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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성의 제자
작가 : 추쿠부2
작품등록일 : 20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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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화. 델브란의 숲에서의 2일.
작성일 : 18-02-06     조회 : 17     추천 : 0     분량 :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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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일까. 누군가가 멀찌감치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하얀 공간에서 그는 열심히 검을 휘두르고, 나는 그런 그를 쳐다보면서 어딘지 모르게 익숙하다고 느껴졌다. 검을 쥐는 방법도, 베는 방법도, 거친 호흡도 어딘지 모르게 아주 익숙하다고 느껴졌다. 그리고는 이내 연습을 다 한 것일까.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어느샌가 물을 마시는 한 남자. 그리고는 갑작스래 장소는 바뀌어 어딘지 모르는 산으로 옮겨졌다.

 

 그리고 그 남자는 누군가와 함께 엄청 커다란 괴물을 검으로 물리치려 하였다. 목숨을 건 채로 열심히 괴물의 머리에 검을 내려치려는 남자의 표정은 흑백으로 가려져 있었지만 왠지 슬퍼보였다. 순간 무언가 큰 진동이 오면서 나는 그만 꿈에서 깨어나 현실로 돌아와 버렸다.

 

 "어이, 평민. 괜찮냐?"

 

 "어? 무, 무슨 일 있었어?"

 

 "네 녀석. 시덥잖은 잠꼬대를 하면서 울길래 혹시 몰라 깨웠다."

 

 내가 울고 있었다니. 태어나서 지금까지 처음이였다. 슬픈 꿈이 아니였는데도, 나는 울고 있었다. 현실에서.

 

 "고, 고마워."

 

 "도대체 무슨 꿈을 꾼거냐? 여기도 이상한 잠꼬도 하는 녀석들도 많았지만 너처럼 심한 녀석은 처음 봤다."

 

 "나도 잘 모르겠어. 그저, 슬픈 장면도 없었는데도 나는 슬퍼했어."

 

 "평민의 꿈은 역시나 알 수가 없군. 그리고 교대 시간이다."

 

 "아. 고마워."

 

 "뭐가!"

 

 "그래도 나같은 녀석의 불침번도 서주고 있었잖아. 그래서 고마워."

 

 "시끄러! 바보같은 평민.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내가 자고 있을 때 완벽하게 경계를 서는 그러한 상태를 만드려고 하는 것 뿐이야!"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금발 귀족. 새벽의 어두움 때문에 얼굴을 잘 보이지 않았지만, 그래도 약간 새빨개 보였다.

 

 "맞다, 평민. 뭣하나 물어보자."

 

 "네녀석은 왜 이 검술학원에 들어오게 된 거냐?"

 

 "그저, 아버지의 권유로 여차여차 들어오게 됐어. 나도 딱히 검에는 흥미가 없었거든. 그런데 막상 와보니까 엄청 재밌더라고."

 

 "실력이 고작 그것 밖에 안되는데도 재미있다고?"

 

 "나도 너희들처럼 어릴 때부터 검술을 훈련받고 자라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나름 뭔가 무기를 휘두르면서 나중에는 이 작은 힘이 누군가를 지키기 위한 힘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곤 하거든."

 

 "대단한 평민 납시었군."

 

 "너도 이제 피곤하니까 얼른 자. 내가 잘 서고 있을테니까."

 

 "그런 말 안해도 잘꺼다! 경계나 잘서라 멍청아!"

 

 역시나 변하지 않는 말투의 소유자인 금발 꼬마는 자신이 가져온 망토를 거칠게 덮으면서 잠을 청하려고 누웠다. 하지만 쉽사리 잠이 들지는 않는 모양인지 뒤척이면서 자세는 배를 엎드린 채로 물끄러미 나를 보았다.

 

 "평민. 또 하나 물어볼게 있다. 아니, 충고할 것이 있다."

 

 "뭔데?"

 

 "에단이라는 녀석은 대공가의 둘째 놈이지?"

 

 "맞아. 형제 관계는 잘 모르지만 둘째라고는 들었어."

 

 "평민. 이 내가 너를 위해 크나큰 충고의 한마디를 하자면, 조심해라."

 

 "그게 무슨 소리?"

 

 "말해줄 수는 없지만 그래도 대공가와 엮이면 별로 좋을 꼴을 본 녀석은 없거든."

 

 이상한 말이다. 아버지도 그러했고, 금발 귀족도 이런 말을 하는 이유가 뭘까? 무슨 이유가 있는 걸까. 아니면 저주인 걸까. 더 물어보고는 싶었지만 물어볼 수도 없는 눈치였다. 혹시나 물어보기라도 했다면 알려줄 필요가 없다고 하면서 욕짓거리를 하니 말이다.

 

 "평민. 이제부터 나는 슬슬 잘테니까 알아서 서라."

 

 금발 귀족의 꼬마는 그리 말하고서는 하품을 하면서 잠을 편히 자려고 자세를 뒤척이다가 이내 잠들었다.

 

 정말이지 낯선 환경인데도 은근히 잘 잔다. 나도 그런 말 할 처지는 아니지만. 어찌 됐건. 델브란의 숲의 새벽의 공기는 희한하게도 평범했다. 마녀와 악룡, 괴물들이 사는 곳이라서 뭔가 환경이랄까 안 좋다고 생각하였는데, 예상외였다. 우리가 있는 장소가 외곽이라서 그런 건지도 모르고 말이다.

 

 잠시나마 불씨를 가득히 머금은 장작은 따뜻했다. 이 정도라면 아침이 올때 까지는 충분했다. 그리고 앞으로 남은 1일 동안, 숲에서 어찌 살아가야할지 한 번 열심히 생각해보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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