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살랑거리는 나뭇잎 아래에서
깊은 산속
모래 알갱이만한 벌레들이 떼로 돌아다녀 신경 거슬리게하는 우거진 수풀가
그 안에서 조용히도 헉헉 대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얼굴에 진흙도 묻고, 개기름도 뭉쳐서는 못 볼꼴인 산발인 남자가 두건위로 머리를 긁으며 말했다.
“대장 이제 곧 오는 거 맞긴 해요? 카악 퉷”
“이 자식 또 까부네, 내말이 맞으니까 입 닫고 기다려”
기다려보라는 말을 한 대장은 자신도 불안한지 손바닥에 자꾸 베는 땀을 바지에 쓱쓱 닦았다.
[한 달 전]
어느 날과 다름없이 위장을 한 채 정보를 구입하던 곳 근처로 갔다.
인적이 드문곳.
사람의 발길마저 없는 그곳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눈을 찌푸리며 여기저기 둘러보았다.
바뀐 곳을 살펴보다 회색 깔의 바위 더미에서 불그스름한 색의 바위 하나가 위쪽으로 옮겨져 있었다.
바위의 위쪽에는 칼로 그은듯한 자국이 2개가 나있었다.
지도와 낡은 가죽 한 장을 꺼내어 맞춰보고는 폭포가 쏟아져 내리는 곳으로 이동했다.
쏴아아아-
거센 폭포가 물을 끊임없이 내뱉었다.
폭포 뒤에 인영하나가 힐끔 보였다.
‘보자, 거울이 어딨더라?’
몸 여기저기 주머니들을 뒤적거리다 뒷주머니에 박혀있는걸 조그마한 둥근 거울을 꺼냈다.
굵은 잎사귀 하나를 뜯어내어서 햇빛에 비췄다 잎으로 가리기를 반복하며 암호를 보냈다.
반짝
반대쪽에서도 답신이 왔다.
들어오라
구부러지고 가파른 절벽 길을 건너자 동굴 입구가 보였다.
인위적으로 배치한 듯한 나뭇잎그늘에서 사람이 갑자기 나타났다.
‘헉’
흑색옷을 껴입고는 그늘에 기대어있어서 가까이 와서도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미세한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꿀꺽
‘나보다 최소 키 하나가 더 크군‘
자신의 키는 보통 남자들보다 머리 3개는 더 컸는데도 흑색옷의 사람은 그 보다 1개는 더 큰듯했다.
긴장하고 정신 똑바로 차리자며 집중하니 얕은 숨소리가 미세하게 여기저기서 들린다.
정확한 위치를 파악할 수도 없다.
이자는 혼자가 아니다.
최소 저렇게 생긴 자들이 10명 정도는 여기 어딘가에 숨어있다.
사람 하나의 머리쯤은 깨끗한 목의 단면을 공개하며 발 앞으로 데구르 떨어질 것이다.
실제로 그런 상상을 하니 등에 땀이 베였다.
‘으으’
그래도 하나쯤은 호각으로 다룰 수 있지 않을까? 나도 이정도 실력자인데… 생각하던 차에 안내를 하던 흑색 옷을 입은 자가 뒤를 돌아보았다.
‘헉’
순간 눈이 마주치자마자 자신의 목이 허공을 돌고 추락하는 장면이 떠올려졌다.
감히 그런 생각을 해서 죄송하다며 빌려고했다.
두손을 공손히 가슴팍에 모았다.
“…”
흑색 옷의 가지런히 모은 두손을 보고도 제 할 말만 했다.
“들어가시오”
쇠를 쇠로 긁는 듯 한 목소리가 귓가를 타고 흘렀다.
뱀이 목을 타고 오르는 것 같았다.
목이 서늘했다.
꾸벅
남자는 네가 그렇게 무서워보여도 나는 쫄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려고 가볍게 고개를 까닥했다고 생각했지만은 고개가 푹 숙여졌다.
