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판타지/SF
프로젝트 나르키소스
작가 : 도아
작품등록일 : 2018.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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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디엘-기억상실 환자의 신경과민 노이로제
작성일 : 18-02-18     조회 : 398     추천 : 2     분량 : 70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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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드니, 오스트레일리아-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 시내 중심가를 가로질러 오페라 하우스를 뒤로 하고 하버 브리지를 건너 북쪽 해안선을 따라 한참을 달리면 국내에서 유일하게 기억상실 환자들을 위한 시스템이 마련된 성 알프레드 정신병원이 있다.

 

 이곳은 오래 전 영국 수상의 숨겨진 아들이 사고로 기억을 잃게 되자 잃어버린 기억을 남몰래 되찾아 주기 위해 연방 국가인 호주로 보내 연구를 진행하도록 지원해 주었던 곳이다.

 

 연구는 성공리에 진행되었으며 수상의 아들도 차츰 기억을 찾아가 회복되는 듯 했으나 담당의였던 유망한 의사인 미아 스탈이 나라를 뒤흔들어 놓은 전대미문의 사건 속 한 가운데에서 목숨을 잃게 되었다. 세계의 관심이 집중 된 그 사건으로 인해 그 당시 그녀의 죽음과 관련된 기사들이 나돌면서 영국 수상의 숨겨진 아들에 대한 소문도 점차 나라 안팎으로 퍼져가기 시작했다.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된 수상의 아들은 다른 연구원들에게 치료받는 것을 거부하고 완전 회복을 이루지 못한 채 영국으로 돌아갔다. 그후로 그에 대한 이야기는 점차 사그라 들었지만 성 알프레드 정신병원은 영국 정부로부터의 연구비 지원을 더 이상 받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영국 정부는 그 당시 의사들에게 영국에서의 연구 활동을 제안해 임원들 모두가 떠나갔다. 그때부터 현재까지 이 병원에 남은 의사는 미아 박사의 오랜 친구인 헤이즐 박사뿐이다.

 

 호주 정부는 헤이즐 박사에게 자유롭게 연구를 할 수 있도록 모든 권한을 부여하고 그녀의 휘하에 있는 다른 연구진들을 포함해 그들 모두가 지속적인 연구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총체적인 지원을 해주고 있다.

 

 그 약속은 나라의 재산이었던 잃어버린 과학자 휴 스탈이 기억을 잃은 채 돌아온 후로 체결 되었으며 그들 모두는 휴 스탈의 기억을 꼭 다시 찾겠다는 약속과 함께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휴 스탈은 미아 박사의 남편이며 그녀의 연구 결과에 크게 기여를 한 인물이기도 하다.

 

 모두가 그의 기억을 찾고 싶어 한다.

 

 ***

 

 디엘은 시드니에 있는 한 호텔에 막 도착했다.

 

 이른 아침 블라인드를 치고 창 밖으로 고개를 내미니 선선한 바닷바람이 오페라 하우스의 하얀 지붕들을 쓸고 디엘의 머리카락 사이를 헤집고 지나갔다. 고층에서 내려다보는 시드니는 이른 시간부터 페리를 타고 출퇴근을 하는 이들과 어우러져 제대로 된 항구도시의 풍경을 맘껏 과시하고 있었다.

 

 디엘이 집어 든 조간신문에는 휴에 관한 기사가 또 실려 있었다.

 

 ‘닥터 도로시가 말하는 닥터 휴의 정신 감정 리포트 극비 입수’

 

 예전처럼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기사는 아니었지만 꾸준히 기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관심거리는 분명했다.

 

 “제목도 참."

 

 디엘은 혼잣말로 한마디 내뱉고 다음엔 한숨을 내쉬었다.

 

 바다 향을 나르는 그 날의 바람은 더운 날씨에 비해 차고 가벼웠지만 디엘의 마음은 먹구름을 안은 듯 무거웠다.

 

 2년 전 죽은 아내의 시체가 이역만리 떨어진 곳에서 발견되었으니 그녀의 묘를 열어보겠다는 이야기를 기억을 잃은 채 정신 병원에 있는 사람에게 전해야 하고 또 그에게서 허락을 받는 것이 그녀가 이곳에 온 이유이기 때문이다.

