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브란의 숲에 가는 준비에 인해 3일이라는 시간이 정말로 무색할 정도로 흘러갔다. 모두 교실에 앉아 있으면서도 두려움이 가득한 내색을 하며 몸을 떨고 있는 사람, 같잖은 허세를 마음껏 내뿜으며 자신만 믿으라고 하는 용기 있는 녀석들이 수두룩하였다.
하지만 대부분 학원생들은, 이제 곧 지옥으로 여행을 떠나는 얼굴을 했기에 반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오히려 죽을 거라는 부정적인 작은 울림에도 주위에 있는 녀석들이 그 말을 듣고서는, 마치 전염병이라도 걸린 듯이, 좌절하는 모습들이 보였다.
나도, 아버지께 델브란의 숲에 대해 아는 것이 있으면 알려달라고 물어보았다. 일단 자세히 들은바 흉악한 맹수들은 없다고 하나, 간혹 숲의 영향을 제대로 받아 변화한 돌연변이가 있다고 들었다. 그런 괴물들만 조심하며 살아 돌아올 수 있다고 말하시는 아버지의 태도가 뭔가, 장난스러워 보이셨다.
그래도 조심해서 나쁠 건 없지.
점차 교실의 분위기는 암울해지며, 빠른 속도로 우울함과 두려움이 보일 정도였다. 나도 그렇게 우울한 건 아니지만, 숨어있는 마법사나 마녀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해보았다.
이런 허황한 생각을 하면서 드르륵 소리와 함께 선생님이 문을 열고 들어오셨다.
"이거, 상당히 침울한 분위기구나."
선생님도 교실의 분위기에 압도당하셨는지, 위로의 말을 해주지 못하는 것 같으셨다.
"일단은 모두 훈련장 쪽으로 집합하거라."
선생님도 우울한 분위기에 취하신 건지 조금 주춤거리며 훈련장으로 나가라는 소리를 하셨다. 그 소리를 들은 몇몇 학원생들은 기겁하거나, 자신을 원망하면서 투덜거리고 있었다.
하긴, 동쪽의 숲. 누구도 가고 싶지 않은 델브란의 숲을 간다면 누가 좋아할까? 온갖 범죄를 저지른 사람도 숨으려고 든다면 델브란의 숲은 기피하는 장소인데 말이다.
나가기 싫은 몸을 억지로 일으켜, 짐을 챙기며 나가는 모습들이 꼭 돌아오지 못하는 전쟁터에 나가는 병사들의 모습을 보는 듯한 기분도 잠시나마 들었다. 나도 서둘러 나가볼까.
이 2일 동안 고심 끝에 챙겨온 무거운 배낭을 들면서 열려 있는 뒷문으로 나가려고 했을 때, 고개를 돌려 에단이 앉아 수업을 듣던 자리를 쳐다보았다.
아직도, 녀석은 오지 않았다. 복잡한 집안 사정인 것일까, 이렇게 3일간 오지 않는 것을 보면. 정말로 사소한 쓸쓸함보다, 걱정이 앞서고 있다.
훈련을 맡고 계신 선생님들이 훈련장에 서 있으셨다. 2학년 전체로, 한 명도 예외 없이 가는 특별 훈련이니 말이다. 물론 사정에 인해 오지 못한 에단은 예외인가.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2열 종대로 줄을 서면서, 그 앞에는 선생님이 우뚝 자리 잡고 계셨다. 총 6명의 선생님이 자신이 훈련을 맡은 반으로 분류하면서 어지럽게 줄을 서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이 내 눈엔 혼란스러웠다.
어느 정도 줄이 대열이 맞춰졌는지, 헛기침하며 각자, 자신이 맡은 반에 한 말씀을 하시려고 하는 선생님의 모습. 왠지 불안하다.
"오늘부터 델브란의 숲에 실전 훈련을 하러 가겠다!"
선생님의 우렁찬 목소리에 모두가 내색은 하진 않지만, 가기 싫다는 신음을 내뱉고 있었다. 물론 내 옆에 서 있는 금발 귀족도 저주라는 말도 아까울 정도로 델브란의 숲을 욕하고 있었다. 왠지 귀찮아질 거라는 예감이 든다.
