그 안으로 시원하게 들어갔다.

 

 "대충, 야채랑 달걀이랑 잘 섞고, 부치고서는 빵을 구우면 될려나?"

 

 잘게 썬 야채들은 달걀이 담긴 철제 그릇에 후두두 쓸어 넣고, 선반에 걸려 있는 거품기를 잡으며 그릇을 적당히 잡은 채 거품기를 손으로 돌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잘 섞은 달걀을 적당히 달궈진 철판 위에 조심스레 부어 넣고서는 익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느 정도 익은 달걀을 층을 쌓으면서, 천천히 뒤집개 마는 중이었다. 다행히도 네모난 철판이라 모양도 잘 나오니, 요리를 하면서도 자신감이 생기니 왠지 모르게 뿌듯하였다.

 

 네모난 형태의 계란말이. 내가 봐도 꽤 잘 말았는데.

 

 다시금 철판에 버터 한 덩어리를 녹이고, 식빵을 굽기 시작했다. 거기에다가 손수 만든 딸기잼을 서늘한 선반에서 꺼내어 대충 아침 식사가 완성되었다.

 

 길러온 물에 손을 살짝 씻고서, 주방에 걸린 수건에 물기를 닦고 의자에 앉았다. 하얀 접시에 담긴 토스트를 잡으며, 살짝 탄 부분에 버터와 잼을 듬뿍 바르며 한 입 크게 베어 물었다.

 

 적당한 바삭거림과 느끼하면서도 달콤한 느낌이 꽤나 괜찮았다. 거기에 일정한 크기로 썬 계란말이를 집어 먹으니, 상당히 맛있었다.

 

 "지금 가지 않으며 학원에 늦겠네."

 

 컵에 담긴 물을 마시면서 내 시선은 시계를 보고 있었다. 비가 내리기 전에 빨리 가야겠다.

 

 다 먹고 난 접시는 물에 담긴 그릇에 넣은 후, 머리와 얼굴을 씻고서는 곧장 동양의 검을 챙겨 자고 계신 아버지께 들리지 않는 인사를 하며 집을 나섰다.

 

 먹구름이 낀 날에도 가게 상인들의 손길은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비를 대비하기 위해 낡은 천막을 세우며, 그 아래에 있는 장사 물품을 나열하고 있는 모습이 분주하였다.

 

 우리 대장간도 해야 하지 않을까? 아직 안으로 들이지 않은 상자 안에 있는 광물을 걱정하며, 속이 막힌 기분을 앓으며 학원에 도착하였다.

 

 그러고 보니, 우산을 안 챙겨왔네. 뒤늦은 후회에, 다시 돌아가는 것도 애매모호한 시간이니 그냥 들어가자. 안 챙겨 온 자신을 탓해야지.

 

 정문을 걸어가며 천천히 빗줄기가 떨어지는 것이 얼굴에 느껴졌다. 오늘 훈련을 안 하려나?

 

 익숙한 계단을 올라가 내가 배움을 받고 있는 교실의 뒷문을 열고 들어가, 자리에 앉았다. 자연스럽게 턱을 괴며 창문 너머로 보이는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두컴컴한 하늘. 뭔가 일어날 것만 같은 징조라고 해야 할까.

 

 그렇게 몇십 분 정도가 지나니, 학원생들이 문을 여는 소리와 동시에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에단은 아직 안 오는 건가?

 

 고개를 돌려 교실을 살펴보았지만, 아직 에단이 등교하지 않은 모양이다. 이러면 쓸쓸하단 말이야. 어제 결투 이후로 나를 보는 학생들의 시선이 날카로우면서도 무서워.

 

 그렇게 따가운 눈총을 애써 무시한 채, 책상 서랍 속에 있는 필기도구를 책상에 올려놓고 마음을 안정시키기 위해 자그마한 낙서를 끄적이고 있었다. 왠지 마음이 진정되는 기분이 든다.

 

 "자, 모두 입 다물고, 책이나 펴라."

 

 앞문이 열리면서, 떠드는 소리에 선생님이 조용히 하라는 말을 한다. 그렇게 서 있던 학원생들은 느긋하게 자리에 앉으면서 시큰둥한 표정을 짓는다. 뭐, 다른 반보다 높은 귀족 자제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이니까. 저렇게 자신의 부모님보다 아래 직위에 있는 사람은 힘껏, 알기 쉽게 무시한다.

 

 이런 일에 다반사인 듯, 선생님은 가볍게 자기 할 말만을 하며, 교탁 위에 서며 출석부를 열고 각자의 이름을 부른다.

 

 "에단 폰 웰콘은 오늘 결석이다. 집안 사정에 인해서."

 

 그렇게 에단의 이름을 부르지도 않고, 사정이 있다 말하는 선생님. 무슨 큰일이라도 있는 걸까? 어제도 힘없이 걷는 모습이 문득 떠올랐다.

 

 "아. 한 가지 말 해둘 게 있는데 말이다. 비가 올 것 같아서 오늘 훈련 일과는 모조리 다 제외했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지금까지 해 온 훈련을 검증하기 위해 델브란의 숲에 가기로 직원회의에서 결정했다."

 

 모두가 웅성거렸다. 아니, 훈련을 제외라는 말에는 심히 기뻐했지만, 델브란의 숲을 들은 순간 모두 기뻐하던 표정들이 일그러지며 두려움에 떨고 있는 것이 눈에 보였다. 물론 나도 예외는 아니다.

