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판타지/SF
프로젝트 나르키소스
작가 : 도아
작품등록일 : 2018.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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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서로-키스의 의미
작성일 : 18-03-25     조회 : 405     추천 : 1     분량 : 4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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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스의 의미>

 

 이석이 마른 수건 하나를 들고 와 서로의 젖은 머리카락을 닦아주었다.

 

 분명 낯선 환경에 낯선 사람처럼 이질적인 행동임에 분명하지만 서로는 그 순간 저도 모르게 눈이 감겼다.

 

 그의 부드러운 손길을 느끼고 있었지만 동시에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서성거렸다.

 

 “너의 머리는 이제 평범한 머리가 아니야. 너의 머리카락 사이를 헤집고 나오는 에너지로 많은 것을 할 수 있어.”

 

 이석은 아직 다 마르지 않아 촉촉한 서로의 머리카락을 쓰다듬다 그녀의 옆 머리를 쓸어 올려 머리핀 하나를 꽂아주었다.

 

 그리고 서로의 눈을 바라보았다.

 

 “네 눈은 이제 평범한 눈이 아니야. 여전히 예쁘고 사랑스러운 눈이지만 네가 누군가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누군가를 죽일 수도 있어.”

 

 이석은 맑은 수정처럼 반짝이는 서로의 눈에 꼭 맞는 안경을 씌워주며 말했다.

 

 이번에 이석은 힘없이 쳐진 서로의 손목을 잡아 오래된 그 시계를 풀고 다른 새로운 손목시계를 채워주었다.

 

 “지금까지 소중히 간직해줘서 고마워. 근데 이제 이것도 바꿀 때가 되었어. 너의 손도 더 이상은 평범한 손이 아니기에 네가 가진 이 특별한 힘을 스스로 조절하고 활용하기 위해선 이 시계가 필요해.”

 

 서로는 멍한 표정으로 이석의 말과 행동을 듣고 보았다.

 

 “혼란스럽구나.”

 

 이석은 또 서로의 생각을 읽었다.

 

 흠칫 놀라는 서로의 표정을 보고 이석이 한 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달래듯이 말했다.

 

 “네가 원하지 않으면 여기 이 시계의 빨간 버튼을 눌러. 이게 네 머리에서 나오는 주파수를 남들이 읽지 못하게 차단할거야. 그 동안 네가 차고 다닌 이 낡은 시계는 너의 주파수를 교란시켜 포이보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고 호환된 나의 시계로 제대로 된 정보를 전달해줬지. 하지만 이제 필요 없어. 이게 그보다 더 좋은 거니까. “

 “포이보스가 뭐에요?”

 “포이보스...... 그들은 스스로 태양의 신이라 일컫는 자들이지. 네 어머니를 실험하고 그로 인해 태어난 서준이를 데려가 실험하고 네 아버지를 식물인간을 만들고 또 그것을 빌미로 너를 실험하고...... 끝도 없지.”

 “그게 무슨 말이죠?”

 

 두려움에 떠는 목소리였다.

 

 “네가 지금껏 키다리 아저씨라 여겨온 후견인 심흥수 교수가 네 연구를 담당하는 포이보스의 멤버야.”

 “네??”

 “네가 어릴 적부터 심교수에게 정기검진을 받을 때마다 그가 너에게 특별한 약물을 주입해왔어.”

 “무슨 약물을요? 아니 그 보다 그럼 저희 아빠는요? 괜찮은 거예요?”

 “걱정 마, 네 아버지도 결국엔 우리가 구해 낼 거야.”

 “교수님은 대체 누구세요?”

 “말했잖아. 나는 네가 잊은 사람이라고.”

 “아니 지금 그 말이 아니잖아요.”

 “그럼...... 나는 심흥수 교수를 그렇게 만든 사람?!”

 “......”

 “네가 병문안을 갔던 그 날 심흥수 교수의 손목시계가 내가 그 동안 우회시킨 너의 주파수를 제대로 읽은 것 같아. 사실 심흥수 교수를 그렇게 만든 건 나야. 왜냐하면 그 당시 너에게서 특별한 파장이 감지되었고 심 교수가 그걸 알아채는 건 시간 문제였거든.”

 

 이석이 말을 이어가려 했지만 그 때 갑자기 이석의 손목시계가 프리즘 빛깔 같은 눈부신 빛을 발산하며 그들의 주변을 감싸기 시작했다.

 

 -으악!

 

 놀란 서로가 저도 모르게 소리를 내질렀다.

 

 “이게 뭐에요?”

 

 서로가 발버둥 치며 그 빛으로부터 떨어지려 하자 이석은 바르르 떠는 그녀의 손목을 낚아 채 단단히 붙들어 매며 말했다.

