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판타지/SF
디디디! 라이프! (DDD! LIFE!)
작가 : 구름향
작품등록일 : 2016.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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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껍질을 깨고 - 1
작성일 : 16-08-22     조회 : 227     추천 : 0     분량 : 5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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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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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의 시간이 지났는가? 초조함에 그녀가 착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무겁게 짓누르는 피로감에 눈꺼풀이 내려앉으려 하자, 고개를 사납게 흔들어 정신을 차려보았다.

 

 여섯개의 커다란 알들이 그녀의 시야에 또렷하게 보였다.

 

 알록달록 각각의 색채를 자랑하는 알들.

 

 일족의 모든 것이자, 그녀에게 맡겨진 일족의 미래였다. 이 아이들만이 다시한번 세상에 일족의 번영을 일궈내리라.

 

 토도독. 빠직.

 금이가는 소리가 들리며 알들 가운데 하나가 흔들거리기 시작했다.

 

 하얗고 덩치가 다른 알들 보다 큰 알이었다.

 그녀가 움직임을 느껴 착각이라고 생각하게 만든 대상이었다.

 

 “크르르릉.”

 

 분명 짐승의 낮은 숨소리이건만 그 안에는 기쁨의 감정이 담겨있었다.

 

 그녀가 조심조심 움직여 가까이 다가가자, 간헐적이던 알의 움직임이 좀더 격해졌다.

 

 “크릉!”

 

 쩌억.

 생명의 탄생을 예고하는 소리에 그녀가 고개를 내려 가까이 했다. 고대하던 일족의 미래가 탄생한 순간이다. 힘겹게 버텨온 지난날이 보상 받는 기분이었다.

 

 “크르르!”

 

 그녀가 환하게 미소지었다.

 

 티없이 밝은, 정말 아름다운 미소일거라 생각하며.

 

 

 * * *

 

 머리를 쪼갤듯한 두통과 속을 뒤짚어 놓은듯한 매슥거림이 느껴졌다.

 

 무언가 술로 가득 채워진 수영장에서 하루종일 놀고 마신 기분이랄까? 마치 알코올의 바다에 허우적거리는 느낌이었다.

 

 ‘어? 정말 물속인가?’

 

 멀어졌던 정신이 서서히 돌아오자 지우는 당황했다.

 

 지우가 기억하기론 자신이 이런 상황에 빠질 이유가 없었다.

 

 ‘분명…’

 

 가족과 저녁식사를 위해서 집으로 귀가중이었고 지우는 공원을 지났었다.

 그리고 그 곳에서 신기하게 생긴 동물을 만났다.

 

 흡사 꼭 생김새가 전설속에 등장하는 신비의 생명체…

 

 ‘…용?’

 

 용, 미르, 혹은 드래곤.

 

 세계 곳곳에 전설로 전해져 내려오는 상상속의 동물.

 과거를 비롯해 현재에도 인간들에게 꽤나 친숙한 환상의 존재.

 그 녀석과 조우했을시, 지우는 상상속의 용을 떠올렸고 그 단어를 말했었다.

 

 ‘그리곤 정신을 잃었지? 나 혹시 얼어죽은거 아니야?’

 

 녀석을 용이라 불렀을때 지우는 기묘한 부유감을 느꼈다.

 

 번지점프를 하듯, 혹은 저 높은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듯 가슴벅찬 자유로움 느꼈고 그대로 정신을 잃어버렸다.

 여기까지가 지우가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장면이었다. 그대로 그 곳에서 기절했다면 한겨울에 얼어죽고 말것이다. 괜히 지우가 꽁꽁 얼어죽는 동사를 생각한 것이 아니었다.

 

 ‘감각은 살아있어. 근데, 난 지금 어디지?’

 

 두 눈이 띄어지지 않았지만 온몸을 감싸는 따뜻함은 느껴진다.

 다행히 공원을 지나던 사람한테서 도움을 받은걸까? 그래서 지우 자신은 병원에 입원이라도 한 상태이고 말이다.

