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브의 티파티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오늘도 손님이 꽤 많았다.
“으아아아! 허브야, 팔 부러지겠다! 오늘 진짜 손님 많네. 뭐, 장사가 잘되면 좋은 일이지만.”
“언니, 조금만 더 참아봐요. 이제 저녁때라 금방 사람은 없어질 거예요. 네, 네! 갑니다! 언니, 32번 테이블에 주문 넣어 주세요. 1층이에요!”
후.
오늘은 평일인데도 손님이 꽤 많았다.
2층짜리 찻집을 여자 셋이서 운영하는 게 좀 벅차긴 했다.
게다가 오늘 같은 주말에는 기숙사 사람들 뿐만 아니라 평일의 2배로 오니까.
오늘 내가 맡은 일은 데스크.
2살 많은 언니 페퍼민트는 제일 힘든 메이드를 맡았다.
지금 주방에서 열심히 디저트를 만들고 차를 타는 사람은 스파티움이었다.
나는 힘들긴 했지만 무척 기뻤다.
처음 <티파티>라는 이름만 가지고 혼자 찻집을 시작한 지도 벌써 1년째.
그동안 친해진 페피 언니와 스피는 큰 도움이 되었다.
‘어쩌면, 저들이 없었으면 지금까지 찻집을 운영할 수 없었을지도.’
그리고 6개월만에 사람도 엄청나게 늘어서 2층까지 지었으니.
페피 언니와 스피의 외모도 거기 한 몫 했다.
페피 언니는 부드러운 연보라색 머리칼과 연두색 눈동자, 비록 쫄딱 망한 작은 나라지만 공국의 공녀.
거기에 아카데미 전체 수석이었고!
스피는 찬란한 금발과 분홍 눈동자를 가진 아름다운 여기사였다.
다 그 둘 덕분이야.
자신이 지금 어떤 모습을 한 지는 모른 채로, 허브가 화사하게 웃었다.
❋❋❋
때르르르릉! 때르르르릉!
티포트 아카데미의 직원, 라벤더는 아카데미 안 행정실에서 전화를 받았다.
“황제께 주전자와 물을. 티포트 아카데미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진한 분홍빛 머리칼을 길게 묶은 라벤더가 지친 목소리로 물었다.
“황제께 주전...자와 물...을. 저는 허브 티 레몬트레이라고 합니다.”
레몬트레이? 유명한 레몬트레이 준남작? 그 딸인가?
“레몬트레이 준남작 위 맞으십니까?”
“아, 네!”
“그럼 우선, 준남작님과 통화해야 합니다. 아카데미에 관한 사항은 어느 것이든 본인이 직접이 제 1원칙이거든요.”
“아, 네! 제가 준남작입니다!”
흠칫.
라벤더는 조금 놀랐다.
핫 뉴스에 떠서 젊은 여성이라고는 했지만, 목소리를 들어 보니 젊은 여성이 아니라 대략 18~19세쯤 되는 어린 소녀인 것 같았다.
이런 소녀가 업적으로 준남작 위를 받다니!
라벤더는 조금 더 친근한 목소리로 그녀를 대했다.
“어머, 그렇군요? 그럼 왜 전화하셨는지 말씀해 주실래요?”
하지만 라벤더는 여전히 그녀를 이해할 수 없었다.
왜? 자식도 없을 것 같은 어린 소녀가, 있다면 많아도 3살 정도밖에 되지 않았을 텐데, 왜 전화한 거지?
“아, 저도... 아카데미를, 티포트 아카데미를 다니고 싶어서요. 저도 다닐 수 있을까요?”
라벤더는 순간 머리가 띵해졌다.
아카데미에 다닌다고?
몇 살 이길래?
아카데미는, 1학년 등록이 16살부터 19살까지였다.
2학년부터 다녀도 되지만, 보통은 1학년을 17~18살에 가는 것이 관례였다.
“저, 실례지만 혹시 나이가...”
“아, 저는 16살입니다! 혹시 아카데미에 다니기에는 나이가 너무 많나요?”