"너희도 알다시피, 델브란의 숲은 매우 위험하다고 알려진 1급 위험지역이다!"
그런 곳에 실전하러 가시는 선생님들의 머릿속이 궁금하다.
"2인 1조가 되어, 파트너와 함께 협력하여 델브란의 숲에서의 위험을 견디고, 이겨낼 수 있도록!"
웅성거리는 학생들. 그리고는 옆에 있는 파트너를 쳐다보면서 애써 불안함을 갖춘 웃음을 띄우며 땀을 흘린다.
내 옆에 있는 금발 귀족은 별거 아니라는 듯한 목소리로 말하고는 있다만, 이마에 흐르는 땀에 젖은 머리카락은 그렇지도 않은 모양인가 보다.
"괜찮아? 땀이 비 오듯 흐르는 것 같은데?"
"사, 상관하지 마! 그, 그냥 더워서 그런 거야! 더워서!"
녀석은 내 손을 뿌리치면서 서둘러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닦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델브란의 숲에 가는 것이 매우 긴장되는 모양이다. 나 역시도 델브란 숲에 가는 것에 긴장된 나머지 양 손바닥에는 끈적한 땀이 나고 있었다.
땀이 난 손은 대충 소매에 닦고서는 곧 선생님의 지도에 따라 학원을 나서, 도시를 나서, 성문을 나서서는 풀이 죽은 발걸음으로 동쪽으로 향했다. 각자 나름대로 델브란의 숲에 대비하여 가져온 두둑한 배낭을 메고 있으니 더욱 힘들어 보였다.
3, 4시간 정도를 걸었을까. 시야의 끝에 보이는 푸르스름한 나무숲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학원생들은 지칠 대로 지친 다리를 억지로 일으켜 세우면서 목적지에 도착하려는 모습이 이때는 안쓰럽다고 생각했다. 금발 귀족도 언뜻 숲을 보았는지, 힘들어하던 표정에서는 굳은 각오를 하며 메고 있는 배낭을 두 손으로 잡으며 힘을 내기 시작했다. 의외로 근성있는 모습이다.
물론 대장간의 일을 17년 동안 거들었던 영향에 인해 이런 행군 같은 일은 일도 아니었다.
곧이어 델브란의 숲에서 500m가량 떨어진 곳에서 잠시나마 숨을 돌리기 위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모두 기진맥진하며 무거웠던 배낭을 거칠게 벗어 던지며, 그들이 힘겹게 버티고 있던 다리는 곧 힘이 풀려버려 엉덩이가 땅에 곧두박질 쳤다. 거친 호흡의 연속. 녀석들의 호흡만으로도 구름이 만들어질 기세였다.
"겨우 이거 가지고 힘들다고 난리더냐!"
땀 한 방울조차 흘리지 않으시면서 우리를 인솔하신 선생님이 큰 소리를 내신다. 괴물 같다. 정말로 말이야.
"지금부터 3일 동안, 이 델브란의 숲에서 생활하길 바란다!"
탄식과 절망의 소리가 갑자기 튀어나왔다. 다른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나는 이곳에서 겨우 몇 시간 정도 숲에 들어가 실전을 경험하여 곧장 돌아갈 줄 알았는데, 3일이라는 시간 동안 이곳에서 지내라고 말씀하시는 선생님의 뇌를 해부하고 싶었다.
어느 한 귀족 자제가 부들부들 떠는 손을 겨우 들며 선생님의 시선을 붙잡는다.
"저, 저기 말입니다! 이곳에서 지낸다는 말은 오늘 처음 들었는데요!?"
"그거야, 지금 말했으니까."
짤막하다. 아니, 황당하다. 일동, 선생님의 말씀에 모두 꿀 먹은 벙어리라도 된 듯 입을 다물고 있었다. 정말로 어이가 없으면 웃음조차 안 난다는 사실은 진짜인 것 같네.
"아, 아니! 지금 장난하는 겁니까? 천막 같은 것도 가져오지 않았는…!"