‘휴휴휴, 쫀거 안 들켰겠지?’
뻥 뚫린 일직선의 짧은 통로로 들어갔다.
산속에, 동굴 속에, 인위적으로 만든 구조물들.
이렇게 된다는 것을 집적보지 않으면 믿지 못할 것이다.
계속 걸어가자 빨간색의 커튼이 쳐져있었다.
커튼을 젖히고 들어가자마자 통로 벽에서 나던 바위의 자연적인 냄새와는 달리 언제나 코를 푹 찔러오는 악취가 쏘아졌다.
아이 오줌냄새 같기 도하고, 마구간의 찌릉내 같기 도한.
벽에는 곳곳이 박힌 자광석들이 여기저기 부랑자 같아 보이는 녀석들을 비췄다.
널브러지고 넘어지고 허공을 쳐다보며 주시하는 놈도 있고.
저렇게 보여도 등 뒤로 자신만의 칼을 하나씩은 숨기고 있는 자들일 것이다.
목적이 무엇이든 간에 얽혀 좋은 일 없을 것이다.
기분 나쁜 곳이다.
등 뒤에서 누군가 허리를 톡톡 쳤다.
외눈안경을 한 꼬마 녀석이 꾸벅 인사를 하며 두 손을 보였다.
동시에 뚫어지게 쳐다보며 전신을 탐색하는 눈짓
철저하구만.
거기에 맞춰 손짓으로 암호를 대자 꼬마도 수호로 답해주었다.
한 번 더 꾸벅 인사를 하며 미로 같은 길을 안내해주었다.
또 한 번의 붉은 커튼이 나왔다.
커튼을 젖히고 들어가자 마치 대낮 바깥에 있는 듯이 자광석이 꼼꼼히 밝히며 박혀있었다.
향을 피우는 듯 연기가 은은하게 공중에서 춤췄다.
“반가워요, 반가워요! 친구!”
명쾌한 여성의 목소리.
“반갑수다”
인사를 하며 들어갔다.
안을 보니 바위의 위쪽과 아래가 반듯하게 잘려나가 의자대용으로 쓰는 듯 한 것이 2개 있었다.
가운데에는 나무상자하나위에 좋아 보이는 급의 천이 얇게 덮여져 있었다.
“그 쪽에 편히 앉으세요!”
“그러겠수다”
“어떤 일로 찾아 오신건가요?”
“내가 알고 싶은 정보는…”
“잠깐만요! 저랑 이야기하는데 저를 봐야 되지 않나요?”
여자는 당황스럽다는 표정과 함께 외쳤다.
“그게…”
“무슨 문제 있나요?”“아무것도 아니오, 난 이렇게 가 편하니 이렇게 이야기합시다”
“그럴 순 없어요.”
여자의 몸은 아름다운 선을 그리고 있었다.
다만 문제라면 옷차림에 있었다.
상체에는 일자모양의 천 하나만 몸을 돌아 감았는데 그 천은 아슬아슬하게 중요부위만 가리고 있었고, 하체는 안쪽이 다 비쳐보였는데 안에는 아무것도 입고 있지 않았다.
“옷차림이 좀…”
남자는 덩치에 맞지 않게 부끄러워하며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여자가 베시시 웃으며 말했다.
“아… 이해해주세요, 동굴 안에서만 지내면 옷이 습져 지내기 불편해요, 져도 좋은 기분으로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선 이정도 준비는 해야 하지 않겠어요?”
여자는 미소 지으며 남자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흠… 알겠수다”
서로 냉정하게 물건을 팔 때보단 구입자 쪽의 냉정심을 흩트려 놓으면 더 높은 값을 치루고 판다는 계산도 있을 것이지만 지금 상황에서 남자는 거기까지 머리가 돌아가지 않았다. 그저 굴러 들어온 행운에 눈 호강을 하며 협상테이블에 앉아버렸다.
바위의 위쪽과 아래가 반듯하게 잘려나가 의자대용으로 쓰는듯했다.