 

 ‘끄응. 뭔가 찝찝함이 느껴지는데.’

 

 끈적이는 무언가가 피부에 느껴져 지우가 의아해 했다. 땀이라도 흘린것인지 온몸이 끈적였다.

 

 “으윽…! 아으으아!”

 

 오랜시간 한 자세로 웅크리고 누워있었던지 온몸에 전기가 짜릿하게 올라왔다. 신음이 절로 입밖으로 튀어나왔고 지우가 부르르 몸을 떨었다.

 

 이대로 어디 만화에 나오는 노랑이 처럼 100만 볼트를 쏴야될 것 같은 기분이었다.

 

 손 끝을 움직여 손아귀에 힘을 줬다가, 다리를 조심스럽게 펴자 벽에 닿은것처럼 더 이상 뻗질 못했다.

 

 “어어?”

 

 손등으로 눈에 붙은 이물질을 제거하자 깊은 어둠만 보인다.

 

 ‘새벽인가?’

 

 탁탁.

 

 지우가 손을 뻗어 주변을 더듬어 가다가, 점점 그 손길일 빨라졌다. 어느곳을 만져보아도 사방이 막혀있었다.

 

 “뭐야!? 이이익!”

 

 멀쩡한 사람을 상자에 가두어 두다니! 정말 얼어죽어 관 짝에라도 들어간 것일까?

 

 안좋은 생각이 드라마 처럼 눈앞에 펼쳐진다.

 

 연말 가족과의 따뜻한 저녁시간에 당도하지 못하고 인적하나 없는 연못에서 홀로 쓸쓸히 얼어죽은 아들.

 눈물을 훔치는 부모님.

 

 자식을 땅에 뭍으며, 생전 아들이 소중하게 생각했던 빨간딱지가 붙은 살색 가득한 잡지 맥…

 

 “허억!”

 

 순식간에 망상에서 벗어난 지우가 머리카락을 쥐어 뜯었다.

 

 “안돼에에! 여, 연얘는 하고 가야돼!”

 

 사심 가득한 절규가 외치며 지우가 어둠속에서 눈에 불을켰다. 자고로 무서운 것이 총각(?) 귀신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흰둥이들도 키워봐야 하는데에! 크흐흑!”

 

 덜컥. 덜컥.

 

 온힘을 다해 몸을 흔들자 그를 품고있는 관짝이 흔들거린다.

 좌우로 몸을 움직여도 꿈쩍도 하지않자, 오기가 생긴 지우가 이를 악물었다.

 

 “탈출이다아!”

 

 지우가 주먹을 쥐곤 미친듯이 벽을 내리쳤다. 재질이 나무든, 대리석이든 필사의 탈출의지를 막을수없다!

 

 퍽! 퍽! 퍼석!

 

 “부서져…, 응!?”

 

 손이 장애물을 뚫고 바깥으로 사라졌다. 앞을 가로막던 벽이 뚫린것이다.

 

 “흠흠! 별거 아니네. 아니야! 하하!”

 

 잔뜩 궁지에 몰린 맹수의 기세로 벽을 몇번 내리쳤을 뿐인데…, 김빠지게 단 세번만에 깨지다니!

 

 “크흠!”

 

 어색한 헛 기침을 하며 지우가 깨진 벽을 힘주어 밀었다. 한번 금이간 벽이 쩌억 금이가더니 이내 무너져 내렸다.

 

 “아야야…”

 

 벽과 함께 체중을 잔뜩 실었던 지우가 드디어 답답했던 공간을 빠져 나왔다.

 

 몸이 균형을 잃어 바닥을 한번 굴렀더니 온몸이 타박상으로 쑤셨다.

 

 “후아! 이제 좀 살 것 같네!”

 

 좁은 공간에서 나와서 그런지 공기가 더 달게 느껴졌다. 지우가 크게 숨을 고르며 툭툭 몸을 털었다.

