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판타지/SF
프로젝트 나르키소스
작가 : 도아
작품등록일 : 2018.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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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서로-들린다, 너의 심장소리
작성일 : 18-03-14     조회 : 390     추천 : 2     분량 : 7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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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린다, 너의 심장 소리>

 

 이석과의 잦은 말다툼도 이제는 익숙해질 무렵, 오늘은 학교에 와서 수업을 들으라는 이석의 지시에 따라 서로는 오랜만에 학교를 찾는 길이었다.

 

 지난번 첫 강의 이후론 그의 집 연구실에서 테슬라 대회의 공동 참여를 위해 밤낮으로 보내 온 터라 오늘이 다른 학생들에겐 10번째 수업이 서로에겐 2번째 수업이었다.

 

 서로가 평소처럼 버스정류장에 서있을 때 이따금씩 만나곤 했던 동기생 정훈과 마주쳤다.

 

 “어? 서로야! 너 오늘 학교가?”

 “최정훈 오랜만.”

 

 서로는 푹 눌러쓴 볼캡을 위로 살짝 들어 올리며 그에게 미소와 함께 인사했다.

 

 그는 학교에서 서로와 함께 유일하게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 후원자가 있는 학생이기에 비슷한 처지를 이해할 수 있는 친한 동기였다.

 

 그래도 정훈은 부모님이 두 분 다 살아 계시기에 서로만큼 어려운 환경은 아니지만 그에게는 아래로 다운증훈군인 쌍둥이 동생이 있어 그것이 그가 생명공학을 공부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테슬라 대회 준비하느라 못나온다더니, 이제 준비 다 된 거야?”

 “아니, 아직 아닌데 교수님이 오늘은 꼭 나오라고 하셔서”

 “그래? 이상하네. 오늘은 실전이라 지난 수업을 못 들어서 넌 못 할거 같은데. 근데 오늘은 꼭 나오라고 했단 말이야? 너 놀리려는 거 아니야?”

 

 정훈이 서로를 약 올리듯 말했다.

 

 “뭐? 아니 날 빼놓고 뭘 가르친 거야 그 또라이 교수는? 어이가 없네. 어서 말해봐 뭘 배웠는지 그래야 내가 오늘 수업에서 뭐라도 알아들을 거 아니야!”

 

 서로는 절박한 듯 하면서도 화를 내는 말투로 정훈을 보챘다.

 

 “아, 미안 글쎄 그게 사실은 1급 비밀이라서...... 이런 것도 말하면 안 되는데 오늘 너보고 오라고 한 거 보니까 교수님이 가르쳐 주시겠지 설마, 이따 수업 들어올 거 아니야.”

 

 난감한 상황인 것을 직시한 정훈이 은근히 발을 빼며 서로를 달래듯이 답했다.

 

 “유치하게 1급 비밀이라니, 그건 또 뭔 말이야?”

 

 그 와중에 말실수를 한 정훈은 자신의 대답을 수습은 해야 하고 서로와의 친분 때문에 모른 척 넘어가기도 미안한 마음이 들어 적당히 우회하여 말했다.

 

 “너도 알다시피 우리가 대한민국 최고의 브레인 아니냐! 국정원에서 데려가서 스파이로 키운 데도 아까운 인재들이니 앞날을 위해서 미리 훈련시키는 것 같아. 아무래도 나 이석 교수님이 온 이유가 그냥 단순 심흥수 교수 대타는 아니야 분명, 그건 확실해.”

 

 “천하의 해서로가 무슨 말인지 도통 모르겠네.”

 “네가 오늘 와서 직접 들어. 난 더 이상은 말 못해.”

 “아 답답하네, 거 참. 어?? 야! 버스! 버스 놓칠 거 같아.”

 

 그들이 대화를 하는 사이 기다리던 버스가 지나쳐 가는 것을 보고 서로가 다급하게 말했다. 크게 손을 내젓자 서로를 발견한 운전수가 앞서 멀찌감치 급하게 차를 세워 그들을 기다려 주었다.

