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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성의 제자
작가 : 추쿠부2
작품등록일 : 20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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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화. 델브란의 숲에서의 3일.
작성일 : 18-02-06     조회 : 15     추천 : 0     분량 : 3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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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엔 주워 왔다…."

 

 자신에게 하는 혼잣말을 되풀이하며 살며시 껴안은, 스노우 레오파드를 무심코 데리고 간다.

 

 "으아아… 어쩌지…."

 

 내 품에 안긴 스노우 레오파드가 네 다리를 마음껏 움직인다. 아직 어려서 그런 건지 발톱은 온전하지 않은 게 다행일까.

 

 "…가, 가만히 있으렴, 야옹아…."

 

 "미야야아아아!"

 

 안기는 것이 싫은 건지, 아둥바둥하는 녀석. 그렇게도 싫은 건가…. 조금 충격이다.

 

 "아, 알았어…. 놓아줄 테니까, 너무 싫어하지는 마…."

 

 품에 안긴 녀석을 조심스럽게 검은 잔디에 내려놓고서는… 아쉬운 마음을 품은 채로 힘없는 발걸음을 옮겼다. 키우고 싶었는데…. 정말로 아쉽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보고 가자….

 

 그렇게 아쉬움과 이별을 털어내려고 뒤를 돌아보았는데….

 

 "미야아아~."

 

 녀석은 가지 않았고, 오히려 나를 향한 채로 기분 좋은 소리를 낸다. 몇 초 전만 해도 나에게 안기는 걸 싫어하던 녀석이 내게 다가와 하얀색 털로 감싼 얼굴로 다리를 부비적거린다.

 

 치유 받는 느낌이다…. 다리를 굽히며 한 손으로 녀석의 작은 머리를 쓰다듬었다. 복슬복슬한 하얀 털의 감촉과 쓰담는 한 손을 혀로 할짝거리는 녀석의 모습에 정말로, 이곳이 델브란의 숲이 아닌 치유의 샘터 같았다.

 

 "미야아아~."

 

 "귀엽네…. 키우고 싶다."

 

 갑자기 어렸을 적 일이 생각나네…. 아주 어렸을 적에 아버지에게 허락을 받고 키운 동물 한 마리가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기에, 나는 사정사정해서 허락을 받은 애완동물을 찾기 위해 거리를 돌아다녀 봤지만 찾을 수가 없어서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갈 때였다. 갑자기 광장 쪽에서 말의 울음소리가 들리면서 엄청난 소리가 들렸었지….

 

 그래서 허겁지겁 달려가 보았더니, 귀족의 마차를 이끌던 말들이 갑작스레 놀라서 마차가 넘어졌지…. 그래서 화가 난 귀족은 쓰러진 마차에 나와서 내 애완동물을 무참히… 은색제 검으로 찔러 죽여버렸지….

 

 "하아……. 안 좋은 기억이 떠올랐네…."

 

 "미야아아?"

 

 녀석은 내 기분이 내려간 것을 알아챈 것일까…. 그 작은 혀로 내 손가락을 핥아주며, 위로해준다. 작은 혀에서 전해져 오는 체온이 너무나도 따스했다.

 

 "강한 녀석이구나, 너는."

 

 이제 막 부모를 잃은 녀석이 나를 걱정해주다니…. 지금은 네가 더 슬플 텐데 말이지…. 아니, 아직은 어려서 그러한 잃어버린 감정을 모르는 걸지도 모른다.

 

 녀석의 턱을 손가락으로 간지럽히며 기분 좋다는 울음과 미소를 짓는 녀석. 하긴… 이렇게 작은 녀석이면 한창 부모에게 어리광부릴 나이인데 말이야.

 

 "너는 내가 좋은 거야?"

 

 "미야?"

 

 하긴…. 어린 짐승에게 이런 말을 건네는 나 자신이 우습다.

 

 "아! 그러고 보니… 장작을 줍고 돌아가야 하는데… 깜빡했네."

 

 조금 큰소리를 내니 녀석은 흠칫 놀란 듯, 하얀색 털을 곤두세운다.

 

 "아, 미안. 놀라게 하려고 소릴 지른 건 아닌데 말이야…. 하하."

 

 "미야아아! 미야아아!"

 

 무언가 반론이라도 하고 싶었는지, 계속해서 한 톤이 높은 울음으로 내게 울부짖는 녀석. 아직 어린 새끼이지만, 그래도 돌연변이의 새끼인 건가. 확실히 꼬리도 두 개나 있고 말이야.