 

 “좋아. 몸에 감각이 있으니 적어도 살아는 있다는거네.”

 

 총각귀신의 저주를 감내할 필요가 없다는 안도감에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집으로 가든 이곳을 빠져나가면 되겠지, 편하게 마음먹은 지우가 뻐근한 몸을 풀며 고개를 들었다.

 

 “오오.”

 

 그리곤 허탈함에 빠져 얼빠진 소리를 했다.

 

 “뭐야. 이거 꿈인가보네. 감각이 이렇게 살아있는데 그럴수도 있나?”

 

 아니면 지우가 예전에 보았던 영화처럼 꿈속의 꿈이라던지 말이다.

 그만큼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이 비현실적이었다.

 

 스으윽.

 검은 실루엣이 좀더 지우를 향해 다가왔다.

 

 “크르르르.”

 “우와아아! 생동감이 장난아니다. 굉장하네. 3D 저리가라네.”

 

 희미한 빛 아래서 마주친 존재의 낮은 울음소리가 지우의 소름을 일제기상 시켰다. 왠지 모를 한기에 지우가 손으로 팔뚝을 벅벅 문질렀다.

 

 “크르릉―!”

 “어우우. 정말 진짜같네. 하. 하. 하.”

 

 지우의 목소리에 점차 자신감이 떨어졌다.

 

 푸후후훅―!

 

 “……하하.”

 

 콧김 한방에 지우의 머리칼이 태풍을 혼자맞은 나무마냥 산발이 됐다. 저 덩치에 콧김이면 이런게 가능하구나 새삼 생각한 지우였다.

 

 “…아, 안녕?”

 “크륵!”

 

 노란 눈동자로 지우를 내려다 보던 덩치가 이를 드러내며 그르렁 거렸다.

 

 그 모습에 지우는 히익 비명과 함께 쓰러졌다.

 

 “크르릉?”

 

 이상한 소리를 내며 풀썩 쓰러진 지우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린 덩치가, 압발로 턱을 긁으며 몸을 돌렸다.

 

 

 * * * * * *

 

 

 만일 스스로 꿈속이라는 것을 눈치챘다면 당신은 어떻게 행동하겠는가?

 현실에선 불가능한 판타지를 누리며 즐기는 사람도 있을 테지.

 

 지우는 그런 사람이 있다면 진심으로 부러움을 느낄 준비가 되어있었다. 정작 지우 본인은 꿈이 너무 현실감이 강해 절로 몸이 움츠려 들고 있으니까.

 

 ‘꿈도 꿈 나름이지…! 정도껏! 제발 정도껏!! 수위 조절해서 보여줘!’

 

 기절하기 전, 아직도 아찔하게 떠오르는 짐승.

 

 ‘그런 박력이라니…!’

 

 집채만한 머리와 부리부리한 짐승의 노란 눈동자가 그를 내려다 볼 때, 지우는 절대로 꿈이란 전제로 무모한 객기를 부릴 수 없었다.

 

 ‘용…! 용이라니!’

 

 그 폭력적인 덩치를 가진 용으로 추정되는 생명체가 콧방귀만 뀌어도 날아갔지 않겠는가?

 

 ‘그러고 보니 용은 용이니까! 나 용꿈 꾸는 중인가? 용이 나온다면 길몽이라던데…’

 

 어쨌든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도대체 가늠되지 않는다.

 

 “음….”

 

 지우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천장을 살폈다.

 

 천장에 전등처럼 빛을 내는 구체가 점점이 박혀있어, 주변 모습이 눈에 보인다. 울퉁불퉁한 벽면을 따라 둥굴게 아치형으로 생성된 공동. 그 크기가 심상치 않은 종유석이 오랜 세월을 지닌 동굴인듯 싶다.

 

 천장으로 향했던 고개를 내려 지우가 앞을 보았다. 그가 관짝이라 생각하고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던 것이 그곳에 있었다.

 

 새하얀 타원형의 매끈한 표면이 도자기 처럼 빛을 낸다. 어떻게 본다면 귀여운 달걀을 보는 느낌이랄까?

