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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단지 하나의 미믹이었습니다
작가 : episode
작품등록일 : 2018.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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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 1 - 미믹의 아침 일상
작성일 : 18-05-21     조회 : 454     추천 : 0     분량 : 3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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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아, 평소와 같은 아침이다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면 조금은 바뀌어있길 바랬던 풍경은 무참히 내 기대를 짓밟는다.

  귀찮게 불어오는 먼지바람에 더러워지는 몸과, 성의 상층에서부터 점차 메아리치며 들려오는 요란한 싸움소리.

 

  "역시 이런 애매한 복도에 자리를 잡는 게 아니었어."

 

  불평을 하고서 자리를 옮기려고 할 찰나 방금과는 조금 다른 소리가 들려왔다.

 

  "대낮부터, 무슨 소란이야..."

 

  그러면서도 나도 모르게 설렌 마음을 가지고 다시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야, 오랜만의 사람이니까 어쩔 수 없는 법. 아무리 나라도 이런 적막한 장소에 혼자 있다보면 사람도 반가웠다.

  나름 몸가짐과 마음가짐을 바로 하고서 위치도 바로 아래 쌓인 먼지를 기준으로 정확히 맞추곤 소리가 가까워지길 기다렸다.

  오른쪽 벽이 3달 전에 찾아온 마법사에 의해서 완전히 날아간 이후 어디가 복도의 중간인지는 애매했지만-

 

  "그래 조금만 더. 그쯤에서 조금만 더 온 뒤에- 오른쪽으로 꺽어서- 복도로 쭉 오면-"

 

  멀리에서 복도의 코너를 돌아 이쪽을 향해 오고 있는 3명이 보였다.

 

  "숀! 여기가 맞는거야?!"

  "어.... 잘 모르겠는데. 반파된 복도를 향해 쭉 가면- 마왕의 은신처로 가는 지름길이 있어."

  "아, 여기가 맞는 거 같은데. 갈라진 석고 기둥과 원형으로 올라가는 사자의 계단. 어딜봐도 다 무너진 복도인데 보수는 안하는 구나."

 

  "그래. 그 마음에는 동의해. 마왕이라는 놈이 복도도 고치지 않고서 뭐하는지."

 

  "응? 방금 뭐라고 했어?"

 

  아, 아차.

  이쪽의 목소리를 들었는지 지도에 머리를 박고 있던 셋은 차례로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펴본다.

  주위를 살피는 건 모험의 기본이라고 말하고 싶었던 차에 어느 정도는 속이 시원해졌지만, 이러다가 들키는 건-

 

  "너무 민감해져 있는거 아니야? 라일라."

 

  좋아. 선봉에 오는 전사 타입의 모험가가 둔감한 덕분인지 옆의 두 모험가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모양이네.

  나도 모르게 너무 공감되는 말이라서 푸념을....

 

  "그야, 이곳 마왕성은 이미 공략되었다고? 몬스터가 남아있을 이유가 없어."

 

  응? 뭐?

 

  "숀 말대로야. 우리가 이곳에 온 이유도 성이 무너지기 전에 잔재나 마왕의 인질 등의 조사를 위한 거지. 토벌을 위해서가 아니야."

  "하긴. 저 멀리에 보물상자도 이미 다른 사람이 확인했겠구-"

 

  "마왕이 죽었어?! 거짓말 하지마! 이번 마왕은 꽤나 강했다고?! 고작 4개월만에 공략될 리가!"

 

  아차차. 또 실수. 어이, 어이. 셋다 나를 너무 쳐다보는 것 같은데...

 

 "뭘 봐? 남아있을 이유가 없는 마왕성에 남아있는 내가 뭔가 이상하냐?!"

 

  하아.... 표정들 좀 관리해봐. 너무 노골적으로 당황하고 있잖아...

  전방의 전사는 늦게나마 방패의 뒷편에 묶어놓았던 검을 꺼내고 마법사는 진형을 갖추기도 전에 영창이라니...

  정녕 저런 놈들이 우글거리는 인간의 진영에서 마왕을 죽인거냐...

 

  "라... 라일라! 내 뒤로!"

 

  "너, 숀이라고 했지? 그 뒤에 마법사는 라일라?"

 

  음. 그래 그렇게 적대시 하는 이유는 대강. 구체적이나 근본적으로는 전혀 모르겠지만- 대충으로는 이해할 수 있어.

  인간은 몬스터를 적대하고, 몬스터는 인간을 적대하고. 마왕은 악, 현자는 지혜, 왕은 권력, 기사단은 정의.

  그런 와중에 나는 '몬스터'니까.

  좋아. 좋은 생각이야. 모험가들.

 

 "숀, 라일라. 10초 준다. 쓰러트려봐."

 

 "으아아아아아-!"