 

 살랑거리는 두 개의 꼬리가 눈을 어지럽힌다.

 

 "너도, 엄마가 없으니까, 나랑 같이 다닐래?"

 

 "미야야아?"

 

 "내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사람 말도 못 알아듣는 짐승에게."

 

 수십 번의 생각을 해봤지만, 아무래도 나는 녀석을 키울 용기가 없을 것이다. 오히려 과거의 상처 때문에 녀석을 더욱 속박하여 키울지도 모르지. 빨리 장작을 줍고 가야겠네.

 

 "… 그럼. 나는 이만 가볼게. 잘 있어라, 야옹아."

 

 이제야 마지막 인사를 건네며 녀석을 등지고 나는 떠나간다. 마음에 걸린다. 하지만 겨우 귀엽다는 이유로 키우기에는 너무나 잔인하지 않나, 저 어린 녀석에게. 그렇게 아쉽다는 다짐과 후회를 남긴 채로 이 숲을 나가려고 했다만. 녀석이 졸졸 쫓아오네….

 

 "배가 고픈 건가?"

 

 녀석의 뱃속에서는 희미하게 들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무래도 배를 채우기 위해 나를 따라오는 모양인가 보다. 먹을 건 배낭 안에 들어 있을 텐데. 데려가도 귀족 녀석들이 분명히 검으로 장난치면서 죽일 게 분명해. 어떡하지….

 

 "미야아아!"

 

 배고프듯이 우는 녀석이 어서 빨리 밥을 달라며 재촉한다. 지금은 가진 게 없는데.

 

 "일단은 야영하는 근처 수풀에 몰래 데려가야 하나?"

 

 그래. 어차피 들키자마자 이런 어린 녀석을 죽게 내버려 둘 수는 없으니 말이야.

 

 "조금만 기다려. 몇 분 정도만 걸으면 먹이를 줄 테니까."

 

 "미야아아!"

 

 내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걸까. 기분 좋은 울음을 내뱉으며 경쾌한 발놀림을 하며 따라오는 어린 맹수. 그렇게 10분쯤 왔던 길을 되돌아가 보니 어느새 푸르던 하늘은 황혼과 어두운색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큰일이네. 그래도 다행히도 내가 내려놓았던 장작더미는 있으니 그나마 행운인가.

 

 장작더미를 한껏 들으며 서둘러 어린 짐승을 근처 수풀에다가 가만히 있으라는 말을 하고서는 재빨리 불을 지피러 금발 귀족에게 달려간다.

 

 "왜 이렇게 늦었어!"

 

 "미, 미안…."

 

 쓴소리를 들어도 어쩔 수 없었다. 내 사사로운 호기심 때문에 이리 시간을 낭비하고, 다른 학원생들은 장작에 불이 붙인 모습들이 수두룩했다.

 

 "그깟 나무 하나 주워오는 게 그렇게 오래 걸려!"

 

 "뭐라고 할 말이 없네…."

 

 "됐으니까! 장작이나 이리 내놔!"

 

 신경질적으로 말하면서 내 품 안에 들린 장작을 거칠게 낚아챈다.

 

 "야! 기름이나 송진은 없어?"

 

 "아. 여기… 잠깐만."

 

 급함과 미안함 마음 때문인지, 내가 녀석에게 필요 이상으로 휘둘러지는 기분이다. 나는 배낭을 샅샅이 뒤지며 작은 천에 감싼 굳은 송진을 건네주었다.

 

 "나는 불 좀 얻어 올 테니까, 식사 준비나 하고 있어!"

 

 녀석은 그런 말은 하면서 곧장 불을 빌리러 간다. 그래도 착한 녀석이네…. 이렇게 야영 준비도 해놓고, 또 언제 간이 천막을 만들었데? 생각보단 좋은 녀석일지도….

 

 꽤 튼튼히 만든 것을 보니 녀석이 화낼 만도 하네…. 우선은 재료나 손질할까.

 

 그래도 3일 동안 이곳에서 지내라는 소리는 몇 시간 전에 처음 들었기에, 한정된 재료를 어떻게 배분할까. 그나마 육포로 때워야 하나. 냄비도 없고 도마도 없는 장소에서 별별 생각이 다 드네. 그냥 간단하게 빵 사이에 말린 햄이나 야채를 넣고 먹어야겠다. 그리고 수풀에 숨어있는 녀석에게도 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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