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사람이 나이석이었다니!’
아는 이름이었다. 그의 이름은!
그 이름은...... 조금 전 대자보에서 확인한 테슬라 대회의 공동 참가자.
‘젠장’
남자는 바로 수업을 시작했지만 서로는 그가 하는 말들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흐릿한 배경 속에서 그 남자의 모습만이 또렷하게 서로의 눈앞에 매달려 시계추처럼 좌로 우로 흔들렸다.
‘내가 왜 이러지’
정신을 바로잡기 위해 머리를 재차 흔들고 다시 정면을 쳐다보았다. 그제야 남자가 하는 말이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제가 묻는 질문에 한 명씩 단답형으로 말해봅시다. 과학은 뭐라고 생각하죠?”
이석이 물었다.
“학문이요.”
“가능성이요.”
“호기심이요.”
“신이 내주신 숙제입니다.”
“위대함이요.”
“힘이요.”
“그건 권력이고~ 삶의 원리?”
“살 길입니다.”
“신기한 거요.”
“인류의 미래입니다.”
학생들에게서 각기 다른 대답이 나왔다.
‘아니, 지가 테슬라 대회 참가자건 뭐건 교수로 왔으면 제대로 수업을 해야지, 뭐 저런 초등학교에서나 할 법한 질문을 하는 거야.’
서로는 그의 질문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심심풀이요.”
좀 전의 혼란스러움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다시 제자리를 찾은 서로가 마지막으로 대답했다.
수업 분위기가 싸해질 법도 한데 학생들은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무거운 공기의 무게를 간파한 이석은 서로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학생들에게 다음 질문을 던졌다.
“그럼 여러분은 사랑은 뭐라고 생각하지?”
“본능이요.”
“존재하지 않습니다.”
“두뇌의 이상 현상입니다.”
“화학작용이요.”
“호르몬 반응.”
“정의 할 수 없습니다.”
“잘 모르겠습니다.”
“판타지.”
“갈등이요.”
“사랑은 타이밍입니다!”
“하하하”
“그냥 감성 팔이죠 뭐.”
이번에도 분위기 깨는 서로의 대답에 학생들은 별 반응이 없다.
‘여전하군, 하는 말마다 가시가 돋쳐 있는 건.’
이석은 겉으로 개의치 않다는 듯 다음 질문을 학생들에게 던졌다.
“여러분은 텔레파시가 가능하다고 믿나?”
“네, 가능합니다.”
“아니요, 불가능합니다.”
“먼 미래에는 가능할 것 같습니다.”
여기저기서 제 각각의 의견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런 말도 안 되는 걸 왜 물어요.”
서로가 퉁명스레 말했다.
‘이런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로군. 매사에 저런 반응이면 곤란한데.’
이석이 생각했다.
“과학을 공부한다는 학생이 이걸 가지고 말이 안 된다고 하면 쓰나. 누군가 과학은 가능성이라고 답했듯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기 위해 우리가 여기 모여 있는 것 아닌가?”
“......”
서로를 향해 정면으로 고개 돌려 말하는 이석의 눈빛에 가볍게 제압당하고 말았다. 평소와 같지 않은 서로의 모습이었다.
“오늘의 주제는 싱크이론과 양자얽힘이다. 이 두 가지 이론은 비슷한 점이 많지. 우연이라고 보기 어려운 일들이 동시에 일어나는 초자연적 현상,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것끼리 알 수 없는 고리로 연결되어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현상. 아~ 여기 이름이 서로인 학생이 있지? 그 학생을 말하는 건 아니니 오해는 말길.”
이석이 서로를 향해 짧게 윙크를 날렸다. 학생들이 힐끗거리며 서로의 반응을 살펴볼 때 서로는 겉으로 드러나는 반응 없이 무표정으로 일관하며 속으로 생각했다.
‘나를 알고 있네. 근데 저건 뭐지? 잘 지내보잔 뜻인가?’
“이번에 내가 참가하게 된 테슬라 과학 대회 연구 주제도 이 두 가지 이론과 같은 맥락이라는 것쯤은 모두들 알고 있겠지.”
학생들을 찬찬히 둘러보며 이석이 말을 이었다.
“나는 한 때 식물과의 텔레파시를 연구했었다. 더 발전해서는 인간과 인간과의 텔레파시도 가능하다고 생각하는데 내 이론은 뭘까? 그리고 이게 싱크이론과 양자얽힘과는 무슨 관계가 있을까?”
“인간과의 텔레파시보다 식물과의 텔레파시가 더 어려울 것 같은데요?”
얄상한 얼굴에 뿔테 안경을 쓴 한 남학생이 물었다.