 

 “어 섰다.”

 정훈이 고개를 멀리 내밀며 말했다.

 

 “뭐해 얼른 뛰자.”

 

 서로는 사람들 사이를 헤집으며 뒤도 안돌아 보고 버스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고 뒤따라 달려오려던 정훈은 누군가가 발을 밟아 운동화 끈이 풀어진 탓에 몸이 기우뚱하여 멈춰 섰지만 서로는 그것을 미처 보지 못했다.

 

 그저 정훈이 뒤쳐진다고 생각했지만 그때 달려가는 서로의 왼손으로 ‘스윽’ 들어오는 한 남자의 육중한 손.

 

 서로는 냅다 그 손을 그러잡고 버스에 올라타 가쁜 숨을 가다듬으며 뒤에 좌석이 남아 있는 곳으로 그를 끌고 들어갔다.

 

 가는 내내 정훈을 볶아대 지난 수업 내용에 대해 뭐라도 더 들을 심산이었다.

 

 “여기 좀 앉자.”

 

 왼쪽 손을 잡고 선 정훈을 버스 창가 자리로 들이밀며 말했을 때,

 

 “헉!”

 

 순순히 안쪽 자리로 들어가 앉아 팔짱을 끼고 고개를 돌려 묘한 시선으로 서로를 올려다보는 사람은 다름 아닌 이석이었다.

 

 “아니, 교수님이 여기 왜?”

 

 서로의 얼굴이 급격히 붉어졌다. 자신이 컨트롤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순간이었고 뜻밖이었고 요란하게 쿵쾅거리는 심장 때문에 그 이상의 다른 말이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았다.

 

 “아~ 시끄러워.”

 “뭐가요?”

 “네 심장 소리가 여기까지 들려.”

 “들리긴 뭐가 들려요?”

 “왜 넌 숨 안 쉬어?”

 “아 나 진짜”

 

 짜증이 마구 솟구쳐 댔다.

 

 “진짜 뭐?”

 “왜 남의 손을 잡고 그래요?”

 “정훈이란 애는 되고 난 왜 안 되는데? 내가 걘 줄 알고 잡고 뛴 거 아니야?”

 “그건 교수님이 상관할 일이 아니잖아요.”

 “상관할 만하니까 상관하는 거야. 앉기나 해.”

 

 이석은 서로의 왼팔을 잡아 당겨 옆자리에 털썩 앉혔다.

 

 “됐어요. 전 서서 갈래요.”

 

 억지로 일어서려는 서로의 팔을 이석이 다시 잡아끌었다.

 

 그 때 버스가 턱을 넘었는지 순간 크게 덜컹거려 서로의 몸이 이석 쪽으로 순식간에 기울어져 서로의 상체가 이석의 가슴으로 팍 쏠려 안겨지고 말았다.

 

 “안기지 말고 앉으라고. 할 얘기 있으니까.”

 

 매번 그에게 지게 되는 상황이 익숙해지면 안 되는데 그의 말을 듣고는 두 번 자리에서 일어서려 하진 않았다.

 

 민망한 상황을 수습하기엔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것이 상책이란 생각에 현실적인 타협을 하고는 이렇게 된 김에 수업 내용이라도 좀 알고 가고 싶어 옆에 앉는 거라고 스스로 이유를 만들었다.

 

 “할 얘기가 뭔데요?”

 

 앉자마자 팔짱을 낀 채 톡 쏘아붙이는 서로의 질문에 이석이 말했다.

 

 “이따 수업시간에 얘기해 줄게.”

 

 (‘아~ 날 인내심 테스트 하는구나!’)

 

 서로의 혈압이 오를 대로 올라선지 빨라진 심장 박동이 잦아들지를 않았다.