 

  내 말이 안들리는지 뒤쪽에서는 '붉은 정령의 쇠고랑'이라는, 지독하게 많이 맞아본 화염계 구속마법의 주문을 떨리는 목소리로 외우고 있었다. 숀도 전두 지휘는 어디갔는지 이쪽으로 냅다 달려오고 있고, 옆의 저 이름도 모를 모험가는.... 아, 화살이 떨어진 궁수인가.

 

 "최악이군. 그보다 라일라. 그 주문, 최소 캐스팅 시간이 12.4초라고."

 

 "죽어라!! 몬스터놈!!"

 

  정통적인 모험가들의 대사까지 완벽하게 외우며 달려드는 숀의 모습을 올려다 보며 생각했다.

  정말이지, 최악이다.

 

 

 

 

 

 

 

  아침을 설명하자면 대략 저런 느낌이었다.

  아직도 전투의 열기가 식지 않아서 그런지 숀과 라일라, 그리고.... 짐덩이 궁수 양이 바닥에 널부러져 있었다.

  도와주지 않을 거냐고 묻는다면, 우선 햇빛이 들어오는 이 시간에 움직이기 싫었고, 마왕이 죽었다는 사실에 상심해서 조금 고민의 시간이 필요했다.

  무엇보다 저 파티는 구해줘도 미래가 안 보일 정도로 기초가 되어 있지 않는 바보들이다.

 

 "으으으- 라일라...."

 

  숀은 궁수 쪽보다 라일라를 더 좋아하는 모양인지 자꾸 손을 라일라 쪽으로 향했다.

  정작 더 크게 다친 건 네 몸이 날아가서 부딪힌 궁수의 쪽인데 말이지.

 

  "한심하네... 그나저나 어쩌지"

 

  외부의 상황은 뒤로 하고서 '마왕이 토벌되었다'는 사실을 조금 곱씹어 보기로 했다.

  마왕이 죽었다.

  솔직히 큰 문제는 아니다. 마왕이라는 건 몇 백년에 걸쳐서 존재하는 절대 악은 아니고, 그냥 힘에 자신있는 몬스터들이 인간의 성을 점유하거나 자기의 마력으로 성을 축조해서 주변 마을에 행패를 부리는 존재일 뿐.

  말하자면 그냥 '깡패'다. 그래서 죽든 말든 아무런 문제가 없는 부류가 대부분이지만- 문제는 후자에 있다.

  마왕의 마력으로 만들어진 성에는 인간들이 오고, 나는 그 인간을 물리친다. 솔직히 마법의 기본이 되는 마나가 떠도는 성이라면 다른 마왕이 들어올 가능성이 있으니, 그때까지 기다릴 뿐이다.

  하지만 진짜로 힘자랑에 인생 철학을 담은 마왕이 지은 성은 오로지 순도 100%마법으로 지어졌기 때문에, 그 마나를 다루는 주인이 없어진 시점에서 곧 붕괴한다.

  그렇게 되면 또 나는 자리를 옮겨야 하고, 몬스터 중에서도 가장 움직이기 힘든 종족인 내가 몇 천 미터 떨어진 마왕성을 찾아 가기란-

 

  -솔직히 무리는 아닌데, 극도로 귀찮았다.

 

 "하... 이번 마왕은 역대 몬스터 중에 손에 꼽을 정도로 강해서 싸울 상대로 나름 수준이 있었는데, 이제는 이 꼴이라니."

 

  물론 '이 꼴'이란 저기 쓰러져 있을 숀을 말하는 거다.

  아아, 그래서 내 종족이 뭔가 하면 바로-

 

  똑-똑-

 

  나무 문에 노크하는 듯한 소리가 온 몸 내부에 울려퍼졌다.

  처음 들어보는 이 소리는 그러니까, 내 앞에 바로 인간이 서서 내 몸을 두드리는 소리.

  마왕에 대한 걱정과 애도- 는 아니지만 나름 걱정으로 가득찬 상태의 이 나의 몸을, 감히.....

  두드린다고?

 

 "계세요~?"

 

  뒤이어 들려오는 젊은 여자의 목소리. 무슨 일로 젊은 여자가 모험가가 전멸한 상황에서 몬스터를 먼저 보고 두드린다음 '계세요~?'라고 라는 걸까. 아니 애초 그런 일이 있을 리가?!

 

 "똑똑-"

 

  몸 전체가 들어올려지는 느낌이 들었다. 몸 전체에 전해지는 충격을 보아 상당히 좌우로 흔들고 있는 것 같은-!

 

 "야! 어지러워! 보통의 모험가가 제일 먼저 취하는 행동을 하라고!"

 "보통의 행동이라...?"

 

  덜컥-

 

 "아, 안녕하세요. 미믹 씨. 몬스터 조사관 '에피소드'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려요."

 

 

 + 1화 2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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