“그렇지 않다. 식물도 감정이 있다는 것쯤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고 나는 식물의 감정을 파악하는 게 사람 속마음 파악하는 것 보다는 쉬울 거라고 생각하거든. 왜냐? 식물은 사람처럼 감정을 숨기거나 포장하거나 거짓으로 꾸미지 않으니까. 어떻게 생각하나?”
질문했던 학생을 바라보며 질문을 던졌지만 그 학생은 고개를 기우뚱 한 채 여전히 의문스럽다는 표정만 지을 뿐이었다.
“만약에 미래에 그것이 가능하다면, 과연 그것은 어떤 원리로 가능할까? 식물의 언어일까, 아니면 식물의 행동일까? 아! 근 미래가 아닌 너무 먼 얘기로 느껴져 실감이 안 날수도 있겠군. 그렇다면 식물의 반응 테스트를 통해서는 알 수 있을까? 혹시 여러분은 식물도 눈물을 흘리진 않을까 생각해 본 적 없나?”
평소엔 뭐든 것에 질문이 많은 학생들이지만 모두가 고개를 갸웃거리거나 눈만 껌벅거리고 있었다. 그때 한 모범생 타입의 남학생이 말했다.
“저희가 익히 알고 있는 것처럼 식물도 인지능력과 기억력, 감정 등을 가지고 있으니 식물에 신경줄기를 심고 인공 눈물을 주입해 연결을 할 수 있다면 사람처럼 감정 반응으로 눈물을 흘리게 하는 게 가능하지 않을까요?”
“뭐, 나쁘지 않은 추론이었어. 학생은 이름이 뭐지?”
“신정후입니다.”
“그래, 정후학생의 가설, 즉흥적으로 생각해내기엔 나름 그럴싸했어. 자, 그럼 싱크 이론에 대해서 계속 이야기를 해보자. 싱크이론의 기반을 살펴보면 세상에는 우연이란 게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될 거야. 우린 아주 희박하거나 또는 아주 높은 확률로 이루어진 확률의 세계에 살고 있거든.”
학생들 반응이 썩 좋아 보이진 않았다. 천재들만 모였다는 이 강의실에서 호기심 가득한 질문들만으로 시간이 부족해야 할 마당에 자신의 수업을 학생들이 반기지 않는 것 같아 이석은 내심 실망스럽기도 했다.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면 엉뚱한 얘기처럼 들리겠지만 누구에게나 그리고 모든 것에는 모체가 있다는 사실이다. 연결고리와 그것을 아우르는 모체. 존재의 근원점. 우리의 몸속에 있는 수 조개의 신경세포도 사실은 어떠한 법칙으로 뇌가 조정을 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야. 이 경우엔 뇌가 모체가 되는 거지. 예를 들어 방금 전 정후학생이 즉흥적으로 생각해 낸 과학적 가설처럼 그게 결코 우연한 발상은 아닌 거거든. 그의 머릿속에 있는 수많은 신경세포가 연결점을 찾아 그것과 관련된 것을 끄집어 내 가능했던 발상이었을 테니까.”
“질문 있습니다. 교수님.”
볼 살이 통통한 귀염장스러운 한 여학생이 물었다. 이제야 학생들이 하나 둘 반응을 보이는 것 같았다.
“그래, 뭐지?”
“존재의 근원점이 모체가 될 수 있다면 사람에게는 부모님이 모체인가요?”
“그렇다고 할 수 있다.”
“그럼 입양된 아이의 경우는 생물학적 부모가 모체인가요, 키우신 부모가 모체인가요?”
그 학생이 되물었다.
“모든 것에는 수많은 연결 고리가 있다고 말했듯이 모체라는 것은 하나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야. 예를 하나 들어보자. 영국에서 남남으로 자란 이란성 쌍둥이가 결혼을 한 후 각각 고아인 자신들의 부모님을 찾는 것을 함께 돕다 결국엔 쌍둥이인 것이 밝혀진 적이 있다. 정부에서는 결혼을 강제로 무효화 시켰고 몇몇 단체들은 고아들에게도 그들의 출생에 대해 알려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해 영국 전역에 이슈가 되어 퍼진 큰 사건이야. 그 당시 나는 스위스에서 생명공학을 연구하고 있었고 그 사건으로 인해 우리 과학자들 사이에서 관심을 갖게 된 한 한국인 교수의 실험 내용을 들려주겠다.”
서로는 어느새 그의 수업에 빠져들어 집중을 하느라 미간까지 찌푸려가며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내내 서로를 의식했던 이석은 그러한 서로의 시선을 알았지만 모른 척하며 하던 이야기를 계속했다.
