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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에서 온 신부
작가 : 그림달
작품등록일 : 2018.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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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작성일 : 18-04-11     조회 : 482     추천 : 1     분량 :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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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00년 묵은 석조 건물 탐파카 신전은 기적과 예언의 신 아이아나가 선택한 신탁의 장소였다.

 

 비록 300년 전부터 신탁이 끊어지긴 했지만 말이다. 덕분에 통통한 몸집의 수사는 사십이 가까운 나이에 거느리는 종자 하나 없이 매일 홀과 의식의 방을 청소하느라 땀을 흘려야 했다.

 여름이 가까워서인지 날씨조차 더워 청소가 끝나기도 전에 몸에서 쉰내가 진동을 했다.

 원치 않는 수도생활로 세월을 보낸 것조차 서러운데 몸에서 냄새난다고 간밤엔 신전노예계집이 침대에서 밀어내기까지 했다. 아무래도 조만간 가진 돈을 탈탈 털어 계집에게 초가집이라도 한 채 사줘야 자신이 무시당하지 않을 것 같다… 수사의 얼굴은 근심이 가득했다.

 

 수사의 돈벌이야 귀가 얇은 신도들에게 점을 봐 주고 부적과 제사를 대행하는 일이 전부다. 다른 수사들은 무슨 재주인지 잘도 부잣집이나 정계에 줄을 대며 밤이면 환락의 거리에서 마리안과 같은 고급 가수의 노래를 즐기며 고주망태가 된 창부들과 질퍽거린 이야기로 낄낄거리기도 했다.

 

 이런 저런 생각에 빠져있느라 그는 이 먼지 나는 의식의 방에서 느껴지는 위화감이 무엇인지 눈치 채지 못했다. 매일이 똑같은 반복인데 오늘도 다를 것이 무엇이라고? 하지만 아무리 무늬만 수사라고 해도 기본적인 신심은 있었기에 다시 한 번 방안을 구석구석 흩어보았다.

 

 마지막으로 중앙의 단순한 제단위에 얌전히 놓인 석판에 눈길이 머물렀을 때였다.

 

 헉!

 

 그는 자신도 모르게 숨 막힌 소리를 지르며 들고 있던 청소도구를 떨어뜨리고 말았다.

 그리고 자석에 이끌리듯 석판에 다가갔다. 낡은 돌덩이로 만든 의식의 방을 비추는 조명은 천장에 뚫린 돔 형태의 구멍으로 쏟아져 내리는 햇빛이 전부였다. 그 빛은 오직 석판만을 비추는 용도였다.

 수사는 조심스레 몸을 굽혀 석판을 손으로 쓸었다. 분명 아무것도 없었던 석판에 버젓한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 그는 몇 번이나 마른 침을 살피며 그 단순한 글을 읽으려 노력했다.

 

 

  『일곱 개의 대륙을 지나 황금의 연못을 건너온 신부

  그와 연합하는 자라야 제국의 주인이 되리라』

 

 

 마침내 힘겨운 읽기를 마친 그는 고개를 죽 빼어 석판 주위를 샅샅이 살폈다. 그리고 제단 뒤편으로 이어진 희미한 발자국을 발견했다. 몇 발자국 되지도 않은 그 끝엔 사람이 쓰러진 모양 그대로 회색의 잿더미만 있었다. 더 볼 것도 없었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심장을 부여잡고 살려 달라 중얼거리며 엉금엉금 기어나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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