 

 ***

 

 -성 알프레드 정신 병원, 특별 병실 27호

 

 마주앉은 두 사람의 거리가 대략 1미터 정도로 유지되게끔 그들 사이에 탁상이 놓여 있었다. 휴는 팔짱을 낀 채 하품을 하고 있고 헤이즐 박사는 가느다란 손끝을 소형 녹음기로 가져가 녹음 버튼을 눌렀다. 이렇게 그들은 여느 때와 다름없는 하루를 시작했다.

 

 “2025년 12월 15일 오전 9시. 환자 번호 233번. 이름 휴 스탈. 병명 장기 기억상실증. 입원 기간 2년 1개월 10일. 801번째 녹음을 시작합니다. 환자와 함께하는 기록입니다. 동의합니까?”

 “예.”

 “이름이 무엇입니까?”

 “휴 스탈입니다.”

 “제가 누군지 아십니까?”

 “제 담당의사인 헤이즐 박사님입니다.”

 “아침은 무엇을 드셨습니까?”

 “단맛이 나는 훈제 햄과 토마토, 양상추가 곁들여진 치즈크림 샌드위치와 사과 주스 입니다.”

 “식사는 마음에 드셨습니까?”

 “예.”

 “오늘 아침 기분은 어떻습니까?”

 “뭐...... 그저 그렇습니다.”

 “지난밤엔 꿈을 꾸셨습니까?”

 “예.”

 “어떤 내용의 꿈입니까?”

 “푸른 눈이 내리는 꿈입니다.”

 “꿈의 내용을 자세하게 묘사해 보시겠습니까?”

 “제가 드넓은 해변 한가운데에 서 있는데 하늘에서 푸른 눈이 내리고 주변은 온통 붉은 빛 모래투성인 곳에 서서……”

 

 헤이즐 박사 앞에 놓인 전자 서류에 한 줄씩 공백이 채워졌다. 그녀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그 전자패드를 가만 들여다보았다. 도대체 달라진 것이라고는 매일 마다 다른 아침 메뉴뿐이니 그녀의 입에선 하품대신 한숨이 나왔다.

 

 대체적으로 심리적인 것을 중점으로 물어보지만 그의 대답은 ‘그저 그렇다’, ‘나는 괜찮다’ 혹은 ‘별로다’, ‘상관없다’ 등등 무미건조하고 의지가 결여된 소극적인 태도로 내뱉는 말들뿐이었다. 이렇듯 일방적인 질문과 대답으로 이루어진 그들의 면담은 약 30분간 지속된 후 다음 일정을 잡는 것으로 말미를 거두었다.

 

 “오늘은 점심시간 전에 종합 검진이 있으니 무리한 운동은 하지 마세요. 그럼 이따 뵙지요.”

 

 휴는 간단한 목례로 대답을 대신했다.

 

 박사가 나간 후 휴는 덩그러니 혼자 병실에 남았다. 익숙한 일과였다. 그에게 주어진 시간, 그에게는 익숙한 고독을 즐기거나 독서, 또는 인터넷 접속이 차단 된 컴퓨터로 주어진 게임을 하는 세 가지의 선택이 있다. 운동이 제한 된 오전 시간이라면 시간이나 죽일 겸 간단한 컴퓨터 카드게임을 즐기는 게 낫다는 생각을 하고 책상으로 걸음을 옮겼다. 문득 스쳐지나가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 그는 걷다 말고 되돌아가 거울을 한 번 들여다보았다.

 

 생각보다 멀끔하고 건강한 혈색이 도는 한 남자가 말끔히 면도가 된 턱 주변을 한 번 쓰다듬어 보고는 거칠다고 느껴지는 한 부분을 연속적으로 문질러댔다.

 그는 화장실로 달려가 면도용 크림을 짜서 턱에 바르고는 나지도 않은 턱 수염을 밀어보겠다고 면도질을 하다 결국에는 피를 보고야 말았다.