“실험 내용은 이렇다. 각각 세 명의 남성에게서 정자를 받아 시험관에 넣어 둔 뒤 다른 방으로 옮겨 각기 다른 종류의 전기 자극을 세 명의 남성에게 주었지. 그리고 시험관에 들어 있던 정자를 분석한 결과 각각의 남성들이 받았던 전기 자극이 그들에게 해당되는 정자들에게까지 미치게 되었다는 거야. 이 실험으로 생물학적 모체는 어떠한 식으로든 자식체와 연결이 되어 있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지. 감이라던가 기운, 이런 것들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거야. 다만 연결 점을 찾는 것이 쉽진 않지. 남편이 아내를 너무 사랑하면 임신한 아내의 입덧을 대신한다는 속설을 들어본 적 있겠지? 그들을 연결하는 것은 무엇일까? 정말로 사랑일까?”
학생들의 표정엔 의문만 가득했다.
“우리는 앞으로의 수업에서 그러한 우연의 산물들이 결코 우연으로 인한 게 아니란 것을 증명할 각각의 연결점을 찾을 거다. 우린 서로에게 운명으로 엮여있는 거거든.”
이번 말의 말미에 나온 서로라는 단어가 해서로 학생의 이름을 의미하는 것인지 아닌지 이석은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서로에겐 대자보 앞에서 그가 자신에게 했던 말을 상기하기에 충분한 표현이었다.
‘만물의 법칙에 따른 운명적인 순간’
“자, 이번엔 양자얽힘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겠다. 먼저 양자얽힘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사람 대답해 보겠나?”
“제가 대답하겠습니다.”
얼굴에 만연한 미소를 띈 채 수다스러운 민주가 말했다.
“그래, 학생이 말해보지.”
“양자얽힘이란, 물리학에서 말하는 양자역학의 이론 중 하나로 양자 중첩이라고도 말합니다. 영어로는 퀀텀 인탱글먼트, 정의는 근원점이 같은 한 쌍의 입자가 연결되어 다른 공간에 떨어져 있어도 거리에 상관없이 한쪽이 다른 한쪽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론입니다.”
“위키페디아를 읽고 있는 줄 알았어.”
이석의 칭찬에 민주는 수줍게 입술을 달싹거렸다.
“예전에 여러 개의 종을 달아 놓은 절에서 바람 한 점 없는 어느 날 한 개의 종만이 마구 울렸다는 이야기가 있지. 이 사례에서 알 수 있는 건 역시나 모체의 힘이야. 그 구리종의 모체는 무엇이었을까? 여러분도 알고 싶지 않나?”
“물론입니다.”
몇몇의 학생이 대답했다.
“그 하나의 종이 울리던 날,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콜롬비아에서 대지진이 일어났어. 그런데 유일하게 그 종만 콜롬비아 산 구리로 만들어 졌다는 거야. 그러니까 지질학적 콜롬비아가 모체가 되고 그 구리가 자식체가 되어서 지진의 영향을 받았다는 게 가장 적합한 추론이지.”
“불연속에서의 엄청난 우연입니다.”
똘망똘망한 눈을 가진 단정한 남학생이 대답했다.
“아, 과연 그럴까? 불연속에서의 엄청난 우연이라, 기뻐할 남편들이 많겠어. 아내의 입덧을 대신 하지 않는 남편은 아내를 사랑하지 않는 다는 뜻으로 귀결되는 그 속설을 싫어하는 남편들 말이야.”
“하하하”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사실 그건 너무 큰 오류를 범하는 일이지. 일단 우리는 이것을 두 가지 이론에 접목시켜 보자, 하나는 물리학에서 말하는 양자얽힘, 또 다른 하나는 심리학에서 말하는 싱크이론. 자, 이제 여러분들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다. 오늘 날과 같은 자유 무역시대에 이런 현상은 양자가 얽힌 것일까, 아니면 동시에 일어난 우연일까? 콜롬비아에서 생산된 후 다른 나라로 수출 된 구리종이 그것 하나 뿐은 아니었을 텐데 말이야. 다른 나라로 수출 된 수많은 구리종들이 아닌 단 하나의 구리종만 지진의 영향을 받은 일화, 아내를 사랑하는 수많은 남편들 중 입덧을 대신하는 남편은 극소수에 불과한 이 현상의 차이는 과연 뭘까? 그 연결점은 어디서 찾을 수 있으며 또 그것은 무엇이고 어떻게 연결되는 것일까?”
“교수님 질문 있습니다.”
붕어눈을 한 덩치 큰 남학생이 손을 들더니 대뜸 질문을 했다.
“생물학적 모체와 자식체는 뭐 그렇다 쳐도요. 아까 그 콜롬비아 산 구리종에 대한 이야기는 금속과 지질과의 관계가 모체와 자식 체가 될 수도 있다는 뜻이 되는데 정말로 그게 가능한 건가요?”
“그렇지. 세상 모든 만물에는 존재의 이유가 있을 테니 그것의 영향이 우리에게까지 미치지 못하더라도 다른 누군가 혹은 무언가 와는 분명히 뗄 수 없는 어떠한 연결 고리가 있을 거야. 그러한 과정을 연구하고 발견해 내는 것이 과학이 아니던가?”
