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현대물
조동길
작가 : 서현
작품등록일 : 20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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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길 3화.전설의 시작
작성일 : 16-04-14     조회 : 606     추천 : 0     분량 : 3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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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부터 일주일동안 화장실에서 담배 피는 놈은 다 죽인다. 알았제?”

 대답을 하는 놈은 없지만 최소한 우리 반 녀석들 중에는 담배를 피울 놈이 없다. 1,2,3반 세 개 반이 화장실을 같이 사용하니 2반 3반에만 알리면 된다. 나는 2반과 3반에 가서도 똑 같은 소리를 했다. 게 중 약간이라도 반발을 하는 놈이 있으면 반 쯤 죽여 놓을 생각이었는데 불행이도 그런 놈은 없었다. 마대를 들고 화장실로 가서 바닥을 밀었다.

 ‘반짝 반짝 윤이 나게 해 주마.’

 이왕 하는 화장실 청소 깨끗하게 해 보자는 마음이 들었다. 마대를 빨고 물을 버리고 다시 닦고 그렇게 세 번쯤 했을 때 한 녀석이 화장실로 들어 왔다.

 운동장에 다녀왔는지 녀석이 밟은 자리에 발자국이 검게 남는다. 더 기가 막히는 것은 녀석이 담배와 라이터를 꺼내고 있다는 것이었다.

 “니 지금 뭐 하노?”

 녀석이 의아한 눈으로 나를 보더니 담배에 불을 붙인다. 내 마음에도 불이 확 붙었다.

 “니 죽을래?”

 진짜 죽일 수는 없지만 그 가까이 보내줄 생각이었다. 감히 세 번이나 딱은 나의 화장실에 검은 발자국으로도 부족해 흡연까지 한다는 것은 완벽히 나를 무시하는 처사다.

 “뭐?”

 녀석이 눈을 부릅뜬다. 어디서 겁주는 법 좀 배웠나 본데 어림없는 일이다.

 “담뱃재 떨어지면 핥아 먹을 준비해라.”

 목소리에 힘을 실자 녀석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이 씨바놈아! 내가 내 담배 피운다는데 니가 와?”

 나도 모르게 오른손을 날렸다. 이건 의지가 아니라 반응이다. 욕을 하는 순간 녀석은 나의 적이다.

 짝!

 뺨을 맞은 녀석의 얼굴이 돌아가고 손이 담배를 놓칠 때 정강이를 걷어찼다.

 “악!”

 녀석의 비명이 화장실을 울린다. 하지만 이 정도로 끝낼 것 같으면 시작도 하지 않았다. 허리를 숙이는 녀석의 뒤통수를 손바닥으로 내리쳤다.

 쫙!

 찰지다. 손바닥에 와 닿는 느낌으로 보아 녀석은 눈이 빠질 것 같은 고통이 들것이다.

 “어이. 니 내하고 뭐하자고 했제?”

 녀석이 벌벌 떤다. 이 정도에 저리 떨 녀석이 뭘 믿고 내게 욕을 했는지 모르겠다.

 “아....아이다.”

 “아이고 말고 니 몇 반이고?”

 “5반이다.”

 5반이 녀석을 살렸다. 녀석이 2반이나 3반이었으면 내 말을 무시했다는 것으로 아주 작살을 내 버렸을 것이다.

 “5반이 와 여기 화장실 쓰노?”

 “우짜다 보니까 그리 됐다.”

 “이거 잡아라.”

 놈에게 마대를 건네주자 녀석이 의아한 눈으로 나를 본다. 아무래도 더 맞아야 정신을 차릴듯 하다.

 “맞을래?”

 “잡으께.”

 “이제부터 닦아라. 니 발자국부터 담뱃재까지 반짝반짝 하도록 말이다.”

 운동화 바닥부터 씻어낸 녀석이 청소를 시작하고 나는 그 모습을 지켜봤다. 담배 한 대 피우러 왔다가 두들겨 맞고 청소 까지 하고 있으니 나름 억울은 할 것이다.

 “니는 이름이 뭐고?”

 “성화다. 정성화.”

 “내는 조동길이다.”

 녀석이 흠칫하더니 놀란 눈으로 나를 본다. 내 이름을 들어 본 눈치다.

 “니가 재수생 열여섯 명 때려 눕혔다는 그 동길이가?”

 이건 무슨 소린가? 재수생 열여섯 명은 뭐고 때려 눕힌 것은 또 뭔지.

 “뭔 소리고?”

 “공업반 애들이 하는 이야기 들었다. 1반에 조동길이라고 있는데 재수생들이 까불다가 완전 빙신됐다 그러데. 열여섯 명이 다 박살났다고.”