‘어, 어 흔들린다, 흔들려 허허허’
남자는 콧구멍을 벌렁거리는 채로 온 용건을 간단히 말하고, 이왕이면 이쪽 지역 근처에서 일을 치루고 싶다며 부가 설명을 붙였다.
여자는 수집된 정보를 모아 꽤낸 책자를 뒤적거리다가 알맞은 것을 찾았다.
등급은 A+정보
남자가 제시한 가격은 B-급의 정보
그 이상의 돈은 무리였다.
그 이하로 간다면 손해만 볼 것이다.
안하는 게 더 나을 정도.
운이 따라주면 좋겠지만은 저 들의 정보수집능력은 정확했다.
여자가 설명하다 멈추고는 귀 뒤쪽에서 돌돌말린 손가락 하나크기만한 종이를 꺼냈다.
“방금 새로 수집된 정보인데, 손님이 제시한 것과 일치점이 많다네요.”
대장은 여자의 손가락에 끼워진 종이를 보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방금 수집됐다고? 언제? 너랑 나랑만 있었잖아 내가 들어온 입구 말고도 어디 더 있었던가? 누가 저 여자의 귀에 저걸 꽂고 갔다고?’
남자는 두리번거리며 다른 입구가 있는지 찾아보았다.
없다.
자신이 커튼을 젖히고 온 저 입구 말고는 다른 곳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계속 저 여자만 쳐다보며 사업을 하며 부가적으로 눈 호강(?)을 즐긴다고 뗄 틈도 없었다.
‘신기하구나.…신기해, 어휴’
여자가 펼친 작은 종이엔 정보가 상세히 적혀있었다.
원하는 지역도 알맞다.
경호수준도 낮다.
주요 물건이 무엇인지 높은 정확도의 추정한 것도 있다.
지나갈 그날의 시각 또한 정확도가 높아보였다.
다만 남은 기간의 칸엔 추정불가 라고 표시되어있었다.
여기서 마이너스 랭크가 매겨져 포탈 C+로 되어있었다.
그쯤은 자신의 부하를 시켜 정찰 보내고, 미행시킨다면 대충 알 수 있을 것이다.
“이걸로 사겠수다.”
“감사합니다! 손님!”
여자가 기뻐하며 끌어안기에 덩달아 기뻐하며 어깨를 감싸 안았다.
물컹한 기분좋은 감촉이 대장의 전신을 휘감았다.
돌아오는 길엔 한껏 흥분됬다.
들뜸 맘에 그날 밤은 여자부하를 집에 불러 거사를 치렀다.
남자가 지난 밤을 상상하며 미소 지으려할 때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려왔다.
쯧쯧쯔
“이게 몇 번쨉니까, 이번은 삼일 째라고, 식량도 다 떨어졌고, 애들도 이제 다 지쳐간다구요. 철수하자고요 진짜.”
“이자식이 글쎄, 근데 애들이 벌써 지쳤다고? 평소에 체력좀 기르라고 말했잖나”
“아, 모두가 대장같이 체력 좋고 힘쌔고 잘생긴줄 아느냐고요 우린 사람이라구요”
“내가 좀 잘생겼지, 흠흠, 근데 임마 조금만 더 있어봐.”
대장이라 불리는 거구의 사내도 마음으론 다를 빠 없었다.
‘아 우라질! 왜 이렇게 안지나가?’
거듭되는 생각에 불안감만 커져갔다.
눈을 돌려 여기저기 수풀에서 매복중인 부하들이 언뜻 보였다.
처음의 엄숙한 긴장감은 사라진 지루하다는 눈빛
아무 말도 하기 싫어하는 굳게 다물어진 입술
무언가 나오려는 말을 꾹 참기위한 힘주어 주름진 볼들
‘이 새끼들 진짜, 복귀하고 정신좀 다시 차리게 해야겠구만’
걔들중에는 조는지 아예 고개를 가슴아래로 푹 떨어뜨려버린 녀석도 있었다.
