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판타지/SF
프로젝트 나르키소스
작가 : 도아
작품등록일 : 2018.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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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디엘-기적의 소녀, 눈을 뜨다
작성일 : 18-02-10     조회 : 579     추천 : 3     분량 : 7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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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흐릿하고 텅 빈 공간.

 그 한 가운데.

 투명한 캡슐 안.

 깊은 잠에 빠져 있던 여인의 감은 눈이 움찔거리며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녀의 머리맡에 놓인 작은 유리 상자가 순간 반짝하고 빛을 냈다.

 그리고 번쩍, 위로 치켜 뜬 눈꺼풀 아래 드러난 검은 동공이 좌우로 빠르게 회전운동을 했다. 수정체가 얇아지고 홍채가 흔들렸다. 그녀의 유리체를 통과해 망막에 맺히는 것은 그저 회백색의 공간. 속눈썹이 빽빽한 눈꺼풀이 두어 번 느리게 깜빡였다. 회전력이 느려진 동공은 이내 움직임을 멈추었다.

 

 이윽고 여인은 상체를 비스듬히 일으켰다. 그녀는 너무도 오랜 잠을 잤다. 얼마나 긴 시간인지 가늠 할 수가 없었다. 자신의 이름은커녕 나이와 성별조차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 이 상황만큼은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다. 여인은 자신의 기억이 아닌 다른 누군가의 기억을 가지고 깨어났다.

 정확히는 어떤 이‘들’이다. 복수의 사람들.

 그들 중 누군가는 남자다. 직업은 형사, 베테랑이었다. 그 남자는 죽었다. 또 다른 누군가는 여자다. 직업은 의사다. 역시나 출중한 실력을 가졌다. 그녀 역시 죽었다.

 다른 이들도 있다. 검사였던 사람, 교수였던 사람, 누군가의 비서였던 사람 등, 대부분 특정 분야에서 실력이 좋은 전문직 종사자들이다. 그 누군가의 기억들 중 일부분이 그녀의 머릿속에 들어있다.

 그중엔 어울리지 않게 어린 여자아이의 기억이 하나 있다. 그 여자아이의 기억은 삶의 일부분이 아닌 전체의 기억이다. 또한 성장하지 않은 채로 어디선가 멈춰 있다. 그 아이에 대한 기억은 다른 사람들처럼 죽음으로 끝나지 않고 잠으로 끝났다는 것이 달랐다. 그래서일까? 여자는 왠지 그 아이의 기억이 진짜 자신의 기억일 거라 생각했다.

 그녀는 양 손을 제외하고 몸 전체를 감싸는 하얀색의 타이트한 옷을 입고 있었다. 가느다란 손가락 끝을 접어 맨들거리는 손톱을 들여다보았다. 다시 손바닥을 뒤집어 주름 하나 없는 희고 고운 손등을 매만져보았다. 보드라운 살결이 느껴졌다. 여인은 자신의 모습이 체구가 보통인 젊은 여성일거라 짐작했다.

 

 “You woke up, DL!” (깨어났구나, 디엘!)

 

 그녀의 추측대로 어린 여자 아이의 기억이 자신이 맞는 것 같았다. 사람들이 그 아이를 디엘이라고 불렀으니까. 그리고 누군가 자신을 디엘이라고 부르는 것을 보면.

 뒤에서 다가와 디엘의 왼쪽 어깨를 짚으며 말을 거는 남자, 낯선 이가 분명한데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친숙한 얼굴이다.

 ‘잠깐’, 분명 그가 자신의 어깨에 손을 얹었는데 이상하게 그의 손길이 느껴지지 않는다. ‘뭐지?’

 디엘은 오른손을 들어 자신의 왼쪽 어깨에 손을 올렸다. 남자는 그 손길을 피하지 않았지만 잡히지 않았다.

 

 “Who are you?” (누구죠?)

 

 디엘은 고개를 갸웃하고는 그의 눈동자를 향해 시선을 고정했다. 천천히 걸음을 옮기던 남자는 그 눈길을 피하지 않고 디엘의 앞에 멈춰 섰다. 깊고 검은 남자의 눈동자가 디엘의 앞에서 반짝였다.

 

 “My name is Iseok, Iseok Na. I am a head of Narkissos.”(내 이름은 이석이라고 해. 나이석. 나르키소스의 단장이지.)

 

 ‘나르키소스는……’

 

 잠시간 머릿속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떠오르는 기억이 있었다. 어린 여자 아이 디엘을 제외하고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각인된 기억, 인위적인 목소리.

 

 [감기에 걸리셨나요?

 여기 평생 감기에 걸리지 않는 약이 있습니다.

 에이즈가 두렵습니까?

 여기 에이즈를 예방하는 약이 있습니다.

 암에 걸리셨나요?

 여기 암을 치료하는 약이 있습니다.

 어떤 고질병이 있나요? 아니면 불치병?

 그런 병은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아도 됩니다.

 우리 인류는 이미 예전부터 아프지 않고 늙지 않고 300년 이상을 살 수 있는 기술이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왜 사람들은 늙어가고 있을까요? 왜 오늘도 감기에 걸려서 고생을 해야 할까요?

 그 이유는 그런 날이 도래하는 걸 원치 않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지요.

 사람이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면 세상의 수 많은 제약회사는 어떻게 될까요?

