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누구나 어이없는 일은 다 겪을 수 있다. 아주 특별한 일이 아니라면 말이지. 그런데 이런 일을 어이없는 일이라고 칭할 수 있을까?
“끼야아아악!”
그러니까 일어났는데 막상 다른 세계라던가, 다른 방이라던가, 그리고 다른 모습이라던가.
“끼야아아악! 시발, 미친! 나 좀 살려줘어어!”
막상 내 방과 다른 세계에서 깨어난 것도 놀랄 만한데 게다가 내 모습까지 완전히 바뀌어져 있다면 놀랄 일은 필연 중의 필연이었다. 놀라지 않을 사람이 있기나 할까?
“시바아아알!”
목청이 찢어지도록 소리를 질러보았음에도 달라져 있는 내 모습은 변하지도 않았다. 큼큼, 다시 한 번 정신 차리고. 또 놀라지 말자, 나.
아니나 다를까, 거울에는 부스스한 산발의 형태를 갖추고 있는 진실된 나의 모습이 아닌 어느 것보다 고혹적이고 매혹적으로 빛나는, 단정한 흑발이 거울에 반사되어 빛나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정말 나라고? 내 정신은 멀쩡한데, 몸은 내 몸이 아닌 다른 사람의 몸이더라. 이거 이거, 어디서 많이 봤던 것 같은데?
흠, 빙신? 아니 빙탄? 아, 젠장. 이 현상을 뭐라고 했지?
‘그래, 빙의!’
아니, 신 양반. 흔히 빙의는 교통사고나 그런 거 당하고 빙의되는 거 아닙니까! 나는 그냥 멀쩡히 일어나려고 하고 있었다고! 너무하지 않습니까?
다시 한 번 욕이 내 이성을 찢고 나오려 했으나 나는 참을 인 자 세 개를 써먹으며 맹수처럼 격분되어 있는 나를 진정시키다. 후우, 심호흡. 들이마시고, 내쉬고.
‘그런데 이 여자애는 또 누구야?’
처음 보았음에도 어딘가가 조금은 익숙한 태가 나는 모습이었다. 누구지? 알게 뭐야, 처음 보는데.
“누구세요?”
입 모양이 따라 움직인다. 아, 저거 나였지. 망했음을 직감한 지도 오래. 나는 애써 체념한 채 원래의 나로 돌아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마음 깊이 각인한다.
아주 그냥, 망했어요!
평정심을 되찾은 채 나는 거울 속에 비추어 지는 상대를 응시하였다. 왼쪽으로 눈을 굴리며 그쪽도 그렇게 눈을 굴리는 걸 보니 내가 아니라는 걸 확신할 수가 없다.
‘흐음, 아앙?’
나는 멍하니 지금 내가 빙의된 대상이 누구인지 애써 생각해 내려 하고 있었다. 대게 책 속에 빙의한 경우가 아니면 원래 몸의 주인의 기억이 남아있지 않나?
큼큼, 나는 목을 가다듬으며 떠올려 보았다. 아니, 해도 해도 원래 몸 주인의 기억은 이어받아야 하는 거 아닙니까?
‘뭐야, 리아나, 샤델라인?’
전혀 들어본 적도 없는 이름이 내 귀를 울리며 나는 이 몸의 주인의 이름이 리아나 샤델라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원래 몸의 주인이 가지고 있었던 기억이 하나 둘 씩 되돌아오기 시작한다. 내 몸이 아닌 사람의 기억이 입력된다는 일은 신기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러니까, 원래 몸의 주인의 이름은 리아나 샤델라인. 샤델라인 후작가라는 명성 높은 가문의 금지옥엽인 영애로, 언제나 보호받고 오구오구 하면서 자란 여식이었다.
이렇게 오냐오냐 하면서 자라니까 삐뚤어질 수밖에. 아니나 다를까, 내 예상과도 같이 리아나는 ‘악녀’였다.
하녀들에게 찻물을 끼얹는 건 물론이요, 자신의 아버지인 샤델라인 후작에게 연기를 하며 하녀를 바꿔달라는 건 주로 있는 일이었다.
그러니까, 인성이라는 게 하나도 되어있지 않는 싸가지라는 것이었다.
아니, 그전 생에서는 그렇게 나쁘게 살지도 않았는데 왜 이런 징계가 내려지는 겁니까!
또 불균형 해지는 평정심에 나는 그만 분노 조절을 못 다 이루고 신에게 가운뎃손가락을 펴보이며 경의를 표했다.
착하게 살면 상을 받고 나쁘게 살면 벌을 받는다는데 지금은 완전히 그 반대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