그래도 그중에서 마음에 드는 녀석이 있다.
자꾸 뺀질되는 이녀석.
말똥말똥하되 한 치의 흐트러짐이 없는 눈빛
언제라도 습격 가능한 자세를 갖춘 팔과 다리의 자세
내가 부하 하나는 정말 제대로 된 놈을 키웠구나 하는 만족감에 차오르던 차 녀석의 휘파람 소리가 들렸다.
고지에서 경계 조를 맡은 녀석이 표정과 손짓으로 수화를 보내고 있다.
‘옵니다, 지금’
‘위치’
‘3번, 샛길, 서쪽에서’
‘확인, 장소 도착 예상 시각’
‘7분’
대장은 수화를 받고 거울을 꺼냈다.
나무 뒤에 허리춤 뒤쪽의 주머니 안에 엄지와 검지에 넣었다 뺐다.
노란색 가루가 묻은 손가락을 거울 앞에 딱 고정시켰다.
꾸울꺽
대장의 목젖이 크게 울렁였다.
‘언제나 이 짓은 긴장감이 빠지면 섭섭하지, 이 기분, 이 기분 너무 좋아 으히히히히‘
멀리서 웅성웅성 떠드는 소리가 가까워지고 있다.
숲속은 산새도 울지 않을 정도로 고요했다.
말의 발굽소리
바퀴가 굴러가는 소리
철그럭거리는 가드들의 경갑옷이 부딪히는 소리
웃음기 머금은 잡담소리
이제 육안으로 모두가 확인 가능한 장소까지 왔다.
“어엇, 이거 왜이래!”
푸르르히힝
맨 앞의 선두 말이 갑자기 앞발을 들며 공중에서 헛발질을 했다.
“워워, 이거 정말 왜이래?”
딱!
엄지와 검지가 부딪히며 샛노란 빛이 거울에 반사되었다.
밑에선 전혀 보이지 않지만, 숲에 매복한 모든 자들은 노란빛을 선명하게 봤다.
[전투준비태세 신호]
대장은 이번엔 반대편 손에 빨간 가루를 묻혔다.
그리고 수화를 보냈다.
눈이 좋은 한 도적이 대장의 수화를 받았다.
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추격조 준비’ 라고 속삭였다.
산기슭 엎드려 매복하던 추격조가 속삭이는 소리를 듣고 활에 화살을 먹여 줄을 맞줘 앉아 각자의 담당구역 목표물에 눈을 갖다 대었다.
뒤 중간 앞
대장의 수화를 한 번 더 받은 도적이 ‘발사’ 속삭였다.
호흡을 동시에 멈춘 추격조의 화살이 발사되었다.
피슈웅-
매서운 소리
공기를 찢는 소리
잘 갈린 앞부분
푹-
우선 마부의 목에 화살하나가 틀어박히고도 마차를 뚫고 박혔다.
말을 달래느라 고함치던 마부의 입이 이제는 헤 벌려진 채 조용해졌다.
마부 옆에서 주위를 구경하던 남자 꼬마의 귀를 자르며 화살하나가 땅에 박혔다.
칼을 쥐던 손에 화살하나가 꼽힌 가드는 괴음을 지르며 땅에 뒹굴었다.
마차의 창문을 깨고 안에 누군가 박혔는지 가냘픈 여자아이의 비명소리로 같이 들렸다.
대장의 엄지가 한 번 더 딱 소리를 내며 부딪쳤다.
빨간 빛이 거울을 타고 모두에게 보였다.
[전투시작]
대장의 입이 찢어질 듯이 벌려졌다.
도적들은 미리 다듬은 길을 따라 서로 부딪히지도, 한명도 발목을 삐지않은채 괴물이 낼법한 소리를 흉내 내며 달려갔다.
와아아아아아악!!
으와아아아악!!
와아아아아앗!
가드들의 안색이 굳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