 약하나 먹고 에이즈에 걸리지 않는다면 기뻐하지 않을 이들이 있지 않을까요?

 생각해보십시오.

 여러분은 지금 손가락 하나로 수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습니다.

 컴퓨터 기술은 날로 발전해 왔고 앞으로도 신기술이 발명될 것이라고 생각하겠지요.

 당신이 그 옛날 거금을 들여 산 무거운 팬티엄 컴퓨터를 기억하십니까? 배달 기사를 불러 집으로 들고 온 날 가족들이 다 같이 모여들어 신기하단 듯이 이곳저곳을 구경하던 때, 또는 덤덤히 혼자서 성능을 테스트하며 만족의 미소를 지을 때가 떠오르시나요?

 사실은 말입니다. 우리 모두가 팬티엄 컴퓨터의 사용법을 익힐 때 손바닥 안에 있는 작은 기기로 그러한 현상을 다 지켜보는 이들이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손에 그 작은 기기가 들린 현재, 그들의 손에는 뭐가 있을까요?

 그 무력의 원천, 숨겨진 세상, 포이보스, 그곳을 파괴하기 위해 모인 이들이 있습니다.

 그들…… 그 과학자들을 나르키소스라 칭합니다. 나르키소스의 이야기는 이 시대의 새로운 신화창조가 될 것입니다. 당신도 그 일원이 될 준비가 되었나요? 그렇다면 눈을 감으세요. 지금, 우리는 또 다른 신화로의 여행을……]

 

 “How do you feel, DL?” (기분이 어때, 디엘?)

 남자의 질문이 기억의 목소리를 끊었다.

 “Feel?” (기분?)

 표정 없는 디엘의 눈빛이 혼탁해졌다.

 “Ah! Sorry, I asked something I shouldn’t have. (아! 미안, 내가 괜한 걸 물었군.)

 “Am I robot?” (저는 로봇인가요?)

 “Robot? No, That’s absurd! you are not a robot, you are a human being.” (로봇이라니! 당치도 않은 소리. 넌 로봇이 아니야. 넌 사람이야.)

 “But I don’t think I have emotion, how come?” (그런데 난 아무것도 느끼지 못해요. 왜죠?)

 “You can feel it again.” (다시 느낄 수 있을 거야.)

 “That means, I cannot feel.” (그 뜻은, 저는 감정이 없군요.)

 “Really sorry about that.” (그 부분에 대해선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

 “Who is sorry for me?” (누가요?)

 “I, I…… I am sorry.” (내, 내가…… 내가 미안해.)

 “Why are you sorry?” (당신이 왜?)

 “It’s because, because……” (그건……)

 디엘은 고개를 왼쪽으로 갸웃했지만 표정을 짓진 않았다. 말을 잇지 못하는 남자의 감정 또한 짐작이 가지 않았다.

 그가 말을 이었다.

 “I promised the person who loves you to make sure you get back your feelings.” ( 널 사랑하는 이에게 약속했어. 너의 감정을 꼭 되찾아 주겠다고.)

 “Who loves me…… ah! You look like him.” (날 사랑하는 이…… 아! 당신 그와 닮았어요.)

 디엘의 머릿속에 떠오른 이가 있었다. 어린 시절 앳띈 소년의 모습 이후론 볼 수 없었지만 눈앞의 남자는 분명 그가 성장한 모습이었다.

 “I am not who you think I am.” (난 네가 생각하는 그 사람이 아니야.)

 디엘이 말하는 이가 누군지도 모르면서 이석은 무작정 아니라고 대답했다. 누구를 말하는지 알고 있는 걸까? 디엘은 그것이 이상했다. 남자에게 물었다.

 “What are these memories in my brain? I am not them but why do I have them?” (제 머릿속에 있는 기억은 다 뭐죠? 난 이 사람들이 아닌데 왜 이들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거예요?)

 “Those are donated memories. wealth which will make you a miracle. Be a detective, follow your case and solve it. (그것들은 기증받은 기억이야, 널 기적의 소녀로 만들어 줄 아주 소중한 자산이지. 앞으로 너는 형사가 될 거야. 그리고 사건을 따라가. 네가 해결해야할 일이 있어.)

 “What is the matter I have to solve?” (무엇을 해결해야 하나요?)

 “Please find some people.” (사람들을 찾아줘.)

 “Who should I find?” (누구를 찾아야 하나요?)

 “The members of Narkissos we have lost.” (우리 나르키소스가 잃어버린 멤버들.)

 “How can I......?” (그걸 제가 어떻게....

빌리이브 18-02-10 13:53
 
시작이 멋지네요! 홧팅!! 기대 만땅입니다!
  ┖
류시아 18-02-10 14:50
 
후아~ 저의 애독자님 빌리이브 작가님 여왕마마님 감솨합니다 :)
재희 18-02-11 11:07
 
빌리이브님에 동감! 시작이 재밌어요
  ┖
류시아 18-02-11 12:40
 
감사해요. 재희님의 응원 덕에 힘이 솟아요! :)
조정우 18-02-18 15:57
 
* 비밀글 입니다.
  ┖
류시아 18-02-18 20:15
 
* 비밀글 입니다.
조정우 18-02-19 16:00
 
* 비밀글 입니다.
  ┖
류시아 18-02-19 19:39
 
* 비밀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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