걱정스런 목소리가 전화기 밖으로 들려왔다.
16살이라니! 진짜 나이 적잖아?
“아, 아니예요! 그 정도면 다니고도 충분히 남아요! 그럼 본인확인을 위해 저택에 서류를 보내드릴 테니 작성해서 주시면 됩니다!”
“아, 감사합니다!”
라벤더는 전화를 끊은 후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행정부장이자 여자작, 라벤더 티 티타이머는 금세 비둘기 ‘티백’에게 인장과 함께 서류를 묶어 보냈다.
“아카데미를 다닌다는 준남작은 처음이야. 새로운 바람이 불겠는걸.”
그러고는, 만약 그 사람이 진짜 여준남작이고, 진짜 허브 티 레몬트레이라면 자신이 발 벗고 나서서 아카데미 적응과 소개를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허브에게 영원히 그녀의 편이 되어줄 한 사람이 생긴 순간이었다.
❋❋❋
허브는 시골 마을에서 태어났다.
어머니는 선천적으로 몸이 약해 막 8개월 된 허브를 낳다 돌아가셨고, 아버지는 누군지도 모르는 남자였다.
그래도 정상적으로 태어나기까지 1개월 전에 태어난 덕분에 허브는 똑똑하게 자랐지만 건강한 편은 아니었다.
그녀가 자랄 수 있었던 건 오직 착한 이모, 록신다 덕분이었다.
엄마의 언니였던 록신다는 그녀 대신 허브라는 이름을 짓고, 허브의 크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하지만 집안 사람들이 모두 약한 탓에 그녀마저도 허브가 13살 되었을 때 돌아가셨다.
하지만 이렇게 될 줄 알고 혼자서도 농사짓고 살아남는 법을 미리 허브에게 알려준 까닭에 허브는 혼자서도 잘 컸다.
그녀가 14살이 되던 해, 전쟁이 일어났다.
하지만 아주 작은 전투였다.
큰 전쟁이 되지 않은 것은 모두 허브 덕분이었다.
사실 그녀는 자신이 그리 큰 역할을 했는지도 몰랐다.
허브는 그저 산 위에서 놀다가 우연히 바다에 들어오는 큰 배들을 보았고, 그것을 바로 촌장에게 알렸으며 작은 힘이라도 보탰으면 좋겠는 마음에 록신다에게 조금 배운 활을 앞에 서서 쏘아 댔을 뿐이다.
몇 발 안 쏘고 체력이 다해 쓰러졌지만, 그래서 촌장이 서둘러 그녀를 마을 안쪽으로 데려갔지만 사람들의 눈에는 어린아이가 죽기 살기로 싸우다 큰 부상을 입어 실려간 것으로 보였다.
그 때문에 사람들은 모두 열심히 싸웠다.
그리고 마을의 공을 세운 사람이 누군지 물었을 때, 사람들은 모두 ‘허브’라 말했다.
황제는 매우 기뻐하며 그녀에게 준남작위와 성 ‘레몬트레이’를 주었던 것이다.
❋❋❋
지금 허브는 너무도 기뻤다. 아카데미에 들어갈 수 있다니!
“티컵! 이리 와 봐!”
작은 저택에 한 명밖에 없는 시녀, 티컵은 쪼르르 달려왔다.
“준남작님, 뭐래요? 아카데미에 들어갈 수 있대요?”
“응! 정말 다행이지? 이제 곧 서류를 보낸다구 하더라구.”
푸드득! 그 때 비둘기가 날아올라 열린 창문으로 돌아왔다.
“준남작님! 저건 그 서류나 봐요!”
“그러게, 티컵. 나 정말 설레! 아카데미에 가면 새로운 친구들도 많이 사귈 수 있겠지?”
“그럼요!”
허브는 서둘러 서류를 확인했다. 이름과 성별, 나이와 가문, 지원하는 학부, 가문의 인장과 지장을 찍으면 되는 간단한 서식의 서류였고, 그 뒤에는 아카데미의 주의사항이 적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