"시끄럽다. 애초에 이곳에 온다고 3일 전부터 말하지 않았나? 학원생들은 이게 지금 힘든 훈련이라고 생각하면서 온 건가? 3일의 시간으로 이곳에 대한 정보를 모아, 충분한 준비를 했야 했지 않나? 그래 놓고서는 그따위 변명을 할 생각인가?"
냉정하면서도 거친 목소리를 학원생에게 답해주는 선생님. 언제나 관대하던 인품과는 달리 이러한, 충분한 기간을 주었어도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누구보다 차가워지는 그런 선생이다.
"죄, 죄송… 합니… 다…. 크윽."
힘이 없던 손을 중력이라도 무시하듯 거칠게 내리면서 귀족 특유의 자존심이라도 상하였는지, 죄송하다는 말의 끝엔, 억울하다는 신음을 낸다. 하지만 그런 자잘한 사과에는 상관없다는 듯이 고개를 돌리며, 선생이 맡은 반 아이들을 노려 본다.
"분명히, 나는 말했다. 3일 후에 이곳에 오게 된다고 말이야. 3일이면 충분히 델브란 숲에 대해 정보와 조사를 끝마치고 사용할 수 있는 도구를 준비할 충분한 시간이란 말이다!"
저렇게 화를 내는 것도 알겠다만… 그래도 오늘, 델브란의 숲에 도착하고 나서 3일 동안 이곳에 머무른다는 말은 지금에서야 들었고, 또 이곳, 1급 위험지역에서 자려고 침낭을 가져온 멍청이가 있겠는가?
아무리 봐도 상식적인 인간이 아니야…. 평소에는 착하지만… 말이야….
"에잇! 3일 후에 다시 오겠다! 그때까지는 죽지 말고 있어라!"
엄청난 고함에 주위에 열을 맞춰 명령하던 선생님들도 자그마한 웃음을 짓는다. 온화한 선생인데, 기분이 틀어지면 완전 미치광이야….
그렇게 6명의 선생님은 3일 후에 다시 돌아온다는 말을 하면서 우리가 걸어왔던 길을 매우 빠르게 뛰어가고 있었다. 이미 보이지도 않네….
2학년 전교생이 선생님들이 시야에서 안 보이자, 그간 쌓였던 그들에 대해 욕지거리를 하며 이야기를 펼쳐 간다. 나도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만… 에단은 집안 사정 때문에 여기에 없다. 서글프구나. 친구가 없다는 건….
"어, 어이, 평민!"
"응?"
말을 더듬으면서 내게 말을 건네는 금발 귀족. 무슨 시킬 일이라도 있는 건가?
"덥잖아!"
"그야 초여름이니까…."
대체 내게 무엇을 원하는 거야…. 혹시 물이라도 마시고 싶은 건가?
묵직한 배낭을 앞으로 내려놓고서 지퍼를 열어, 그 안에 쑤셔 박힌 수통을 꺼내 금발 귀족에게 건넸다.
"평민 주제에 눈치는 좋잖아."
거칠게 낚아채면서 수통의 뚜껑을 열어 물을 넘기는 소리가 크게 들려 온다. 하긴 15세의 몸으로 이곳까지 쉬지 않고 걸어온 것은 칭찬해주고 싶다.
"푸하! 이제야 살 것 같네!"
"이제 괜찮아?"
"펴, 평민 주제에 내 걱정을 하다니, 무례하구나, 너."
이 금발 귀족 녀석. 내가 먼저 마시고 싶었던 물을 건네줬는데 이따위로 말하다니. 정말로 귀여운 구석이라고는 한 군데도 없는 녀석이네.
녀석에게 건네받은 수통을 조금 흔들어 보았는데, 이거… 참. 물이 반의반도 들어 있지 않네….
"다음부터는 최고급 물로 준비하도록 해."
얄밉구나, 이 꼬마. 정말로 한 대 쥐어박았으면 소원이 없겠네. 이러고 있을 때는 아닌가.
"저기… 침낭 같은 거 가지고 왔어?"
"무슨 헛소리야. 내가 그딴 걸 왜 가져 와야 하는 건데? 오히려 네가 준비해야 하는 거잖아?"
정말로 신이 내게 소원을 하나 들어준다고 한다면, 곧장 이 녀석의 머리를 세게 쥐어박을 수 있게 해주세요.' 라고 말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