 

 “오늘만은 안 돼. 도망가지 마.”

 

 “이거 놔요! 지금 이게 뭐에요?”

 “글쎄! 도망가지 말라면 도망가지 말고 하지 말라면 하지 좀 마. 내가 너를 말로 설득시킬 자신이 있었으면 이런 식으로 하겠니? 두 번도 세 번도 아니니까 딱 한 번만 날 믿어라.”

 

 서로의 눈빛은 원망이 섞인 듯 해 보였다.

 

 “해서로!”

 

 이석은 커다란 두 손으로 서로의 작은 양 어깨를 잡고 흔들며 말했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내 얘기 잘 들어. 너 지금 위험하다.”

 

 서로는 놀란 토끼 눈으로 이석을 바라보았다.

 

 이석은 계속해서 말했다.

 

 “네가 이 세상에 태어나기 전부터 지금까지 널 지켜보는 이들이 있어. 평생을 감시하에 살아왔다는 말이다. 너는 태어나기 전부터…”

 

 이석은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잠시 머뭇거리다 다시 말했다.

 

 “네가 잠을 잘 때도 네가 도서관에서 공부를 할 때도 부모님과 형제가 사고로 죽던 그 날 밤도 넌 혼자가 아니었어. 항상 너를 지켜보는 눈들이 있어. 그러니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나만 믿어. 그래야 살아.”

 “도대체-”

 “글쎄, 아무 말도 하지 마. 이번만 내 말을 들어. 내 말을 믿어. 그냥 내가 하라는 대로 해. 그렇게 하기로 약속했잖아. 나중에 다 알게 될 거야.”

 

 서로가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보고서야

 

 “서준아!”

 

 이석이 다급하게 외쳤다.

 

 그러자 그 순간 천장이 양 쪽으로 열리더니 팡 하고 거대한 날개를 가진 서준이 그 사이에서 빠른 속도로 날아 내려와 어느새 공중에서 날개 짓을 하며 서 있었다. 순식간이었다.

 

 (‘서준 오빠...... 꿈이 아니었구나.’)

 

 서로가 벙벙한 표정으로 서준을 바라보고 있었다.

 

 “데려가!”

 

 이석의 말이 떨어지자 서준은 재빨리 날아 내려와 서로를 안아 올렸다. 그리고 그 때 이석이 서 있는 그 자리 주변으로 에너지 형태의 커다란 돔이 형성 되더니 공중으로 떠올라 마치 투명한 구슬 안에 갇힌 것처럼 보였다. 그 안에서 눈부시게 환한 빛과 가느다란 레이저들이 쉴 새 없이 밖으로 뻗어 나오기 시작했고 안에 갇힌 이석의 모습이 빛 속으로 사그라지고 있었다.

 

 서준은 서로를 한 손으로 안아 든 채 다른 한 손으론 자신의 손목에 채워진 시계의 버튼들을 일련의 공식이 있는 것처럼 눌러댔다. 그러자 이석을 가둔 커다란 구슬의 형태가 점점 투명해지더니 안에서 둥둥 떠 있는 모습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하더니

 

 “이리 가까이 와.”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서준이 서로를 안아 든 채 이석이 있는 쪽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공중에 떠 있는 둥근 빛의 형태는 마치 비눗방울처럼 투명해졌고 이석은 여전히 그 안에 떠 있었다.

 

 이석은 그를 가둔 비눗방울 형상의 에너지를 뚫고 바깥으로 양 손과 얼굴을 반쯤 내밀었다.

 

 공중에서 서준에게 들린 채 그에게 가까이 다가선 서로의 얼굴을 이석이 양손으로 움켜쥐었다. 그리고는 밖으로 반만 나온 그의 얼굴이, 입술이 서로의 입술 위를 가벼이 포갰다.

 

 그녀의 갈라진 입술 끝에 덮쳐 온 실크 같은 감촉.

 1초......

 나는 너의 메마른 머리 결, 핏기 없는 피부, 어두운 눈동자를 사랑하고

 2초......

 너의 그늘진 얼굴과 윤기 없는 손톱 그리고 따뜻한 심장을 사랑하고

 3초......

 너의 뜨거운 피를 사랑하고 너의 세포 하나하나를 사랑하고

 4초......

 부드러운 너의 가슴과 이 갈라진 입술 그리고

 5초......

 온전히 나의 것일 수 없는 너의 영혼마저 사랑한다.

 6초......

 미안하다. 너에게 용서를 구하기도 전에 감히 사랑을 원해서...