“그럼 제가 키우던 식물도 자식 체가 될 수 있어요?”
덥수룩한 더벅머리에 수염까지 기른 한 남학생이 물었다.
“너무 좋은 질문이다. 자 내 대답은 그렇다. 하등 식물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나와 어떤 식으로든 교류를 하게 된다면 우리는 서로 연결될 수 있다. 콜롬비아의 땅과 콜롬비아 산 구리종처럼, 한 남자와 따로 담긴 그의 정자처럼, 그래서 텔레파시는 가능하다. 하지만 아까도 말했듯이 연결점을 찾는 것, 그것이 1차적 문제다. 2차적 문제는 무엇일까?”
“연결점을 찾는 것이 1차적 문제라면 연결을 하는 것이 2차적 문제가 아닐까요?”
한 학생이 대답했다.
“정답이다. 여러분에게 미리 말하지만 나는 그 1차적 문제를 풀었다. 그리고 2차적 문제를 풀기위해 시도를 하고 있지.”
“교수님. 그럼 이번 테슬라 대회의 참가작이 텔레파시의 1차 연결점의 발견에 대한 것인가요?”
“이제 감이오나?”
“우와~!!”
여기저기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아직까진 텔레파시가 가능하다고 믿는 많은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게 있다. 생각을 언어화시킬 수 있다는 가설. 아까 내가 여러분에게 물었지. 과학이 뭔지, 사랑이 뭔지. 과학은 사랑처럼 복잡한 감정이 아닌데도 대답이 다 달랐어. 하물며 사람의 그 복잡 미묘한 감정의 대표라 할 수 있는 사랑은? 사람마다 다 한 단어에 대해 인식하고 있는 게 다른데 그걸 어떻게 언어화시킬 수 있겠나? 어떤 한 단어에 대해서 모든 사람이 같은 주파수를 가질 수는 없을 텐데.”
학생들의 마음속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감정이 어떻게 일어나지?”
“사람의 뇌에 있는 뉴런이라는 1000억 개 이상의 신경세포를 연결하는 시냅스에서 분비하는 화학 물질의 반응으로 일어납니다.”
수다스러운 여학생 민주가 또 대답했다.
“그렇지. 이렇듯 방대한 양의 뉴런으로 연결되어 있는 복잡한 네트워크로 구성된 것이 우리의 뇌다. 어떠한 순간에 두뇌에서 발생하는 자극은 수 조개에 이르는데 그렇다면 텔레파시는 어떻게 해야 가능한 걸까?”
모두가 궁금한 눈으로 쳐다봤다.
“그것은 감정이다. 다른 사람보다 훨씬 눈치 빠르고 센스 있고 예민한 사람이 있어. 그런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이미 다른 사람의 마음을 조금씩 읽고 있는 거야. 누군가 내 뒤를 따라 온다. 뒤에 눈이 달리지 않았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그걸 눈치 채. 직감이 좋은 사람은 일찍부터 그걸 느낄 테고.”
이석이 서로를 바라보며 말했다.
“난 네가 맘에 들어.”
학생들이 모두 서로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싸한 기운이 서로의 심장을 에워쌌다.
잠시 정적이 흐르고 이석이 학생들을 둘러보며 다시 말했다.
“어떠한 상황에서 누군가가 여러분에게 이렇게 말한다면 그 말의 진정한 뜻을 알기 위해 하루 종일 고심에 빠지겠지. 이 사람이 정말 날 좋아하나? 나에게 반했나? 나한테 장난을 치나? 나한테 뭐 원하는 게 있나? 아님 이 사람은 모두를 맘에 들어 하는 사람인가? 등 여러 가지 생각이 들겠고 급기야는 둘 사이에 오해도 생길 테고 말이야. 그러니 텔레파시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먼저 예술가가 돼야 해, 음...... 내 말은 다른 사람이 느끼는 감정의 폭이 100배 아니 1000배 정도 넓은 사람이라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얘기지. 표정과 분위기만으로도 한 사람의 마음을 콕 집어서 알아낼 수 있는 사람, 거기서 더 발전해서 표정을 보지 않아도 누군가의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초감각의 소유자.
아직까지는 그런 사람이 없다. 하지만 우리가 만들 수 있다.”
모두가 조용했다.
이석은 말을 이어갔다.
“자! 사람의 감정의 폭을 넓히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텔레파시 언어 분석을 위한 첫 번째 단계,
감정의 주파수.
우리는 그걸 연구할 거다. 일단 오늘으 여기까지.”
학생들의 눈에 스파크가 튀었다. 그런 그들의 고개가 또 서로를 향해 돌아가게 하는 이석의 한 마디.
“해서로 학생, 잠시 저 좀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