 

 “정훈이란 애랑 어울리지 마. 토 달지 말고 이유 묻지 말고 따지지도 말고 궁금해 하지도 마. 그냥 내 말 들어.”

 

 바로 옆에 앉아 또 차갑고 뜨거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그의 눈은 어느새 서로를 순한 양처럼 길들이고 있었다.

 

 ***

 

 강의실 안은 어두웠다. 이유는 모르지만 차라리 나았다. 어떤 이유로든 지옥 같은 수업이 될게 뻔한데 이석을 마주하고 내내 수업을 듣는 것이 오늘만큼 싫은 날은 없었다.

 

 ‘후’ 하고 한숨이 절로 나왔다.

 

 안도의 한숨인지 답답함의 한숨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두운 강의실을 유일하게 밝히고 있는 것은 이석이 서 있는 강단의 가운데에서 반짝이는 형형색색의 동그란 전기구슬 9개를 휘감은 커다란 크리스마스 트리였다.

 

 어두운 가운데 주변을 둘러보니 9명의 학생들은 하나같이 똑같은 모자를 쓰고 앉아 있는 모습이 서로의 눈에 들어왔다.

 

 졸업반이 되기까지 함께 한 동기들이지만 지금껏 과 티나 과 모자를 맞춘다는 걸 생각하지도 못할 만큼 그들은 대한민국에서 누구보다도 공부하기에 여념에 없는 사람들이란 걸 서로는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이 광경이 여간 신기한 게 아니었다.

 

 (‘시즌도 갔는데 웬 크리스마스 트리? 트리 장식에 불이 켜져 있는 거 보니 전기가 나간 건 아닌데’)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강의실로 들어서자 이석이 먼저 말을 걸며 아는 체를 했다.

 

 “해 서로 학생은 오랜만에 강의실에서 보네. 그 동안 나랑 개인 수업하던 게 오늘 여기서 빛을 좀 봐야 할 텐데.”

 

 (‘나 몰래 꿈속 들여다 본 거 말고 자기가 나랑 한 게 뭐 있다고...... 참 나’)

 

 서로는 무어라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눈만 한번 끔뻑였다.

 

 “세상에 비밀이 어디 있나?”

 

 -큭큭 큭큭

 

 여기저기서 학생들이 웃음 참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왜 저러지 다들’)

 

 서로는 이상한 강의실 분위기 때문에 뭔가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 겨우 앉았다.

 

 “다들 지난 시간 동안 공부하고 연구한 걸 이제 여기서 확인해 봐야겠지? 그럼 시작에 앞서 먼저 화면을 봅시다. 여기 수업 따라가기 바쁜 학생이 하나 있으니 우리는 복습하고 들어갑니다.”

 

 이석의 뒤로 큰 화면이 벽면에 나타나자 모두가 레이저 눈으로 바라봤다.

 

 [-주파수란?

 

 -물리학에서 어떤 두 지점간의 끊임 없는 전기적 에너지의 흐름을 측정한 값

 

 -가공된 캔류나 식품은 0hz

 -신선한 제품은 15hz

 -건조한 허브 12-22hz

 -신선한 허브 20-27hz

 -수목으로부터 추출한 피톤치드 52hz

 -장미유의 경유 320 hz

 -건강한 사람 신체 62hz-78hz]

 

 “화면에 보이는 바와 같이 물질은 제마다 특유의 전기적 주파수를 지니고 있다. 여길 보면 그 중에서도 식물 정유가 허브나 다른 식품의 주파수보다 수 배 이상의 높은 주파수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밝혀진 바에 의하면 피톤치드는 천연물 중 가장 높은 주파수를 가지고 있어서 박테리아, 바이러스 또는 균들이 생존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들어주기에 공기 정화에 아주 유용하게 쓰이고 있지.