 

 “그래 달걀. 후라이 해먹는 그 달걀.”

 

 단지…그 크기가 심상치 않을 뿐.

 애초에 지우가 들어가있다 태어난(?) 알이니 얼마나 크겠는가.

 

 “내가 저곳에서 태어났도다.”

 

 이것이야 말로 전설속에서 등장하는 위인들의 탄생설화 아니겠는가! 어깨가 펴지며 왠지 힘이 들어간다.

 어깨를 으쓱인 지우가 실없는 상상을 지웠다. 애초에 그는 위인도 아니고 평범한 20살 청년이었다.

 

 “일단 우호적이란 말이지.”

 

 손에 감기는 매끄러운 표면을 가볍게 매만지던 지우가 용을 떠올렸다.

 

 척 보아도 폭력적인 덩치를 자랑하는 용이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꽤나 친근하고 조심스러운 분위기였다.

 커다란 덩치에도 지우를 배려한 조심스러운 몸짓.

 

 그르렁 거린 짐승의 울음 속에도 약간 들뜬듯한 기분이 담겨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흥분을 해서인지 필터링을 거치지 않은 콧바람은 실로 위력적이지만 말이다.

 기절하기 전에는 지레 겁을 잔뜩 집어먹어 스스로가 그런 분위기를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시야가 좁아져 보아야 할 것을 놓인 것이다.

 

 “넓긴 어마 어마하네! 하긴, 그 덩치의 용이 생활하는 곳일 테니!”

 

 당사자인 용은 지우가 기절한 틈에 사라졌나 보다. 공동의 한쪽 벽 중간지점에 용이 드나들기에 충반한 출입구가 있어, 아마도 밖으로 나간 듯 싶었다.

 

 “그래, 동굴 밖으로 말이지.”

 

 언젠가 이곳을 벗어나려면 저길 타넘어 가야된다. 눈 짐작으로만 해도 20미터가 넘는 벽을 타고 말이다. 운동이라곤 구기종목 밖에 해보지 못한 평범한 청년에게 맨손 클라이밍이라니!

 

 “어우야…!!”

 

 나중으로 기약하고 벽을 외면해 버렸다.

 그리곤 다음 관심사로 시선을 돌렸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다섯이군. 다섯갠가? 어? 하나 더 있었구나! 여섯개!”

 

 시야에 잡히는 알록달록한 색색의 알들.

 알이 여섯개! 하나는 어두운 그림자에 가려서 눈치채지 못할 뻔했다.

 

 “미안. 본의 아니게 널 따 시킬뻔 했어.”

 

 이것이야 말로 용과 탈출을 제외한 현실적인 문제였다.

 지우가, 그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이니까!

 

 “내 키보다 작은 알들이 여섯…! 개성 넘치게 색구분이 확실하네.”

 

 초록, 연파랑, 군청, 노랑, 빨강, 검정.

 그가 깨고 나온 하얀알을 중심으로 여섯개의 알들이 놓여 있었다.

 

 “정말 꿈이아니라면…, 아니, 이젠 나도 아닌 것 같으니까! 정말이지 현실이라면 말이지!”

 

 지우의 표정이 떫은 듯 찌푸렸다.

 

 도둑잡기 카드게임을 하는데 남은 카드가 두 장인, 뭐가 뭔지 모른다는 대혼돈이 지우의 얼굴에 그려진다.

 

 용의 둥지에서 알을 깨고 나온 지우.

 남은 여섯개의 알들.

 

 집으로 귀가 중 기절 한방에 알을 깨고 인간이 태어난 있을 수 없는 일을 지우는 겪었다.

 

 “그렇다면…”

 

 알에서 인간이 태어났다.

 그렇다면 남은 알들은? 뭐가 태어나는 것일까?

 

 “에이…! 설마.”

 

 알들을 바라보는 지우의 눈이 절로 가늘어지고 미간을 따라 한줄기 땀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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