 

 델브란의 숲. 수업에서 들은 바로 서는, 고대의 마녀, 검은 악룡 게오르그, 저주받은 정령과 대역죄인이자, 모든 마법의 창시자인 델브란이 거주했다고 알려져 그의 이름을 딴 불길한 숲이다. 그래도 말이다….

 

 애초에 이 대륙에서는 전쟁이 끝나고, 통일된 직후 마법이라는 마법은 모두 금지되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아주 사소하게나마 국가에 힘을 쓰는 전속 마법사들이 있다. 그들의 일은 가뭄이 든 나라를 구원해주거나, 흉포한 짐승들을 처리하거나, 또는 아티펙트를 만드는 일은 한다.

 

 그래도 한 번쯤은, 책으로만 읽었던 마법사… 델브란이나 마녀, 용을 실제로 보았으면 하는 헛된 상상을 해보기도 하기도 한다…. 물론 두렵겠지만 말이다.

 

 "모두 시끄럽고. 일단은 혼자서는 델브란의 숲에 들어가는 것은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일 터이니, 모두 각자 자신과 마음이 잘 맞는 친구 한 명과 2인 1조인 조를 짜거라. 그러면 나는 잠시만 나갔다 올 테니 빨리 정하거라."

 

 선생님은 자신이 가져온 교과서와 분필을 교탁에 놔두고서는, 나가려고 했을 때였다. 나는 황급히 손을 들어 나가려던 선생님을 불러 세웠다.

 

 "무슨 일이냐, 루크?"

 

 "저, 저기… 결석한 에단은 조를 어떻게 나눠야 할지 물어보려고요…."

 

 "아. 그거라면 괜찮다. 여러모로 집안 사정 때문인지, 며칠 간 학원을 쉰다고 하더군."

 

 그리 말하면서 곧장 나가는 선생님. 이런…. 지금 나에게 있어 친구는 에단뿐이 없는데…. 이럴 때 친구가 없다는 건 참으로 슬픈 일이다….

 

 선생님이 잠시 나가자마자, 교실 안은 매우 분주했다. 다들 자신과 마음이 맞는 파트너를 찾기 위해, 자신에게 의지가 되는 강한 친구를 찾기 위해 눈에 불이 날 것만 같았다. 나도 델브란의 숲에 위험을 아버지에게 들어서 잘 아는 만큼, 서둘러 파트너를 구해야 하는데… 구할 사람이 없다….

 

 "……하아…."

 

 그저 짤막한 고된 한숨을 내뱉으며 슬퍼지려고 하는 기분이 들 때였다.

 

 "어이, 평민!"

 

 익숙한 목소리. 매일같이 내 검을 가지고 놀면서 두 동강 내버리게 하는 녀석. 공작가의 셋째 아들인 금발 귀족이 내게 말을 걸었다. 말투를 보면 무척 무례하지만, 계급의 차이라는 것이 있으니 아무런 대꾸도 할 수가 없었다.

 

 "왜 부르는지…?"

 

 의기양양한 목소리로 나를 부르며, 한껏 놀려주려는 얼굴을 하면서 다가오는 금발 귀족. 슬슬 짜증이 나려고 한다.

 

 "대공가의 녀석이 없으니 파트너를 정하지도 못 하는 모습이 너무 애처로운 거 아니야, 하하?"

 

 역시나. 골려주려고 온 것이 맞는 모양이다.

 

 "내가 친히, 평민인 너와 어울려 주지."

 

 "나 말고, 다른 얘들과 하면 되잖아? 굳이 왜 나한테…?"

 

 내가 뱉은 말에 당황이라도 한 몸집. 같이 다니던 녀석들과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지 눈으로 금발 귀족과 어울려 다니는 녀석들을 찾아보았는데… 이거 참. 금발 귀족의 오른팔, 왼팔과 같은 그들이 같이 팀을 짠 모습이 보였다.

 

 그래서 내게 말을 건넨 건가…. 금발 귀족은 분하다는 표정을 띤 채, 같이 다니던 녀석들을 노려본다.

 

 "나쁜 놈들…."

 

 분하다는 듯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녀석들을 저주라도 하면서 갖은 욕지거리를 작게 내뱉는다. 역시나. 홀수라는 무리의 단점은 이래서 안 좋다. 누군가와 팀을 맺는다 하여도, 한 명은 나가떨어지니까 말이다.

 

 "그래서! 나와 맺을 거야, 안 맺을 거야!?"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내가 쓰고 있는 책상을 두 손바닥으로 둔탁한 소리를 내며 협박적인 강요를 요구하는 금발 귀족의 태도에, 잠시나마 놀랬다. 그렇게나 친구가 없는 건가…. 내가 걱정하는 것도 조금 웃기네.

 

 일단은 나도 맺을 상대가 며칠간 학원을 쉰다고 하니… 어쩔 수가 없나….

 

 "알았어, 알았다고. 그러면 오늘부터 같은 조원이 된 건가?"

 

 "진작에 그럴 것이지! 내가 이렇게! 기꺼이 와주었는데 말이야!"

 

 녀석은 몇 분 전에 보았던 근심을 웃음으로 털어내는지, 해맑은 웃음, 다행이라는 웃음을 짓는다. 그렇게나 좋은 걸까?

 

 그렇게 대답에 응해주며, 창문 너머로 보이는 먹구름을 다시 한 번 보았다. 엄청난 굉음과 함께 쏟아지는 비를 보며 시원하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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