 

 ***

 

 병원장이라는 직위에 걸맞지 않은 젊은 나이의 헤이즐 박사.

 

 비록 나이는 젊지만 갖춘 소양 지식과 교육 정도는 상당히 높은 편이며 나라에서 믿고 지원을 해 줄만큼 경력이 화려한 재원이다.

 

 외모는 나이보다 조숙해 보이지만 나름 미인의 반열에 들어선다고 스스로 자부심을 가지는 자기 이상주의적 성향의 여자다. 그래서 그런지 그녀를 얕잡아 보거나 우습게 여기는 사람은 좀체 주변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오직 그녀의 VIP 환자인 휴 스탈만이 그녀를 쥐락펴락 하며 꿰뚫어 볼 수 있다고 해야 할까?

 

 그것을 못 마땅히 여기면서도 어쩔 수 없이 수긍하는 그녀의 모습이 휴의 눈에 가끔 귀여운 인상을 남겨주곤 했다.

 

 그녀는 그날도 평소처럼 별반 소득 없는 오전의 형식적인 면담을 마치고 다음 단계인 신체 기능 감식 준비를 위해 발길을 돌리고 있었다.

 

 이 단계는 큰 어려움이 없다. 성능 좋은 컴퓨터가 휴의 신체 구석구석을 스캔하고 판단하고 신진대사를 활발히 하기 위해 적절한 약물을 투여하고 조건과 상태에 알맞게 식단 프로그램까지 짜주니 커피나 한잔 들이면서 잠시 동안 여유를 즐기면 된다.

 

 어느 날 갑자기 적색경보가 들어와 질병 예보나 천재지변을 통보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런데 바로 그날 발길을 돌리고 여유로운 커피 타임을 위해 준비하고 있던 중 갑자기 27번 특별 병실에서 긴급 구조 호출이 울렸다.

 

 그와 동시에 만사를 제쳐두고 주변 의사들과 함께 흰색 가운을 휘날리며 달리는 헤이즐 박사.

 

 지하 깊숙이 내려간 엘리베이터가 끌어 올려 지기 전에 비상문을 활짝 열고 두세 계단을 한 번에 오르며 가까스로 병실 문 앞에 다다랐다. 때마침 근처에 있던 간호조무사가 막 병실 문을 나서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무슨 일이지?”

 

 헤이즐은 그 조무사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병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면도를 하다가 베었답니다.”

 

 어깨너머에서 조무사의 대답이 들려왔고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턱에 반창고를 붙인 휴가 병상에 누워 끙끙 앓고 있는 한숨이 터져 나오는 모습이었다.

 

 “무슨 일이지? 턱은 왜 그래?”

 “방금 못 들었나? 면도를 하다가 베었다고.”

 “아니, 내 말은 긴급 호출 버튼은 왜 눌렀냐고?”

 “......”

 “설마, 또 야?”

 “이 병원이 피바다가 됐을지도 모를 일인데 특급환자가 이 정도 소란도 못 피우나?”

 휴가 히죽거리며 반문했다.

 

 할 말을 잃은 헤이즐은 헛기침을 두어 번 하고는 뒤이어 도착한 다른 의사들에게 돌아가라는 눈치를 보였다.

 

 단 둘이 남은 병실에 서서 어색한 침묵을 못 견디겠다는 듯 헤이즐 박사가 드르륵 소리를 내며 두 개의 의자를 끌어 당겼다. 하나는 그의 앞에 내밀고 고개를 까딱여 앉으라며 눈짓을 보냈다.

 

 휴가 병상에 누워 있으니 못 앉겠다고 박박 우길 것만 같아 헤이즐은 입안에 할 말을 가득 담고 그를 노려보았다. 그

빌리이브 18-02-19 13:07
 
ㅋㅋㅋ 저 휴잭맨 좋아해요!
어릴 적 좋아했던 사람 미들 네임도 휴 이고.
한국말로 함 좀 그치만, 휴, 멋진 남자 이름이죠. ^^
  ┖
류시아 18-02-19 13:11
 
오 그러고보니 휴잭맨 호주 남잔데 이미지가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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