 

 그럼 사람의 주파수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자. 우리 사람 몸의 주파수로 건강 측정도 가능하기 때문에 의료기기분야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신체의 주파수가 58hz 이하가 되면 질병에 걸리게 되는데 초당 만들어 내는 파동에 따라 에너지의 크기가 따르기 때문이지. 그렇기 때문에 특정 주파수가 특정 세포나 바이러스를 파괴할 수도 있고 특정 주파수가 질병의 진행을 저지하고 또 치료를 할 수도 있다.”

 

 벽면의 화면이 다음으로 넘어갔다.

 

 [-뇌파란?

 

 -의학에서 뇌신경 사이에 신호가 전달될 때 생기는 전기적 에너지의 흐름

 

 -감마파- 주파수 30hz 이상

 -베타파- 주파수 13-30h 사이

 -알파파- 주파수 8-12.99hz 사이

 -세타파- 주파수 4-7.99hz사이

 -델타파- 주파수 0.2-3.99hz 사이]

 

 “사람은 특정 뇌파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그 특정한 뇌파를 다른 사람이 해독할 수 있다면 본인이 원하지 않아도 자신의 생각이 다른 사람에 의해 읽혀질 수 있겠지. 그게 가능해 진다면 후엔 자신의 생각을 못 읽게 하는 기술이 또 발명될 테고 그렇다면 제대로 된 상호간의 텔레파시를 위해선 상대방의 주파수에 맞춰 자신이 뇌 파장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하는 거다. 자 그 능력을 키우기에 앞서 생각을 전달하는 것을 오늘 해볼 거다. 이제 우리가 지난 시간 동안 학습한 걸 확인해 봐야 하는 시간이 왔는데 준비됐나, 여러분?”

 

 “예, 준비됐습니다.”

 

 모든 학생이 동시에 대답했다.

 

 “그럼 내가 먼저 좀 더 고차원적인 텔레파시를 보여주는 방법으로 해 서로의 생각을 말해볼까?”

 

 (‘또 저런다, 저 또라이 교수’)

 

 조소를 띈 서로의 표정을 어두움 속에도 이석이 놓쳤을 리 없다.

 

 “지금 나를 엄청 비웃고 있는데 내가 허풍을 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고.”

 

 (‘저 사람이 미쳤나?’)

 서로의 큰 눈이 두 배로 커졌다.

 

 “자꾸 나를 또라이, 정신병자로 여기는 게 영 맘에 안 드는데 지금은 어쩔 수 없지. 쯧”

 

 말끝에 혀를 차며 이석이 못마땅한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보았다.

 

 (‘저 진지한 표정은 뭐지 정말로 내 생각을 읽는 걸 아닐 테고’)

 

 “괜찮아 해 서로, 네 마음 들킨다고 달라지는 건 없어. 어차피 다들 알게 될 테니까. 그러니 지금부터 마음 비우고 한 가지에 집중한다.”

 “지금 제 생각을 읽겠다고 말씀하시는 거죠?”

 “그렇다.”

 

 다른 9명의 학생들은 서로와 이석을 번갈아 가며 쳐다보았다.

 

 (‘불안한데...... 왠지 저 또라이는 진짜 내 생각을 읽을 거 같아......’)

 

 이석의 입 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서로의 양손은 머리 위에 쓴 야구모자 때문에 잡히지도 않는 머리칼을 쥐어 뜯을 듯이 머리 근처를 배회하고 있었다. 이 와중에 자꾸 안 하려고 해도 버스 안에서 그의 가슴팍으로 떠밀려 안겨진 상황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걸 멈출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미친놈, 미친놈, 미친놈’)

 서로는 머릿속에 이 한 가지만 집중적으로 되새겼다.

 

 “아니라니까 자꾸 그러네. 서로가 너무 불순한 생각을 해서 내가 차마 말을 못하겠다. 다음번에 너희가 직접 읽어라. 안되겠다.”

 

 이석은 등을 돌려 웃음을 한번 지었다. 그리고 다시 표정을 가다듬고 말을 이었다.