 

 서로가 어릴 땐, 가만히 홀로 있을 때면 눈물이 어린 소녀의 심장을 타고 강줄기처럼 흘러내렸다. 척박한 가슴이 그토록 젖어 와도 그립다는 말 밖에는 할 수가 없었다. 흐르던 강줄기는 사막 같은 심장에 핀 꽃 언저리를 맴돌다 어느새 싸늘한 소녀의 안에서 차갑게 얼어버렸지만

 

 이석의 입술이 더 진하게 서로의 입술을 덮고 있을 때,

 이석의 부드러운 손이 서로의 얼굴을 단단히 쥐고 있을 때,

 그 키스의 의미는 서로의 심장으로 온전히 전이되어 그 안에서 꽃을 피웠고 이슬방울 하나가 눈물이 되어 그의 손등 위로 톡 하고 떨어졌다.

 

 영롱한 푸른빛의 눈물방울이었다. 그 때,

 

 “위험합니다.”

 

 서준이 외쳤다. 그리고는 서로를 안아 든 채 공중으로 날아올라 열린 천장을 향해 수직 상승을 하기 시작했다.

 

 서로가 뒤를 돌아보았을 땐 그 구슬 형태의 빛은 소리 없이 터져버리고 아무 흔적도 없이 이석 또한 사라져 버리고 없었다.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태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바람을 가르며 서준의 팔에 안겨 날아가는 서로, 이상하게 이 느낌이 두렵지 않았다. 다만 사라진 이석이 머릿속을 꽉 채우고 있을 뿐이었다.

 

 서로는 고개를 올려 서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밤하늘이 자신의 세계인양 날갯짓하며 날아오르는 서준의 얼굴은 자잘하고 굵직한 생채기로 가득했고 서로를 안고 있는 그의 상반신은 얼굴보다 더한 상처들이 수를 놓고 있는 정도였다. 하지만 그의 몸은 따뜻했고 아주 단단했으며 얼굴엔 옅은 미소가 있었다.

 

 “괜찮아, 이 상처들은 금방 없어질 거야.”

 

 서로의 눈길을 느낀 서준이 말했다.

 

 “그런데 오빠, 나 교수님은 어떻게 된 거야?”

 

 서로가 입술을 움직이자 그제야 입 속에서 딱딱하고 작은 무언가가 혀끝에서 느껴졌다. 이석이 키스로 넘긴 마이크로 칩이었다.

 

 “죽을 거야 아마도...... 아주 고통스럽게......”

 “......”

 

 서준은 그 순간 서로의 표정에서 또 다른 고통을 볼 수 있었다.

 

 “네가 알 수 있을 거야. 그가 살아있다면.”

 

 이 말이 위로가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나 때문에 죽는 건 아니지?”

 “글쎄다. 너 대신 죽는 게 처음부터 그의 몫이었을지도 모르지.”

 

 서준은 사라진 이석에 대해 일말의 감정도 없다는 투로 말했다. 마치 그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처럼 여기는 듯 했다.

 

 “나 대신 죽는 게 어떻게 그의 몫이야?”

 “우리의 고통이 그에게서 비롯된 거니까 책임을 지는 것뿐이야.”

 

 “으악!”

 

 갑자기 어디선가 나타난 새떼가 그들 사이를 비집고 날아들어 왔다. 서준은 반사적으로 그의 날개를 안으로 접어 서로를 감싸 안았고 맨몸으로 바람을 맞으며 바닥을 향해 추락하는 듯 싶더니 어느새 여유로이 거센 중력을 이겨내고 다시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안정적으로 부유하는 느낌이 들자 서로는 서준의 가슴에 파고든 얼굴을 빼꼼히 밖으로 내밀어 보았다. 따뜻하게 감싸는 그의 두 날개 말고도 훠이 젓는 두 날개가 눈에 들어왔다.

 

 (‘나비처럼 4개의 날개를 가졌구나.’)

 

 “서로야, 너도 곧 나처럼 날 수 있을 거야.”

 “어떻게? 난 날개가 없는데?”

 “네 팔목에 있는 시계, 보니까 중력 조절기도 있는 새 제품이네. 앞으로 트레이너는 나야, 그러니 잘 모셔.”

 

 이석이 고통스럽게 죽는다는 마당에 서준의 얼굴엔 미소가 그칠 줄을 몰랐다.

 

 “춥지? 조금만 참아. 네가 만나야 할 사람이 있으니 그때까지 잠시 자둬.”

 

 서준이 말을 하자마자 서로에게 까무룩 잠이 찾아왔다.

 

조정우 18-03-25 08:57
 
* 비밀글 입니다.
  ┖
도아 18-03-25 09:25
 
* 비밀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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