 헛소문이다. 아무리 소문이 불어난다지만 이건 정말 어이가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굳이 부인할 필요가 없다. 재수생 놈들은 억울할 소문이었지만 그 소문으로 인해 학교생활이 편해질 것은 분명하니까.

 “성화야.”

 “와.”

 “일주일동안 만 여기서 담배 피지 마래이.”

 “청소 일주일이나 하나?”

 이렇게 눈치 빠른 녀석이 조금 전에는 왜 그리 둔했는지 모르겠다.

 “그래. 그라니까 여기서 담배 피지 말라고.”

 “알았다. 그런데 이 물은 어데 버리노?”

 마대를 빨은 물을 말하는 것이었다. 구역질이 날 정도로 시커멓게 변해 버린 물은 변기에 버리면 된다. 그런데 저 물을 변기에 버리면 주위에 검정이 묻을 것 같았다.

 “내가 하께. 이리 도 봐라.”

 녀석에 건너 받은 구정물을 자연스럽게 창밖으로 버렸다. 창 쪽은 뒤쪽 정원이니 나무에게 물 준다고 생각하면 되는 것이다.

 “악!”

 “이거 뭐야!”

 창밖에서 들리는 비명에 창을 내다봤다. 담배를 피던 두 명이 구정물에 젖어 위쪽으로 보고 있었다.

 ‘흐미!’

 젓됐다. 한눈에 보아도 3학년 선배들이 분명하다. 게다가 담배를 피우고 있다면 좀 논다는 선배들이다. 일단 튀는 게 최선이다.

 “성화야. 튀자.”

 튀어봤자 벼룩이다. 올라와서 화장실 청소 누가 했냐고 묻는 순간 드러나게 되어 있다. 아직 자율 학습이 남아 있지만 그것이 중요하지 않다. 일단 학교를 벗어나 사태를 수습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반으로 돌아간 나는 청섭이를 불렀다.

 “청섭아.”

 멍 때리고 있던 청섭이가 나를 보았다.

 “와?”

 “내 책상 좀 빼도.”

 “자율학습 재낄라고? 베트콩한테 걸리면 뒤진데이.”

 오늘 베트콩한테 맞은 것이 아직 얼얼한데 또 걸린다면. 생각만 해도 끔직하다.

 “어찌 그리 됐다. 안 걸리도록 책상 좀 빼라. 알았제.”

 청섭이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뛰었다. 지금이면 선배들이 3층에 도착했을 시간이다. 힘으로야 질 일이 없지만은 고등학교만큼은 무사히 마치겠다는 약속이 있다.

 반대편 복도로 달린 후 계단을 내려와 학교 담을 넘었다.

 ‘젓 될 뿐 했다.’

 그냥 넘어갈 일은 만에 하나도 없지만 우선 위기에서 벗어난 것만 해도 다행이었다.

 ‘당구나 치러 갈까.’

 아니다. 먼저 사야 할 게 있다. 나에게 유일무이 하게 즐거움을 주는 드래곤볼을 사야한다. 손바닥만 한 만화책이 오백원이나 하는 것이 과하지만 사지 않을 수는 없다.

 부르마의 엄청난 가슴을 보고 쌍코피를 쏘아 내는 거북도사는 나의 형제와 다름없다.

 문구사에 드래곤볼 14권을 산 후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렸다. 우리 학교보다 한 정거장 아래인 이곳은 여학생들로 득실 거렸다. 울진의 명문 혜정여고가 바로 앞이기 때문이었다.

 ‘이상하네. 혜정여고가 벌써 마쳤을 리가 없는데.’

 고등학교 수업이 마치는 시간은 비슷하다. 지금 시간이 네 시 반인 것을 감안하면 한 시간 삼십분은 지나야 혜정여고가 마칠 시간이다.

 ‘시험 쳤나?’

 내가 타야 할 버스는 73번. 울진 시내로 가는 버스기에 많은 여학생들이 함께 탈것이다. 나를 신경 쓰는 여학생은 없겠지만 나는 불편하다. 이상하게 여자들이 많이 타면 어디에 눈을 둬야 할 지 모르겠다.

 그렇게 잠시 후, 73번 버스가 눈에 보였다. 한 정거장 위에 있는 우리 학교가 아직 마치지 않았으니 버스 안은 사람이 별로 없었다.

 여학생들이 모두 타고 마지막에 버스에 올랐다. 다행히 가장 뒷자리에 한 자리가 남았다. 앉아서 갈수 있는 상황이다.

 그렇게 빈자리로 향하던 나는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보았고 너무나 큰 충격에 손에 들고 있던 만화책을 놓쳐 버렸다.

 툭.

 책이 떨어지는 소리에 버스 안에 앉은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들의 시선이 아니다. 빈자리 바로 앞에 앉은 휜 머리의 남자. 무척이나 놀랍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그 남자!

 우리 담임 베트콩이다.

 ‘젓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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