 

 “지난밤 자기 전에 제가 준 약을 먹은 사람은 지금 이곳의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는 걸 벌써 느끼고 있을 겁니다. 자 여러분이 파동을 느끼고 있다면 그것이 텔레파시의 시작입니다. 지금 쓰고 있는 모자가 뇌를 전극봉에 연결시켜주었습니다. 그러니 그 모자를 리모컨이라 생각하고 이제 끄세요. 지금!”

 

 완전한 어두움이 갑작스레 내려앉았다.

 

 “앗”

 “헉”

 “엄마야!”

 “컥”

 

 여기저기서 학생들이 내지르는 탄성이 강의실을 울렸다.

 

 모두가 보면서도 자신이 했다는 것을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

 

 강의실 가운데 서있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휘감고 있는 동그란 9개의 전기장식이 동시다발적으로 꺼진 것이었다.

 

 완전한 어둠이 찾아왔다.

 

 모두들 이 작은 성공에 박수를 치고 싶었지만 이석은 침착하게 수업을 이끌어갔다.

 

 “서로야 이제 네가 보여줄 차례야.” 왜인지 그의 목소리는 상냥했다.

 “네? 뭘요? 저는 교수님이랑 이런 거 연습한 적 없어요. 무슨 말씀이세요?”

 “그렇지. 너는 그럴 필요가 없었으니까.”

 

 이석은 어둠 속을 유유히 헤치며 서로가 있는 곳을 향해 걸어 왔다.

 

 누군가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강한 인기척을 서로도 느낄 수가 있었다.

 

 서로의 앞으로 다가선 그는 그녀의 왼쪽 손목을 낚아 채 순식간에 들어올렸다.

 

 그리고는 그녀가 저항할 새도 없이 빠르게, 깨닫지도 못할 만큼 날렵하게 손목에 찬 시계를 풀었다.

 

 “뭐 하는 거예요?”

 “이제 켜봐. 보여줘 어서.”

 “네?”

 

 뭘 보여주라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자신이 뭘 할 수 있는지 조차 알 수 없었다.

 

 그런 그의 말과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보여주라고 이들에게, 네가 할 수 있는 걸.”

 

 (‘내가 할 수 있는 것......’)

 

 "나 보고 싶지 않아?"

 

 서로는 그 순간 자기 앞에 선 그의 얼굴이 보고 싶었다.

 

 이유는 모른다.

 

 그의 말처럼 그저 그의 얼굴이 보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때였다.

 

 -파지직!

 

 천장에 있는 열두 개의 형광등에 불이 들어왔고 크리스마스 트리에 감긴 9개의 꺼진 전구 장식에 일제히 불이 들어왔다.

 

 그리고 서로의 모바일 폰에 저장된 음악이 하나 흘러나왔고 그 음악의 리듬에 맞춰 9개의 전구가 반짝였다.

 

 [You're just too good to be true]

 [당신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워요.]

 

 [Can't take my eyes off of you.]

 [차마 당신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어요.]

 

 [You'd be like heaven to touch.]

 [당신을 만진다면 천국을 느낄 수 있겠죠.]

 

 [I wanna hold you so much.]

 [당신을 너무도 안고 싶어요.]

 

 [At long last love has arrived.]

 [마침내 사랑이 내게 왔어요.]

 

 [And I thank God I'm alive.]

 [그리고 제가 살아있음에 신께 감사 드려요.]

 

 [You're just too good to be true.]

 [당신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워요.]

 

 [Can't take my eyes off of you.]

 [차마 당신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어요.]

 

 그들을 바라보는 9명의 시선은 느껴지지 않았다.

 

 온통 하얀 세상에 둘만이 서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작가의 말
 

 *음악: 영화 컨스피러시의 OST - Can't take my eyes off you

 

 *출처: [피톤치드 신비] 식물 중 가장 높은 피톤치드의 주파수(electric frequency) |작성자 피톤치드 삼림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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